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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2012년 대선과 민주개혁의 과제들

 

대선 국면에서의 연합정치와 시민정치

 

 

이철희 李哲熙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역임. 저서로 『박근혜 현상』(공저) 『이기는 정치 소통의 리더십』 『1인자를 만든 참모들』 등이 있음.

rcmlee@hanmail.net

 

 

1. 들어가며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이래 야권 또는 진보개혁진영을 소생시킨 동력은 ‘연합’과 ‘시민’이었다. 지난 17대 대선(2007)18대 총선(2008)을 거치면서 보수의 우위는 구조화되고 진보의 열세는 장기화되는 듯했다. 20084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무력했다. 모름지기 대중의 정치참여를 동원하는 기제가 정당인데, 민주당은 그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다. 정책과 인물 면에서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도 없었고, 시민의 정치참여를 이끌어낼 아젠다의 제시나 개발 또는 조직적 연계(linkage)에도 무능했다. 이런 꼴을 보다 못한 시민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 바로 20085월의 촛불항쟁이다.

촛불항쟁은 보수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고, 이로써 정당정치의 영역은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4대강사업과 미디어법 등 ‘MB악법’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투쟁했다. 결국 시민정치 덕분에 정당정치가 새롭게 작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민주주의의 제도들이 무기력하고, 그 중심적 메커니즘으로서의 정당이 제 기능을 못할 정도로 허약할 때 그 자리를 대신한 일종의 구원투수 같은 역할”1)을 시민정치가 해낸 것이다. 촛불항쟁은 20094월 경기도 교육감 선거와 보궐선거 승리로 이어졌다.

20106월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는 연합정치의 몫이 시민정치의 그것보다 조금 더 컸다. 천안함사건으로 북풍이 불어왔음에도 야권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이 힘을 합쳐 후보단일화 등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시민정치의 중재도 한몫했지만 그것을 주도한 것은 정당들 간의 연대였다. 그 연합정치의 위력으로 보수의 일방적 우위라는 정치지형을 바꿔낸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시민정치의 활동이다. 천안함사건으로 안보 프레임이 형성되면서 야당들이 눈치를 살피며 전전긍긍할 때 시민사회가 과감하게 상황을 돌파해갔다. 그렇게 공방이 형성됐고, 이 때문에 보수의 ‘안보장사’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될 수 있었다. 이에 편승해 야권이 전쟁 대 평화의 대립구도로 캠페인을 펼쳤고, 이는 선거 승리에 일조했다. 연합정치와 시민정치가 결합돼 만들어낸 2010년 승리는 이후 모든 선거의 필승공식으로 자리잡았다.

한편, 시민정치는 복지국가 논의, 희망버스 운동,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의 당선, ‘안철수(安哲秀) 현상’으로 그 실체를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희망버스는 촛불항쟁을 계승하면서도 “정부정책의 특정 정책들과 정면으로 대립했던 촛불항쟁과 달리 희망버스의 중심에는 폭넓은 사회경제적 의제가 자리잡고”2) 있었다. 그런데 연합정치와 시민정치의 상승효과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정점으로 옅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19대 총선에서 그 위력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런 점에서 올 12월 대선을 눈앞에 둔 지금 우리는 연합정치와 시민정치의 새로운 버전, 양자의 새로운 결합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2. 연합정치와 시민정치

 

연합정치가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 대개 자본주의하에서는 노동이나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변하고자 하는 세력이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권력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사에서 ‘연합’은 특이나 희소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보편적인 정치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3) 즉 약자가 이기기 위해서 힘을 합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정치전략이라 하겠다.

“정치에서는 개인의 지식과 정보력, 판단력, 사회적 결정을 준수하는 책임의식 등에 상관없이 ‘11표’로 대표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자본력, 개인의 생산성, 계약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생산과 분배에 대한 결정력이 달라진다. ‘11표’인 것이다.”4) 따라서 민주주의는 결국 11표의 평등으로 11표의 차별을 시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런 점에서 연합정치는 11표의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인 것이다.

백낙청()은 연합정치가 단순히 선거승리를 위한 전술의 문제는 아니라면서 그 전략적 의의를 강조한다.

