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독자의목소리

 

무언가를 갈구하는 마음으로 읽은 특집

 

● 마음속이 시끌시끌할 수밖에 없는 계절이다. 요즘 같은 때에는 도대체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인지 설명하고 싶은 욕구가 간절해진다. 그래서 김종엽의 「‘사회를 말하는 사회’와 분단체제론」을 비롯해 세월호 이후의 한국사회를 진단한 창비 가을호 특집을, 무언가 설득력있는 설명을 갈구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읽는 내내 뉴스에서 보았던 충격적인 현장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신군사주의의 관점에서 사회를 설명한 김엘리의 글을 읽으면서는 최근 벌어진 ‘군대 잔혹사’를 떠올리게 되었다. 한편에서 가상의 군체험을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소비하는 동안, 진짜 군인들은 잔인하게 고통받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런가 하면 「한국언론, 몰락인가 갱생인가」는 모처럼 차분한 마음으로 국내 언론지형의 급격한 변화양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희망을 말하는 것이 외려 성급해 보이고 민망할 지경인데 「‘운동권 문화’와 운동하는 삶의 문화」에서 ‘진보’의 문제점과 대안적 방향을 힘있게 말하고 있어서 다소 위안이 되었다. ‘무엇을 바꿀까’라는 질문에 덧붙여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더 열심히 고민해야 한다.

김선아 whalerider3@gmail.com

 

 

관료제, 이대로 둘 수 없다

 

● 국가는 왜 존재하고 어떻게 유지되어야 하는가? 홀로 이러한 생각에 빠져 있을 무렵에 지난호에 실린 이동걸의 「대한민국 관료제의 대수술을 제안한다」를 읽었다. 집권세력의 입김으로부터 행정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태동한 직업공무원제도가 이제는 행정을 정체시키고 관료조직을 개혁의 사각지대로 만들어버리는 큰 벽이 된 것 같다. 이러한 점에서, 직업공무원제도의 폐단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과감하게 그 대안을 제시한 이 글은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큰 틀에서 직업공무원제를 책임공무원제로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염두에 두고 몇번을 읽어보았다. 필자가 언급했듯이 혁명보다 어려운 개혁이기에 제대로 된 개혁은 혁명보다 더 이롭다. 관료제의 개혁이 이 글을 계기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장영관 blacker2@naver.com

 

 

세월호로 시작한 대화는 어느새 청년으로 모아지고

 

● 세월호특별법이 117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국회 앞 유가족의 농성장이 철거되었다. 민간 잠수업체는 실종자 수색 중단 의사를 밝혔다. 창비 가을호에 실린, 세월호를 말하는 청년들의 좌담이 7월에 이루어졌으니, 그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지금 ‘청년’은 과연 누구를 가리키는 걸까? 네명의 ‘청년’이 대화를 나누는데, 그들의 말의 결이 서로 다르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이들을 하나로 뭉뚱그릴 수 있는 거대한 청년문화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타까워할 일은 아닌 듯싶다. 한 참석자가 말했듯이 이것은 선택지로서의 문화가 너무 많아서, 하나로 수렴되는 보편적 기준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한편, ‘운동’으로 접근하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또다른 이의 말에 공감한다. 개인의 경험, 그 경험의 다른 결에서 나온 각성, 각오, 실천이어야 진짜 자기 것이 아닐까. ‘당사자’의 입장에서 출발해, ‘내가,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것. 지금은 그게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김유경 madadayo@naver.com

 

 

새로운 시인을 축하하며

 

● 매년 『창작과비평』 가을호를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이 지면을 통해 새로운 시인·소설가·평론가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호에 발표된 창비신인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특히 제14회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한 손유미의 작품을 반갑게 읽었다. 손유미는 담담하고 익숙한 시어를 활용하면서도 이 세계가 감추고 있는 부조리, 균열, 생경함 같은 것들을 곧잘 발견해낸다. 또한 무심하면서도 평이한 발화를 늘어놓는 화자를 내세워 가족이라는 오래된 공동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시인의 시선을 ‘불온’이라 불러도 좋겠고 ‘착시(錯視)’로 대체해도 무방할 것이다. 시인의 감각을 빌려 유난히 마음이 가난했던 2014년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얼마간은 계속될 불온한 시대를 견딜 요량이다. 봄을 기다리는 인유(仁柔)의 마음으로 새로운 시인의 등장을 축하하고 싶다.

박준 ejzl1@naver.com

 

 

언제든, 어떻게든 소년은 온다

 

● 작가 김연수와 한강이 만난 작가조명 코너를 읽고 『소년이 온다』도 찾아서 읽어보았다. 고통과 죽음, 그리고 그에 대한 기억을 증언으로 엮어내는 필치가 인상적이었다. 어떤 죽음은 처음에는 비참한 현실로, 나중에는 아픈 기억으로 남지만, 더 나중에는 살아남은 삶의 거름이 되기도 한다. 34년 전 그날 밤 전남도청에 남았던 한 소년의 죽음이 우리를 ‘꽃 핀 쪽으로’ 이끄는 것처럼 말이다. 세월호와 함께 우리 안의 무언가가 사라진 지도 200일이 지나간다. 시간이 더 지나면 세월호는 어떻게 기억될까? 내가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1980년의 광주 이야기가 문학이라는 매개를 통해 ‘내 이야기’가 된 것처럼, 세월호도 더 오래 기억되어 우리의 이야기로 남길 바란다. 문학이 할 일이 거기 있다고 생각한다.

박무성 rudqlwkrwjs@naver.com

 

 

창비에 전하는 바람

 

● 깊어가는 가을, 창비 가을호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20대 대학시절에 창비로 교양을 쌓았는데,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의 창비 읽기는 지속되고 있다. 한때는 영인본을 구입해서 읽기도 했다. 가을호에서는 특히 세월호 이후의 한국사회 개조에 관한 담론이 눈길을 끌었다. 애독자로서 『창작과비평』의 편집방향에 관하여 제안을 한다면 첫째,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전자책 형태의 출판을 활성화해달라는 것이다. 둘째로는, 창비에 수록되는 시 중에는 시인의 시작(詩作)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운 시도 상당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매 시편마다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해설 또는 시작 동기를 함께 수록해주었으면 좋겠다.

김대수 chem17@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