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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과 현장
중국 겨냥한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
미·중 간 전략안정 흔들기
고영대 高永大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공동대표,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위원. 공저 『전환기 한미관계의 새판짜기』(1~3권) 등과 「(전시)작전 환수 연기 부당성과 대안」 「작전통제권 바로 알기」 등의 논문이 있음.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는 다소 생소한 미사일방어(Missile Defence, MD) 무기체계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는 이미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이는 사드 한국 배치가 가져올 심각한 국가안보적·경제적 파장을 어느정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부 진보적 입장의 MD 전문가들이 사드 한국 배치와 관련해 매우 이례적이고 잘못된 주장을 담은 글들을 발표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에 혼란을 주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 주장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재정(徐載晶)의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 ‘위협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선제공격으로?」1)도 그중 하나다. 저 글은 많은 부분이 미국의 MD 체계 및 작전에 대한 몰이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에 대한 자의적 판단 등에 의거함으로써 한국 배치 사드가 대(對) 중국용이 아니라 대 북한용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글은 서재정 글에 대한 반론이다. 먼저 사드가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단·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한미 당국의 주장이 허구임을 밝히고, 다음으로 사드가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서재정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밝힐 것이다. 아울러 한국에 배치하려는 사드가 대 중국용인 근거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군사전략적 의도를 밝힐 것이다.
1. 한미 당국 주장의 허구
한국 배치 사드는 대북 요격작전과 정보작전 면에서 효용성을 갖지 못한다. 먼저 요격작전 면에서 볼 때, 사드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는 어렵다. KN-02는 궤도가 낮아 사드의 요격 고도(40~150km) 이하로 비행하며, 스커드 B나 C도 발사지점을 북한의 후방으로 하고 발사각도를 낮추면 사드의 요격 고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는 데 거의 효용성이 없다. 사드가 남한을 방어하는 데 효용성이 낮다는 것은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1999)나 한국 국방부의 내부 문건(2013)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에 한미 당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 명분을 노동미사일(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요격에서 찾는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의 발사각을 높여 사거리를 줄이면 남한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노동미사일로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노동미사일은 일본이나 주일미군, 그리고 한반도 유사시 증원 미군을 견제하기 위한 무기체계다. 따라서 남한 공격에 훨씬 효율적인 스커드 B·C 등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놔두고 노동미사일로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노동미사일의 발사각을 높이거나 낮춰 남한을 공격하더라도 비행시간이 길어져 요격당하기 쉽고, 정확도도 떨어진다. 북한이 굳이 노동미사일로 남한을 공격하려고 한다면 발사각을 낮춤으로써 탐지를 어렵게 하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정보작전상으로 보아도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AN/TPY-2)를 전방배치모드(탐지거리 2000km 이상)로 운영하면 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데서는 과잉전력이 된다. 사드 레이더를 남한 어디에 배치하더라도 탐지거리가 북한을 훨씬 넘어 몽골에 이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군은 이미 사거리가 500~900km에 달하는 (슈퍼)그린파인레이더 2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탐지거리 1000km의 이지스 SPY-1D 레이더도 3기를 갖추고 있고, 앞으로 3기를 더 들여올 예정이다.
2. 서재정 주장의 오류와 한계
사드는 북한 ICBM을 부스트 단계나 종말 단계에서 요격할 수 없다. 탄도미사일은 부스트 단계에서 등가속도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위치를 정확히 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부스트 단계의 자세 제어를 통해서도 사드의 요격 고도를 피해갈 수 있다. 종말 단계에서도 사드는 ICBM의 낙하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요격할 수 없다. 미국은 지금까지 부스트 단계의 탄도미사일과 종말 단계의 ICBM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개발하지 못했다.
따라서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ICBM을 부스트 단계와 종말 단계에서 사드로 요격할 수 있다는 서재정의 글은 전제 자체가 잘못됐으며, 이에 사드가 대 북한용이라는 주장은 그 근거를 잃게 된다. 더욱이 그는 사드가 부스트 단계의 북한 ICBM 요격에 실패할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북한의 ICBM이 북한의 특정 지점에서 발사될 때만 요격할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사드의 북한 ICBM 요격 가능성을 우연에 기대고 있다.