 

오늘의 한국에서 흔히 ‘보수’로 일컬어지는 세력은 실제로 대부분이 수구이고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그보다 훨씬 소수다. 여기에 중도보수와 좀더 적극적인 반대세력에 해당하는 중도개혁파, 진보파 등이 포진한 것이 한국정치의 독특한 지형인 것이다. 더구나 분단체제변혁에의 실질적인 기여를 참된 진보의 척도로 삼을 경우, 세칭 진보진영의 극단적·근본주의적 노선이 도리어 분단체제의 재생산에 이바지하는 ‘수구적’ 기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만큼 수구세력의 헤게모니를 깨기가 힘든 지형인 것이며, 따라서 이런 현실에서 수구에게 가담하는 보수주의자의 수효를 최소화하면서 중도 및 진보 세력을 총결집하는 일이 단일정당(적어도 연합형 통합정당이 아닌 단일정당)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연합정치의 전략적 의의가 바로 거기서 나온다.5)

 

이명박정부 들어선 이래 이런저런 선거에서 연합은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기능했다. 연합으로 모든 선거에서 예외없이 승리한 것은 아니지만, 선거연합에 의한 득표효과는 상당했다. 경험적 연구에 의하면, 연합에 의한 단일후보의 득표는 연합 참여정당들의 득표 총합보다 작은 경향이 있다고 한다.6) 우리의 경우에도 대체로 다르지 않지만,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에서만큼은 연합에 의한 단일후보의 득표율이 연합 참여정당들의 득표 총합을 넘어서는 결과를 낳았다. 연합정치의 ‘+α’ 효과가 경험적으로 입증됐다는 것은 2012년 대선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참조점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선거연합의 득표효과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서울지역의 단일후보는 같은 광역지역의 비단일후보와 소속당 지지율과의 차이를 비교했을 때 5.1%P의 이득을 기록했다. 경쟁후보인 한나라당 후보가 같은 상황에서 얻은 1.7%P보다 매우 큰 이득이다. 경기와 강원 역시 단일후보가 비단일후보에 비해 각기 11.5%P, 5.1%P의 득표율 이득을 기록해 경쟁후보가 기록한 -4%P, 2.3%P에 비해 높았다.”7) 연합의 기계적 효과(mechanical effect)가 이 정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심리적 효과(psychological effect)까지 발생한다면 연합의 득표효과는 연합한 정당의 득표를 단순 덧셈하는 차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른바 시민정치는 시민이 정당을 매개하지 않고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것을 일컫는다. “최근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무당파층은 정당에 귀속감을 갖지 않고 심지어는 부정적 태도를 갖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 의사 표현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무당파층과 구별된다. 특히 201110·26 재·보궐선거에서 보듯이, 이러한 무당파층이 새로운 정치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인데, 이를 적극적으로 전유하려는 시도 중의 하나가 이른바 ‘시민정치’이다.”8)

시민운동이 그간 ‘반정치(anti-politics)의 정치’를 통해 정당정치의 발전을 제약해온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정당들이 워낙 불신을 받는 처지라 그들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시민운동이 담당해온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전략적으로도 제3자적 스탠스를 갖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실효성 면에서도 나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것 때문에 정당정치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우리의 경우도 반정치적 태도가 제도정치 내의 모든 정치세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해 수구세력이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정당정치에 건강한 에너지가 투입되는 것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낙후된 정당정치를 더 취약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9) 이는 시민정치도 유의해야 할 점이다.

