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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디지털 성폭력, 분노를 넘어 분기점으로
김소라 金昭摞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소장. 저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공부』(공저)가 있음.
stellatis@gmail.com
1. 누구를 향한, 어떤 분노인가
지난해 11월, 한겨레의 연속 기획보도로 해킹과 경찰 사칭, 아르바이트 제의 등으로 개인정보를 알아내고, 신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으로 성착취물의 촬영을 강요하며, 텔레그램을 통해 이를 유포해 수익을 얻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알려졌다. 그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올해 3월 17일, 경찰은 성착취물을 제작·유통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운영한 혐의로 조주빈을 검거했다. 이와 함께 100여개에 이르는 대화방 참여자를 단순 합산하면 약 26만명에 달하며, 조주빈이 운영한 대화방에 참여한 닉네임이 중복을 제외하고도 약 1만 5천개에 이른다는 사실 또한 보도되었다.1 뒤이어 피해자 유인 광고에서부터 개인정보 조회, 성착취물 제작, 대화방 홍보와 관리, 회원모집, 가상화폐 환전과 인출에 이르기까지 체계화된 범행 방식, 수많은 이들이 70~150만원이라는 고액을 지불하고 적극적으로 성착취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등이 속속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사회적으로 분노가 폭발했다.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흘 만에 200만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했다.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하라’ ‘운영자와 회원 모두 처벌하라’는 청원도 각각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같은 시민들의 거대한 분노 앞에 수사기관과 사법기관, 정부와 국회 모두 대책을 쏟아냈다. 경찰과 검찰은 앞다퉈 특별수사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성착취물 제작·유포·소지의 처벌 강화를 위한 수사 기준과 사건처리 기준을 마련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또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대해 기존 판결보다 높은 양형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부와 국회 역시 처벌 대상 행위의 확대, 법정형 상향을 통한 처벌 강화, 아동·청소년 피해자에 대한 보호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2
여성들이 디지털 성폭력 근절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오랫동안 요구해온 법적·제도적 보완책들이 시민들의 분노에 힘입어 짧은 시간 동안 숨 가쁘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과 함께 현실에 뒤처진 수사 관행, 피해자의 목소리보다 가해자의 변명에 귀 기울여온 사법 시스템, 제작-유포-참여-소비로 이어지는 성착취의 연속적 성격을 포착하지 못하는 정책적 한계 등이 드러난 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성인지적 관점이 부족하다는 시민들의 문제제기 속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재판을 담당했던 서울중앙지법 오덕식 부장판사가 교체되었고,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그간 “미온적 형사처벌과 대응으로 피해자들의 아픔을 보듬지 못했다”며 반성을 표했다. 여성단체들이 2013년부터 삭제를 시도했으나 법무부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좌절되었던 ‘성매매 대상 아동·청소년 규정’3도 지난 4월 2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라졌다. 정책의 초점 또한 성착취물의 제작과 유포뿐 아니라 구매와 소지, 성착취물을 매개로 한 협박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시민들의 분노 속에 법과 정책, 제도가 정비되는 것은 디지털 성폭력이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합의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사법기관의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회 전반에 넘실대는 이러한 관심과 분노가 의아하고 낯설기도 하다. 여성의 몸을 남성들의 유희 및 남성 연대의 유지를 위한 도구로 사용해온 역사는 그야말로 유구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으로 시야를 한정하더라도 ‘소라넷’ 폐쇄 운동,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이른바 혜화역 시위), 웹하드 카르텔, ‘버닝썬 사태’ 등 수많은 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정책의 일시적 공백 상태에서 발생한 신종범죄도, 예측할 수 없는 놀랍고 새로운 사건도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을 계기로 현재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그간 디지털 성폭력의 양상과 기반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우리 사회는 지금, 누구를 향해, 무엇 때문에 분노하는지를 되짚어봐야 한다.