한편 서재정은 “북극궤도와 달리 남극궤도는 현재 아무런 방어수단도 없는 무방비 상태”(430면)라며 북한이 남극궤도를 이용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이 역시 미국 MD체계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주장이다.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MD체계는 GBI(지상 배치 요격미사일)와 이지스 BMD(탄도미사일방어: SM-3 Block ⅡA 요격미사일, 2018년 실전 배치 예정)가 있다. GBI는 현재 알래스카에 26기, 캘리포니아 남부 반덴버그 기지에 4기 등 총 30기가 배치되어 있고, 앞으로 44기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미국은 또한 이지스 BMD를 33척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태평양·대서양·지중해에 분산 배치되어 있다. 이들 요격체계는 남부를 포함한 미국 전역에서 ICBM을 요격할 수 있다. 따라서 남극궤도가 무방비 상태라는 서재정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그는 또한 남극궤도를 돌아 미국을 공격할 북한 ICBM을 요격하기 위해 미국이 남부에 사드를 집중 배치할 계획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동부 연안에 GBI를 추가 배치하라며 예산까지 배정한 의회의 권고를 거부한2) 터에 ICBM을 요격할 수도 없는 사드를 남부에 배치하기로 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정보작전의 측면에서 보면,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는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ICBM을 조기에 탐지·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에 배치된 레이더에 비해 효용성이 더 크다. 그러나 서재정은 그 효용성이 아주 미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가 조기에 탐지·추적할 수 있는 북한이나 중국의 탄도미사일 정보가 일본 배치 사드 레이더가 획득할 수 있는 정보에 비해 단지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해상도 높은”(425면) 것으로 치부한 탓이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이러한 그의 주장에는 두가지 오류가 있다.
한편 앞서 언급한 “북극궤도와 달리 남극궤도는 현재 아무런 방어수단도 없는 무방비 상태”라는 주장은 정보작전 측면에서도 오류를 범하고 있다. 미국은 정지궤도의 위성 탑재(DSP, SBIRS) 레이더로 남극궤도를 이용하는 ICBM을 24시간 포착할 수 있다. 또한 남부 캘리포니아 빌 공군기지와 동북부 연안 케이프코드에 남극궤도를 돌아오는 북한의 ICBM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조기경보레이더(UEAR)를 배치해놓고 있다. 유사시 해상 배치 X-밴드 레이더(SBX)를 전개할 수도 있다. 이 조기경보레이더들은 탐지거리가 중미와 남미 일부 지역에까지 미친다.
3. 미·일 본토와 아태 지역 미군 방어를 위한 사드
한국 배치 사드는 한국을 겨냥해 날아오는 중국의 단·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한국을 겨냥한 중국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북한의 그것보다 사거리가 길기 때문에 사드가 요격하기에 더 적합하다. 향후 한중관계가 악화되어 상호 교전까지 하게 될 경우 중국의 단·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주한미군과 한국군 기지를 향해 날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때 한국 배치 사드는 이들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나 오끼나와, 괌으로 날아가는 중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사드의 사거리(200km)와 요격 고도를 벗어나기 때문에 요격할 수 없다. 미국을 겨냥한 중국 ICBM 요격도 불가능하다. 역시 사거리와 요격 고도를 벗어나며, 속도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오끼나와·괌 등을 겨냥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도 마찬가지다. 한국 배치 사드는 일본을 겨냥한 북한의 노동미사일 중 남한 영공을 지나가지 않는 것은 물론, 남한 영공을 지나가는 것(사세보 등 겨냥)도 요격할 수 없다. 사드의 요격 고도와 사거리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황해도 서쪽에서 발사시 오끼나와는 평택과, 괌은 오산과 일직선상에 있지만 마찬가지로 요격 고도와 사거리를 벗어나기에 이곳들을 겨냥한 노동미사일도 요격할 수 없다.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가 갖는 효용성의 하나는 일본·오끼나와·괌 등을 겨냥한 북한이나 중국의 중거리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해 연안을 따라 오끼나와나 한국 영공을 통과하여 괌 등으로 향하는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중국 동북부 및 중부에서 발사된 중국의 중거리미사일을 조기 탐지·추적할 수 있어 일본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에 비해 효용성이 크다.
미국과 일본이 구상하고 있는 한·미·일 연합 MD작전의 목표는 미·일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군을 겨냥한 중국 및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와 일본 태평양 연안에서 요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일은 ‘원거리 발사’(launch on remote, LoR)와 ‘원거리 교전’(engagement on remote, EoR)을 추구하고 있다. 원거리 발사는 전진 배치된 레이더가 조기 획득한 정보를 이용해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며, 원거리 교전은 함정 등이 발사한 요격미사일을 다른 함정 등이 유도해 표적을 요격하는 것을 말한다. 이 중 원거리 발사는 이미 실행단계에 들어섰다.
동해에 배치된 미·일 이지스함이 일본·괌·하와이를 겨냥한 중국과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이를 탐지·추적해야 하는데, 한반도 남북으로 뻗어 있는 산맥 때문에 동해 배치 미·일 이지스함이나 일본 배치 레이더로는 탐지·추적이 다소 늦어진다.
