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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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이오진

이오진

1986년생.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3학년.

yavoxya@naver.com

 

 

 

가족오락관

 

씨놉시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평범한 가족이 있다. 노래방 반주기를 틀어놓고 노래하며 춤을 추던 밤, 가족들은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3년 후. 충격으로 쓰러진 할머니는 더이상 거동을 못한다. 술독에 빠져 사는 할아버지는 늘 죽은 자식 이야기를 하고, 아들은 공장 노동자가 되어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동네 오빠들과 노느라 바쁜 딸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어머니는 밤늦도록 집에 돌아올 줄 모른다. 어느날 회식 자리에서 노래방에 간 아들은 도우미로 나온 어머니와 우연히 마주친다. 아들은 울며 어머니에게 부르짖는다. “우릴 이렇게 만든 새끼, 없어져야 해!” 어머니와 아들은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죽게 한 남자를 찾아내 살해한다. 할아버지와 딸도 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암묵적으로 이 살인에 동의한다. 그렇게, 가족은 공범이 된다.

원망할 대상이 사라진 가족에게는 전에 없던 평화가 찾아온다. 그러나 이 평화도 딸이 울며 집에 돌아오던 날 깨지고 만다. “엄마, 나 애 뗐어.” 주유소 사장에게 강간당해 임신했던 것이다. 어머니와 아들은 또 한번 복수를 감행한다. 공장에서 아들을 괴롭히던 C조 조장과 어머니가‘입으로 빨았’는데 2만원만 두고 나간 남자 역시 죽음을 맞는다.

마지막 살인을 한 밤, 가족은 함께 축배를 든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를 엿들은 할아버지가 첫 살인 이후에도 세 건의 살인이 더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사실을 밝히겠다며 가족을 위협한다. 할아버지는 난생 처음 권력자가 되어 가족들 위에 군림한다. 할아버지의 협박이 이어지자 어머니는 결국 자신의 시아버지를 죽인다. 아들과 딸은 그런 엄마를 이해한다. 엄마가 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죽였을 거라고 되레 엄마를 위로한다. 이제는 아무도 모른다며 안심하려는 순간, 가족들의 눈에 누워 있는 할머니가 들어온다.

어머니는 가족사진 앞에 향을 피운다. 할머니는 무대에 없다. 소주를 마시며 일상을 이야기하는 어머니와 아들과 딸. 남겨진 셋은 노래방 반주기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른다. 마이크 줄로 서로를 옥죄며 장난치는 이들. 엉망진창인 노래를 뒤로하고, 무대는 천천히 어두워진다.

 

* 지면사정으로 작품의 일부만 싣습니다. 전문은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www.daesan.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편집자.

 

등장인물

주정(44) 명진, 명주의 어머니. 종덕, 순영의 며느리.

가정주부였으나 남편이 죽은 후 가장 역할을 함.

명진(22) 주정의 아들. 컴퓨터 부품공장 직원.

명주(20) 주정의 딸. 주유소 아르바이트생.

종덕(75) 주정의 시아버지. 무직.

순영(65) 주정의 시어머니.

아들이 죽은 후 쓰러져 의사소통이 어려움.

 

현대

공간 서울의 다세대주택 3층 가정집

무대 중앙에는 종덕이 술상으로 주로 이용하는 반상이 있다. 순영이 누워 있는 이부자리, 컴퓨터와 의자, 전화. 무대 전면에는 가상의 텔레비전이 있다. 뒤쪽으로 부엌으로 향하는 입구와 방으로 들어가는 문, 집의 출입구가 있다. 무대 중앙에 커다란 가족사진이 걸려 있다.

큰 소리로 말하면 이웃집에 들릴 수 있어 인물들은 대화하다가도 수시로 주위를 살피며, 창문이 닫혀 있는지 점검한다. 중간중간 옆집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독립된 공간이지만 주위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은 공간이다.

 

 

(전략)

S#3 며칠 후 / 밤

어두운 무대. 명진이 혼자 벽에 기대 앉아 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조심스럽게 주정이 들어온다. 화장이 진하다. 어둠 속에서 명진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는 주정.

 

주정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들어가서 자지, 왜.

명진 술 마셨어요?

주정 어, 조금. 명주는 왔니?

명진 아뇨. 물 드릴까요?

주정 아니다. (방에 들어가려 한다)

명진 엄마, 잠깐만.

 

일어나려는 명진. 방으로 들어가려다 멈칫하는 주정.

 

명진 저랑 얘기 좀 해요.

주정 늦었어. 일단 자자.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 한다)

명진 할 얘기 있어요.

 

주정, 잠시 생각한다. 부엌으로 가서 물통과 컵을 가져오는 주정. 명진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는다. 컵에 물을 따르다 말고, 입 대고 마시는 주정. 둘 다 말이 없다.

 

주정 명주가 늦네.