2. 디지털 성폭력과 남성 연대의 변화: 홀로, 그리고 함께4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그림, 사진, 영상 등을 이용해 성적 이미지로 고착화하고 대상화한 것은 한국에서도 오래된 현상으로, 멀리는 1920~30년대로, 가깝게는 여성의 몸을 전면화한 영화들이 만들어진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일례로 70년대 후반에는 서울로 상경한 시골 여성이 도시에서 ‘순결’을 잃고 호스티스라 불리는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전전하는 모습을 그린 ‘호스티스 멜로드라마’가,5 80년대에는 전두환정부의 검열 완화와 함께 에로티시즘을 표방하는 ‘성애 영화’가 유행했다. 이후 80년대 내내 가슴 노출, 여성 육체의 파편화, 욕망으로 가득 찬 여성 얼굴의 극단적 클로즈업 등을 통해 여성의 몸을 남성의 시각적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한 대상으로 전시한 영화들이 그 어떤 장르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6 1990년대에는 국내 제작사들이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는 비디오 산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에로 비디오’ 산업이 전성기를 맞았고, 이에 따라 소프트코어 포르노그래피7라 부를 수 있는 표현물이 한국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90년대 중반까지는 영화 제작사 같은 산업, 영화관이나 비디오 대여점 같은 유통업자, 그리고 소비자 간의 경계가 분명한 편이었다. 대부분의 사진, 소설, 영화, 비디오 등은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상업적으로 생산되었고, 유통 단계를 거쳐서야 소비자의 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많은 성적 표현이 여성 몸의 파편화 및 이에 대한 관음증적 시선을 그 특징으로 했으나, 여성 일반을 직접적 착취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고, 디지털 성폭력의 가능성도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보급은 성적 표현이 생산·유통·소비되는 방식과 디지털 성폭력의 양상을 총체적으로 변화시켰다. 무제한 복사와 대용량 파일 유포가 가능한 인터넷의 보급, 캠코더와 디지털카메라 같은 휴대용 촬영기기의 확산으로 누구든 실제 성행위를 촬영·유포·소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디지털 성폭력은 거대한 물질적 기반을 갖게 되었다. 사실 이같은 기술적 변화가 디지털 성폭력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성 몸의 대상화, 여성의 성행위에 대한 관음증적 욕망, 성기 중심적 쾌락 등 기존의 남성 중심적 욕망이 용인되면서, 점차 실제가 아닌 허구적 성행위의 반복적 재현은 지루한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개인이 촬영물의 생산자인 동시에 유통업자와 소비자가 되었고, 이 과정에서 불법촬영과 그 유포 및 소비가 쉽게 이루어짐으로써 디지털 성폭력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가운데 불법촬영물은 밀폐된 공간에서 ‘홀로’ 소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쌍방향적 매체인 인터넷에서 익명성에 기반해 불법촬영물의 공유·감상·비평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함께’ 소비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1990년대 후반 발생한 여성 연예인의 불법촬영물 유출과 그것의 광범위한 유통, 1999년 운영되기 시작한 ‘소라넷’은 이같은 디지털 성폭력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남성들은 여성을 불법촬영한 이미지와 동영상을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칭찬과 부러움, 평가와 같은 다른 남성들의 반응을 즐기는 가운데 쾌락을 획득했다. 이와 함께 성별화된 섹슈얼리티가 재생산되었다. 불법촬영을 통해 사진 혹은 영상으로 박제된 모습이 성적 쾌락을 위한 도구로만 소비될 때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지만, 남성은 언제든 원하는 방식으로 이를 소비하면서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력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익명성에 기대 불법촬영물을 공유하는 남성이 늘어남에 따라 디지털 성폭력에 참여하는 남성들 간의 연대는 확장되었고, 여성이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 직접 촬영한 동영상의 실시간 스트리밍이 가능한 네트워크 환경이 구축되고, 파일 공유 P2P 프로그램과 웹하드가 상용화되면서 타인의 몸을 불법적으로 촬영·유포·소비하는 행위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의 대중화로 모바일 환경이 확대된 2010년대에는 이같은 경향이 더 가속화되었다. 언제나 휴대할 수 있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대상에 접속할 수 있고, 그것의 사용에 있어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스마트폰으로 인해 불법촬영물의 생산·유포·소비가 더욱 쉬워지고 디지털 성폭력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도 다양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몸을 동의 없이 촬영하고 이를 각종 사이트와 플랫폼에 공유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또한 직접 촬영한 이미지를 SNS나 채팅 프로그램을 이용해 주고받고, SNS에 여성들이 직접 올려놓은 사진을 나체 사진과 합성하거나 성적 쾌락에 취한 표정으로 만들어 희화하는 등 이미지를 합성·변형하며, 이미지와 함께 개인정보나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일도 잦아졌다.
