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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황인찬 黃仁燦
1988년 경기 안양 출생.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mirion1@naver.com
돌이 되어
돌은 얼굴이 없고
돌은 심장이며 돌은 허파로 흰 쌀밥 먹다 돌을 씹어 이가 깨졌다 시는 썼다가 지우는 것으로 얼굴은 하얗고 검은 것은 활자로 그렇게 하기로 하고 그것을 잊기로
한번은 물을 마시고, 다른 한번은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다 돌을 혀로 핥으면 돌의 맛은 알 수가 없고 돌을 핏줄로 생각하는 것은 돌이며 입속의 비린 맛을 돌로 알기로
함께 올랐던 산의 정상은 온통 돌이었고, 그때의 숨가쁜 화이트아웃 속으로 돌아가기로
내려오는 길에는
하얀 조약돌을 쥐고 숲으로 들어갔다
부드러운 돌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노인의 이야기를 안다 어두운 숲에서 노인의 얼굴이 돌의 형상으로 생각되고, 나는 서서히 노인의 얼굴을 갖추고
돌을 뚫고 내려가는 나무의 뿌리가 있고, 거기서 어떤 돌은 돌의 꿈을 꾸고, 나는 이제 움직이지 않기로
형태를 잃고, 단단함을 잃기로
다람쥐가 죽을 것이다 물이 흐를 것이다 새가 울지 않을 것이다
어두운 숲에서 부드러운 돌이 생동한다
나는 백시(白視) 속에서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개종2
물탱크가 있다
환기구가 있다
창문이 있다
5층의 건물이 있다
간판이 있다
전신주가 그 앞에 있다
내가 있다
계단을 걸어올라가는 내가 있다
무작정 올라갔더니 옥상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
옥상으로 통하는 문을 지나가면
옥상이 있다
거기에는 물탱크가 있다
푸른 물탱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