명진 늘 이래요.

 

주정과 명진, 어색하게 앉아 있다. 사이.

 

명진 회식 갔었어요. (사이) 그 노래방에.

주정 그래…… 니네 부장님, 면도 좀 해야겠더라.

 

농담이랍시고 웃는 주정. 명진, 웃지 않는다.

 

명진 하필.

주정 ………

명진 그것도, 그 방에.

주정 (한숨) 그러게 말이다.

명진 언제부터예요?

주정 중요하니?

명진 생각 많이 해봤어요. 어디서부터일까. 왜 꼭, 이렇게까지 됐어야 할까.

주정 그렇게 될 일은, 꼭 그렇게 되더라.

명진 뭐가요?

주정 전부 다.

명진 엄만 맨날 다 초탈한 사람처럼 말하더라.

주정 나라고 그게 다 돼서 이러니.

명진 되지도 않는 거 왜 자꾸 그런 척해요.

주정 그만해라.

명진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 전부 다, 전부 다 어그러졌어요. 그 몇푼 안되는 월급, 겨우 그거 없어졌다고, 이렇게 모조리 후져질 줄 몰랐어요. (사이) 나, 아빠 보고 싶어요. 사실, 내가 그리워하는 게 아빤지, 아빠 월급인지도 모르겠어요. (눈물 닦는다) 아이씨, 장례식 때도 안 울었는데……

주정 인정하면 좀 편해져.

명진 뭐를요? 뭘 인정해요?

주정 제발.

명진 나 고작 공돌이 된 거? 기름 넣는 명주? 아님, 저 할머니? 집 경매 넘어간 거? 이거 다 인정해! 그럼, 오늘 노래방에서 김부장 그 새끼가 부른 아줌마 중에 엄마 있었던 건? 이것도 인정하면 편해질 일이에요? 아 김부장 씹새끼…… 엄마도 2차 가요?

주정 하고 싶은 말이 뭐니.

명진 엄마, 우리가 왜 이렇게 된 건지 알아요?

주정 뭐?

명진 문제의 시작은 딱 한놈 때문이에요.

주정 무슨 말이야.

명진 아빠 죽이고 우리 두번 죽인 놈.

 

사이.

 

주정 아직까지 그 생각하니?

명진 엄만 그게 잊혀져요? 과실치사? 그거면 다 덮어버릴 수 있는 건가?

주정 브레이크가 고장났었다는데 뭘 어떻게 해.

명진 브레이크가 아니라 그 인간 뇌가 고장나서 일부러 아빠한테 액셀 밟은 거면?

주정 다 쓸데없는 생각이야.

명진 잘 생각해봐요. 엄마, 내가, 오늘, 노래방에서, 엄마를 만난 거야. 누구 때문에? 바로 그 인간 때문에. 내가 아빠를 그리워하게 만든 그 월급! 그걸로 마누라랑 자식들 먹여 살리면서, 휴일이면 등산 가고 가끔 외식도 하고 주말엔 골프도 치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그 인간.

주정 어쩌자고.

명진 없어져야 해.

주정 뭐?

명진 아빤 죽었고, 우리도 이 꼴 났는데 그 사람이 잘 사는 건 법이 아니야. 그건 뭔가 인륜적으로 문제 있지 않아요, 엄마? 아니, 억울하잖아.

주정 미쳤구나.

명진 나 하루에 스티커 4800개 붙여요, 엄마. 우리 조 완품 대비 불량률 0.002%다? 내가 11년째 스티커 붙인 아줌마보다 더 빨리 붙여. 어제도, 눈깔 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그 수염 안 깎는 부장이 오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러는 거야. “명진이, 일 잘하네?” 그런데, 엄마, 웃긴 게 뭐냐면. 내가, 내가 너무 기쁜 거예요. 마음이. 얼마나 기뻤으면, 그토록 기뻐하는 나를 죽여버리고 싶더라니까? 이젠 내 기쁨이, 고작 스티커 잘 붙였다고 변태 부장이 머리 쓰다듬어주는 데서 오는 거야. 누가 날 이렇게 별거 아닌 인간으로 만들었어? 대체 누가……

 

참담한 모자. 긴 사이.

 

주정 나 얼마 전에 우연히 그 사람 봤다. 마트 갔는데, 마누라랑 장보러 나왔나 보더라. 둘이 같이 내 옆을 지나가더라. 그런데 나도 모르게 몸을 돌렸어. 나 볼까 봐. 제일 싼 우유 고르는 나 볼까 봐…… 숨어야 하는 건, 내가 아닌데. (사이) 만약에, 만약에 그 사람이 없어지게 된다면…… 너, 그 사람 없어지면……

명진 나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엄마, 나 기쁠 거예요.

주정 우리 그럼…… 좀 편해질까?

 

암전.

