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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이명박 이후’를 내다보며

 

중산층의 욕망과 커지는 불안들

 

 

김현미 金賢美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저서로 『글로벌 시대의 문화번역: 젠더, 인종, 계층의 경계를 넘어』 『친밀한 적: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일상이 되었나』(공저) 등이 있음.

hmkim2@yonsei.ac.kr

 

 

1. 빚더미 중산층과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

 

한국 중산층1)의 ‘위기’ 담론은 1997IMF 구제금융사태 이후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한국 중산층의 정치적 출현을 축하하던 1987년 민주화투쟁 이후 10년 만에 중산층은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IMF사태 직후 중산층의 위기에 대해서는 고용불안정, 실업, 도산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즉 중산층의 주요한 생계부양자인 화이트칼라 남성가장의 실업이나 비정규직화, 자영업자의 사업 실패 등이 급격한 경제적 하락과 가족해체의 원인이었다. 최근 들어 중산층의 위기 원인은 급증하는 ‘빚’이다. 국내 가계부채는 20113월 기준으로 GDP 대비 85.9%인 8014천억원으로, 개인 가처분소득의 1.5배를 넘는 수준이다.2) 실질소득은 증가하지 않음에도 소비가 증폭하기 때문에 빚을 얻어 소비를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한국전쟁 이후 절대빈곤의 상황에서 빠른 경제발전으로 1980년대에 현대적인 의미의 중산층이 등장했고, 현재는 이들의 세대적 계급재생산이 광범하게 이뤄지는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당연히 계급재생산의 방식이 집단적일 뿐 아니라 동질적인 동시에 확장적이며 경쟁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경쟁의 바탕에는 ‘나만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집단으로부터의 이탈과 추락에 대한 공포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전에는 일자리나 소득수준을 놓고 벌이던 중산층간의 경쟁이 사회적 재생산 영역으로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중산층으로서의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고 그 이상의 지위를 자녀세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사회적 재생산의 영역, 즉 의식주, 육아, 교육, 건강 및 외모, 휴식 및 오락, 지식과 세계관의 전수 등에서의 지위경쟁에 참여해야 한다. 문제는 이 영역이 급격히 시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빚더미 중산층은 사회적 재생산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빈곤계층의 삶의 불안정성과 위기도 문제지만, 중산층의 위기를 심각하게 토론해야 하는 것은 중간 정도의 자산가 계층도 이제 스스로의 재생산을 이루어내지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고학력자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결정을 통해 구축되었다고 자부해온 중산층 가족의 ‘기획적인 생애전략’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 이 때문에 불안감은 가속되고 위기는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중산층은 형편이 어려울 때 가용할 신용자원을 가졌다고 믿기 때문에 실질적인 위기 대처나 사회변혁의 필요성에 가장 둔감한 계층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자산인 집을 소유하고, 규칙적으로 임금을 받고, 증가 가능성이 높은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는 중산층은 모든 일상영역의 상품화과정에 적극적인 소비자로 참여하는 데 익숙하다. 이들은 상품소비자로서의 선택을 사회적 선택과 동일시하고 구조적으로 생겨나는 삶의 위협을 애써 외면한다. 때문에 중산층의 위기는 정치적 무감성의 결과기도 하다.

이 글은 중산층의 욕망과 불안을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와 연결해 사유하고자 한다. 한국의 경제발전과 문화발전의 원동력이던 중산층이 경험하고 있는 계급재생산의 불확실성, 문화적 혼종성의 불안, 젠더갈등의 증폭을 중심으로 중산층 가족의 위기를 탐색하고자 한다. 가족 구성원간의 팀워크를 중시하며 계급상승을 모색했던 중산층 부모와 자녀가 왜 동상이몽할 수밖에 없는지, 신자유주의 경영기법을 내재화한 부모가 어떻게 ‘돈’으로 자녀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면서 계급재생산에 대한 불안한 욕망을 불온한 방식으로 실현하려 하는지,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요리, 세탁 등의 자활노동 능력이 부재한 남성과 자녀의 무기력이 어떻게 중산층 여성의 노동강도를 심화시키면서 젠더갈등을 촉발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공통의 해법에 대한 상상력은 어떻게 구성될 수 있을까?

