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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과 현장
테크놀로지, 정치의 공간이자 대상*
실라 재써노프 Sheila Jasanoff
미국 하바드대학 케네디스쿨 교수. 과학기술에 관한 인문학·사회과학 학제연구인 과학기술학(Science&Technology Studies) 분야를 개척하는 데 앞장섰다. 환경규제, 위험관리, 생명공학/생명윤리 등의 이슈를 통해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과학, 정치와 법의 상호관계를 연구해왔다. 주요 저서로 The Fifth Branch: Science Advisers as Policymakers (1990), Science at the Bar: Law, Science, and Technology in America (1995), Designs on Nature: Science and Democracy in Europe and the United States (2005) 등이 있다.
기술(technology)은 그리스어의 ‘technē’(기술)와 ‘logos’(~에 대한 연구)가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다. 통상적으로 정의되는 기술이라는 용어는 유용하긴 하지만 추상적인 개념화는 쉽지 않다. 대다수의 사전들이 내리는 정의에 따르면, 기술은 확립된 과학적 원리들을 사용해 실용적 문제들을 푸는 것을 말한다. 이는 우리 대다수가 얻고자 하는 어떤 것, 가령 고통과 비탄을 덜고, 일을 쉽게 하고, 부를 증가시키고, 활동을 가로막는 물질적・시간적 장애들을 극복하고, 이전까지 도달할 수 없었던 세계를 인간의 통찰과 탐구에 열어놓는 것 등을 하기 위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능력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기술은 인간이라는 종이 집단적으로 열망하는 몸과 마음을, 환경을, 그리고 오락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기술을 통해 우리의 상상력이 바람직하게 여기는 삶을 빚어낸다. 이렇게 본 기술은 도구적이고 기계적이다. 기술은 상상을 실현시키지만,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남아 있는 듯 보인다. 기술은 자아의 연장이고, 생산력이며, 궁극의 권능 부여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도구로서 다른 곳에서, 즉 기술의 영역 바깥에서 유래한 사고와 이상에 종속되어 있다. 그렇다면 기술의 영역 어디에서 정치의 공간을 찾을 수 있을까?
신화는 이에 관해 유익한 출발점을 제공한다. 꿈에 악몽이라는 이면이 있듯이, 해방적이며 권능을 부여하는 힘으로서의 기술이라는 서사에는 오류, 실패, 통제력 상실의 이야기가 대립한다. 이처럼 어두운 해석에서 기술은 힘을 부여할 뿐 아니라 제약을 가한다. 기술은 예상치 못한 해악을 야기하고, 완고한 위계를 구축하며, 삶의 가능한 형태들을 방향짓고 관리하는가 하면, 인간의 능력을 기술 자체의 비인격적이고 파괴적인 합리성과 지배의 논리에 종속시킨다. 우리에게 끊임없이 주지되고 있듯이, 관리되지 못한 기술은 무질서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서로 연결된 이러한 두려움을 둘러싸고 네가지 강력한 신화가 구체화되어왔는데, 이들은 각각 기술을 피할 수 없는 위험, 변하지 않는 설계, 비인간화하는 표준, 윤리적 제약으로 그려낸다. 이러한 네가지 렌즈를 통해, 또 이들 각각과 연결되는 사건과 성찰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실행되고 경험되는 기술의 정치(politics of technology)에 관한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다.
그리스의 전설적 장인 다이달로스(Daidalos)의 아들 이카로스(Ikaros)는 예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위험으로서의 기술을 표상하는 인물상을 체현하고 있다. 이카로스는 아버지로부터 대담함을 물려받았지만, 그의 선견지명이나 지혜를 물려받지는 못했다. 다이달로스는 깃털과 밀랍으로 정교하게 만들어낸 날개로 유배지인 크레타 섬에서 탈출한다. 그러나 이카로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가는 바람에, 밀랍이 열에 녹아 날개가 망가지면서 추락하여 죽음을 맞이한다. 이 신화의 비극적 현대판은 1986년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폭발해 탑승한 승무원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플로리다로서는 예상치 못하게 추운 1월말의 어느 아침 이루어진 발사에서, 딱딱해진 고무 O링(O-ring)이 발사시 분출하는 고온의 가스를 밀폐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었다.1 녹아버린 밀랍과 탄성이 떨어진 O링은 모두 탐험가가 도구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초인적인 비행을 감행할 때 겪을 수 있는 위험을 나타낸다.
설계로서의 기술을 보여주는 사례는, 이카로스의 아버지이자 크레타 섬의 미로를 고안해낸 장인 건축가 다이달로스에게로 다시 돌아가볼 수 있다. 크레타 섬의 미로는 길을 찾아 나오기가 너무나 어려워서 사람의 몸에 소의 머리를 한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안전하게 가둬놓을 수 있었지만, 그 괴물의 무시무시한 식욕을 충족시키려고 제물로 바쳐진 어린 희생자들이 탈출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렵게 만들었다. 미노타우르스의 지배를 종식시키고 승리자가 살아서 되돌아오게 하는 데는 한 여성의 기지와 한 남성의 담대함—아리아드네(Ariadne)의 실타래를 풀고 들어가 괴물과 맞선 테세우스(Theseus)의 용기—이 필요했다. 그러나 미셸 푸꼬2가 제러미 벤섬3을 좇아 근대성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건축 업적으로 여긴 구조물인 파놉티콘(Panopticon)에서 탈출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파놉티콘은 원형의 투명한 건물로 중앙의 감시탑에서 단 한명의 간수가 수많은 죄수들을 영원한 감시의 그물망 속에 붙잡아둘 수 있었다.
