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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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 朴笑蘭

1981년 서울 출생. 2009년 『문학수첩』으로 등단.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이 있음. noisepark510@hanmail.net

 

 

 

이 단단한

 

 

공중에서 벽돌 한장이 떨어졌다 발치에 닿은 이 단단한 것

이 캄캄한 것

이것은 과연 벽돌이고

 

나는 조금도 부서지지 않았다

여전히 아스팔트 위를 걷고 여전히 살아 있다, 마치 죽은 듯

벽돌을 닮았다

 

괜찮아요, 또 금세 잊겠죠, 같은 말을 한다

무던한 사람이라고, 당신은 나를 그렇게 기억하면 좋겠다

 

벽돌에게도 밤은 있고

또 그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아픈 기도의 문장을 읊조리기도 할 테지만

 

그것은 단지 벽돌의 일

당신과는 무관한 일

 

미안해하지 않아도 좋아요, 같은 말도 한다

 

당신은 여전히 아스팔트 위를 걷고 여전히 살아 있다

벽돌의 바람대로

 

아름다운 사랑을 한다 시를 쓴다

아름다운 시는 거리 곳곳을 날고 그러다 지치면 당신 품에 들어 쉰다

 

나는 과연 벽돌이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이따금 몸을 던진다

당신은 벽돌을 던진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