 

 

2. 자본주의의 ‘재생산적’ 전환과 일상의 상품화

 

사회적 재생산은 출산과 보육, 성장 및 교육의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특히 미래의 노동인구를 만들어내고 이들의 노동력이 일상적인 차원에서나 세대적 연속의 측면에서 유지되는 데 필요한 의식주, 안전, 건강, 돌봄의 제공뿐 아니라, 그 사회가 유지되는 데 필요한 지식, 가치체계와 문화적 관습을 전수하고 집합적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제반 과정을 포함한다.3) 구성원의 생물학적 재생산뿐 아니라 사회적 행위의 재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4)

문제는 자본주의 축적 위기 이후 더이상 생산영역에서 초과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1980년대 이후 ‘재생산’영역이 급격히 상품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의 ‘재생산적 전환’이라 불리는 이 흐름은 자본주의체제의 전환, 즉 상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영역에서 일상생활의 재생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재생산영역으로 자본이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의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적 존재성’를 상품화하는 산업은 인공출산 및 대리모 중계업, 산후조리원과 노인요양 및 돌봄 시설, 장례 및 상조 써비스업까지 ‘생명자본’사업을 통해 번창한다. 또한 국가, 사회, 가족의 가치관과 지식을 전수하는 교육사업은 실로 놀라울 만큼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 경험과 체험을 통한 취향의 개발 역시 중산층이 추구하는 문화적 재생산의 영역이다. 여행, 문화공연, 음식 등 감정과 삶의 변화를 갈구하는 소비도 중산층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한 필수적인 체험이 되고 있다. 집은 더이상 주거와 체험, 기억의 공간이 아니라 투기와 과시의 공간이 되고 있다. 외모, 스타일, 건강의 영역도 투자 대비 효과라는 경제적 효율성의 개념이 지배한 지 오래다. 재생산영역의 상업화는 인간의 물적・감정적・인지적 존재성 자체를 아웃쏘싱하여 개선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냈다. 사회적 재생산의 모든 영역이 급격히 상품화되면서 전자제품보다 더 빨리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고 이때마다 가격이 급상승한다. 소비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어졌다.

무엇보다 지난 15년간의 부동산 투기로 쌓은 자산의 증가분을 소득으로 인식한 중산층의 소비규모가 날로 확장되고 있다. 문제는 국가, 시장, 가족, 제3터 등이 균형있게 맡아야 할 사회적 재생산영역이 급격히 상품화되면서 시장이 사회적 재생산을 전담하다시피 하게 된 상황이다.5) 사회적 재생산이 사회 유지를 위해 가장 필수적인 영역임에도 국가나 시민사회가 수행하던 ‘관리’ 및 ‘조정’ 기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이후 기업체, 금융시장 행위자, 정부가 자본축적이라는 하나의 이해관계로 묶이면서 ‘사회적인 것’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시장이 주도하게 된다.

사람들은 국가가 더이상 힘을 쓰지 않는 생활세계의 문제들, 즉 보육, 교육, 건강, 안전, 환경 등에서 삶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 개인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적자생존과 승자독식의 구조에서 점점 더 불투명해지는 자녀의 계층상승을 위해 자녀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

