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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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 兪熙敬

1980년 서울 출생.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mortebleue@naver.com

 

 

 

서른

 

 

우리는 함께 침을 뱉는다

듣는다 바닥이 떨어지며 나는 소리

어둠은 언제나 환상적인 공간

수십 수백의 뿔을 달고 태어난다

 

늘 미끄럽고 조금 차갑다

오늘을 버리기 위하여 우리는

멋대로 사라져버린 것을 생각하고

뿔을 만지며 즐겁다

 

달빛은 움직이고

잠시 우리는,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다

걷잡을 수 없는 뿔은 공중에

그리고 아침은 열리지 않는 구멍

 

 

 

B, 내가 사랑한

 

 

1

B는 왜 복부비만을 남긴 채 죽어버렸을까 왜 b의, 보기와 다르게 생긴 일부를 나는 사랑했을까 그대로 외국어를 그리고 모국어를 떠나야 했던 B

 

2

길마다 쓰러진 것들로 넘쳐나요 B는 조금 추워지려는 바람, b는 플라타너스 잎 뒤, B는 벗어버린 조카 팬티, 도대체 받침 없는 삶이라니, 왼손으로 후려치면 사실 오른뺨 B는 어제의 방향, v는 b의 오자, 숨을 거두려던 나의 할아버지는 b를 발음하려다 말고 엄지를 들어 b(사건은 습관의 오른쪽 벽에 붙어 미끄러지듯 걷는다 굽은 등을 가진 그림자는 늘어졌다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난다 깜짝 놀랐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직업이 없는 B를 방치한 것이다)

 

3

어제 장난친 속으로 거짓말이 감쪽같이 고개를 숙였다 들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벌벌 떨며 완벽한 우주 속으로 뛰어들려다 멈춰선 자세로 B어제는 오늘을 잊고 오늘은 오늘을 맘껏 추억하려는 B의미는 서투르고 서툴러서 살이 빠져 뼛속까지 빈 언어의 부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