시장에서의 차별적 권력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에 보수는 정치의 축소를 원한다. 정치를 축소하는 데 정치에 대한 불신만큼 유용한 수단이 없다. 그런 점에서 시민운동이 도덕적 우월감 속에서 기존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 것은 비판받을 여지가 없지 않다. 정치 불신으로 인한 타격은 고스란히 지금의 야권에 돌아가고 있다. 안철수 현상으로 휘청거린 것이 여권이 아니라 야권이었다는 점을 보더라도 이 점은 확인된다. 시민운동의 반정치에 의해 조성된 정치 불신이 대통령이나 관료들이 정치를 무시하고 일방 독주하는 데 심리적 토양을 제공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물론 근본원인은 정당정치에 있다. “급격히 변해온 사회갈등의 구조와 낡은 정당체제 사이의 괴리 내지 부조응 속에서—혹은 그런 부조응 때문에—만들어진 또다른 문제는 정치 밖으로부터 해결자를 찾고자 하는 대중적 욕구를 끊임없이 확대시켰다. 안철수 현상처럼 ‘무슨무슨 현상’이 일상화되고, 아무도 예기치 못했던 대규모 촛불집회가 터져나오고, ‘희망버스 운동’이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도 이런 정치와 사회갈등이 부조응하는 조건에서 가능했던 일이다.”10) 따라서 정당정치가 시민정치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시민정치가 정당정치를 대체할 수는 없다. 반대로, 정당정치가 시민정치를 부정할 수도 없다. 시민정치가 없어지거나 축소된다고 해서 정당정치가 저절로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양자의 관계를 선후나 주종의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는 없다. 역동적 상보관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경험적으로도 양자가 서로 배척하지 않고 상호협력적이었을 때, 일방이 다른 일방에 매몰되지 않을 때 진보진영에 승리가 주어졌다. 지난 4월 총선에서의 패배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2012년 4월 총선의 실패

 

20124월의 총선에서 연합정치는 단조로웠고, 시민정치는 무력했다. 전국적 차원에서 포괄적인 선거연합이 이뤄졌음에도 선거 승리는 보수의 몫이었다. 촛불항쟁 이후 시민정치가 본격화되었는데도 총선 아젠다나 투표율에서 지방선거를 넘어서는 의미있는 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총선 패배의 경험은 심각한 성찰적 함의를 던진다. 단순히 힘을 합친다고 해서 이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시민정치가 아젠다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연합정치의 들러리 서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유권자가 표를 주지 않는 연합정치는 엘리트들 간의 나눠먹기를 위한 명분으로 전락하게 된다. 연합의 핵심은 정치엘리트나 정당이 손잡는 것이 아니라 정치세력이나 정당의 지지자들이 표로써 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상층연대만 성공했을 뿐 하층연대를 이끌어내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 연대의 폭도 좁았다. 투표율이 54.3%에 머문 것이 이번 총선에서 연합정치가 보여준 한계, 즉 심리적 효과에 의한 ‘+α’의 덧셈을 못 이뤘음을 말해준다.

4·11총선에서 연령대별 투표율을 보면 지난 2010년의 지방선거와 거의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명박정부 들어선 이래 20~30대의 투표율이 상승한 것에 비춰보면 실망스런 수준이다. 문제는 연합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총선에서 연합정치는 형식 면으론 역사상 가장 진전된 형태이었지만 내용에서는 빈약했다. “이같은 (정권)심판론과 네거티브한 선거전략은 유권자들에게 선거에 대한 피로감을 안겨주었으며, 새누리당과 선거연합 사이의 정책적 쟁점이 형성되지 못함으로써 유권자들은 다시금 지역 및 연고에 기초한 투표결정을 유도하였다.”11)

19대 총선에서 연합정치(야권통합)가 끼친 문제는 크게 세가지다. 하나는 정당의 혁신을 실종시킨 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고, 안철수 현상이 말해주듯이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은 이명박정부에 대한 ‘분노’에 못지않게 그 뿌리가 깊다. 분노에 대해서는 연합정치로 전선을 단일화시키는 것이 필요하지만, 불만에 대해서는 혁신으로 풀어야 한다. 그럼에도 기존 정당들은 인물이나 정책, 그리고 리더십에서 구태의연한 모습을 그대로 재연했다. 한때 폐족의 신세에서 민주당의 주류로 재등장한 친노 세력조차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노무현 프레임을 답습했다. 혁신과 통합은 동전의 양면인데 함께 가지 못하고, 통합이 혁신 방기를 덮어주는 구실로 작용했다.

