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시
랑타오샤 浪淘沙
중국 시인. 본명은 쳥 쉬에(程薛). 1967년 쓰촨성 쳥뚜시(四川省 成都市) 출생. 시집 『새 없는 가을하늘(无鳥的秋天)』 등이 있음. ChengLingQian@21cn.com
농민공, 이 시대의 가장 침통한 이름이여
농민공〔民工〕, 이 시대의 가장 침통한 이름이여
어느 하룻밤 사이
마수에 걸린 듯
공화국의 거대한 제단이 되었구나
고기 분쇄기가 전중국의 대지를 갈아
사회주의 초급단계의 진흙탕을 만들고
고기 반죽으로 자본주의와 접속하는
교차로를 쌓았다
길 위에, 전세계 자본가들이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중국이 하룻밤 사이에 떠올랐다 하지만
나는 국민경제의 기반을 알고 있다
수많은 농민공들이
마천루의 초석 아래 고이 묻혀 있음을
헌법 첫머리에 가장 공정히 씌어 있듯이
“중국은 노동자계급을 초석으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다……”
도시로 간 시얼
싸우나실 음탕한 불빛 아래는
자본가 위해 안마하는
시얼(喜兒)1의 직장
처벌이 두려워 자살한 아버지와 달리
범법자로 전락한 그녀
하루하루 악착같이 버티며
지배계급의 위안부가 되었구나
익숙하게 낫을 움켜쥔
순박하고 거친 시얼의 손은
맑은 찻잎 같아
호적 한장 올려놓지 못하는데
시얼, 고리대금에 몰리면서
들판에 피어난 배꽃 같던 청춘이
빚장부가 되었구나
추수철이 되면, 이 시대의 추수철이 되면
돈을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
그대의 낫보다 훨씬 날카롭게
중국의 모든 아름다운 산촌의 정조를
이렇게 빼앗아가는구나
복사꽃 만발한 수많은 고향을
이렇게 빼앗아가는구나
―슈퍼마켓 채소판매대의 값싸고 싱싱한 채소처럼
따츈(大春)2형, 거만한 매국노가 된 따츈형
요즘은, 어떻게
양민의 기준으로
세상을 평온하게 하려는가
태양이 다시 떠오르는구나
자본가들이 밀집한 고층건물 사이에서 다시 떠오르는구나
시얼, 산촌의 썩은 우물로 머리를 감아봤자
깨끗해질 수는 없는 것
태양이 다시 개발회사 하룻밤 이윤에 물들어
이 시대의 깃발을 휘날리는구나
조국의 대지에 양귀비를 만발케 하는구나
정오의 새소리
어린 새 한 마리 숲속에서 우는데
창밖이 아니라
낮잠 자는 내 베개 위에 서 있다.
바람의 깃털은 귓속에 흩날리고
햇살의 부리는 커튼 아래에서
미숙한 꿈의 그림자를 쪼고 있다.
눈을 감으니
어린 새가 내 눈 속에서 눈을 뜨고 있다
울음소리가 고요한 둥지에 퍼진다.
시간의 발톱이 살며시
내 피의 가지를 할퀴자
정오가 가벼이 떨린다
맑은 울림이 창공에 멈춰, 반짝이고,
빛은 제 노랫소리에 화답을 한다
내 형체의 물줄기가 서서히 흘러내리고 있다.
어린 새 한 마리 울음의 심연으로 사라지고
형체를 벗어난 나
거대한 명징(明澄) 속으로 종적을 감춘다.
〔이종민 옮김/한밭대 중국어과 교수〕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