밀폐된 공간에서 ‘홀로’ 불법촬영물을 소비하면서도 익명적 관계에 있는 이들과 ‘함께’ 이를 즐기는 양상 역시 2000년대 후반 더욱 강화되었다. 디지털 성폭력이 불법촬영물의 유포와 공유에서 이미지와 텍스트의 합성 및 변형으로 확대되고,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공개를 빌미로 협박과 강요가 이루어지며, 여기에 SNS와 채팅 프로그램이 접목되었기 때문이다. SNS와 채팅 프로그램이 대중화되면서 디지털 성폭력에의 참여는 익명적 관계뿐 아니라 준-익명적 관계를 활용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여성의 이미지를 이용한 ‘단톡방 성폭력’, 허위정보의 유포, SNS 계정 사칭, 딥페이크 포르노그래피8 등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처럼 디지털 성폭력은 집단으로 참여함으로써 폭력을 놀이로 의미화할 수 있는 거대한 네트워크, 이 가운데 작동하는 남성 연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는 디지털 성폭력이 단지 남성의 성적 충동 문제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폭력이 어떻게 재미로 구성되는지 질문해야 할 문제임을 보여준다. 디지털 성폭력은 여성의 몸을 동의 없이 촬영하여 공개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과 장면을 까발려 여성에게 창피를 주고, 여성이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성적 대상으로만 취급함으로써 모욕하고, 성적 대상이 되었다는 바로 그 이유로 문란하다며 여성을 비난하고 단죄하는 행위이다. 이는 게일 루빈(Gayle Rubin)이 ‘여성-거래’(the traffic in Women)라 부른 것, 즉 남성 간 관계와 연대의 유지를 위해 여성이 교환의 대상으로 활용되는 모습과도 유사하다.9 오늘날 디지털 성폭력은 이미지를 통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특정 이미지로 고착시키고, 남성들이 교환하는 여성의 범위를 대폭 확장함으로써 이같은 ‘여성-거래’를 현대화하고 있다.
3. 디지털 자본주의와 성폭력 산업10
디지털 성폭력의 큰 문제 중 하나는 남성들 간의 놀이 문화 속에서 불법촬영물이 반복적으로 유포·소비된다는 것이다. 이는 불법촬영물의 완전한 삭제를 어렵게 하고, 지속적인 소비를 조장함으로써 디지털 성폭력을 확대재생산한다. 이러한 경향은 해외 혹은 다크웹11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 웹하드, SNS와 같은 산업적 기반이 생기면서 심화되었다. 닉 스르니첵(Nick Srnicek)은 소비자, 광고업자, 서비스 제공자, 생산자, 공급자 등을 포함해 두명 이상을 연결하고, 이들에게 상품, 서비스, 시장을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디지털 기반시설을 플랫폼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12 플랫폼은 이용자들의 정서와 생각, 이들의 스마트폰과 컴퓨터 속에 있는 이미지와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댓가로 이용자들이 일상적으로 생산하는 갖가지 활동의 결과물을 정보의 형태로 축적한다. 그리고 이를 콘텐츠로 삼아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들임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13 수익을 얻기 위해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여 더 많은 연결성을 확보하고, 이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통하고 싶은 욕구, 타인의 것을 공유함으로써 접근 가능한 콘텐츠의 총량을 늘리려는 욕구를 발견하고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웹하드, 불법 사이트, SNS 같은 플랫폼들은 그와 같이 많은 이들의 연결을 담보할 수 있는 매개체 중 하나가 성적 이미지, 그리고 성착취물임을 보여준다.