이때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로 이들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 미·일 이지스 함정 등에 전달하면 요격미사일을 좀더 빨리 발사할 수 있다. 일본 태평양 연안에 배치되어 있는 미·일 이지스함의 경우도 비슷하다. 괌이나 하와이를 향해 날아가는 중국과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일본열도 남북으로 뻗어 있는 높은 산맥 때문에 미처 탐지하지 못하는 경우에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가 획득한 조기경보를 이용해 요격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
이같이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가 확보한 중국과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는 미·일 요격체계가 이들 미사일을 좀더 빨리 요격하고, 한번 더 요격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에 미국은 2012년에도 사드 레이더를 백령도에 배치하려다가 이명박정권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한 바 있다. 서재정이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의 대중·대북 탄도미사일에 대한 탐지·추적의 효용성을 낮게 평가한 것은 이러한 MD작전의 특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의 가장 큰 효용성은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북극궤도를 이용하는) ICBM을 조기에 탐지·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겨레신문이 미국의 MD 전문가인 포스톨(T. Postol), 루이스(G. Lewis) 박사에게 의뢰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는 남한으로부터 3000~4000km 북쪽 상공을 비행하는 중국 ICBM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3) 이 조기경보는 미 본토와 태평양사령부 등 미 MD 지휘통제센터(C2BMC)에 전송되어 미 본토 지상 배치 요격 미사일(GBI)이 요격하게 된다. 서재정은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가 미국을 겨냥한 중국 ICBM을 조기에 탐지·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지 못했거나 저평가함으로써 이를 북한용으로 보는 우를 범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서재정이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가 획득한 중국 ICBM 탐지 정보의 효용성이 제한된다고 주장한 또다른 이유는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2000km 미만이어서 내륙 깊숙이 위치한 중국의 탄도미사일기지들을 탐지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요 탄도미사일 기지가 집중 배치되어 있는 중국 북동부나 중부 지역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미·일의 MD 정보·요격작전에서의 군사적 효용성은 결코 작지 않다. 또한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2000km를 훨씬 웃돌아 5000km에 이른다고 한다. 포스톨 교수도 탐지거리를 4000km로 보면서 2000km라는 주장을 난센스라고 일축했으며, 미국 『타임』(Time)지는 이스라엘 배치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를 4600km로 보도한 바 있다(2012.5.30).
4. 사드의 한국 배치가 불러올 안보 지형의 불안정
미국이 한국 사드 배치로 노리는 것은 무엇보다 미·중 간 전략 안정을 흔드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미국의 MD가 북한이나 이란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 미·러, 미·중 간 전략 안정을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나 중국은 물론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각각 북한과 이란을 핑계로 중국과 러시아의 핵미사일 전력 무력화를 기도해왔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미 의회 보고서도 향후 10년 안에 미국의 MD가 러시아와 중국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4)
한국 배치 사드는 미국 주도 동북아 MD의 핵으로, 미국을 겨냥한 중국 ICBM을 무력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에 사드 레이더를 2기만 배치하면 미국을 겨냥한 중국 ICBM을 부스트 단계와 상승 단계에서 탐지·추적할 수 있다. 또한 상승, 중간, 하강 단계에서 미국의 이지스 BMD나 GBI가 2~3회 요격(shoot-look-shoot)할 수 있는 조기경보를 제공함으로써 중국 ICBM을 무력화할 수 있다. 더욱이 중국은 핵 강대국 중에서 유일하게 핵선제사용 정책을 포기한 나라다. 따라서 미국 MD에 의해 중국 ICBM이 일부라도 요격당한다면 중국의 대미 억지력, 곧 미·중 간 전략 안정은 근저에서부터 무너지게 된다.
이에 미국의 과학자연맹도 2011년 9월 미국 MD가 미·중 간 전략 안정을 흔들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5) 이 보고서는 미국 MD에 대한 중국의 우려는 러시아보다 더 심각하며, 그 이유는 중국이 보유한 ICBM이 50여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SM-3를 비롯한 500여기의 ICBM 요격미사일만 갖춰도, 10%의 요격효과가 있다고 가정할 때, 중국의 모든 ICBM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2020년 회계연도까지 약 330여기(GBI 40여기, ICBM 요격에 제한적이지만 SM-3 요격미사일 약 290기)를 보유할 예정이다.6) 결국 사드의 한국 배치와 미국 주도의 동북아 MD 구축은 중국 ICBM의 무력화로 가는 길인 셈이다.