시점을 20세기로 돌려보면 올더스 헉슬리(A. Huxley)가 1932년에 발표한 소설 『멋진 신세계』는 표준화 도구로서의 기술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신화다. 여기서 우리는 안전과 질서를 향한 인류의 열망이 병적인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을 발견한다. 헉슬리가 그려낸 세계는 극심한 형태의 고통들이 모두 제거된 곳이다. 그러나 굶주림과 질병, 공포와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댓가로, 자유로운 사회들이 가치있는 삶의 초석으로 여기는 창조성, 공감, 자기실현의 힘도 상실되어버렸다. 이 통제된 사회에서 사람들 자신은 등급이 매겨져 계급으로 분류되고, 각 계급의 사람들의 능력은 그들이 수행하는 기능에 세심하게 맞춤 제작된다. 이성은 감정을 몰아내버리고, 씨스템의 논리는 사회 구성원들의 자기표현 욕구를 짓밟는다. 많은 이들은 인간이 이처럼 신과 같은 발명가에서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것을 현대기술이 야기한 최악의 의도치 않은 결과로 개탄해왔다.4
마지막으로 윤리적 위반으로서의 기술과 관련해, 거의 두 세기 동안 다른 어떤 작품보다 서구의 상상력을 사로잡아온 이야기가 메어리 셸리(M. Shelley)의 『프랑켄슈타인』이다. 1816년에 열아홉살의 소녀가 써낸, 무생명체로부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존재를 만들어낸 스위스 과학자의 이야기는 도를 넘은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우화가 되었다. 프랑켄슈타인 신화는 1997년에 스코틀랜드 로슬린 연구소의 이언 윌머트(I. Wilmut) 연구팀이 돌리의 탄생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돌리는 여섯살난 암양의 젖샘 세포에서 만들어져 ‘엄마’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양이다. 이 발표는 인간이건 동물이건 성체의 세포는 분화된 역할에 고착되어 변경될 수 없다는 생물학자들의 오랜 믿음이 틀렸음을 보여주었다. 다시 한번 실제 삶은 신화의 요소들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술이 자연의 예정된 경로를 뒤엎고,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종류의 생명체를 만들어내며, 인간에 대해서도 유사한 조작의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선출된 입법자들의 도덕적 직관이나 규칙제정 능력을 앞지르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네가지 틀의 서사들은 물론 서로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기술의 유해한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윤리적 위반에 대한 우려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신 노릇’(playing God)을 한다는 비판은 사물의 자연적 질서를 거역한다고 인식된 행동(예컨대 인간복제)뿐 아니라, 적절한 선견지명이 결여되어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사회를 그보다 더 큰 해악에 노출시키는 관리의 야심이 빚어낸 행동에도 적용된다.5 마찬가지로, 기술이 인간 존재의 물질적·심리적 변수들에 질서를 부여하고 설계할 때, 때로는 정상적인 사회적 정체성과 행동을 일탈적이고 비정상으로 간주되는 것과 구별해내는 강제적 표준화 과정을 거친다.6
네가지 서사들 각각은 활발한 기술의 정치를 위한 근거를 제공해준다. 비록 앞으로 보게 될 바와 같이 각각이 정치적 행위자, 논쟁, 담론, 행동 형태의 특정한 패턴으로 표현되는 저 나름의 독특한 개념적 논법을 발생시켰지만 말이다. 넷 모두에 공통된 또다른 특징은 각각에서의 논쟁이 기술 전문가의 양면적인 상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18세기 말부터 정치무대에서 유력한 세력으로 등장한7 전문가들은 기술이 해방시켜놓은 힘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보증할 일차적 책임을 맡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논란이 벌어지는 모든 응용 영역들 —가장 중요한 몇가지만 들자면 무기, 감시, 투표, 의료 개입, 교통, 에너지 이용, 통신 등—에서 논쟁을 일으키는 피뢰침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이처럼 정치적 긴장을 유발하는 기술들은 모두 전문가의 능력, 예측, 이해관계, 지혜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다.8 이는 또한 기술훈련을 받은 엘리뜨들이 일상적인 통치활동의 너무나 많은 부분을 도맡은 사회에서 민주적 지배가 과연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진다.9
1. 위험의 정치
2005년에 아무 때나 미국의 주요 공항에 가본 인류학적 지향의 관찰자라면 이상한 의식(儀式)을 목격했을 것이다. 표를 끊은 승객들이 다양한 색상과 모양의 가방과 짐꾸러미를 들고 줄을 서서 천천히 움직이더니 컨베이어벨트로 다가가 제복 입은 경비원들의 감시를 받으면서 몸에 지닌 물건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노트북 컴퓨터를 케이스에서 끄집어내고, 주머니에서 금속으로 된 물건은 죄다 꺼내고, 허리띠를 풀고, 코트와 스카프를 플라스틱 상자에 집어넣고, 가방과 짐꾸러미는 벨트 위에 올렸다. 그중에서 가장 괴상한 행동은 금속탐지기의 네모난 문을 어색하게 통과하기에 앞서 신발과 부츠를 벗은 것이었다. 검색대 반대편에서는 이 과정이 역순으로 진행되었다. 호주머니와 서류가방의 내용물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재킷과 코트를 다시 입고, 신발을 양말 위에 다시 신었다. 이 광경을 좀 빨리 돌리면 사람들이 일견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 보이는 동작을 계속하는 우스꽝스런 만화 같은 장면이 될 거라고 인류학자는 생각했을지 모른다. 거기 걸려 있는 위험이 그토록 심대한 것만 아니었어도 그랬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공항의 보안검색이 강화된 것은 물론 2001년 9월 11일에 뉴욕과 워싱턴에서 일어난 테러 공격에 대한 대응이다. 이 사건에서 19명의 젊은 이슬람 전사들은 세계무역쎈터 쌍둥이 빌딩과 펜타곤 건물 일부를 파괴하면서 자신들과 3천여명의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다들 신발을 벗어야 하는 것은 어찌된 노릇이며, 왜 유독 미국에서만 그러한가? 21세기 벽두에 한사람의 행동이 미국 국내 항공을 이용하는 연간 6억 8800만명의 승객들의 여행 조건을 바꿔놓았다. 