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씨나리오

 

 

나혜민

나혜민 羅慧珉

1986년생.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2학년.

chesarjino@hanmail.net

 

 

 

소년 소녀 차차차

 

씨놉시스

서른을 코앞에 둔 인기 없는 에어로빅 강사 고소녀. 한땐 유능한 체조선수였지만 약물남용 사건으로 쫓겨난 뒤 지금은 빚만 잔뜩 지고 술에 의지해 살며 하루하루 근근이 벌어먹는 신세다. 직장을 찾아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소녀는 결국 소년원에까지 다다르게 된다. 원생들의 불화와 잦은 사건 사고로 추락한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희망소년원에서 전국 소년원 체육대회 입상을 노리고 도전 종목으로 에어로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제 발로 찾아왔지만 영 께름칙해하는 소녀에게 원장 석용은 대회에서 수상을 할 경우 상금을 모두 내줄 것을 약속한다. 상금에 눈이 먼 소녀는 결국 석용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에어로빅단을 모집한다. 그러자 소년원의 사고뭉치 5인방 주환, 승현, 혜성, 영서, 효준이 모이면서 엉망진창 에어로빅단이 창설된다.

하지만 가족에게 버림받고 범죄자라 손가락질 받으며 깊은 속내를 타인과 나눌 기회가 없던 아이들은 소녀와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키고 연습은 쉽게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러다 알코올릭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소녀가 아이들에게 술을 가르쳐 난장을 벌이는 바람에 몸보전마저 어려운 상황에 닥친다. 진퇴양난에 빠진 이들은 다가올 학예발표회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줄 것을 약속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연습에 매진한다.

그러나 소년원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는 아이들과 제한된 공간에서 에어로빅 연습을 하는 것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징계를 받아 화단을 청소하고, 단체로 배식을 받아 식사하고, 직업교육을 받는 틈틈이 아이들을 향한 소녀의 눈물나는 에어로빅 강습이 계속되는데……

 

*지면사정으로 작품의 일부만 싣습니다. 희곡 전문은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www.daesan.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편집자.

 

주요 등장인물

고소녀(女 29), 윤주환(男 20), 최승현(男 20), 김혜성(男 18), 박영서(男 19), 이효준(男 19), 강석용(男 52), 윤미선(女 30), 김춘식(男 42)

 

(전략)

 

12. 소년원. 체육관. 낮

줄지어 체육관 안으로 들어오는 원생들. 모두 착석하면 강단 위에 서서 마이크 드는 춘식.

 

춘식 자, 모가지 빼고 제대로 앉아 봅시다. 자자! SSKK의 정신으로!

 

춘식, 얌전한 원생들을 흐뭇하게 둘러보다 석용에게 공손히 마이크를 건넨다.

 

석용 (받아 들고) 오늘은 여러분께 발표할 매우 중요한 공지사항이 있습니다.

주환 (의아한, 목 빼고 보면)

석용 이번 전국 소년원 체전을 맞이하여 새로운 선생님이 부임해오셨습니다. (무대 위를 가리키며) 소개합니다. 고, 소, 녀 에어로빅 체조강사십니다!

 

무대 위로 신나는 음악과 함께 떨어지는 조명. 에어로빅 타이즈를 입은 소녀가 무대 가운데로 뛰어온다. 그리고 결의에 찬 얼굴로 에어로빅체조를 시작하는 소녀. 힘차게 팔을 뻗고, 점프를 하고, 다리를 들어 돌린다. 그 모습을 뜨악하게 바라보는 원생들. 소녀, 아랑곳 않고 다리를 찢어 구르려다가 순간 구토가 쏠리는지 대뜸 헛구역질한다. 못 볼 걸 봤다는 듯 인상 찌푸리며 고개 돌리는 원생들. 그러나 눈을 못 떼고 무대 위의 소녀를 바라보는 주환.

 

13. 소년원. 체육관. 낮

‘에어로빅체조 단체멤버 모집’이라는 현수막 아래 멍청하게 앉아 있는 소녀. 그 앞에서 주환이 혼자 짐볼을 가지고 놀고 있다. 소녀, 심드렁한 얼굴로 보다가

 

소녀 야!

 

듣지 못하고 계속 짐볼 가지고 노는 주환.

 

소녀 야, 이 시끼야!

주환 (돌아보면)

소녀 너, 뭐 하러 왔어?

주환 (현수막 가리키며) 멤버 모집!

소녀 (황당, 보면)

주환 (웃으며) 뭐,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소녀 퍽이나 재밌다. (일어나 나가려 하면)

주환 (잡으며) 어디 가요?

 

깜짝 놀라 주환을 밀어내는 소녀. 역시 놀란 표정이다가 이내 멋쩍게 웃고 마는 주환.

 

소녀 (민망한, 현수막 가리키며) 저, 저거 안 보여? 단체 멤버! 니가 단체냐?