경제적 수익은 디지털 성폭력 산업이 지속되는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2018년 웹하드 ‘위디스크’의 실소유주 양진호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웹하드 카르텔’은 디지털 성폭력이 산업화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웹하드 사업자는 불법촬영물을 연상시키는 ‘국산’ ‘국 NO’ ‘국노’ ‘유출’ ‘몰카’ ‘골뱅이’ 등으로 영상을 게시하거나 검색하지 못하도록 하는 필터링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웹하드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등을 소유했던 양진호는 헤비업로더들을 특별히 관리해 불법촬영물과 포르노그래피 등을 대량으로 업로드하도록 했고, 이들에게 수수료를 최고 18퍼센트까지 적용해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었다. 양진호는 헤비업로더를 관리하는 동시에 ‘뮤레카’라는 필터링 업체를 직접 운영하면서 불법촬영물의 유통을 방치했다. 또한 불법촬영물 삭제를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뮤레카’의 기술을 활용해 운영되던 ‘나를 찾아줘’라는 디지털 장의업체로 직간접적으로 유도했다. 이렇듯 웹하드 사업자, 필터링 업체, 헤비업로더, 디지털 장의사 간의 유착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아 이들 모두가 여성의 몸을 착취함으로써 수익을 얻은 구조가 웹하드 카르텔이다.14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비판, 웹하드 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와 함께 웹하드에서 발견되는 불법촬영물의 숫자는 빠르게 감소했다. 하지만 2018년 10월 30일~11월 6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실시한 웹하드 모니터링에 따르면, 카르텔이 공론화된 이후 웹하드들에서 ‘국노’를 키워드로 한 촬영물이 줄어든 대신 ‘중노’15를 키워드로 한 촬영물이 대거 늘어나는 양상이 발견되었다.16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규제 강화로 한국 여성의 몸이 다른 국적을 가진 여성의 몸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에 더해 카르텔에 대한 공론화 이후 웹하드들은 BJ 방송의 송출을 새로운 수익 창출 전략으로 추구하고 있기도 하다. 수십개의 방송이 실시간으로 운영되고 방송별로 참여하는 이용자 수가 다른 까닭에 전체 규모를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웹하드에서 송출되는 대부분 방송이 여성 BJ의 몸을 노출하고 이를 중계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웹하드들이 새롭게 찾은 전략 역시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것임을 보여준다.17
한편 최근 드러난 여러 사례는 디지털 성폭력이 단속을 피해 해외나 다크웹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 혹은 SNS로 옮겨가고 있으며, 이때 규제가 어려운 가상화폐가 사용됨을 보여준다.18 현직 법무사가 운영하다 2017년 적발된 불법 사이트 ‘꿀밤’은 2016년 한해 동안 벌어들인 비트코인을 현금화한 규모가 15억원에 달한다고 밝혀졌으며, 12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해 ‘소라넷’ 폐쇄 이후 최대의 불법 사이트였던 ‘AVSNOOP’의 운영자 역시 2013년 12월부터 경찰에 검거된 2017년 4월 사이에 19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이트는 특정 게시판을 유료화해 회원들이 콘텐츠를 보거나 다운로드할 때마다 포인트나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를 사용하도록 하고, 성매매업소와 도박 사이트 등의 광고 배너를 게시함으로써 수익을 남겼다. 또한 불법촬영물을 업로드할 때마다 이용자의 회원등급을 높여 접근 가능한 게시판의 숫자를 늘려주거나, 가상화폐 혹은 경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부추겼다. 이들 플랫폼은 이용자의 활동과 참여로 축적한 불법촬영물을 자신의 콘텐츠로 전유해 다시 새로운 이용자들을 끌어들였고, 이를 통해 수익을 확대할 수 있었다.