다른 하나는 보수와 차별화되는 정책쟁점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이다. 총선 전에 민주당은 진보성을 강화해왔다. 이런 노선 변화는 선거국면에서 구체적인 쟁점을 놓고 정당들 간의 차이가 분명해져야 대중이 인식할 수 있게 되고, 그럼으로써 투표의 잣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된다.12)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이 총선에서 정권심판론 외에 삶의 문제에서 나오는 쟁점구도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통합 효과에만 기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연합정치는 야권의 리더십을 허약하게 만들었다. 통합은 서로의 몫을 인정하고 공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치열한 리더십 경쟁을 태생적으로 제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강력한 리더십의 등장은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불안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통합과는 본능적으로 쉽게 어울릴 수 없는 것이다. 통합 프레임으로 야권의 리더십이 약화됐고, 다시 취약한 리더십은 통합 프레임에 갇혀 관악을 경선부정 사건, 김용민 파문 등에서 어물어물 수동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정리하면 이렇다. 연합정치는 공통의 적과 대적하기 위해 비슷한 세력이 힘을 합치는 것에 그치면 안된다. 힘을 합쳐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이) 진보와 보수의 낡은 프레임을 깨면서 기계적인 ‘좌클릭’이 아닌 다양한 혁신적 민생정책들을 내놓을 때만 선거연대를 위해 진보당에 끌려갔다거나, 아니면 말로만 좌클릭이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13)

19대 총선에서는 시민정치도 제 역할을 못했다. 총선이 아무리 지역구 단위의 작은 선거들로 쪼개져 치러지는 정당들의 게임이라지만 이전의 선거에 비해 시민정치의 역할은 거의 미미했다. 시민정치를 이끌던 리더들이 상당수 민주통합당에 합류해 선거에 출마한 상태라 시민정치권에 일부 리더십 공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통합의 성공으로 방심한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시민정치가 나서서 통합에 안주해 표류하고 있던 야권을 자극하고 추동하는 아젠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가능했고, 또 필요했다. 그랬다면 정책쟁점 없이 선거를 치르진 않았을 것이다. 동아시아연구원(EAI) 패널조사에 따르면, 이슈별로 선거에 영향을 끼친 정도를 보면 시민정치가 그간 소리 높여 외쳐온 복지이슈가 8.3%, 재벌개혁이 3.7%에 불과했다.14)

 

 

4. 2013년체제를 위한 연합정치와 시민정치의 조건

 

19대 총선에서는 보수 대 진보의 득표율이 48% 대 48%로 호각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 18대 총선이나 17대 대선에 비하면 엄청나게 달라진 것이다. 17대 대선에서 득표율을 보면, 보수로 분류할 수 있는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얻은 것을 합하면 무려 63.7%에 달한다. 반대로 진보 후보의 득표율 합계는 35.0%에 불과하다. 18대 총선의 비례대표 선거에선 57.5% 대 34.6%였다. 그런데 지난 2010년의 지방선거에서는 44.8% 대 51.1%로 진보의 우위였다. 작년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진보의 박원순 후보가 보수의 나경원 후보에 비해 7%P 앞섰으나, 이번 총선의 서울 득표율에서는 진보가 4.3%P 차이로 이기는 데 그쳤다.

이런 구도에서 보수의 공세는 예견되는 것이었다. 그런 차에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사태가 터져 이제 정당지지율로만 보면 호각세는 무너졌다. 대체로 보수가 45% 내외라면 진보는 35% 내외에 머물러 있다. 상당한 열세다. 이런 구도라면 기왕의 연합정치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시민정치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총선에서의 연합정치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 즉 ‘민·진 연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총선 결과 및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사태로 이제 연합정치는 재편이 불가피하다. 재편의 기본 방향은 민주당이 안철수 현상 등과 넓게 연대하는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과 진보당) 양당의 연대만으로는 선거를 이길 수 없고 이른바 무당파층을 대거 합류시켜야 하는데, 이때 기존의 야당들, 특히 민주통합당이 안철수 지지세력과 어떤 식으로 연합을 하는가가 관건이 될 거다.”15)