 

이때 문이 열리며 석용과 춘식이 승현, 혜성, 영서, 효준을 앞세우고 득의양양하게 들어온다. 소녀의 앞에 그들을 무릎 꿇리는 춘식.

 

소녀 이, 이게 무슨……

석용 최승현, 김혜성, 박영서, 이효준! 앞으로 선생님과 함께 에어로빅에 힘쓸 아이들입니다.

영서 (일어나며) 누구 맘대로?

춘식 (무릎 차며) 앉아!

영서 (주저앉으며) 악!

효준 괘, 괘, 괜찮아?

영서 (끙끙대며) 너 같음 괜찮겠냐?

혜성 (타이즈 보고) 어머머, 어머머! 저런 촌스러운 걸 누구 보구 입으라고!

효준 저, 전 맞지도 않을 텐데……

영서 하기 싫다고요! 에어로빅 안한다고, 씨발! 뭔 놈의 소년원이 소년의 인권은 개무시해?

 

지켜보다 짜증나는 얼굴로 일어나 체육관을 빠져나가려는 승현.

 

석용 벌점!

 

일순 놀라 멈추는 아이들.

 

석용 너무 많이 쌓이지 않았니?

승현 (작게) 씨발.

 

<Cut to>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는 주환과 달리 불퉁한 표정의 다른 아이들. 한쪽에서 졸고 있는 석용과 춘식. 아이들 못지않게 심드렁한 표정의 소녀가 에어로빅을 설명중이다.

 

소녀 (쉼없이 줄줄 외는) 에어로빅체조는 일반 에어로빅댄스의 움직임을 기초로 음악에 맞춰 약 1분 45초 동안 적절한 안무를 표현하는 운동입니다. 1984년 미국에서 첫 대회가 열렸고 체력, 파워, 스태미너, 유연성, 자세, 호흡법 등의 많은 요소로 경기의 승패가 좌우되는…… 뭐, 그런 겁니다.

 

똥 씹은 표정의 아이들.

 

주환 (손들고) 질문 있습니다!

소녀 사양합니다.

주환 (풀 죽어서 손 내리는)

영서 난 좀 빼줘요. 이딴 데 취미 없거든. (슬쩍 혜성 보며) 저 새낀 또 몰라도.

혜성 내가 뭐?!

영서 솔직히 말해. 넌 저 쫄쫄이두 좋잖아. 색이 핫핑크가 아니라 아쉬운 거지.

혜성 이게 진짜?!

영서 (따라하는) 이게 진짜?!

효준 그, 그, 그만해, 영서야.

영서 그, 그만하기는 개뿔이. (승현 보며) 야, 너도 무슨 말 좀 하지? 그렇게 입 처닫고 있음 구데기 생겨.

승현 (눈 감은 채로) 시끄럽다.

영서 (또 따라하는) 시끄럽다…… 뭐냐, 이게? 게이에, 뚱보에, 새끼 조폭에 또라이 새끼까지.

혜성 승현이가 왜 새끼 조폭이야?!

영서 크! 눈물나는 사랑까지! 그림 좋~다!

혜성 (화난, 사투리 튀어나오는) 하! 오야, 이꼴저꼴 보기 싫음 뒤지야지. 쎄빠닥을 빼서 때기를 쳐줄 테이까. 이리 온나, 이 문디야!

 

영서에게 달려들어 머리를 잡고 늘어지는 혜성. 비명 지르며 막는 영서와 말리는 효준. 한숨 쉬며 고개 돌리는 승현. 아예 고개를 뒤로 홱 젖히고 조는 석용과 춘식.

 

소녀 (무미건조하게) 자, 그럼 다음 이 시간에.

 

체육관을 빠져 나가는 소녀. 그런 소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주환.

 

(중략)

 

83. 도내 체육관. 무대. 낮

무대에 떨어지는 핀조명. 입장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무대에 서자 금세 차갑게 가라앉는 관중석. 그러나 애써 다부진 표정 짓는 아이들. 음악 나오면 아이들의 결승 무대가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면 여전히 굳은 표정이지만 발로는 어느새 박자를 맞추고 장단을 타는 관객들. 음악이 멈추고 공연이 끝나자 정적이 흐른다. 이때 맨뒤에서 들리는 박수소리. 보면 혼자서 열렬히 박수치고 있는 소녀. 아이들, 그런 소녀를 본다. 뒤이어 반대편에서 들리는 또다른 박수소리. 미선이다. 감격하는 주환. 이때 또 다른쪽에서 터지는 박수소리. 목발을 짚고 석용에게 부축받아 들어오는 혜성이다. 바라보는 승현. 박수소리, 점점 커지더니 이내 체육관을 뒤덮는다. 당황하는 심사위원들. 벅찬 표정의 아이들. 소녀, 그런 아이들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체육관을 빠져나가려 한다. 주환, 그 모습을 보곤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가는데 밀어닥치는 기자들. 점점 멀어지는 소녀와 아이들. 아이들, 소녀를 향해 손을 뻗지만 역부족이다.