한국사회의 경우 보편적 복지 개념이 채 자리잡기도 전에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가 확장되면서 복지는 시민사회와 기업 및 국가 사이에서 첨예한 정치적 아젠다로 떠올랐다. 복지라는 개념이 정당한 재분배의 메커니즘이라고 여기기보다는 선별적 취약계층을 위한 써비스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복지 확대가 의존적인 문화를 강화한다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를 정책이나 의제로 설정해가는 노력에 힘을 보태기보다는 개별화된 가족전략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고강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국의 노동자는 가족의 사회적 재생산을 위한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고, 이를 메우기 위해 시장에서 물질적/비물질적 재화를 구매한다. 가계대출금 상환과 높은 사교육비 때문에 재정난에 빠진 중산층은 다시 주식, 펀드, 부동산 등 불예측성이 높은 재테크에 몰두하거나 맞벌이, 겹벌이(two job) 등을 통해 소득을 증가시키고자 한다. 안정성이 가장 절실히 요청되는 가족의 사회적 재생산분야는 가장 투기적이고 불예측적인 시장상황에 의해 그 질이 좌우되는 불안정한 영역으로 전락했다.

 

 

3. 계급재생산의 모호함과 이질성의 불안들

 

경제력의 대물림은 증여나 상속을 통한 부의 이전을 통해서 이뤄지지만, 가장 대표적인 경로는 자녀교육에 대한 투자를 통해 장래의 근로소득 기반을 다져주는 것이다.6) 학업과 직업의 연계성이 높았던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성장한 한국의 중산층은 이러한 대물림 전략에 가장 적극적인 옹호자며 참여자다. 그러나 고등교육이 대중화되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련없이 교육열이 높은 상황에서 교육은 가장 경쟁적이며 동시에 불확실한 투자의 장이 되고 있다. 2007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국민소비행태 및 의식구조 조사는 사교육에 대한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대학생 사교육비가 중고교생 사교육비보다 가계에 더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사교육을 받는 대학생이 있는 가정은 1인당 월평균 3683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했고, 이 액수는 중고교생 341000원, 초등학생 297500원, 유치원생 258700원보다 높았다.7) 대학입시 준비에 집중되던 사교육이 이제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의 자격증 취득, 영어성적 향상을 위한 사교육으로 확장되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불안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불안의 정서는 이들이 한국사회 최초로 대규모 고등교육을 받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란 점과도 연관이 있다. 이들은 중산층의 세대적 재생산이라는 역사적 임무를 달성해야 하지만, 이전 세대에 비해 그런 물적 조건을 갖추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역으로 부모의 자산에 기대어 독립을 장기적으로 유보하는 대규모 유한계급(leisure class)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학력 중산층 부모는 ‘대학교육’이 안정적이고 잘나가는 일자리를 보장해줄 수 있음을 경험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자녀의 대입, 특히 명문대학의 입성에 온힘을 기울인다. 아직도 연고주의와 성차별주의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그래도 교육은 능력주의 원칙에 입각한 평등한 영역이라는 생각 때문이고, 능력은 돈을 투자해서 배양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과 일자리가 쉽게 연계되던 1980년대와 2010년대의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 그 불행이 있다. 2007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행한 국민인식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취업시 선호하는 직업을 묻는 질문에 공무원, 교사 등 정부 공공분야를 꼽은 비율이 41.2%였고,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이 34.3%, 모름이나 무응답은 0.3%였다. 이는 한국의 부모들이 자식이 어떤 직종을 가져야 하는지 여전히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8) 반면 대졸 취업시장의 현실은 매우 암울하다. 매년 54만명의 대학생이 졸업하고, 이들은 2만개의 전문직과 정규직, 즉 의료전문직 분야, 공사, 대기업 등 전통적인 좋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안정된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재수, 삼수를 하는 대졸자의 숫자를 더하면 그 경쟁률은 어마어마해진다. 전통적인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탐색기간이 장기화될수록 이 기간의 사회적 재생산 비용은 대부분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다수의 젊은이는 대학을 졸업해도 변변한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루저’로 낙인찍히게 된다. 낙인은 종종 자신의 부모로부터 처음 만들어진다. 고학력 중산층 부모는 자식이 원하는 것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자신의 기대나 이상과 맞지 않으면 철저하게 응징하거나 무시하기 일쑤다.