9·11 공격을 주도한 알카에다 조직과 연계가 있는 영국인 리처드 리드는 2001년 12월 22일에 빠리에서 아메리칸 에어라인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그의 신발 속에는 비행기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폭약이 장착되어 있었다. 나중에 신발을 폭탄으로 바꿔놓을 퓨즈에 불을 붙이려는 그의 시도는 좌절되었으나, 이 사건은 모든 비행기 승객들이 신은 모든 신발을 의심스러운 무기로 탈바꿈시켰고, 그래서 (금속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기 전까지) 특별한 검색의 대상이 된 것이다. 승객들의 시간 손실, 불편함, 낭패감이나 과로에 시달리는 보안 검색요원들의 부담 증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민간 용도의 인공물 중 가장 흔해빠진 물건인 신발이 군사적 이해관심의 대상—잠재적 무기—으로 즉각 탈바꿈한 것은 과학기술의 전지구적 확산이 ‘위험사회’를 만들어냈다는 사회학자 울리히 벡10의 주장을 여실히 보여준다. 벡에 따르면 위험사회에서 모든 사람들은 사회계급이나 지위와 상관없이, 계산 불가능하고 대재난을 야기할 수 있으며 합리적 통제가 쉽지 않은 위협에 노출된다. 이전에 위험에 맞서는 보호수단으로 간주되었던 기술(가령 신발은 부상이나 감염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이 갑자기 예상치 못한 위험의 근원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수백만 켤레의 신발을 공항 감시씨스템의 관할로 쓸어넣은 행동은 사회심리학자들이 한동안 지적해온 위험에 관한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것이기도 하다. 즉 사람들은 공포감을 자아내는 위험—익숙하지 못하고 범위가 넓으며 통제가 불가능한(특히 신기술의 경우)—에 대해 특히 걱정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자전거 사고처럼 총합으로 따지면 생명이나 재산에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좀더 일상적인 위해를 규제하는 것보다 확률은 낮지만 파급효과는 큰 사건을 통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들인다는 것이다.11
정치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관찰은 위험의 거버넌스 혹은 관리에 대해 사뭇 다른 두가지 대응으로 나타났다. 이를 각각 기술관료적 대응과 민주적 대응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 것이다. 위험은 해악이 나타날 정해진 확률이라고 보는 관점을 실증주의적으로 신봉하는 기술관료적 접근은 이러한 확률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힘에 대한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술관료적 접근은 평민정치가 가져오는 왜곡의 영향으로부터 위험 분석의 과정을 최대한 격리시키려 한다.12 위험 평가로 불리는 확률의 계산 과정은 전문가들의 일로 간주된다. 반면 수용가능한 위험 수준을 정하고 위험 통제정책을 선택하는 문제는 이후의 단계인 위험 관리로 밀려나며, 여기서는 대중의 가치가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전략을 실행에 옮길 때의 핵심은 공식적 평가방법과 전문가들의 엄정한 검토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전제로, 위험 축소의 비용과 편익을 정량적으로 비교해 가장 합리적인(경제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규제 결과에 도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효율성에 대한 규범적 선호에는 위험 의사결정에서 전문가와 대중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추가적인 처방들이 뒤따른다. 위험의 심각성을 놓고 의견불일치가 생길 때는 일반인보다 전문가의 말이 더욱 믿을 만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것,13 하나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서 나오는 편익은 그로 인해 증가할 수 있는 다른 위험들의 비용을 상쇄해야 한다는 것,14 위험을 대중에게 적절하게 알려줘 대중의 인식이 전문가의 인식과 일치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것 등이다.
20세기의 마지막 30여년 동안 서구의 정부들은 시민들이 계몽되지 못한 견해와 근거 없는 두려움에 근거해 자국의 전문가들이 안전하거나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 기술혁신을 거부하지 않게 하려고 애써왔다. 이를 위해 정부들은 대중의 과학기술 이해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 특히 민주국가들이 이런 정책에 치중했는데, 그들에게 기술은 단순히 부를 창출하는 동력이 아니라 원자폭탄이나 아폴로 계획 같은 대규모 국민국가 형성프로젝트에서 볼 수 있듯 강력한 자기정당화의 수단이기도 했기 때문이다.15 근대 민주주의의 의심 많은 시민들에게 그런 기술적 성공은 국가가 자신들의 편에서 효과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한다. 그러나 시민들이 성공을 성공으로 받아들이려면 기술의 위험과 편익을 전문가들과 같은 방식으로 인식하게끔 가르쳐야만 한다. 대중의 과학이해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교육적 사명을 달성하려는 목표를 띠고 있었으나, 이같은 노력들은 정치적・개념적 어려움에 봉착했다.16
위험 관리에 대한 기술관료적 접근이 전문가 숙의를 위한 폐쇄된 공간을 권고한다면, 민주적 대응은 위험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대중참여의 역할 확대를 추구한다.17 반대자들은 이런 경향이 오도된 대중영합주의라고 비난하면서 그 원인을 몇가지로 지목하고 있다. 1980년대 영국에서 잘못된 농업 관행으로 인간에게 ‘광우병’이 전염된 것처럼 드물게 일어나는 서로 무관한 관리 실패의 사례들에 과잉반응을 했거나, 민주주의에서 사람들의 호불호가 전문가들이 찾아낸 사실과 상관없이 더 중요하다는 그릇된 원칙을 도출해냈거나(Sunstein 2002), 일반인의 경험을 세분화된 전문가 지식과 동등한 위치에 두는 지식사회학의 극단적인 상대주의 경향을 적용한 결과라는 것이다.18 그러나 민주적인 위험 관리로 가는 길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전문가와 일반인—현대 지식사회에서 지식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사이에 벌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계급투쟁이 아니라, 기술의 목적과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의 의미를 누가 평가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다툼이다.
