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독자의 목소리

 

 

일선 교사가 읽은 도전인터뷰

● 지난 겨울호에서는 도전인터뷰 「전교조, 우리 교육의 대안세력인가」가 눈길을 끌었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기간제 교사생활을 하면서 학교현장에서 전교조와 비전교조 선생님들 간의 갈등을 봐왔던 터라 더욱 관심이 갔던 까닭이다. 장혜옥 당시 전교조 위원장의 이야기 중에서 학교의 기능적 측면은 사상되고 갈등적인 측면만 부각된 것이 아닌지 아쉬움이 남았다. 방과후학습을 두고 학원 다닐 형편이 안되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 표현한 부분이나, 수준별 수업이 부모의 지위나 사교육 혜택을 받은 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겨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말은 일선 교사로서 적절한 발언이었을까? 방과후학습은 수업시간에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들을 보충·심화학습하기 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라 강사의 전문성이나 커리큘럼의 체계화 등 개선과제가 많지만 교사가 학생들에게 관심을 더 기울일 수 있는 정책임에는 분명하다. 더불어 2008년부터 시행 예정인 수준별 수업 또한 기초가 부족한 상태에서 그대로 진급하는 일부 학생을 위해 반을 재편성해 기본부터 다시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전교조 선거에서 당선된 정진화 위원장은 앞으로 “기존의 길거리투쟁에서 벗어나 설득력있는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을 줄이고 21세기 교육에 필요한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외부와의 소통을 중시하고 기존의 강경일변도 자세에서 벗어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새 집행부의 의지를 보니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 사람으로서 반가웠다. 사립학교법 재개정과 교원평가제 문제 등 새 집행부가 넘어야 할 난제들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새롭고 혁신적인 대안도 좋지만 나 아닌 타자와 소통하려면 스스로 몸을 낮추고 아이들과 학부모, 비전교조 교사들에게 먼저 다가서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윤정희 puhaa1234@hanmail.net

 

한국이 선진사회로 가는 길

● 최근 중국 샹하이, 꽝저우 등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이들 도시의 규모와 빌딩숲을 보며 경제개방 20여년 만에 이렇게 거대한 도시를 세운 중국의 발전상에 새삼 놀란 한편, 중산층 붕괴, 양극화 심화, 비정규직 급증 등으로 시끄러운 우리의 모습이 떠올라 자괴감과 위기의식이 밀려왔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우리의 유일한 대안은 너무나 상식적이지만 통일이 아닐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지난호 백낙청 교수의 「남남갈등에서 한반도 선진사회로」에서 읽은 ‘선진화와 통일의 병행전략’은 이런 점에서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다. 핵실험 이후 일각의 강경주장과 대비되는 증권시장의 안정은 6·15선언과 이후 지속된 화해와 협력의 결과이며, 북의 존재를 제쳐둔 채 남쪽사회의 여러 문제와 갈등의 근본적 해결을 논하는 것이 허황된 일이며, 교류·협력 없이 안보와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가슴에 콕콕 박힌다. 곧 6자회담이 재개될 예정이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전망이 비관적이지 않은 요즘의 정세도 희망을 더해준다.

이 글에서 시민참여야말로 한반도의 통합과 선진사회 건설이 진정으로 변혁 수준에 이를지 여부를 가름할 핵심사항이라 지적했는데, 과연 우리에게 그러한 역량이 있는지는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개혁과 진보를 말하면서 고속철도 여승무원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현정부를 보면서, 민중생존권을 외쳤던 민주투사들이 국회에 들어가 미안한 기색도 없이 강대국의 무모한 경제통합전략인 한미FTA 체결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앞장서 주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이익관철 도구로 전락한 민주노총의 파행적 모습을 보면서, 언제부턴가 사회적 약자, 가난한 자를 안타깝게 여기고 보살펴주기는커녕 왕따시키고 주식투자, 부동산투자로 돈 번 사람을 우상시하는 사회분위기를 비통하게 돌아보게 된다.

나두영 ladu33@hanmail.net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한 의식변화

● 우리 사회에서 지구온난화 문제는 여전히 과소평가받고 있다. 문제의 심각함과 다급함에 비해 정부와 시민사회의 대응은 무사안일하거나 무력하다. 원자력 업계가 나서서 ‘깨끗한 에너지’ 운운하며 원자력을 선전하는 엉뚱한 상황까지 벌어진다.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지난호에 실린 빌 매키븐의 「지구온난화의 파국은 얼마나 가까이에?」는 시의적절하고 또 생각해볼 바가 많은 글이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에 대한 최근의 여러 연구성과와 환경운동의 움직임을 비교해볼 수 있어 좋았지만, 다양한 책들을 서로 엮은 서평 형식이다 보니 필자의 고유한 입장이 모호해지는 면이 있어 아쉽기도 했다.

특히 원자력발전에 대한 불명확한 입장표명이 그렇다. 군사적 악용 가능성과 핵폐기물 처리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우라늄 채광에서 발전소 건설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원자력발전이 비탄소에너지라 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또한 원자력은 화석에너지의 작동원리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현재의 에너지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발전의 논리에 설득당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 점에 대한 좀더 촘촘한 반박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글의 결론에서 탄소세가 대안의 출발점으로 거론되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탄소세를 비롯해 어떤 종류의 에너지세든 본격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이것의 적절성은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기본적으로 풀뿌리 시민의 의식변화와 요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면 본래의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

글의 제목에서는 ‘파국’이란 말이 나오지만, 이 글에서는 이런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여러가지 노력이 열거되어 있는 덕분에 희망적인 느낌을 얻었다. 험난하고 거대한 지구의 위기를 막아서려는 노력으로서 시민의 상상력과 실천, 공동체의 회복과 정치적 단결에 대한 신뢰가 절실해진다.

풀뿌리 시민단체 에너지전환 간사 곽임정난 greenmoon@energyvision.org

 

우리도 작전이 필요하다

● 지난호에서 『루가노 리포트』의 촌평을 잘 읽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신봉세력이 전략회의를 연다는 기발한 설정 아래 그들의 ‘작계’를 공개(?)한 책이다. 서평자 김종엽은 책을 소개하며 지금의 세계가 “조타수를 쥔 지배적 중심 없이 맹목적으로 운항”하는 것 같다는 불안감을 토로한다. 그의 말에 공감하면서 ‘지배적 중심’이 없음에도 마치 있는 것처럼 착착 돌아가는 현실이 더욱 섬뜩하다. 우리 사회 진보진영에도 저들처럼 치밀하고 구체적인 작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주변에 널리 알리고 싶은 책이다.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소개해달라 당부한다. 

안상일 diable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