좋은 일자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후진적인 상상력도 문제다. 일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삭제된 채 돈과 체면만을 중요한 요소로 삼는다.9) 구조적으로 소위 ‘번듯한’ 일자리 수가 제한되어 있고, 일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인 만족감은 무시되는 상황에서 대졸자의 95%를 ‘루저’로 낙인찍는 것은 온당한가?

사교육 비용이 부담스러움에도 한국의 부모가 사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자식의 진정한 독립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자식이 학벌사회에서 유일하게 독립할 수 있는 길은 대체로 입시를 통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 안정되고 경제력있는 일자리를 얻는 것이다. 문제는 자식이 독립함으로써 부모로서 할 일을 완수하게 되는 시기가 지속적으로 유보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혼이나 취업을 통해 독립해야 할 자식이 장기적으로 독립을 유보하게 될 경우, 자산 분배와 관리에 큰 갈등이 찾아온다. 한국 중산층의 자산은 주택 같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자산은 턱없이 줄어들고 이전의 생활수준에서 쉽게 이탈한다. 은퇴 후 중산층 노년은 자신의 퇴직금, 사업자금, 연금, 부동산 등을 관리하면서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고 싶어하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집에서 배회하고 체류하는 자식과 이 돈을 함께 쓰며 살아가야 한다. 은퇴 후 노후에 대한 불안은 자식의 독립 유보기간이 길어질수록 증폭된다.

그렇다면 중산층 자녀는 왜 독립하지 않는가? 그들 입장에서는 그래도 부모의 관리를 받을 때 가장 ‘성공’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고실업사회에서 부모의 지원 없이 생존전략을 꾸린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대졸자 중 비경제활동인구가 300만명에 육박한다거나 직장인의 50% 이상이 부모에게 생계비용을 전가하는 소위 ‘캥거루족’이라는 언론 보도는 세대적 계급재생산의 불가능성을 잘 보여준다.10) 절대빈곤하에서 자수성가하여 중산층에 진입한 부모와, 그들의 전폭적인 기획이나 투자를 통해서도 독립조차 할 수 없는 자식 사이에서 갈등과 긴장은 첨예화된다.

계급재생산의 불확실성만큼 중산층 가족의 위기로 다가온 것은 가족내 문화적 혼종성의 불안이다. 중산층 가족 중 구성원이 2개국 이상의 국가에 살고 있는 글로벌 가구와 분산가족이 급증하고 있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가구주의 경우 배우자나 미혼자녀가 국외에 있는 비율이 25.6%, 배우자와 떨어져 사는 경우는 6.6%였다.11) 조기유학은 고비용인 데다 가족 구성원의 분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한국의 중산층은 ‘월드클래스’를 향한 욕망의 기호로 등장한 조기유학에 가장 적극적이다.12)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 등장한 ‘지식기반경제’ 담론은 창의력과 감수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강조했고, 획일성과 권위주의의 상징이던 한국 교육에 탈규제를 강조하는 시장원리가 적극적으로 도입되면서 조기유학은 새로운 교육상품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의 조기유학은 20023464명에서 200613814명으로 무려 4배 가까이 증가하여, 조기유학의 저연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13)

1990년대까지 나름 희소가치를 가졌던 조기유학은 2000년 이후 대중화되면서 부모의 경제력 차이에 따라 미국이나 캐나다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 목적국이 다양해지고 있다.14) 조기유학은 팀으로서의 ‘가족 스피리트’에 기반한 계급재생산 전략이지만,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가족가치의 변화가 일어난다.15) 분거가족의 구성원은 가족 해체, 이산, 분거에 대해 좀더 유연한 태도를 취하면서 그들 사이의 동상이몽도 늘어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자녀의 조기유학을 결정하거나 권고하는 사람이 아버지라는 점이다.16) 이들은 특히 영어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나 본인의 교육욕구 좌절에 대한 보상심리와 반작용으로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자녀를 키우겠다는 ‘꿈’에 도전한다. 그런데 자기 자식이 미국식 교육을 받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면서도 한국적 정체성을 유지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자녀의 문화적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미국뿐 아니라 다국가・다문화적으로 교육된 자녀와 그들을 데리고 유학길에 오른 부인은 가족내 문화적 혼종성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다. 중산층이 초국가적 교육을 통한 계급재생산에 가장 적극적이지만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가족 구성원간의 문화적 이질성이나 혼종성은 용납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17) 조기유학한 아이들은 두 나라를 오가며 두 문화를 동시에 향유하고 다중적인 소속감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귀환한 한국의 자녀들은 해외에서의 삶과 교육에 깃든 가치나 규범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리라고 기대된다. 이들은 유학중에도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하지만 한국말과 한국문화 및 한국적 취향, 고분고분한 태도를 요구받으며,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재한국화되리라 기대된다. 특히 여성은 ‘오염되지 않은 성적 순수함’의 상태, 즉 순진한 딸로서 남아주기를 요구받는다.