안철수 현상을 창조한 것은 안철수 교수가 아니다. 물론 그가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구체적 실상으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안교수가 작년의 서울시장 재선거를 거치면서 안철수 현상을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어느정도 확보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안철수 현상은 객관적으로 형성된 사회적·정치적 흐름이지 그를 추종하는 팬덤(fandom)이 아니다. 따라서 그가 마음대로 끌고 갈 수도 없다.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당이 안철수 교수를 영입하거나, 그와 단일화만 하면 된다는 방식으로 얄팍하게 접근하면 연합정치의 온전한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719일 안철수 교수가 자신의 생각을 담은 책을 출간하고, 23일 한 예능 프로에 출연한 뒤 그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단숨에 박근혜 의원을 앞질렀다. 박의원의 부적절한 5·16 발언, 야권의 식상한 모습 등에 대중이 불편해할 즈음 안교수가 적시에 등장한 ‘타이밍 효과’의 덕분이지만, 그로 상징되는 변화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안교수의 정치적 정체성은 정확하게 박의원의 대척점에 서 있다. 박근혜 대 안철수의 구도는 흥미롭고 선명해 손쉽게 받아들여진다. 총선 후 민주당이 패배를 안긴 민의를 수용하기는커녕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는 탓에 이 구도는 더욱 강렬해졌다. 이제는 사회적 운동이나 시대적 흐름으로까지 정착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안철수 현상을 전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것은 곧 민주당이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안교수에게 덮어놓고 들어오라 한다고 지금 같은 민주당에 그가 들어가겠는가. 안교수더러 들어오라고 요구하기 전에, 그가 같이 해볼 만하다고 느낄 정당을 만드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16) 요컨대, 민주당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변화의 방향이 더이상 진보화(radicalization)는 아니다. 이제는 차별화(differentiation)다.

진보화의 컨셉트가 정체성이라면 차별화의 그것은 대안성이다. 우리 국민이 전체적으로 좌클릭한 것은 진보라는 이념에 대한 선호가 아니다. 보수의 해법으로 자신의 삶이 나아지지 않은 데 따른 반응, 즉 진보적 해법에 대한 관심이다. 따라서 진보적 해법이 어떻게 보통사람의 삶, 먹고사는 문제를 바꿔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의제의 정치화가 핵심이다. 또 진보적 해법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회집단·계층·세력에 의해 그것이 구체화되고, 그들에 의해 뒷받침되게 해야 한다. 이런 의제의 사회화 역시 또다른 핵심이다. 이렇게 하려면 보수적 해법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선명하게 차별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시 말해, 보수적 해법과 구별되는 진보적 대안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해야 민주당이 집권할 수 있다는 것이다.17)

차별화에 성공하려면 쉽고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쟁점구도를 만들어내야 한다.18)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양자의 해법이 어떻게 다른지를 가르는 구분 이슈(wedge issue)가 있어야 한다. 보수는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구도에서 완패했다. 이때의 학습효과로 보수는 이제 정책, 특히 사회경제적 정책을 중심으로 대립전선을 구축하지 않으려 한다. 언제나 보수는 비사회경제적 이슈를 중심으로 쟁점구도를 만드는 전략을 구사한다.19) 보수는 원칙과 소신 운운하면서 안 그래도 강세를 보이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려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나 복지 따위의 정책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정책쟁점을 희미하게 하려는 것일 뿐 결코 그것으로 승부하려는 게 아니다.20) 미국 정치학자 도널드 스토크스(Donald Stokes)의 구분에 따르면, 능력이나 신뢰, 매력 따위를 다투는 합의정치(valence politics)에 집중하기 위해 찬반구도의 대립정치(position politics)를 피하려는 전략인 것이다.21)