특히 ‘AVSNOOP’ 사건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이는 경찰에 의해 압수된 수익 일부가 비트코인(216비트코인, 당시 기준 약 5억원)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법원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화폐가치를 인정하고 몰수할 것인가, 아니면 비트코인의 가치에 해당하는 추징금을 물릴 것인가가 당시 주요한 관심사였다. 1심은 가상화폐의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비트코인 몰수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2심과 3심은 가상화폐 역시 거래소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실체가 있는 재산이며, 재화와 용역의 구매가 가능해 수익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범죄수익임이 확실한 191비트코인의 몰수 결정을 내렸다. ‘AVSNOOP’뿐 아니라 아동 성착취물을 다크웹에서 유통한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역시 이용자들로부터 415비트코인(당시 기준 약 4억원)이 넘는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처럼 새로운 방식의 가상화폐는 디지털 성폭력 산업을 유인하는 기제이다.
4. 무관심 속에 자란 텔레그램 성착취
앞서 살펴보았듯 디지털 성폭력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가시화되었으며, 플랫폼을 거쳐 산업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계속해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러한 현실은 외면되었고, 여성들의 비판은 정책적 관심의 바깥에 놓여 있었다.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2015년이었다. 일상의 다양한 여성 재현이 여성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정치적 문제라는 사실을 드러내며 ‘페미니즘 리부트’를 불러온 활동의 중심에 메갈리아의 ‘소라넷’ 폐쇄 운동이 있었다. 2018년에는 성별에 따른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문제 삼은 이른바 ‘혜화역 시위’가 열렸다. 그해 6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이 시위에 연인원 35만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참가하여 여성의 일상을 포르노그래피 취급하는 문화와 무능한 공권력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동시에 2018년 여름, ‘비공개 스튜디오 촬영회’에서의 성폭력과 촬영된 사진의 동의 없는 유포, 그리고 여성의 몸을 재화 삼아 이득을 축적한 웹하드 카르텔 문제가 공론화되었다. 2019년 3월에는 불법촬영물을 공유한 남성 연예인들의 단체대화방이 보도되었고, 약물 강간, 성폭력, 성매매 알선 및 성매매, 불법촬영물 생산과 유포 등이 동시에 이루어진 ‘버닝썬 사태’가 이슈화되었다. 그리고 2019년 10월에는 아동 성착취물을 다크웹에서 공유·유통한 세계 최대 규모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가 한국인이며, 32개국 공조수사 끝에 검거된 이용자 338명 가운데 223명이 한국 남성이라는 사실이 미국 법무부 경찰청의 수사결과 보고를 통해 드러났다. 이렇듯 최근 몇년간 여성들에 의해 디지털 성폭력 문제가 제기되고 이로 인해 용어와 제도가 일부 변화했지만,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정치적·정책적 관심은 매번 일시적인 것에 그쳤다.
이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11월 한겨레 기획보도 이후 어떤 주요 언론도 이에 대해 후속취재를 하지 않았다. 2020년 3월 국민일보가 ‘추적단 불꽃’과 함께 ‘n번방 추적기’를 통해 사건의 심각성을 전하기 전까지 이 문제에 관한 관심을 지속시킨 것은 젊은 여성들이었다. 대학생 두명으로 구성된 ‘추적단 불꽃’은 텔레그램 대화방에 잠입해 성착취 현장을 취재하고 증거를 수집해 경찰에 신고했다. 또한 SNS를 기반으로 익명의 여성들이 모인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리셋’은 온라인의 성착취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편,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국회 국민청원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같은 여성들의 활동 덕분에 각기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던 것들이 텔레그램 성착취라는 큰 그림하에 이해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디지털 성폭력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왔다. 올해 2월 국제 공조수사, 전담부서 신설, 엄격한 양형기준 설정 등을 통해 텔레그램에서 발생한 디지털 성폭력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었다. 하지만 정작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성착취에 대응하기 위한 내용은 법안에 반영되지 않았고, 영상물의 편집·합성을 이용한 디지털 성폭력을 처벌하는 조항만 포함된 채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 처벌법’)이 통과되었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국회는 불법촬영물을 제작·유포한 이들뿐 아니라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하거나, 불법촬영물을 이용해 협박·강요한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디지털 성폭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유사 내용 개정안 19개를 통합한 것으로, 이 중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불거진 뒤 발의된 것은 6개에 불과하다. 