또한 몇몇의 ‘성공 모델’을 제외하고는 조기유학 후 글로벌 월드클래스로 진입하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의 중심에 설 줄 알았던 자식이지만, 이들도 서구 주류사회의 장벽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중산층이 계급재생산을 위해 가장 절실하게 욕망하는 것은 글로벌 교육에서의 성공이다. 그러나 문화적 동질성의 유지와 재현의 중요한 장소인 가족마저 초국가적이며 문화적으로 혼종적인 공간으로 변해가는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다.

 

 

4. ‘소진된 여성들’과 젠더 갈등의 심화

 

한국 중산층이 겪는 핵심적인 갈등 중 하나는 ‘젠더 갈등’이다. 젠더 갈등은 아이를 낳고 기르고 교육하고 사회화하는 일차적인 책임을 여성에게 지워왔던 전통적인 젠더 관념이 현대사회의 복잡한 요구에는 맞지 않음에도 이 관념이 이데올로기적으로 강하게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심화된다. IMF 경제위기 이후 생계부양자인 중산층 남성의 물적 기반이 약화되면서 중산층 핵가족의 위기가 왔고, 이혼율 또한 증가했다. 그러나 가족내 성역할 분업체제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가사노동 및 돌봄노동에 대한 여성의 과중한 책임도 지속되었다. 공사(公私)영역 모두에서 여성의 경제적 역할과 기여가 강조되면서도 가족내 성평등이나 민주적 가사분담은 지체된 상황에서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결혼시기를 늦추거나 출산을 조절함으로써 일과 가족의 양립에 애쓰거나 커리어와 경제적 독립을 위해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사회에 찾아온 저출산이라는 ‘인구학적 위기’는 주로 고학력 미혼여성이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하더라도 출산아수를 최소화한 데서 비롯된다. 고학력 여성이 결혼보다는 경력을 중심으로 인생구도를 바꾸게 된 데는 IMF 구조조정시 기업들의 해고 1순위가 기혼여성과 임신여성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주었다.18) 2009년 한 조사에 의하면 워킹맘이 자녀를 더 낳지 않는 이유에 대해 ‘양육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는 답이 48%였고, ‘자녀를 기르기에 충분한 보육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이 43%였다.19)

‘인간 재생산의 위기’로 불리는 저출산 현상은 결혼의 자연스러운 내면화를 통해 인구를 조절해왔던 한국사회에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곧 국가의 위기로 받아들여졌다. 때문에 최근 일 중심의 패러다임으로부터 ‘돌봄’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한국사회를 재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가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보육수당을 중산층 가족에게도 제공하겠다지만, 가족내 돌봄노동의 민주적 재편성이나 보육 및 교육의 사회화에 대한 장기적 전망은 불투명하다. 여전히 여성이 주로 담당하는 재생산 및 돌봄 노동은 “그냥 주어진 공짜상품이나 자원으로, 여성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자연적 힘’으로 여겨지고” 있다.20)

중산층 가족내의 성평등 혁명이 채 완수되기도 전에 밀어닥친 신자유주의 경제개혁은 여성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방식으로 전면화되었다. 가족복지가 취약한 데다 국가가 사회적 재생산에서 제 몫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이 육아, 가사, 노인 돌보기 등 돌봄노동에 참여해야 하는 부담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가족구성원의 실직, 물가 상승, 교육비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가계소득을 만회하려는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많아지고 있지만 가족내 돌봄노동에서 맡는 역할 또한 고스란히 그들의 차지다.

