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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신자유주의, 바로 알고 대안 찾기
기획의 말
신자유주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의 귀에‘신자유주의’라는 용어가 제법 익숙해지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이는 단연 노무현 대통령일 게다. 진보를 표방해온 정부하에서 도대체 어떻게 양극화와 비정규직 등의 문제가 더 악화되었는가라는 비난에 대해 노대통령은 스스로가‘좌파 신자유주의’자이기 때문이라며 냉소적으로 응수했다. 마음은 약자 배려를 위한 좌파적 정책을 펼치길 원하지만 세상 현실은 개방시장에서의 무한경쟁과 고속성장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대세인지라, 장기적 국익 수호를 위해 중·단기적 어려움은 당분간 어쩔 수 없노라는 자기한탄으로 들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몇걸음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의 주도국가로 불리는 미국과의 실질적 경제통합협정인 한미FTA체결을 추진했다. 한국 사회경제체제의 신자유주의화는 이제 불가역과정에 접어들고 말 거라는 진보진영의 우려가 커진 것은 당연했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불안해했고 많은 의문들을 제기했다. 대체 신자유주의가 무엇이기에 그것이 세계적 대세라고 하는가? 우리 사회의 신자유주의화는 (특히 진보정부하에서) 얼마나 진행되었는가? 개방경제의 안정성장을 구가하면서도 사회통합을 유지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가?
이번호 특집‘신자유주의, 바로 알고 대안 찾기’는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마련했다. 유종일은 신자유주의의 역사, 개념, 세계화와의 관련성 등을 짚고, 세계화는 불변의 대세이나 신자유주의는 이미 퇴조국면에 들어선 한시적 조류에 불과한 것으로 규정한다. 신자유주의의 의미는‘시장만능주의’라는 용어 사용을 통해 더 정확하게 전달된다고 말하는 김기원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정책기조에 시장만능주의적 요소가 상당한 것은 사실이나 거기에는 구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 그리고 구래의 개발독재가 혼재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정승일은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제시된 기존의 다섯가지 모델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 북유럽형 복지국가(사회민주주의) 모델에 기초한‘복지국가혁명’이라는 거대담론을 내놓는다. 서동만은 남한경제만을 독자적 단위로 설정하는 일국적 모델은 한반도의 분단현실상 여전히 부분적인 타당성만을 확보할 수 있을 뿐이며, 따라서‘분단경제체제론’이 포함된 대안모델의 정립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박노자는 우리 사회문화에 신자유주의의 침투가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시장논리에 포섭된 대학사회의 현실 고발을 통해 생생하게 알린다.
본 특집을 주의깊게 읽은 독자라면 신자유주의는 결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아니며 그것의 문제는 대안모델을 통해 극복해갈 수 있다는 메씨지에 공감하는 한편,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아무리 좋은 대안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현실에 도입하고 실천하는 몫은 누가 어떻게 담당할 것인가?’창비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는 노력 역시 게을리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
〔최태욱│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