차별화는 담론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쟁점을 통해 이뤄진다. 복지를 놓고 진짜 대 가짜의 싸움으로 해봐야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지방선거에서 복지는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으로 드러남으로써 비로소 간명하게 이해됐다. 경제민주화의 경우, 박근혜 의원도 출마선언문에서 3대 핵심과제의 하나로 천명했다. 따라서 민주당이나 진보개혁진영이 경제민주화를 핵심 아젠다로 삼으려면 차별화를 위한 핵심 쟁점을 만들어내야 한다. 주의할 것은 정책적 완결성에 얽매여 지나치게 과도하게 나가는 것이다. 무상급식 논쟁이 ‘애들 밥 먹이는’ 문제로 이해됐을 때 승기를 잡았듯이, 경제민주화 논란도 ‘먹고사는’ 문제나 일자리 문제로 이해되도록 해야 한다. 관건은 이런 프레임에서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 찬반구도를 형성하는 것이지 그 정책이 얼마나 본질적이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시민정치도 연합정치에 관여하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된다.22) 일체화보다는 분화가 답이다. 이번에는 사회적 선거에 주력해야 한다. 세력이 힘을 합치는 연합정치만으로는 투표를 통해 삶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유권자, 즉 기권층을 동원하는 데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정당이 새로운 갈등을 사회화해 기존과 다른 균열축을 형성하는 데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시민정치와 연합정치가 양 날개를 형성하는 편제가 불가피하다.

앞서 밝혔듯이 복지 아젠다도 정당정치나 연합정치에 의해 부각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정치가 주도한 것이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무상급식 논쟁과 이를 기폭제로 한 복지국가의 본격적인 정치 의제화는 복지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운동의 개입의 역사에서 하나의 분수령을 이룬다.”23) 안 그래도 진보성을 많이 포기한 통합진보당인데, 여기에 경선부정사태까지 더해졌으니 진보정당에 걸맞은 아젠다를 제기하기에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또 무당파를 중심으로 세력화한 안철수라는 존재로 인해 아젠다 설정에서 전체 정당정치가 발휘할 수 있는 주도성도 약화되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시민정치가 나서서 선도하도록 하는 정치기획이 필요하다.

지금 시민정치에 필요한 것은 민주당의 변화를 추동하고 새로운 아젠다를 설정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안철수 현상이 중도·무당파 프레임에 매몰되지 않도록 견인하는 것도 시민정치가 사회적 선거에 주력할 때 가능하다. 시민정치가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이슈화하는 노력을 했듯이, 이제 복지나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쟁점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아젠다 리더십과 구도 관리, 더불어 참여연대가 천안함사건 때 보여줬던 결기가 이번 대선에도 보여야 한다.

총선 패배 후 시민정치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총선에서 연합정치에 개입한 부분은 주목을 받았으나 시민정치의 고유한 활동이 부족했다는 자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대선에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다만 “현장에서 사회적 현안들과 마주하며 시민사회의 요구를 정책쟁점으로 의제화할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시민사회 운동”24)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점에서 총선 전에 10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2012년 총선유권자 네트워크의 활동 경험을 비판적으로 갈무리해 새롭게 발전시켜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민정치가 그간 “정책모델과 전략을 만들어내는 전문가들, 정치시장에서 이슈의 적절한 프레이밍을 통해 특정 정책모델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동원하고 합의를 만들어내는 정책혁신가들(policy entrepreneurs)의 역할 등”25)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여줬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시민정치가 이번 대선에서는 연합을 주선하고 중재하는 것보다 아젠다 리더십을 발휘하고, 대중을 동원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26) 정당·연합정치와 시민정치의 양날개 편제는 대선 승리의 필수 요건이다.

시민정치가 시민적 아젠다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아젠다에 집중하려면 사회운동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안 그래도 노동운동은 복지 아젠다 등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당분간은 시민정치가 노동운동을 적극적으로 견인해 사회경제적 아젠다에 발벗고 나서도록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통합진보당에서 이탈하거나 거리를 두고 있는 조직노동의 일부, 비정규직을 비롯해 정당이 포괄하지 못해 사실상 정치로부터 배제되어 있는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약자 등이 이번 대선에 개입하도록 하고,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 밖에서 시민운동과 사회운동이 결합하는 형태의 포괄적(inclusive) 운동정치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누군가가 그것을 고무하거나 자극하기 때문이다.”27)

 

 

5. 나가며

 