(중략)

 

S#9 / 밤

 

어두운 무대. 촛불 하나만 켜져 있다. 반상에는 와인 한병과 유리잔, 하얀 양초. 그 앞에 앉아 있는 주정, 명진, 명주.

 

명진 뭐예요, 이거?

주정 뭐긴 뭐야. 자축이지.

명주 이런 술 비싸지 않아?

주정 마트에서 칠천원 주고 샀다.

명주 싸네.

주정 촛농 받칠 거 없나?

명진 우린 이런 거 안 어울려요.

명주 좋구만 뭐. 엄마도 본 건 있네. (잔을 들며) 자, 짠!

주정 짠.

명진 (웃으며) 짠.

명주 (한입 먹고는) 맛있다.

명진 그러게.

주정 안 피곤해?

명주 괜찮아.

주정 우리 딸, 힘 세더라.

명진 그러니까. 덩치 있어서 무게가 꽤 나가던데. 손에 피 닦고 뒤돌아보니까, 명주가 혼자서 질질 끌고 가고 있더라고.

 

작은 소리로 킬킬 웃는 셋.

 

명주 그 아저씨 표정 봤어? (흉내 내며) 어! 어이! 누구십니까?

 

입을 틀어막고 웃는 셋.

 

주정 그래도 C조 조장 때보단 고생 덜했지.

명진 어휴, 걔는 말라 비틀어져서 툭 치면 쓰러질 거 같은 게, 목숨 질기데.

주정 뒤통수에다 대고 열번은 삽질한 거 같다.

명주 그 아저씨, 꼭 생선 같았어. 팔딱팔딱. (몸서리친다)

명진 인간 같은 인간은 아니지.

주정 명진이 너도 이제 잊어버려, 죽였잖니.

명주 그 사람, 오빠 봤어?

명진 봤지. (사이) 똑똑히 봤지. 혹시나 날 못 볼까 봐 얼굴 갔다 댔어. 눈동자가 확 커지더라.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벌리는데, 그대로. (죽었다는 시늉)

명주 뭐라고 말하려 했을까?

명진 뚱땡이.

주정 설마.

명진 웃자고 하는 소리야.

명주 근데, 우리 사장은 어떻게 죽었어?

 

사이.

 

주정 알고 있었구나.

명주 어떻게 몰라.

명진 독하다 너도. 끝까지 모른 척하다니.

명주 어떻게 죽었는데.

명진 쉽게 갔어.

주정 그 사람, 주유소 문 닫고 집에 가는 길이었어. 우린 그 시간 맞춰서 기다렸고. 뒤를 가만가만 따라가는데……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

명주 노래? 무슨 노래.

주정 많이 들어본 거였는데, 뭐였더라.

 

사이. 「남천동 부르스」가 낮게 깔린다. 셋이 잠시 생각을 하는 동안, 갑자기 조명 들어오고, 동시에 음악 꺼진다.

 

명주 으아악!

 

형광등 스위치에 손을 올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종덕.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는 가족들.

 

종덕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중략)

 

S#13 / 밤

 

조명이 들어온다. 순영은 무대에 없다. 술상 앞에 앉아 있는 명진, 명주. 명진은 한 손에 마이크를 잡고 노래방 반주기 화면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술에 취해 감정에 취해 악을 쓰며 노래하는 명진.

 

명주 아, 시끄러! (반주기를 꺼버린다)

명진 에이씨……

 

소주를 따라 마시는 명진. 주정은 무대 뒤편 가족사진 앞에 향을 피우고 있다. 목례를 하고 돌아와 자식들 옆에 앉는다.

 

주정 명진아, 쓰레기 왜 안 버렸니?

명진 (마이크에 대고) 엄마가 버리면 될걸!

주정 냄새 나. 잊지 말고 갖다 버려. 명주야, 너-

명주 부엌 청소했어. 냉장고도 다 닦았어.

주정 잘했다. 요새 부엌에 개미가 끓어서……

명주 냉장고 아래에서 죽은 개미가 오천마리는 나왔을 거야.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 아, 엄마, 나 일 시작했어.

주정 잘됐네. 어딘데?

명주 친구가 일하던 덴데…… 쪼끄만 용역회사 경리.

명진 그런 데 늙은 아저씨들이 막 추근거리고 안 그러냐?

명주 안 그래도 배 겁내 나온 아저씨 하나가 침 질질 흘리더라. 지가 어쩔 거야.

주정 경리일 하면서 야간대학에 다니는 애들 많다더라. 내 친구 딸도……

명주 엄만? 엄만 어쩌게?

주정 글쎄…… 현자가 지네 약국에서 일 좀 봐달라는데……

명주 그거 해. 그나마 일찍 끝나지 않아?

주정 봐서. (명진에게) 공장은 잘 돌아가니?