 

주환 선생님!

효준 서, 선생님! 어디 가요!

혜성 (목발로 사람들 밀며) 선생님!

영서 서, 선생! 선생! (사람들에게 밀리자) 익! ……좀 꺼져봐!

 

그러나 점점 멀어지는 소녀. 승현, 신경질적으로 이쪽저쪽 돌아보다가 강당의 마이크를 발견한다. 얼른 주워들고 고민하는 승현. 그러다가 마침내.

 

승현 야!

 

마이크에서 울리는 삐 소리. 귀를 막으며 물러나는 인파. 자리에 멈추는 소녀.

 

승현 (화난) 너! 어디 가요!?

소녀 (놀란, 돌아보면)

승현 니가! 니가! 뿜빠이하재 놓고 어디가요!?

 

소녀, 울다가 웃다가.

 

승현 니가! 니가 나한테 이딴 쫄쫄이두 입게 했잖아요!

소녀 (우는지 웃는지) 저게……

승현 내가 챔피언 먹는 거 지켜본댔잖아요, 선생님이……

 

아이들,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소녀를 본다. 소녀에게 저벅저벅 걸어가는 주환. 주환, 도망치려는 소녀의 뒷목을 확 끌어당기며.

 

주환 시키면 시키는 대로, 까면 까는 대로……

소녀 (보면)

주환 옆에 있어요, 그냥.

 

소녀, 그런 아이들을 한참 보다가 못 이기겠다는 얼굴로 웃는다. 아이들, 얼굴에 화색 도는데. 천천히 팔 걷어붙이는 소녀. 일순, 안면 굳어 소녀를 보는 아이들.

 

소녀 (울다가 웃다가, 살벌하게) 이 시끼들이 어따 대고 말을 막 자르고…… 모가지 빼고 묻혀봐야 정신을 차리지.

주환 (뒷걸음질 치며, 작은 소리로) 튀어.

 

도망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향해 우악스레 뛰어가는 소녀.

 

<시간 경과>

메달을 걸고 꽃다발을 품에 안은 아이들이 한데 모여 있다. 석용이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카메라 렌즈 안에 아이들을 담으려고 용쓰는 중이다.

 

석용 좀더 안으로! 안으로! 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야지!

영서 (목에 걸린 메달 보며) 에라이…… 참가상도 상이냐.

효준 (카메라 보고 웃으며) 나, 상 처음 받아본 건데…… 되게 좋다.

 

승현, 주위를 둘러보다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혜성을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혜성 어, 어? 나는……

승현 시끄럽다.

혜성 (웃고 마는)

주환 (카메라 보며, 소녀에게) 고마워요.

소녀 (픽 웃고) 자! 스마~일!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보는 아이들과 소녀.

 

84. 소년원. 체육관. 낮

불퉁한 얼굴로 앉아 있는 다섯명의 새로운 아이들. 이때 체육관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석용. 아이들의 앞에 액자 하나를 탕 내려놓는 석용. 보면 에어로빅 멤버들과 소녀의 참가상 수상사진이다.

 

석용 니들은…… 쓰레기가 아니다.

 

<Cut to>

에어로빅 체조를 하는 새로운 아이들의 모습에서.

 

85. 경기장. 실내. 에필로그

수많은 취재진과 관람객들로 만원인 경기장 안.

 

캐스터 (V.O.) 네, 여기는 제42회 전국 프로권투 신인왕전이 열리고 있는 희망대학교 체육관입니다.

 

관중석의 효준, 영서, 주환, 소녀.

 

영서 니미, 미용실 문 처닫구 왔는데 저거 지면, 진짜……

효준 나도 아, 아부지랑 대, 대퇴부 썰다가 왔어.

영서 (버럭) 야! 너는 왜 자꾸 소고기 써는 걸!…… (소리 낮춰서) 사람 써는 것처럼 말해, 무섭게!?

주환 (소녀 가까이에서 냄새 맡으며) 술 마셨죠?

소녀 (얼른 입 가리며) 아, 아니야!

주환 아니, 무슨 제자 경기 보러 오면서 술을 마셔?

소녀 매, 맨 정신으로 보기 힘드니까 그러지!

주환 핑계는.

 

입을 삐죽이며 주환을 노려보는 소녀. 이때 관중석의 어린 여자아이를 비추는 카메라.

 

캐스터 (V.O.) 네, 지금 보시는 숙녀분은 최승현 선수의 친동생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예쁘죠?

심판 선수 입장!