연합정치의 본령은 정당이나 세력간 연대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연대다. 노동을 비롯해 한 계급이나 계층이 다수를 점할 수 없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계급연대가 불가피하다.28) ‘정당을 통한 유권자연합’(party coalitions)이 관건이라는 말이다. 미국 정치를 바꾼 뉴딜연합도 “1930년대 대공황이라는 경제위기 상황의 해결책으로 프랭클린 로즈벨트 행정부가 펼친 뉴딜정책을 지지하면서 형성된 친민주당적인 유권자연합”29)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이나 야권연대가 유권자연합을 포괄할 수 있는 정도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당장 12월 대선을 위해서는 시민정치가 일익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즉 시민정치가 사회집단·운동과 더불어 사회경제적 이슈를 정치화하는 데 앞장서고, 그럼으로써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투표에 나서도록 하는 동원기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야권연대도 폭을 넓혀야 한다. 기존의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로는 어림없다. 지난 총선에서 등장한 진보신당, 녹색당이나 청년당도 자기 아젠다를 갖고 참여하게 해야 한다.

2013년체제는 12월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회경제적 균열축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유권자연합이 편성되어야 한다. 뉴딜연합이 뉴딜체제를 떠받쳤듯이 그 이름이야 어떻든 새로운 유권자연합이 2013년체제를 떠받쳐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정치가 정당이 주도하는 연합정치의 틀 속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양자가 병립하면서 필요에 따라 연대하는 것 중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잠정적인 판단으로는 정당이 주도하는 연합정치는 그것대로 폭을 확장하고, 시민정치는 또 그것대로 사회운동과 결합하는 등의 방식으로 그 폭을 대폭 넓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총선에서처럼 연합정치의 틀 속에 시민정치의 역동성을 가두어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새누리당이 사실상의 의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시민정치와 정당·연합정치의 병행·공진(共進) 구도가 더 나은 선택이라고 하겠다.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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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장집 「촛불집회와 한국 민주주의, 어떻게 볼 것인가」, 세교연구소·진보와개혁을위한의제 27·참여사회연구소·코리아연구원·경향신문 주최 토론회 ‘촛불집회와 한국 민주주의’(2008.6.16) 개회사.

2) 김종엽 「더 나은 체제를 향해」, 『창작과비평』 2011년 가을호.

3) 조성대·홍재우 「연합정치의 비교정치적 맥락과 한국적 적용」, 『역사비평』 2012년 봄호.

4) 조윤제 「산업화 50년, 민주화 25년」, 중앙일보 2012.7.7.

5) 백낙청 『2013년체제 만들기』, 창비 2012, 89~90면.

6) Thomas Gschwend & Marc Hooghe, “Should I stay or should I go?” The Americ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 Annual Conference, Seattle, WA. September, 2008.

7) 한상익 「제5회 동시지방선거 선거연합의 특징과 효과에 대한 시론적 연구」, 『한국정치연구』 21집 1호(2012),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8) 이남주 「시민정치의 부상과 정당정치」, 『역사비평』 2012년 봄호.

9) 이남주, 앞의 글.

10) 박상훈 「한국정치,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가」, 『황해문화』 2012년 봄호.

11) 김형철 「제19대 총선, 야권연대의 성과와 향후 전망」, 코리아연구원 『현안진단』 214호(2012.4.23).

12) “시민들 앞에 놓인 대안이 모두 동일한 것이라면, 그들은 투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유권자들로 하여금 투표장에 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각 당의 정강정책들 사이에 차이가 존재해야 한다.” Anthony Downs, An Economic Theory of Democracy, Addison-Wesley 1957.

13) 백낙청 「2013년체제, 어떤 대통령 나오느냐가 관건」, 프레시안 2012.4.23.

14) 박원호 「부동층 표심 이동과 이슈의 영향력 분석」, 2012 총선대선 특집 EAI 오피니언리뷰 시리즈 2012-03호.

15) 백낙청, 앞의 글. “어떤 구도가 형성되든 선거승리를 위해서는 중도, 20~40대, 무당파 유권자의 지지 확보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지지 결집의 대상이 아니고, 지지 동원의 대상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지지 동원의 동력은 기존 야당 후보간 선거연합으로 확보되기 어려울 것이다. (…) 야권의 입장에선, 그래서, 새로운 지지를 창출 동원해낼 수 있는 안철수가 필요하며(…)” 류재성 「한국정당의 퇴행적 재배열: 선거연합 및 정당통합」, 한국정치학회 특별학술회의 ‘지방정치 발전과 한국정치 발전’(2011.11.18) 발표문.

