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목소리
다시 만난 창비, 희망을 엿보다
●한때는 정기구독도 했던 『창작과비평』을 굉장히 오랜만에 지하철에서 읽었습니다. 촌스럽게도 책은 처음부터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책의 첫인상이기도 한 이번 특집 ‘고달프고 억울한 사람들과 우리 시대의 문학’의 글들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황정아의 「‘이미 와 있는 미래’의 소설적 주체들」을 천천히 곱씹으며 읽었습니다. 황정아의 글에 인용된 한병철의 『피로사회』가 인상적이어서 지금 뒤이어 읽고 있는데,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현대인에게 충격적인 담론들에 대해 적절히 공감하면서 동시에 또 필자(황정아)만의 시각을 제시해주셨던 점이 지금에 와서 더 인상적입니다. 너무 피로한 우리들에게 ‘이미 와 있는 미래’는 자칫 비관적으로 느껴질 위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와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미래를 좀더 희망적인 모양새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이 글에서 언급된 박민규, 김사과, 황정은 작가가 현실과 사람을 보고 보여주는 방법이니까요.
은미향 callingstar@hanmail.net
연민을 넘어 공감과 연대로 나아가는 길
●겨울호 특집 중 정홍수의 글 「세상의 고통과 대면하는 소설의 자리」를 읽으며 김애란 소설과 내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뉴스에서는 연일 청년실업 문제를 다룬다. 물론 청년실업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하지만 그 뉴스를 듣는 나는 당사자라는 핑계를 대며 그걸 단지 자기연민의 도구로 삼지 않았던가. 김애란의 소설이 갖는 힘은 이 지점에 있다. 나는 자기연민에 빠지는 대신 김애란 소설의 인물들과 함께하고 싶다. 요즘엔 스스로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빠진다. 정홍수의 말처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데까지 나아가려면 얼마나 먼 길을 가야 할까. 쉽사리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으려면 얼마나 강해져야 하는 걸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더 강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연민을 넘어 공감으로, 연대로 나아가는 것은 소설이 아니라 주체인 우리의 몫이므로.
이민해 iberty@gmail.com
터지는 울음을 누르는 사람들
●겨울호 특집 중 복도훈의 「르뽀, 죽음의 증언 그리고 삶을 위한 슬로건」을 눈여겨 읽었다. 한 억울한 죽음을 보며 아프게 읽었다. 차가운 겨울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내겐 그저 전날보다 더 두꺼운 옷을 입는 날이었지만, 다섯살과 일곱살짜리 형제는 아빠를 잃었다. 2년을 기다린 재취업일. 회사는 4시간 만에 일방적인 휴직을 통보했고, 가장은 기본급 130만원으로 생계를 꾸려야 했다. 철거민이 출마하고, 강정이 출마하고, 반값등록금이 출마했던 18대 대통령선거. 한번의 선거로 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은 있었다. 그 바람의 끄나풀마저 날아가자 젊은 노동자는 목숨을 놓아버렸다. 고달프고 억울한 사람들, 아무도 소리내 울지 못하고 있다. 아프다고, 여기 사람이 있다고 터지는 울음을 누르고 또 누르고 있다.
허소희 brusohee@naver.com
다시 만난 청춘의 시인
●시(詩)와 청춘은 영원한 짝패일 것이다. 겨울호 작가조명에서 진은영에게 붙인 ‘청춘의 시인’이란 호칭이 그와 무척 잘 어울렸다. 지난 가을과 겨울, 정동의 한 성당에서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라는 이름의 시낭송회가 있었다. 나는 이 자리에서도 진은영 시인을 만날 수 있었다. 시인은 시를 낭독했지만, 내 귀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쉬운 슬로건으로 젊은 세대가 온몸으로 겪고 있는 험한 성장통을 위로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청춘이 만난 진은영은 사회적 약자의 고통과 아픔을 쉬운 말로 정당화해선 안된다고 말하고 행동하는 시인이었다. 겨울호에서 함돈균 평론가가 던진 질문에 답하는 시인의 말에도 이런 모습이 분명히 드러났다. 나의 아픔보다 “남의 상처나 삶에 한눈 팔고 정신을 빼앗기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대단한 대의나 윤리의 실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단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자기로부터 충분히 멀리”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는 시인의 말이 그 어떤 위로보다도, 큰 위안이 돼주었다.
김소영 michellesoyoung@gmail.com
한줄기 희망을 기대하며
●선거가 끝난 후 겨울호 논단과 현장에 실린 정태인의 「진보개혁진영이 진정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을 다시 읽어보았다. 민주진영이 선택받지 못했다. 이 글에서 말하듯 민주진영이 패배한 것은 과연 정책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그림자 내각’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진정 변화를 꾀하지 못하고 교만한 자세를 보였기 때문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것도 부차적 원인일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국민의 맘이 강퍅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다수 국민이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목이 곧은 자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청라지구 근처에 조성된 경인운하에 가보았다. 얼어붙은 뱃길은 탐방객의 맘을 쓸쓸하게 만들었다. 금융 중심의 국제도시로 만들겠다는 ‘푸른 보석’의 꿈은 찬바람에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사건과 말썽 많았던 4대강사업은 우리의 기억에서 이미 오래전에 지워진 느낌이었다. 대선은 끝났지만, 앞으로도 상처받은 사람들을 다독이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기사가 더 많이 실리기를 기대해본다.
que-sais-je@hanmail.net
1470만명의 투표자를 위하여
●겨울호에 실린 리베카 쏠닛의 「당신들의 승리들을 ‘점거’하라」를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선거 전에 봤을 때는 누구에게 투표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었는데, 막상 선거가 끝나고 보니 요즘 말로 ‘힐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연초에 휴대전화를 이용해 주변 지인 백여명에게 권했던 참입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시적으로 절망할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승리로 가는 길이 아닐지, 절망으로 끝나는 것은 영원히 지는 일이고 오히려 참된 승리의 싹은 이런 절망 속에서 자라는 것이 아닐지. 결점을 고치는 데 그치지 말고 장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면 결점도 자연히 고쳐지고 장점은 더 살아나는 법입니다. 선거 후에 치유받으려고만 하기보다는 이번 선거에서 우리 사회가 성취한 것을 발견해 강화하고 확대한다면, 각자 더 능동적으로 살고 신바람도 나면서 힐링도 자연히 될뿐더러 5년 후에는 더 값진 결과를 얻고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노년에다 문외한이지만 정치 분야의 전문가들이 쏠닛의 이 글을 지금의 우리 현실과 견주어가면서 이번 대선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제시해주었으면 합니다. 특히 진보성향의 분들의 사고 방향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영구 yoksam20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