그간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이해도, 이미 발의된 법안에 대한 검토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2020년 총선 국면에서 젠더 이슈가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것 또한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 대한 대책 대부분은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n번방은_판결을_먹고_자랐다’ 같은 트위터 해시태그에서 볼 수 있듯, 사법기관의 약한 처벌이 텔레그램 성착취를 비롯한 디지털 성폭력이 만연하게 된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6년 ‘소라넷’의 해외 서버를 압수·폐쇄한 경찰은 이 사이트의 운영진이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운영진 중 한명만이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최종 선고받았고, 피고인의 재산이 범죄로 인한 불법적 수익임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머지 공동운영자 세명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고, 100만명이 넘는 ‘소라넷’ 회원에게도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2017년 적발된 ‘꿀밤’의 운영자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며, ‘AVSNOOP’를 설립하고 23만건에 이르는 불법영상을 유포한 운영자 역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지난해 만기 출소했다. 회원 수가 128만명에 달했던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역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지난 4월 형을 마치고 출소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이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면서 다시 구속된 상태로 미국 송환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처벌이 약하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검찰청에서 매년 발간하는 『범죄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 성폭력을 처벌하는 주요 법률인 ‘성폭력 처벌법’ 제14조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기소율은 2015년 44.2%, 2016년 41.7%, 2017년 44.6%, 2018년 46.9% 정도로 높지 않다. 또한 기소된다 해도 처벌의 확실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 유포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는데,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가 의미하는 바에 관한 법률적 합의가 부재함에 따라 재판관의 자의적 해석이 판결에 반영되고 이로 인해 처벌의 일관성이 담보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버스에서 레깅스 차림의 여성을 동의 없이 촬영한 남성에 대해 ‘피해자가 불쾌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고,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신체 부위가 적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부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힘들다’며 2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의정부지방법원의 판결이 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처벌이 이루어질 때조차 대부분이 벌금형으로, 그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았다.19 낮은 기소율, 일관성도 확실성도 담보하지 못하는 판결, 법정형에 비해 낮은 수준의 처벌 등은 검찰과 재판부의 법 해석 관행의 문제이며, 따라서 처벌 강화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른 한편,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서 정부와 사법기관의 보호가 아동·청소년에게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는 의제강간 기준연령을 기존 만13세 미만에서 만16세 미만으로 상향하고,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강간이나 유사강간을 계획한 이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다른 법안과 달리 음란물이라는 용어 대신 성착취물이라는 용어를 채택했다. 이는 한국정부가 그간 펼쳐온 정책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1997년에 제정된 ‘청소년 보호법’과 2008년에 전면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통해 우리 사회는 아동과 청소년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왔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성매매 대상 아동·청소년 규정’에서도 볼 수 있듯 이같은 정책이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받아야 할 취약한 피해자이자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보호해야 할 피해자와 그렇지 않은 피해자를 구분함으로써 성착취의 현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어왔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일명 ‘박사방’ 피해자 74명 가운데 16명이 미성년자다. 