16) 백낙청, 앞의 글.

17) “내가 먹고사는 문제가 곧 사회문제이며 정치 의제라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할 때, 참여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가장 피해를 본 서민과 빈곤층이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고, 심지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모순이 벌어진다. 사회 약자니까 지지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식의 태도는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 박권일 『소수의견』, 자음과모음 2012.

18) 이 관점은 졸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너울북 2012)를 참조할 수 있다.

19) 문우진 「정치정보, 정당, 선거제도와 소득불평등」, 『한국정치학회보』 45집 2호(2011). John E. Roemer, Woojin Lee and Karine Van der Straeten, Racism, Xenophobia, and Distribution, Harvard UP 2007; Alberto Alesina & Edward L. Glaser, Fighting Poverty in the US and Europe, Oxford UP 2004.

20) 다운스도 정당 간의 차이가 없어지면, 퍼스낼러티나 기술적인 능력 또는 비이데올로기적 요인이 중요해진다고 지적했다. Anthony Downs, 앞의 책.

21) Donald Stokes, “Valence Politics,” Dennis Kavanagh ed., Electoral Politics, Clarendon Press 1992. 김윤철 『정당』, 책세상 2009. 합의정치는 합의쟁점(valence issue)을 위주로, 대립정치는 대립쟁점(position issue)을 위주로 전개되는 정치를 말한다. 대립쟁점은 정책에 대한 입장을 말하는 것이고, 합의쟁점은 현직자 이점, 학력, 능력, 업적, 경제성과, 지역구 사업, 신뢰성, 개인적 매력 따위를 말한다. 참고로, 문우진은 position issue를 ‘위치쟁점’으로, valence issue를 ‘가치쟁점’으로 번역한다. 이에 대해서는 문우진의 앞의 글과 「정책중심 대 가치중심의 선거경쟁」,『국가전략』 11권 2호(2005) 참조.

22) 시민정치가 연합정치에 참여해 세력들 사이를 중재하고, 합의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그것이 주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시민정치가 개입할 때 가장 예민한 부분이 안철수 교수가 출마할 경우 제기될 후보단일화 문제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박원순 모델에 따라 시민정치가 안교수를 시민후보로 삼아 정당정치와 협의하는 프로세스는 적절치 않다. 또 선거와 이후의 집권에서 정당을 하위 파트너로 놓는, 이른바 ‘시민정부론’도 적절치 않다. 중립적 심판자로 단일화에 개입하더라도 시민정치의 일부분이 참여하는 수준으로 제한해야 대선 후에도 시민정치의 독자적인 영역과 동력이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23) 김영순 「보편적 복지국가를 위한 복지동맹」,『시민과세계』 19호, 참여사회연구소 2011.

24) 이태호 「4·11 총선과 시민사회운동」, 『시민과세계』 21호, 참여사회연구소 2012.

25) 김영순, 앞의 글.

26) 이런 점에서 김기식의 진단은 정확하다. “지난 총선에서도 확인됐듯이 야권을 지지하는 유권자층은 많다. 문제는 이들이 투표하지 않는 것이다. 야권의 대선전략은 박근혜 표 빼앗아오기가 아니라 투표 안하는 사람 투표하게 만들기가 돼야 한다. 투표 안하는 사람을 투표하게 만드는 게 우리의 핵심전략이다. 야당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사람들의 불신을 씻어내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다시 말해 민주당이 수권세력으로서 능력이 있는가, 그걸 보여주는 게 핵심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장윤선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 인터뷰: 안철수와 민주당 합쳐도 대선 못 이긴다」, 오마이뉴스 2012.7.13.

27) Steven J. Rosenstone & John M. Hansen, Mobilization, Participation, and Democracy in America, Longman 2003.

28) Adam Przeworski & John Sprague, Paper Stone: A History of Electoral Socialism,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6.

29) 하윤해 「미국 정당정치의 지지기반 변화에 관한 연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2004).

30) 연합정치에 의한 승리가 효율적인 통치(efficient governability)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Youngmi Kim, The Politics of Coalition in Korea, Routledge 2011을 참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