명진 조장 하나 없어졌다고 공장 안 돌아갈 게 뭐 있어요. 사장이 죽은 것도 아니고.

주정 계속 일할 거니?

명진 몰라요. 여기 지겨워.

주정 공장에선 하지 마라. 하루 죙일 햇빛 못 받고 일만 하니, 거울 봐라, 너 얼굴이 시체 같다.

명진 엄만, 그 많은 것 두고 시체가 뭐예요, 시체가!

명주 어! 개미다!

 

손으로 개미를 잡는 명주, 거실 바닥 여기저기를 때린다.

 

주정 그만 죽여.

 

멈추지 않는 명주. 쿵쿵쿵쿵 무대가 울린다.

 

명주 개미약 어딨지?

 

명주, 개미약을 찾아다가 무대 전체에 뿌린다. 뿌연 연기로 가득 차는 무대. 주정, 기침한다.

 

주정 아이고 매워라, 앞도 잘 안 보인다.

명진 우와, 진짜 무대 같지 않아요? 인기가요 그런 거 있잖아!

 

명주, 신이 나서 마구 뿌린다.

 

명주 좋아! 이 분위기를 몰아서 한곡 뽑아줘야지!

명진 마이크 내놔! 내가 노래할 거야!

 

명주, 노래방 기계로 가서 번호를 찍고는 노래를 시작한다. 명진, 기침하고 있는 주정을 일으켜 세우고 마이크를 쥐여준다. 주정과 명주, 마이크를 잡는다. 명진과 명주는 마이크를 놓고 실랑이한다. 결국 소주병을 마이크 삼아 명진, 노래를 하다가 소주를 마시다가 한다. 마이크 줄로 서로를 옥죄며 장난을 치는 명진, 명주. 목을 조르는 듯, 춤을 추는 듯, 주사를 부리는 듯하다.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노래. 천천히 암전.

 

 

 

심사평

 

올해는 경제불황의 체감과 그 여파 때문인지 해체된 가족, 노숙자의 삶, 대도시 빈자들의 뒷골목 이야기가 많았다. 예심을 거쳐 4편이 본심에 올랐는데 「굿 게임」 「식사시간」 「사과 한알」 「가족오락관」이 비교적 희곡으로서 완성도가 높았다.

이 가운데 무대에 올려져 공연될 경우를 생각해보았을 때, 관객이 즐겁고도 현실과 상상력을 겹쳐놓고 볼 수 있을 작품이 무엇일까를 다시 논의했다. 희곡이 관객에게 주어야 할 가장 큰 덕목이자 의무는‘play’(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2인극 「굿 게임」은‘88만원 세대’주인공과‘386세대’삼촌의 충돌과 갈등을 탄력적인 대사와 희극적 솜씨로 간결하게 다루는 것에 눈길이 갔다. 그러나 자칫 무대 위에서 단조로울 수 있다는 점, 후반부 해결 부분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식사시간」은 한 가족의 식사시간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다이어트 열풍을‘빅 브러더’식 통제와 감시사회 모띠프에 연결한 상상력이 돋보였다. 절제되고 간결한 대사와 현실풍자적 알레고리를 구성한 솜씨가 뛰어났으나, 연극으로 만들었을 때 관객 입장에서 해석의 층위가 작가의 의도에 고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조로울 수 있겠다 싶었다.

「사과 한알」은 빈민가 골목에서 쓸쓸히 죽어간 노파의 주검을 통해 주변의 각박한 인심과 이기심, 비윤리와 몰염치의 풍경을 속도감있게 그려낸다. 노파가 죽은 사연과 마지막까지 품었던 소박한 소망에 대한 작가의 시선도 따스하다. 그러나 장면을 선택한 구성력과 대사를 쓰는 솜씨가 탄력적인 반면 노인의 로맨스, 패륜아 자식, 형사의 탐문과정과 성격창조 등 세부적 요소들이 다소 상투적이다.

수상작 「가족오락관」은 한 소시민 가족이 자신들에게 닥친 불행과 불운에 대해‘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복수의 율법을 집행해가는 과정을 희극적 리듬으로 다룬다. 어디서 약간 본 듯도 하고, 어느 영화와 연극에서 힌트를 얻은 듯도 하다. 특정한 한 가족으로 축소된 사연과 사건이 사회적 부조리로 상승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 그러나 이 혼잡한 작품을 수상작으로 정하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구조와 주제 면에서 비어 있고 열려 있다는 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희곡이 관객에게 주어야 할 가장 큰 덕목이자 의무인‘play’적 속성을 잘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공연을 위한 제작과정에서 거친 부분은 정리되고 사회적 상징과 페이소스가 있는 연극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이윤택 장성희

 

 

 

수상소감

 

김태웅 선생님, 아빠, 엄마, 경석오빠, 고맙습니다.

더 잘 써서, 또 칭찬받고 싶습니다.

이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