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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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후기 朴後氣

1967년 경기 평택 출생. 2003년『작가세계』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가 있음. emptyhole@hanmail.net

 

 

 

새벽길

 

 

이른 새벽, 비 그친 콘크리트 포장길

 

시멘트 채 굳기 전 누군가 지나간 흔적

 

서둘러 떠나간 발자국 깊어

 

움푹 파인 뒤꿈치에 어제 내린 빗물 조금

 

흙 묻은 어둠 조금 고여 있다

 

문득 뒤돌아보았을까

 

발걸음 잠시 길 밖으로 나가는가 싶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내 길 안으로 들어와 성큼성큼 걸어간다

 

벗어날 길 없는, 길 위의 인생

 

무덤가 솔밭에서 날아온 노란 송홧가루의 흔적

 

아버지 발잔등을 옭아맨 고무신 둥근 땟자국

 

 

 

대구탕

 

 

대구탕을 먹는다

 

몸통 잃은 머리 한토막

 

펄펄 끓는 탕기 속에서

 

허연 눈 부릅뜨고

 

사후(死後)를 견디고 있다

 

대구의 연옥(煉獄)이

 

인간의 밥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