한편 사드의 한국 배치는 미·중 간에 전략 안정은 물론 지역 안정도 함께 흔든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북한을 봉쇄하며 패권을 누려왔으나 최근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보유로 그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특히 한반도 남단에서 시작해 중동에 이르는 해상수송로는 미국의 패권을 상징하는 것으로, 미국은 이 지역에 미군 전진 배치와 항공모함전력 투사(投射)로 패권을 지켜왔으나 중국의 해군력 강화로 도전을 받고 있다. 항모와 핵잠수함을 동원해 일본-오끼나와-필리핀-브루나이로 이어지는 이른바 제1도련선을 돌파하려는 중국이 육상에서 미사일로 미 항모 등을 견제할 수 있다면 미 해군력에 비해 크게 열세인 중국 해군으로서는 전력 강화 이상의 작전 효과를 거두게 된다. 미국의 항모를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1D는 미 항모가 제1도련선 내로 접근하는 데 적지 않은 위협이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해 한국 배치 사드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미국 함정을 향해 발사되는 단·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해 미군 요격체계가 중국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1도련선 내에서의 중국 해군의 작전을 제약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제1도련선 내에서 지금까지 누려온 해상 패권을 유지할 수 있으며, 미·중 간 지역 안정은 상당기간 미국 우위로 고착될 것이다.
5. 격화되는 동북아 대결 구도
미국 주도의 동북아 MD가 구축된다면 한국은 북·중 탄도미사일로부터 미·일을 지켜주는 미·일 MD의 전초기지로 전락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렇다고 북한 탄도미사일로부터의 한국 방어가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미 의회 보고서도 한·미·일 MD 구축이 한국에는 별 혜택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7)
반면 한국이 미국 주도 동북아 MD에 참여함으로써 치러야 할 댓가는 너무나 크다. 중국은 한국이 그에 참여하게 되면 “미국의 총알받이로 전락하게 될 것”8)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또한 “한국이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한·중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마지노선을 파괴하는 것”9)이라고 경고한다. 만일 우리나라 제일의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파괴된다면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경제에 치명타가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렇듯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에서 어떤 길을 갈 것인지를 묻고 있다. 앞의 미 의회 보고서 역시 이 문제를 “미·중 간에 한국이 어떤 입장에 설 것인지를 묻는 리트머스 시험지”10)로 본 바 있다.
한국의 선택을 미국 쪽으로 확고히 견인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바로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이다. “(동북아의) 통합 BMD 체계가 보다 제도화된 지역집단방위(동맹)의 견인차”11)가 될 것이라는 미 의회 보고서의 예상도 같은 맥락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동북아 전략지형의 변화가 중국 우위로 귀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미국의 최후 보루이자 가장 강력한 물리적 수단이다. 이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온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동맹 해체와 집단공동안보체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천명에 이은 미·일 신(新) 가이드라인 개정과 이를 뒷받침할 일본의 안보법 제·개정 등은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과 북·중 봉쇄를 통한 동북아에서의 미·일 패권 유지 및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더욱이 일본 집단자위권 행사의 중심에는 미국과의 연합 MD작전 수행이 있다. 동북아 MD의 성공적인 구축은 동북아에서 한·미·일 3국의 선제공격 유혹을 높인다. 평화헌법과 전수방어원칙 하의 일본이 한·미와 함께 대북 선제공격전략 의도를 노골화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렇듯 미국의 동북아 MD와 한·미·일 군사동맹, 그 연장선상에 있는 동북아 신냉전체제 구축은 바로 사드의 한국 배치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무기체계 도입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수십년에 걸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비롯한 동북아 전략지형을 좌우할 관건적인 문제다. 균형외교와 통일 외에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는 우리가 국가와 민족에 백해무익한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를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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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작과비평』 2015년 여름호. 이하 이 글에서 인용한 부분은 면수만 표기.
2) 연합뉴스 2014.5.20.
3) 「“사드, 중국발 미사일 3000km 이상 탐지… 중국에 위협”」, 한겨레 2015.6.1.
4) Ian E. Rinehart et al., “Ballistic Missile Defence in the Asia-Pacific Region: Cooperation and Opposition,”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2015.4.3, 23면.
5) Y. Butt and T. Postol, “Upsetting the Reset: The Technical Basis of Russian Concern Over NATO Missile Defense,” FAS(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Special Report No.1, 2011.9, 33면.
6) Ronald O’Rourke, “Navy Aegis Ballistic Missile Defense (BMD) Program: Background and Issues for Congress,”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2015.6.12, 7면.
7) Rinehart et al., 앞의 글 20면.
8) 『環球時報』 2015.5.27.
9) 『環球時報』 2015.3.9.
10) Rinehart et al., 앞의 글 12면.
11) 같은 글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