수많은 연구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간의 연구들은 위험이 철저하게 구성된 현상이며, 부분적으로는 오랜 역사적・문화적 유산의 함수임을 보여주었다. 어느 사회가 특정한 해악은 감내할 만하지만 다른 해악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게 되는 것은 그러한 유산 때문이다.19 예를 들어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위험의 분배가 극도로 불공평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사회적 결속이 위협받는 것이라든지 잘못된 예측을 보상하기 위해 공적 비용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 신자유주의적인 미국에 비해 덜 관용적이다.20 1990년대 들어 유럽연합이 보건, 안전, 환경 규제의 규범적 근거로 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받아들인 것도 이런 차이점에서 비롯한 것이라 할 수 있다.21 전문가의 위험 평가 담론에 치중하는 미국의 정치인과 분석가 들은 유럽연합의 이런 입장이 비과학적이고 보호주의적인 것이며 나약함과 불안정의 신호라고 평가절하했다.22 이처럼 상이한 위험 지향성은 굳건하게 자리잡은 규제 기관과 실천에 뿌리를 두고 있어 해당 체제 내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비교 분석을 통해 근저에 깔린 일부 전제의 문화적 특수성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사물의 자연적 질서의 일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23
아울러 민주적 접근의 옹호자들은 전문가와 일반인이 위험 거버넌스를 둘러싸고 의견을 달리할 때, 반드시 동일한 탐구대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기술씨스템의 결정론적 실패의 확률을 주로 우려하는 반면, 대중들은 목적과 책임성의 문제에 더 많은 신경을 쓸지도 모른다.24 다시 말해 전문가와 대중은 (심지어는 서로 다른 전문가 공동체들도25) 위험을 다른 방식으로 틀지으며, 이에 따라 제기하는 질문이나 만족스럽게 여기는 설명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전문가 위험 분석에서 선호되는 담론인 수학적 공식화는 형이상학과 도덕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우려에 답하지 못한다. 기술은 어떠한 새로운 존재자들을 세상에 가져다놓고 있으며(가령 로봇, 항우울제, 유전자변형작물 등), 그것들은 얼마나 바람직한가?26 오작동을 일으키면 재앙에 가까운 해악을 유발할 수 있는 기술로 인해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 기술의 실패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이들에게 보상을 하기 위한 메커니즘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값비싼 댓가를 치른 ‘광우병’ 같은 실수는 이러한 맥락에서 전문성의 신뢰도뿐 아니라 정부나 기업 권력의 최고수준에서 나타나는 제도적 무책임성에 대해 대중의 정당한 우려를 강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한다. 대중은 결코 사회학자 브라이언 윈이 ‘결핍 모델’(deficit model)—일반시민을 기술적 소양이 결여되어 있고 감정 조절이 안되는 행위자로 그려내는—이라고 이름붙인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이러한 분석에서 대중은 정교하고 반성적인 제도적 분석을 해낼 능력이 있으며, 기술 설계가 민주적 거버넌스에 던지는 함의를 공인된 전문가들보다 더 잘 평가할 수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Irwin and Wynne 1996; Wynne 1995).
또한 ‘대중영합주의’라는 경멸적 꼬리표는 다양한 대중들이 위험을 평가할 때 동원하는 경험적 지식이나 일반인의 전문성을 무시한다(Collins and Evans 2002; NRC 1996). 그러한 지식은 부분적으로 사람들이 기술의 실제 사용—이상화된 상상적 사용이 아니라—에 대해 개인적으로 잘 아는 데서 나온다. 이런 종류의 지식을 배제하는 것은 의사결정의 관점에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 배제가 종종 재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27 경험적 지식은 또한 종종 조직적 틀에 묻혀 있어, 자유로운 흐름이 쉽지 않고 권한을 가진 이들이 이것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렵다.28 전문가 위험 분석은 나쁜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처럼 묻혀 있는 지식을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관찰에 비추어 보면 국민국가들은 기술의 위험을 틀지우고 공적 사실을 생산・검증하는 특유의 수단을 동원하는 유독 복잡한 조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민인식론’(civic epistemology)들(Jasanoff 2005), 다시 말해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지식을 생성해내는 패턴화된 방식은 위험성에 관한 전문가들의 심의의 폭을 넓혀야 하는 또다른 논거를 제공한다. 정체(政體)마다 문화적으로 특유한 추론, 증명, 논증의 형태를 선호하는 것을 수용하기 위해서다.29
2. 설계의 정치
미로와 파놉티콘—하나는 어둡고 내부지향적이며, 다른 하나는 투명하고 바깥을 응시하지만, 둘 다 똑같이 제한적인—은 삶의 조건을 설계하는 기술의 힘을 적절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두 상상은 모두 기술의 설계가 더 큰 규모의 거버넌스 프로젝트와 얼마나 긴밀하게 묶여 있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다이달로스는 자유로운 행위자가 아니었다. 그는 크레타의 미노스 왕을 섬기고 있었고, 나중에 왕은 그를 투옥해 다른 스승을 찾아다니지 못하게 했다. 뼛속까지 공리주의자인 벤섬은 파놉티콘을 국가가 최소한의 자원을 투자해 무질서한 감옥의 죄수들을 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규범적 원칙들을 건물이나 그외 물질적 대상의 설계에 통합하는 것은 전지구적 수준에서부터 가장 작은 지역적 수준에 이르기까지 온갖 규모의 사회조직에서 규제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임이 밝혀졌다.
