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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 심사평
응모작은 총 9편, 작년보다 적었다. 양적인 축소 탓인지 눈에 확 띄는 글도 잘 보이지 않았다. 대체로 작가론 또는 작품론들인데, 산이 거기 있어서 오른다는 식으로 대상에만 주목하여 주변을 바라보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글들이 주종이었다. 그래도 기중 읽을 만한 글 세편을 비교적 어렵지 않게 찾아내긴 했다.
소설집 『자전거 도둑』을 중심으로 유니크한 소설가 고(故) 김소진을 해명한 「아들의 아버지 되기」는 잘 쓴 작가론이지만 왜 지금 그가 거론되는지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다. 한마디로 비평의 생명인 현재성이 결여되었다고 할까. 그러고 보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연관하여 분석한 내용도 아주 참신하다고 하기 어렵다.
‘미래파’ 시인 장석원에 한편의 시를 통해 접근한 「‘태양의 연대기’론」은 작품과 대결할 줄 아는 자세가 돋보인다. 설명되지 않는 아름다움을 해명하려는 욕구가 비평의 출발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분석도 꽤 재미있다. 그러나 이 글의 부제 “J. 크리스테바의 ‘검은 태양’을 중심으로 분석한 ‘검은 나무’”가 가리키듯, 상동성(相同性)에 지펴 있는 게 문제다. 그래서 결국 비평이기보다는 감상에 가까워져 버렸다. 그리고 글의 제목을 잘 붙이는 훈련이 필요하겠다. 제목은 용의 눈동자라는 점 또한 명심하기 바란다.
황정은의 소설 『百의 그림자』를 토론한 「정치적 인간의 탄생」은 제목부터 현재성이 생생하다. 최근의 논쟁을 배경으로 이 특이한 소설에 접근해간 안목은 단연 돋보인다. 그런데 실제 내용은 그리 새롭지 않다. 그저 최근 비평의 행보를 뒤따라간다는 느낌이다.
안타깝지만 이번에는 당선작을 내지 못하게 됐다. 비평이 분발해야겠다. 내년을 기대한다.
|최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