많은 중산층 가족이 맞벌이 부부로 변화하고 있지만 여성의 자리는 그대로다. 이 때문에 탈진한 여성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의 40대 여성 중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례가 많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녀의 학벌을 통한 계급재생산의 욕망을 버리지 못한 중산층 가족에서 여성은 육체적 탈진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간식시간과 학원수강을 체크하며 무서운 훈육을 집행하는 ‘매니저 맘’이 되어야 한다. 자녀교육 지원과 관리를 통해 경쟁력있는 인적자원으로서 아이의 가치를 높이는 데 적극 나서는 중산층 ‘매니저 맘’은 자녀를 신자유주의적 주체로 만들어내는 가족사업에서 주역이 되어가고 있다.21) 아이의 시간을 입시를 위한 스펙 관리와 시험에 최적화하려는 매니저 맘은 자녀를 모든 생활 및 가사 노동에서 면제시킨다. 중산층 자녀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자활노동이나 자율노동의 중요성을 배우지 못한 채 집-학교-학원으로 이동하며 성적 관리를 위한 도구가 되어간다. 이들은 먹을 음식을 스스로 만들고, 위생적인 환경을 위해 청소하고 옷을 세탁하는 일조차 배우지 못한 채, 타인과 민주적으로 교류하고 협동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 채 ‘성인’이 된다. 오늘날 현대 중산층 가족은 공적 영역에서 고강도 노동을 하는 남녀 생계부양자와 탈진한 매니저 맘, 그들의 지친 자녀가 기거하는 공간이다. 여기서 여성은 지체된 가족내 민주화의 생산자이자 희생자다.

이렇듯 사회적 재생산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획조정자 역을 맡은 여성의 피로감도 점차 증폭되고 있다. 또한 빚을 막기 위한 재테크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해주리라는 기대까지 받는다. 중산층 여성은 자녀의 교육성취에 대한 부담이 자신에게 전가되는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지만, ‘불안’해서 사교육에 뛰어든다고 한다.22) 적어도 자녀에게 무관심하다는 비난을 면하고, 사교육의 써비스를 통해 무엇이라도 하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위해서다. 자녀가 좋은 학벌과 전문직 일자리로 진입하지 못할 경우 쏟아지는 주변의 비난과 무시에 민감해진 중산층 여성의 우울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의 교육체제에 대해, 자신이 주역이 된 가족사업의 기획에 대해, 지치고 화가 난 중산층 여성은 한국사회의 재생산 위기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5. 사회적 연대를 위한 상상력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다. 무엇보다 사회적 재생산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담당해야할지가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정치적 투쟁은 필연적이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지만 학교에서 아이들 밥 한끼 주는 무상급식도 ‘정치적 사안’이 되는 나라에서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을 찾기란 어렵다. 국가가 세금을 통해 재분배기능을 효율적으로 행사하리라는 신뢰 또한 사라지고 있다. 현정부의 법인세 감면을 통한 기업활동의 촉진, 부자 감세를 통한 부익부 현상은 국가의 조정 및 관리 기능이 얼마나 자산가와 기업에 편애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사회는 국가가 제공하는 경제적・물리적・정서적 안전망 없이 개인이 오로지 자신의 자원을 동원하고 배열하여 생존과 사회화과정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의 중산층은 강한 의지, 근면함과 교육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이런 전략으로 자신이 중산층이 되었다고 믿는 세대다. 그러나 그들이 자녀의 계층상승을 위해 택한 생애전략은 소비지향적이며 과도하게 도구적이다. 공공적 자원이 투여되어야 할 사회적 재생산영역이 시장에 지배될 때 중산층은 당연히 ‘빚더미’에 오르게 된다.