“인공물은 정치의 차원을 갖는다”30라는 사실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랭든 위너는 로버트 모제스가 설계한 뉴욕의 교외 간선도로 아래를 지나는 낮은 통로의 유명한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이 통로가 버스를 이용하는 흑인 소풍객들이 백인 거주지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회적 배제가 도시 하부구조의 설계에 통합된 것이다. 페미니스트 이론가와 역사가들은 여성을 특정한 직종에서 배제하거나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 좀더 깊숙이 밀어넣기 위한 기술 설계의 젠더화된 함의를 지적해왔다.31 좀더 일반적으로는 프랑스의 기술철학자 브루노 라뚜르가 온갖 종류의 일상적인 인공물이 갖는 규제 능력에 주목했다. 가령 과속방지턱, 즉 ‘잠자는 경찰관’은 교통경찰관이라는 사람을 대신해 역할을 수행한다.32 기술은 이같은 물질성을 통해 힘을 발휘한다. 일단 자리를 잡으면 기술은 쉽게 재설계되거나 제거될 수 없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정치에 관건이 되는 질문은 누가 선택한 설계가 채택되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술을 설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낙관적인 설명에서는 기술의 사용자가 최종 발언권을 갖는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기술은 다양한 이해당사자 집단들에 의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자전거가 결국 10단 변속장치를 갖게 될지, 혹은 자동차가 잠금 방지 브레이크를 갖추게 될지를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호라는 것이다.33 행위자 연결망(actor-network) 이론의 주창자들은 이런 설명이 물질적인 것을 희생시키고 사회적인 것에 과도한 특권을 부여한다고 이의를 제기한다. 그들은 어떤 기술이 기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인간 행위자들이 극복해야 하는 저항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비인간 행위소(actant)들 역시 설계과정에 참여한다고 주장했다.34 그러나 다른 학자들은 구성주의적 분석의 두 흐름 모두가 시장자유주의의 신화를 영속시키는 반면 전지구적 제조업의 복잡한 거시정치경제는 무시한다며 이를 기각한다. 역사적으로 주권국가들과 그 공식적 하부단위들은 순응적인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특정한 기술 설계를 촉진하는 데 엄청난 자원을 투자해왔는데, 특히 군사기술 영역과 그로부터 파생된 컴퓨터 및 정보기술 분야에서,35 나중에는 생의학 분야에서도 그러했다. 전체주의의 지배하에서 과학기술과 국가의 이러한 제휴관계는 소련의 농업이나 나찌의 의학 같은 실천적・윤리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36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전문가들과 정치지도자들 간의 투명하지 못한 동맹은 담론의 ‘닫힌 세계’를 만들어냄으로써,37 사실상 눈에 보이지 않고 대중이 접근할 수 없으며 인간 복지라는 관점에서 대단히 의심스러운 기술 발전의 선택을 승인할 수 있다.
19세기에 모습을 드러낸 기업들은 설계의 정치에서 국가 못지않게 중요한 행위자들이다.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전문가집단을 확보하고 있고, 법률을 이용해 그들이 지닌 창의성의 능력을 경제적으로 유용한 ‘지적 재산’으로 탈바꿈시킨다. 20세기말이 되자 스스로 선택한 기술-규범적 설계를 전세계에 전파하는 기업들의 능력은 많은 국민국가들을 추월했다.38 선진국의 군산복합체에, 또 마이크로쏘프트나 맥도날드 같은 기업의 독점력에 크게 지배받고 있는 세상에서, 최종 사용자들은 근본적인 설계의 선택은 고사하고 비판할 여지조차 얻기 어렵다. 심지어 한때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상과 정보의 교환을 위한 구조적 얼개이자 본질적으로 ‘자유의 기술’39이라는 상찬을 받았던 인터넷조차 기업의 지배하에 통제된 커뮤니케이션과 주도면밀하게 유지되는 사상의 소유권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기술 설계의 정치는 이론적인 참여의 이상과 실천적인 저항의 가능성 사이에서 모습을 갖추어왔다. 설계 선택의 더 많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40 자본에 고용된 전문가들을 권위있는 지위에서 끌어내리는 일은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저항은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해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남아 있다. 수많은 찬사를 받은 20세기말의 한 사례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농업 생명공학 기업인 몬쌘토는 주요 작물의 종자를 일부러 불임으로 만들어 다음해에 다시 쓸 수 없게 하는 유전자변형 기법을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만약 그대로 추진되었다면 이 프로젝트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가난한 농부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몬쌘토의 종자를 파종한 농부들은 매년 그 회사에서 새로운 종자를 구입해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례에서 개발 관련 활동가조직인 국제농촌진흥협회(Rural Advancement Foundation International)—나중에 ETC 그룹으로 이름을 바꾼—는 몬쌘토의 일명 ‘터미네이터 기술’에 매우 효과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함으로써 결국 회사가 한발 물러나게 만들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새로운 기술적 수단을 써서 종자의 번식력에 대한 통제권을 농부에게서 기업의 특허 보유권자에게로 이전시키려 한 제품 개발 궤도를 포기하게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기업의 설계 선택은 초기의 대중적 검토로부터 차단되어 있다. 혁신과정에서 기밀성을 유지하고 이미 현실화된 기술의 수용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시장에 맡기는 암묵적인 사회계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차대전 이후 창설된 다국적기구들은 저항의 정치를 위한 또다른 집결지가 되어왔다. 이는 특히 개발의 목표, 방법, 과정을 둘러싼 전세계적 논쟁에 반영되어 있다.41 1999년 11월 씨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 3차 장관급 회의에서 힘을 발휘한 반세계화운동의 부상은 대중에 대한 책무와 기업의 책임이라는 문제를 국제정치 의제의 정점에 올려놓았고, 특히 기술 설계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항은 부분적으로 환경공학과 사회공학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나타났다. 가령 개발도상국들 중 많은 지역에서 전력과 관개의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건설한 대형 댐에 대한 반대가 그 예다. 근대화를 향한 열정의 물결에서 계획되고 건설된 이 댐들은 20세기 후반으로 가면서 많은 신생 독립국들에서 잘못 구상된 기술 설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설계를 담당한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환경영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저항운동이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이 거대한 재정착 프로젝트를 통해 땅과 집을 잃은 사람들의 삶에 가해진 영향도 무시했다.42 빼앗긴 사람들의 무리가 점점 목소리와 발언권을 얻게 되면서,43 세계은행처럼 냉혹한 국제기구도 자신의 개발정책을 재고하고 아래로부터의 의견 제시에 좀더 열린 모습을 보이도록 강제당하고 있다.44
21세기를 맞이하던 시점을 전후해 개발도상국의 노동력 가운데 절반을 조금 넘는 수가 여전히 농업노동자였음을 감안한다면, 농업기술의 향상이 개발 전문가들에게 주된 목표로 부각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1960년대의 녹색혁명은 과학적 기법을 응용해 수확량을 크게 늘린 곡물 품종을 만들어냄으로써 전세계적 기아를 감소시킬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수확량 증가에서 거둔 성공은 그 아래 깔린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변화시키는 데 거의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고,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치적 담론은 녹색혁명이 기술적 목표와 상반되는 규범적 목표에서 성공을 거뒀는지를 놓고 팽팽하게 의견이 나뉘어 있다. 부자와 빈자의 경계가 종종 고착되어버린 지역적 맥락에서 녹색혁명은 수많은 저항을 낳았다. 이런 저항은 정치학자 제임스 스콧45이 도발적으로 이름붙인 ‘약자의 무기’를 이용했다.