피해자의 상당수는 성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분노는 아동·청소년 성착취에 집중되어 있다.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나 통로가 적은 아동·청소년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텔레그램에서 이루어진 성착취는 피해자의 나이나 판단능력으로만 그 경중을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분노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5. 가해와 피해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조건으로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 성폭력은 이미 1990년대에 등장했으며, 디지털 매체의 변화와 함께 그 방식이 다양해지고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그간 이러한 디지털 성폭력 문제에 대해 사회적·정치적·정책적 무관심이 누적된 결과 가해와 피해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조건이 구축되었고, 취약한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자 한 정책은 가해행위나 폭력이 발생한 맥락이 아니라 피해자의 자격에 관심을 두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한명의 가해자, 혹은 고통스러운 피해를 경험한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아닌, 피해와 가해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조건, 그리고 그같은 조건을 방기해온 구조에 주목하는 것이다. 텔레그램 성착취는 대화방을 운영한 가해자 몇몇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성폭력을 지켜보고, 반응하고, 호응하며 여기에 참여한 다수가 만들어낸 범죄이며, 남성의 성적 욕망은 해소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이를 호기심의 문제로 사소화해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디지털 성폭력을 추적이 어려운 메신저와 가상화폐 같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범죄로 바라보기보다, 모니터와 스마트폰 너머에서 안전하게 성착취에 가담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시도로 인식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각종 메신저와 플랫폼의 ‘보안성’은 높아지는 가운데 여성의 ‘안전’은 위협받는 모순적인 상황도, P2P 프로그램과 웹하드를 거쳐 ‘텀블러’와 ‘텔레그램’으로, 또다시 ‘디스코드’와 ‘위커’, ‘와이어’로 이동하는 성착취의 양상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디지털 성폭력을 범죄로 의미화하고 이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성폭력을 가능케 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 그것이 이루어지는 ‘과정’,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산업’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뿐 아니라 사법적 규제의 한계도 다시금 논의해야 한다. 가해자를 처벌하고 불법촬영물을 공유하는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불법촬영물의 시청행위를 처벌하는 ‘성폭력 처벌법’과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는 사이트들을 폐쇄해야 한다는 청원에 대해 성인물의 허용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는 목소리들이 존재한다. 이미지를 이용한 성인물은 여성의 성적 경험을 금기시하면서도 포르노그래피로 소비하는 문화, 성적 이미지의 유포가 여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현실에 기반한 성착취임에도 이를 성적 욕망이라는 본능 문제로 환원하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법적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디지털 성폭력이 활용하는 젠더 관계와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산업이 지속된다면 디지털 성폭력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피해자의 자격을 따지기보다 몸이 아니라도 여성들이 자존감, 사회적 인정과 성취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사회적 분노 속에서 개인정보를 공개하겠다며 피해자들을 착취해온 이들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한 지금이야말로 그간 남성들이 성적 본능과 욕구라는 이름 아래 누려온 자유의 성격, 여성의 몸을 시각적 대상으로 삼아 거래해온 남성 연대, 이 과정에 개입함으로써 여성의 몸을 착취하고 수익을 축적해온 다양한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할 때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 대한 지금의 거대한 분노가 이같은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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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착취 박사방’ 들어간 닉네임 1만 5천개 확보」, 한겨레 2020.3.31. ↩
- 정부는 2017년 9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종합 대책’, 2019년 1월 ‘웹하드 카르텔 방지 대책’에 이어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을 발표했고, 국회는 ‘텔레그램 n번방 재발 방지법’으로 불리는 법률 개정안들을 통과시켰다. ↩