빚더미 중산층의 급증으로 총체적 사회불안이 가중되는 지금, 어떠한 정치적 상상력으로 연대성을 구축할지 고민해야 한다. 국가, 시장, 가족, 제3터 등에 의해 균형있게 수행되어야 할 사회적 재생산의 문제는 ‘이명박 이후’를 구상하는 2013년체제의 여러 과제 중에서 핵심이슈가 되어야 한다.23)

앙드레 고르(André Gorz)는 중산층이 빚더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성장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고르는 중간계급 가정의 부채가 경제성장의 중요 동력이 되어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불능력을 갖춘 수요의 감소나 경제 후퇴를 막으려고 은행은 빚을 내주며 중산층의 소비를 부추겼고 펑펑 쓰는 소비모델을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잡게 했다. 소비문화는 개인화, 특이화, 경쟁관계, 질투 등 반사회적 사회화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좀더 많은 자율성과 실존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24) 그는 자본주의적 성장이 강조하는 외면화된 부가 아니라 사회의 ‘내재적 부’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내재적 부란 생활환경의 질, 교육의 질, 연대관계, 상부상조 조직, 공통의 상식과 실제적 지식의 확산, 일상의 상호작용 속에서 반영되고 펼쳐지는 문화 등을 의미하며, 상품형식을 띨 수 없지만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25) 앙드레 고르의 논의는 4대강사업 같은 난개발을 통한 외연적 성장이나 대자본과 금융자본을 주축으로 한 규모의 확장을 국가발전이나 국력과 동일시하는 현정부의 정책에 강한 의문을 갖게 한다.

내재적 부는 삶의 질의 문제이며 사회적 재생산의 방식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결국 한국의 중산층은 허구적인 성공신화에 경도되어 이 신화의 실패 가능성을 애써 외면해왔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비물질적이며 공동체적인 가치를 상실해왔다. 고비용 저효율의 소모전 속에서 끊임없이 공회전을 하는 중산층이 이제 삶의 질과 사회적 재생산을 위한 국가의 책임에 대해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 때다.

현정부는 집권 당시 중산층의 붕괴를 막기 위해 사교육비와 주거비, 의료비 등의 가계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정책을 추진키로 약속했다. ‘중산층 키우기 휴먼뉴딜’이라 명명된 이 정책은 사회적 재생산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선언이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중산층의 위기는 국가의 조정능력 부재 탓에 생긴 것이므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가가 사회적 재생산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보이면서 중산층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 핵심이다. 최소한 집권여당이 약속한 ‘반값 대학등록금’이 정치적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아야 하며, 보육의 공공화와 공교육의 질높은 변화가 어서 실현되어야 한다. 국가의 민주적 조정기능을 상실한 사회에서 중산층의 역할은 시장주의 원리로 관철되는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를 ‘사회적인 것’을 회복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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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산층의 정의는 다양하다. 소득이나 생활수준이 중간 정도 되는 사람들의 집합이라는 일반적인 정의부터 집, 자동차가 있고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경제수준을 가진 계층이라는 세속적 정의, 가구소득을 바탕으로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정의 등이 있다. 장세훈은 한국의 경우 소비영역에서 ‘가구단위의 독자적인 주거공간을 소유한 사회집단’이라는 정의가 적절하다고 본다. 장세훈 「주택소유의 관점에 입각한 중산층의 재해석」, 『경제와사회』 74호(2007년 여름).

2) 원종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과 한계」, 『이슈와논점』 269호(국회입법조사처 2011.7.15).

3) Diane Elson, “The Economic, the Political and the Domestic: Businesses, States and Households in the Organization of Production,” New Political Economy 3(2), 1998.

4) 김지영 「사회적 재생산: 생산하는 재생산의 역학」, 사회적재생산연구회 엮음 『여/성 노동가치를 말하다』, 전남대출판부 2010.