세계화라는 좀더 큰 배경에서 보면, 녹색혁명과 그 후계자인 유전자혁명—현대의 농업 생명공학이 약속한—은 빈곤을 근절하고 식량 안보를 보장하며 환경적 해악을 방지하는 데 있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런 실패를 목도한 많은 비판자들은 녹색혁명과 유전자혁명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이는 곧 주도권을 쥔 서구의 권력과 폭력이 개발도상국에 계속 강제되는 것이라고 보았다.46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유전자변형작물 시험재배지 파괴는 예전에 기계화된 직기(織機)를 때려부수던 행동의 현대적 등가물이 되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전문가 자문위원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런 시위는 무의미하고 퇴행적인 야만적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것이었다. 비판자들은 이런 시위가 나타난 이유를 과학에 대한 대중의 무지, 급진적 환경운동, 언론의 과장보도—한마디로 민주적 제도의 결함은 결코 아닌— 탓으로 돌렸다. 지배 엘리뜨의 상상력은 최근 등장하고 있는 전지구 대중(global public)을 이를테면 농업 생명공학의 사례처럼 세계 인구 대다수에게 영향을 미칠 설계 결정에 미리 참여시키는 메커니즘에까지 미치지 못했다.
3. 표준화의 정치
권력을 쥔 사람들은 특정한 설계의 특징들을 선호한다. 그중 주요한 것으로 단순화의 전략이 있다. 이런 전략을 통해 복잡하게 뒤범벅이 된 인간의 정체성과 행동들을—제임스 스콧의 표현을 빌리면—“해독해낼” 수 있고 따라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47 이런 목적을 위해 가장 흔히 쓰이는 수단은 분류와 표준화다.48 전자는 사물을 범주들로 나눠 해독 가능성과 의미를 만들어내고, 후자는 그렇게 만들어진 범주들이 유사한 존재들로 채워질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타당한 비교와 비슷한 것들의 일괄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 기술전문가들이 정의내린 표준적 범주에 의지하지 않고 근대성의 사회구조를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언가가 세상에서 생산적으로 유통되기 위해서—사람, 상품, 화폐, 써비스, 과학적 주장, 기술적 인공물 등—사람들과 제도는 교환되고 있는 것의 정확한 변수들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표준은 안전성과 신뢰를 쌓는 기초를 제공해준다. 그것이 없으면 정교하고 공간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기술씨스템을 효과적으로 작동시킬 수 없다. 그러나 분류와 표준 설정은 불가피하게 댓가를 수반한다. 무분별한 혹은 무의미한 범주를 설정하거나, 복잡성을 축소하거나, 모호성을 제거해버리거나, 때때로 사람이나 사물을 그들이 속하지 않는 범주에 강제로 집어넣는 것 등이 그런 예다(Bauman 1991).
기술과 표준의 관계는 다양하게 이해되어왔지만, 어떤 식의 이해에 따르더라도 그것이 던지는 함의는 항상 대단히 정치적이다. 기술 세계에서 인간은 인지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비인격적 기계의 연장이 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자율성, 개인의 개성,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잃어버릴 수 있다(Habermas 1984; Noble 1976; Ellul 1964). 특히 매스커뮤니케이션의 기술들은 공공 숙의의 범위를 크게 확장시켜주기도 하지만, 재생산권력을 통해 실질적으로 대중을 구성하고, 사람들이 환원적 사고방식을 공유하게끔 강제하기도 한다.49 이와 동시에 영화, 특히 텔레비전은 시각적 표현과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을 사적인 것으로 만들었고, 오래된 사회적 결속을 파괴하고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이 ‘나홀로 볼링’(bowling alone)이라고 이름붙인 현상을 촉진했다.50 그러나 이 모든 소외와 원자화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방식으로 읽고 사고하도록 배운 대중은 파괴적인 이데올로기나 근본주의로 여전히 이끌릴 수 있다. 베너딕트 앤더슨에 따르면 국가권력과 인쇄 자본주의의 결합은 파괴적인 대중 동원의 잠재력을 갖춘 ‘상상된 공동체’의 특정한 형태로서 국민됨이 부상하는 것을 부추긴다.51
사회과학이나 이와 연관된 현대의 기술들은 국가권력에 대한 대응임과 동시에 그것의 도구이기도 하다. 비용-편익 분석이나 위험평가 같은 기법들은 국가가 시민들을 대신해 내리는 결정을 정당화할 수 있게 해주지만, 역으로 시민들이 국가의 임의적인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52 시민들은 아래로부터의 행동을 통해 사회과학의 방법을 동원함으로써, 그런 행동이 없었다면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국가가 자신들의 문제를 주목하게 할 수도 있다.53 이러한 방법들이 내세우는 객관성은 권위가 심각하게 오용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지만, 비교사회학적 분석에서 볼 수 있듯 그런 객관성 그 자체는 문화적 구성물로서, 그 지적 토대에 대해 민주적 재검토와 비판이 이뤄지지 않으면 권력 행사에 겉치레에 불과한 합리성의 옷을 입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Jasanoff 2005). 대중매체와 마찬가지로 사회과학 역시 사회적 병폐를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한 표준화된 범주들로 사람들을 한데 묶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인구집단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푸꼬의 저작들이 탁월하게 보여주었듯이, 사회과학과 기술은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생체권력(biopower)의 도구로서 기능하게 되며, 이로써 생명의 조직과 통제가 정치문제의 특색을 이루기 시작한다(Foucault 1978). 정부뿐 아니라 다른 전문가 유사국가 기관들—병원, 학교, 교도소 같은—도 휘두르는 이러한 생물과학과 생물기술은 사람들의 주관적인 자기이해방식을 변형시켜 철학자 이언 해킹이 새로운 ‘사회적 부류’라고 불렀던 것을 만들어낸다.54 이러한 기관들에서 외부권력의 시선은 심리적 자기인식의 내부 시선과 수렴해, 결과적으로 규율되고 자기절제적인 사회를 창출해낸다.