 

일동, 긴장한 얼굴로 링을 주시하면. 가운을 쓰고 혜성의 호위를 받으며 걸어나오는 승현 보인다. 한쪽에서 그런 그들을 비웃으며 등장하는 형수. 소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들을 보는데

 

주환 (앞만 보고) 나도 돼요.

소녀 뭐?

주환 나도 이제, 술 마셔도 된다구.

소녀 (보면)

주환 뭘 해도 괜찮은, 성인이거든.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는 소녀와 주환. 한편 링 위로 오르는 승현. 승현, 문득 돌아서서 혜성을 본다.

 

승현 이기면…… 수술비 대줄게.

혜성 (웃으며) 오야.

 

이제 올라서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승현과 형수.

 

형수 용케 나왔다? 뭐, 여기가 끝이겠지만.

승현 (한참을 보다) 너는……

형수 (보면)

승현 말이 너무 많아.

 

승현, 가운을 벗는 동시에 형수에게 강력한 펀치 날린다. 형수를 완전히 덮쳐 가리는 승현의 등판에 새로 새겨진 문신.

 

<Ins.> 어둡던 세상이 평생 어두울 것이 아니요, 무정하던 세상이 평생 무정할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 밝게 하고, 유정하게 하고, 즐겁게 하고, 가열케 하고 굳세게 할 것이로다(이광수 『무정』) . 끝.

 

 

 

씨나리오 | 심사평

 

이번에 응모된 32편의 씨나리오는 역사, 스릴러, 스포츠, 성장영화 등 장르가 매우 다채롭게 분포되어 있었다. 함량 미달의 작품도 몇편 있었지만 대체로 장편씨나리오의 작법이 안정된 편이었으나 의외로 대학생다운 발칙한 상상력이나 패기가 돋보인 작품은 많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미추녀전」은 영화화를 전제로 한다면 사실 주목받기 힘든 작품이다. 시각화하는 데 특수촬영 및 CG 등 예산이 많이 필요한 내용이지만 그에 비해 대중성과 흥행성이 담보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역사와 설화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재미있는 대사톤이 인상적이었다. 코믹한 영화 쪽에 재능을 더 갈고 닦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덧붙인다.

「소년기」는 각자 처지는 다르지만 깊은 상처를 지닌 두 소년의 성장을 다룬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상황 설정이 진부하고 두 주인공의 심리를 깊게 파고들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현실의 냉혹함이 과장 없이 서술되고 두 청춘의 우울한 초상이 시각적으로 잘 드러나는 장점이 있다.

「사냥」은 주제 처리가 돋보이는 씨나리오이다. 두 주인공의 시선이 지나치게 객관적이고 심리의 심도가 깊지 않아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 힘이 약한 점, 납치 같은 상황 설정이 스릴러영화의 전형을 답습하는 등의 약점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통일성과 완결성이 돋보이고 탄탄한 필력이 느껴진다.

「소년 소녀 차차차」는 소년원 학교에 다니는 십대들이 에어로빅을 통해 상처를 극복해가는 이야기이다. 터프하기 이를 데 없는 소년들이 할 법하지 않은 종목이라는 설정과 애초부터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 보이는 스포츠 도전기, 그 종목을 지도하는 지도자(여기서는 여자 코치)와의 멘토 관계를 통한 감동 등 뻔한 부분이 많긴 하지만 이 씨나리오의 장점은 잘 읽힌다는 것이다. 구성이나 완결성 면에서 큰 흠집을 찾기가 어려운 작품이다.

위에서 언급한 네편의 작품 중에서 나는 「소년 소녀 차차차」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세상을 향한 작가의 시선에서 따듯함이 묻어나는 점을 가장 큰 덕목으로 보았다. 또한 영화적 리얼리티가 잘 살아있고 소년들의 심리나 캐릭터가 과장되지 않게 잘 표현되었으며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절제의 미덕도 발견했다.

임순례

 

 

 

씨나리오 | 당선소감

 

상을 탔다는 사실보다 수상소감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더욱 부담스럽고 믿기지 않습니다. 사실, 할 수 있는 말도 별로 없습니다. 제가 만든 이야기는 결국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상이고 삶일 터인지라 감히 언급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허락해주신다면 더 많은 분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모자란 만큼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정성껏 가르쳐주신 이만희 선생님, 이종대 선생님, 박노현 선생님, 배세영 선생님 감사합니다. 학과장이신 장영우 선생님, 그리고 박성원 선생님과 이원 선생님, 장은희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그만 좋아하고 싶은데 자꾸만 더 좋아지는 씨뮤 멤버들에게 감사합니다. 저를 버티게 하는 힘인 영주언니와 다혜에겐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새벽 3시까지 컴퓨터와 놀고 있던 날에도 제가 좋은 글을 쓰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은 할머니, 아빠, 엄마, 언니를 사랑합니다. 저는 그 믿음 때문에 정말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정진하겠습니다.

나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