- 성매매에 유입된 아동과 청소년을 ‘피해 아동·청소년’과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나누고, 그 과정에 자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분류한 뒤 보호처분을 선고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일부 아동·청소년을 처벌하는 역할을 해온 규정이다. 이 때문에 아동·청소년이 보호처분에 대한 두려움 탓에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게 되고, 지속적으로 착취에 노출될 수 있어 여성단체들은 이 규정의 삭제를 계속해서 요청해왔다. ↩
- 이 장은 필자의 다음 논문 일부를 재구성한 것이다. 「디지털 성폭력의 변화 양상과 ‘음란성’(obscenity)을 근거로 한 규제의 한계」, 『아시아여성연구』 57 (1), 2018. ↩
- 1970년대 정치적 정당성과 도덕성의 부재를 은폐하기 위한 박정희정권의 ‘문화정치’는 권은선 「유신정권기의 생체정치와 젠더화된 주체 만들기: 호스티스 멜로드라마와 하이틴 영화를 중심으로」, 『여성문학연구』 제29호, 2013을 참조. ↩
- 1980년대 성애 영화에서 나타나는 여성 섹슈얼리티의 재현 양상은 강소원 「1980년대 한국 ‘성애 영화’의 섹슈얼리티와 젠더 재현」, 중앙대 박사학위논문 2006을 참조. ↩
- 일반적으로 포르노그래피는 명백하고 노골적인 성적 행위의 묘사와 성기 노출이 이루어지는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와, 성교 장면 혹은 성기의 노출은 없으나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소프트코어 포르노그래피로 분류된다. 많은 국가에서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는 금지의 대상인 반면, 소프트코어 포르노그래피는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다. 각 개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Linda Williams, Hard Core: Power, Pleasure, and the “Frenzy of the Visible”, Univ. of California Press 1999 참조. ↩
-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누군가의 얼굴을 포르노그래피에 합성한 영상물을 의미한다. 2017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딥페이크’(deepfakes)라는 닉네임을 가진 네티즌이 할리우드 여성 배우의 얼굴과 포르노그래피를 합성한 영상을 올린 것이 그 시작이었다. 2019년 10월 BBC가 딥페이크 포르노그래피 피해자의 46%는 미국과 영국의 여성 배우, 25%는 한국의 여성 가수라는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국내에 그 존재가 알려졌다. 최근 영상 합성기술이 대중화됨에 따라 피해자는 유명인에서 일반인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
- 게일 루빈 「여성거래: 성의 ‘정치경제’에 관한 노트」, 『일탈』, 임옥희 외 옮김, 현실문화 2015. ↩
- 이 장은 필자의 다음 논문 일부를 재구성한 것이다. 「디지털 자본주의와 성폭력 산업」, 『여/성이론』 2019년 겨울호. ↩
- 특정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속할 수 있는 암호화된 인터넷망으로, 일반적인 검색엔진으로는 찾을 수 없다.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의 추적이 어려워 범죄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다크웹에서 비트코인으로 마약과 총기를 거래하던 사이트 ‘실크로드’를 적발해 폐쇄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
- Nick Srnicek, Platform Capitalism, Polity, 2017, 43면. ↩
- 백욱인 「서비스 플랫폼의 전유 방식 분석에 관한 시론: ‘플랫폼 지대와 이윤’을 중심으로」, 『경제와 사회』 104호, 2014; 이광석 「자본주의 종착역으로서 ‘플랫폼 자본주의’에 관한 비판적 소묘」, 『문화과학』 92호, 2017. ↩
- 경찰은 양진호가 불법촬영물과 음란물을 유통시킴으로써 얻은 부당이득을 70억원 상당으로 추정했으나, 여성단체와 언론에서는 그가 실소유한 ‘위디스크’ ‘파일노리’ ‘파일쿠키’의 한해 수익이 600억원가량이며 그의 자산이 1000억원대라는 점에서 추정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
- ‘국노’는 ‘국산 노모자이크’, ‘중노’는 ‘중국산 노모자이크’를 줄여 부르는 은어로,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의 국적과 성기 노출 여부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는 여성의 성기가 노출되는 실제 성행위에 대한 남성들의 선호, 여성의 국적과 인종이 남성들 사이에서 ‘취향’으로 소비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
- 리아 「사이버성폭력 산업과 남성연대」, 한국여성학회 춘계학술대회 『교환되는 여성의 몸: 디지털 시대의 성폭력, 성접대, 성매매』 6~8면. ↩
- 디지털 성폭력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현상이 ‘리얼돌’ 문제에서도 발견된다. 애초에 그 이름 자체가 형용모순인 ‘리얼돌’은 ‘진짜’에 가깝지만, 말하고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의지가 없는 ‘인형’이며 통제하기 쉽다는 점에서 불법촬영물 속 여성, BJ 방송 속 여성과 공통점이 있다. ↩
- 「은닉과 추적, ‘박사방’에서 본 암호화폐 범죄화의 단면」, 한겨레 2020.4.28. ↩
- 서울지역 관할 법원에서 2011년 1월 1일~2016년 4월 30일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죄명으로 선고된 1심 판결문 1540건을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선고된 형의 종류는 벌금형 71.97%, 집행유예 14.67%, 선고유예 7.46%, 징역형 5.32%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김현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에 관한 연구」, 이화여대 박사학위논문 2017을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