그렇다면 여러 겹의 서로 중복되는 표준화가 횡행하는 시대에 정치는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개인들이 자신을 관리 가능한 인구집단의 일원으로 간주하는 정치적 힘에 맞서 스스로의 권리를 옹호하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해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간단히 말해 여기서의 갈등은 역학적(epidemiological) 시선과 임상적(clinical) 시선 사이에서 제기된다. 전자가 통계, 수적 총합, 형식모델, 일반적인 원인-결과의 패턴으로 작동한다면, 후자는 개별적인 것, 특수한 것, 반복불가능한 것, 고유한 것을 바라보는 관점을 복원하려 한다.55 그런 대결이 일어나는 장소는 종종 법정이다. 법정은 규제국가가 추동하는 객관화와 표준화에 맞서 개인적 불만을 토로할 수 있도록 문호를 일상적으로 열어둔 유일한 근대성의 기구다. 그러나 심지어 여기서도 두 입장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의 자격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일어나, 제국주의적이고 인구집단에 초점을 맞추는 역학적 시선이 과학의 담론을 성공적으로 전유하는 데 꽤 성공을 거둬왔고, 그럼으로써 소박한 임상적 시선을 희생시키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왔다(Jasanoff 1995).
4. 윤리적 제약의 정치
메어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영국의 시민단체가 새로운 농업 생명공학의 산물에 대해 ‘프랑켄슈타인 식품’(frankenfood)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면서 20세기의 마지막 몇해 동안 새로운 어원학적 수명을 연장했다. 이런 꼬리표는 사람이 소비하기에 부적합한 괴물 같은 잡종이라는 특성을 암암리에 부여했다. 이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언론의 수사와 때로 선정적인 이미지 뒤에는 새로운 기술—특히 20세기 중반에 일어난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에서의 혁명에 기반을 둔—의 존재론적 함의에 관해 커져가는 우려가 숨어 있다. 기술은 우리가 증식하거나 심지어 새로 생겨나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존재들로 지구를 채울 것인가? 자연을 거스르는 발전은 여전히 진보로 간주될 수 있는가? 1990년대 들어 거의 순식간에, 특히 복제양 돌리의 탄생 이후에 자연(natural)과 비자연(unnatural)의 구분은 상위정치(high politics)의 문제로 부각되었다. 대다수 산업국가의 정부들은 자국의 생명공학 정책의 정당성이 그러한 경계를 새롭게 획정하는 데 달려 있음을 깨달았다. 이때 적어도 이전에 물리적 안전과 위험에 관한 결정에서 기해지던 정도의 신중함이 요구되었다.
위험의 정치의 핵심에 일반 시민들을 전문가의 관점으로 전향시키려는 국가의 노력이 있었다면, 윤리적 제약의 정치는 일반인의 직관을 전문가가 판단할 문제로 바꿔놓으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러한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산업민주주의 국가들은 1980년대부터 공식적인 윤리적 조언을 정책결정자들에게 전달하는 제도와 절차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제도적 형태로서 공공 윤리위원회의 등장은 이러한 발전의 한가지 두드러진 지표를 제공했다(Jasanoff 1995). 또다른 지표는 각국 정부가 시민들로부터 윤리적 직관을 뽑아내어 이를 법률과 정책을 고안해내기 위한 원칙의 토대로 번역하는 다양한 절차적 형태들이다. 시민배심원, 합의회의, 조사위원회, 주민투표, 윤리위원회 등의 실험은 2003년 영국정부가 유전자변형(genetically modified) 작물의 상업화에 대한 대중의 태도를 알아보기 위해 전국적인 논쟁을 조직했을 때 일종의 정점에 다다랐다. ‘GM 국가?’(GM Nation?)라는 명칭이 붙은 이 행사에서는 생명윤리 문제를 놓고 그간 벌어진 것 중에서 가장 광범하게 시민을 동원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었고 공식적으로 부여받은 권한도 제각각이었지만,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다양한 대응은 한가지 목표에서 공통적이었다. 이들은 모두 윤리적 판단을 사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으로부터 제거하고 윤리 그 자체를 국가가 혁신적 기술을 진흥하려 할 때 소집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전문성으로 변환시키려 했다.