5) Kate Bezanson and Meg Luxton, “Social Reproduction and Feminist Political Economy,” Kate Bezanson and Meg Luxton, eds., Social Reproduction, MaGill-Queens University Press 2006.

6) 김희삼 「세대간 경제적 이동성의 현황과 전망」, 한국개발연구원 정책포럼, 2009.12.19.

7) 「“나는 중산층” 5년새 9%P 줄어」, 『동아일보』 2007.12.6.

8) 「전경련, 기업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시사포커스』 2007.12.11.

9) 국제노동기구(ILO)는 “자유, 공평, 안전, 인간의 존엄성이란 조건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사회적 기준에 맞는 생산적 노동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정의한 반면, 삼성경제연구소는 “명목임금 기준 전체 평균임금 수준을 상회하는 산업부문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규직이면서 임금이 평균치보다 약 20% 정도 높은 일자리”로, 심지어 한국교육개발원은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서 정규직 대기업 취업자에 포함되는 자”로 규정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주최 ‘행복한 진로교육’ 강의안, 2010.7.

10) 중국 장쑤셩(江蘇省)에서는 성인이 되고도 노부모에게 기대 살면서 부모를 괴롭히는 ‘컨라우족’을 줄이기 위해 노인인권권익보호조례 제정에 나섰다고 한다. 『한겨레』2011.1.24 참조.

11) 2006년 통계조사시 분산가족 중 자녀와 떨어져 사는 가구가 18.5%, 배우자와 떨어져 사는 가구가 4.7%였고, 수입이 높을수록 직장보다는 자녀교육 때문이라고 답한 경우가 높았다. 조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가족정치의 지형: 계급과 젠더의 경합」, 『한국여성학』 24권 2호(2008년 여름) 20면에서 재인용.

12) 조은 「기러기 아빠: 월드클래스를 향한 욕망의 기호」, 『황해문화』 56호(2007년 가을) 79~97면.

13) 이영민·유희연 「조기유학을 통해 본 교육이민의 초국가적 네트워크와 상징자본화 연구」, 『한국도시지리학회지』 11권 2호(2008년 여름) 75~89면.

14) 성정현·홍석준 「동남아시아 조기유학 청소년의 유학 결정과정과 유학경험: 말레이시아에서 유학중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학연구』 16권 6호(2009년 7월) 71~102면.

15) 최양숙 「자녀의 조기유학으로 인한 분거가족에서 나타나는 사회심리적 기제」, 『한국가족관계학회지』 13권 3호(2008년 겨울).

16) 성정현・홍석준, 앞의 글 85면.

17) 이러한 문화적 혼종성에 대한 불안은 한국사회의 다문화가족정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18) 조은, 앞의 글 5~37면.

19) 조은 「젠더 불평등 또는 젠더 패러독스」, 『한국여성학』 26권 1호(2010년 봄) 80면에서 재인용.

20) 김지영, 앞의 글 16면.

21) 박소진 「‘자기관리’와 ‘가족경영’ 시대의 불안한 삶」, 『경제와사회』 84호(2009년 겨울) 12~39면.

22) 박소진, 위의 글 28면.

23) 시민운동계도 사회적 재생산의 탈시장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아깝다 학원비!’란 이름하에 사교육과의 전면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사교육계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강사들을 모아 왜 사교육이 ‘돈낭비’일 수밖에 없는지를 설득한다. 소비주의를 배격하고 환경친화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중산층에 의해 조직되는 사회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의식주에 최대한 돈을 쓰지 않고 불평등의 근원인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프리건(Freegan)운동이나 단순하고 덜 소비적이며 생태지향적인 삶을 일상화하는 단순한 삶(simplicity/simple movement) 운동 등이 그것이다.

24) 앙드레 고르 『에콜로지카』, 임희근·정혜용 옮김, 생각의나무 2008, 69~70면.

25) 같은 책 16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