새로운 전문가 생명윤리 담론의 확산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은 일부 주제들이 윤리적 고려의 영역에서 제외된 것이다. 예컨대 미국 국내법하에서 지적재산권 관련 결정은 법률적 해석의 기술적 틀 안에서 견고하게 블랙박스로 남아 있어, 생물체나 생물유래 물질의 소유권에 관한 결정을 윤리의 언어로 다시 쓰려는 시도에 저항하고 있다. 유명한 1980년의 다이아몬드 대 차크라바티(Diamond vs. Chakrabarty) 판결에서 미국 대법원은 살아 있는 생물체에 특허를 부여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가능하며 이 결정에서 윤리적 고려는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인간 게놈에 대한 조작과 배아에서 뽑아낸 줄기세포에 대한 조작은 많은 국가들에서 엄청나게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고 치열한 윤리적 논쟁을 야기했다. 그러나 식물과 동물 게놈에 대한 조작은 시카고에 기반을 둔 예술가 에두아르도 캑(Eduardo Kac)이 해파리 유전자를 토끼 배아에 삽입해 자외선을 받으면 녹색으로 빛나는 동물을 만들었을 때 같은 드문 예외를 빼면 거의 논의를 촉발하지 않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위험에 관한 것으로 느껴지는 결정과 윤리적 요소를 포함한 것으로 간주되는 결정을 구분하는 경계선이 소리소문없이 그어졌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임명한 국가생명윤리위원회는 인간복제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서는 윤리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아이를 만들기 위한” 복제는 “태아와 자라나는 아이를 용납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시키는 섣부른 실험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데는 성공했다.56
5. 결론
20세기 후반 이후 민주정치의 지형도를 개관하는 사람은 요정 지니가 이미 호리병에서 달아났다는 결론을 내릴 것임이 분명하다. 한때 삶의 확고한 개선에 전념하는 공평무사한 엔지니어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기술이, 이제는 인간 사회들에서 선(善)에 대한 경쟁하는 시각과 그것을 정의내릴 수 있는 권위를 놓고 격렬한 정치적 싸움이 벌어지는 열띤 논쟁의 공간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계몽시대의 유산인 기술과 진보를 거의 자동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어려워졌다. 누가 기술을 통치하는가와 누구의 이득을 위해 그렇게 하는가 모두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어느 방향을 보더라도 기술의 첨단은 동시에 정치의 첨단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영역들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복잡한 공동생산(co-production)의 역동성 속에서 사회의 인지적・도구적・규범적 역량을 동시에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57
정치의 공간이자 대상으로서의 기술은 서로 연결돼 있지만 구분되는 네 측면—위험, 설계, 표준, 윤리적 제약—으로 분명하게 나타난다. 앞서 살펴보았다시피, 정치는 각각의 전선에서 서로 경쟁하는 제안들 사이의 대립으로 전개되어왔다. 위험의 경우 논쟁은 전문가의 평가나 안전성 보증에 대한 기술관료적 믿음이 기관의 책임성이나 기술의 부담과 이득의 공평한 분배에 대한 민주적 우려보다 어느정도까지 우선해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기술 설계에 관한 논쟁은 대중참여의 적절한 시점을 놓고 구체화되었다. 제조 과정의 아주 초기부터 의미있는 참여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제품이나 씨스템이 이미 시장이나 전쟁터에 나온 후에 저항을 통해 의사를 표현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기술의 표준화 논리에 대한 반대는 개인 사이의 다양성 및 사례 중심의 설명을 선호하는 임상학자들의 감수성과 통계학자의 역학(疫學)적 시선을 대립시킨다. 그리고 생물학 혁명 이후 새로운 윤리적 제약에 대한 탐색은 생명의 문제가 점차 정치의 문제로도 구실하는 시기에 자연과 비자연 사이의 경계를 긋는 올바른 방법에 관한 논쟁을 활성화했다.
정치적 다툼이 일어나는 네 장소 모두를 엮어주는 것은 기술전문가라는 인물이다. 기술전문가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근대성의 명령주체다. 전례없이 팽창하는 거버넌스 영역에서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입법가나 기업체 임원보다 전문가의 역할이 더 크다. 결국 민주주의의 의미 그 자체는, 기술의 봉사를 받는 대중들의 힘과 비교해볼 때 전문가의 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협상하는 것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누구에 대해, 어떤 권위에 의거해서 책임을 지며, 추측과 확실성 사이의 회색지대에 떨어진 문제에 비전문가의 가치를 주입할 수 있는 대비책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기술의 정치는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면서 암암리에 오늘날의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고전 정치이론에서 너무 오랫동안 다루지 않고 내버려둔—에 응해왔다.
지금껏 근대국가의 정당성을 떠받치고 있는 문서들이 씌어진 것은 200년 전의 일이다. 이러한 국가의 헌법은 정부의 여러 부문에 책임을 할당했고 보호받아야 할 개별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명시했다. 헌법은 속박받지 않는 권력을 억제했고 자아가 창조적으로 형성될 여지를 열어놓았다. 그러나 오늘날 문명화된 삶의 형태—특히 전지구적 규모에서—에 힘을 불어넣고 제약하는 헌법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이처럼 문서화된 텍스트가 아니라 복잡한 기술씨스템의 구조다. 그 결과 나타난 인공물, 자연, 사회의 질서를 탐구함으로써, 우리는 기술을 꿈꾸는 인간의 능력을 기술이 억압하는 대신 강화하도록 만들 방법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기술의 정치는 오늘날 야심찬 창의적 자아를 위험하게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 시민들이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놀이이자 책략이기도 하다.
번역 | 김명진・가톨릭대 강사, 과학기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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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aughan, D. (1996) The Challenger Launch Decision: Risky Technology, Culture, and Deviance at NASA. Univ. of Chicago Press.↩
- Foucault, M. (1995) Discipline and Punish: The Birth of the Prison. New York: Vintage.↩
- Bentham, J. (1995〔1787〕) The Panopticon Writings. London: Verso.↩
- Bauman, Z. (1991) Modernity and Ambivalence. Cornell Univ. Press; Habermas, J. (1984) The Theory of Communicative Action. Vol. 1: Reason and the Rationalization of Society. Boston: Beacon Press; Ellul, J. (1964) The Technological Society. New York: Vintage.↩
- 가령 카슨은 잔류 유기농약이 미치는 재난에 가까운 환경적 영향을 지적했다. Carson, R. (1962) Silent Spring. Boston: Houghton Miff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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