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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선우 金宣佑
1970년 강원 강릉 출생. 1996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가 있음. lyraksw@hanmail.net
나들의 시 om 11시
언젠가 죽어본 적 있는 그 시간이다
달이 찼다
영원히 살 것처럼 탐욕 하는 부자들이 불쌍하다
이 별에서 꼭 해야 할 일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아는 일뿐
가을에 떠난 너의 이름을
다시 가을이 온 후에 비로소 불러보았다
아무렇지 않았다
여전히 사랑했다
산 사람들 속에 죽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서
여기가 진짜 지옥이 되지는 않는 거라고,
나에게 보낸 너의 마지막 편지에
쓰여 있었다 달빛이 따스했다
착하고 슬픈 사람들을 위해 시를 쓰겠다고
달에게 약속했다
*
믿어야 구원받습니다.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갑니다. 지옥에!
am과 pm의 시간에서 누군가 말한다 그 순간 om의 시간이 그믐처럼 스미며
당신……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해?
나들의 시, 너의 무덤가에서
om 5시
(24시 편의점 같은, 편의를 위한 24시 너머, 혹은 그 안쪽으로 당신이 놓친 시간들을 찾아서, 오늘은 이렇게 씁니다)
너의 손은 달처럼 변하네. 손금을 따라 밀물 드는 소리와 썰물 빠지는 소리가 나고. 파도를 뒤적인 손을 귀에 대어보네. 나는 거품처럼 사라지고 너는 바다처럼 남네.
(생생하다는 게 그런 거라고 문득 생각합니다
꽝꽝 언 동백 같은 시간이라 해도 좋겠습니다)
오래전 죽은 별의 흩어진 육신으로부터 맑은 침 한방울이 흘러내려…… 메마른 혀를 적시며 나의 아침이 온다. 잠에서 깨면 나들이 물 한잔을 마신다. 내 몸 끝에서 누가 깨는 소리…… 혹은 너의 몸 끝에서 내가 깨어난 느낌…… 어, 내가 왜 네 배꼽에서 태어나는 거지? 그렇게 아침이 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침을 닮은 시간이 왔다) 〔해〕라고 부를 만한 별이 빛을 쏟고 〔달〕이라 부를 만한 별이 흰 얼굴로 안녕이라고 말한다. 점성술을 배운 회양목처럼 나는 조심스럽게 양말을 신고. 간밤 새로 태어난 별과 죽은 별을 헤아려 축하와 애도의 편지를 쓰고.
(짐작하시겠지만 죽은 별에게는 축하의 편지를, 탄생한 별에게는 애도의 편지를 쓰는 것이 내 오랜 휴머니즘입니다)
그림자들을 모아다 불을 지피는 건 오래 지속해온 나의 소임. 그림자 땔감으로 만든 불은 냄새가 좋다. 냄새가 좋은 불로 나는 오늘의 밥을 짓고 너를 부른다. 나라는 먼지는 너라는 별을 구성하는 중요한 진실이다. 너라는 먼지는 나라는 별을 구성하는 중요한 진실이다. 세상은 빌려온 이름들로 가득해 너는 점점 야위어가고. 오늘에 어울리는 이름 하나를 주워들고 너는 불 옆으로 오고. 우리는 포옹한 채 그림자들을 불 속으로 던진다. (어제가 죽어서 오늘이 오고 오늘이 죽어서 내일이 오고) 너를 안고 있는 나는 기쁘다. 살아 있는 모든 날은 오늘이니. 오늘 기쁜 너와 내가 종알거린다.
오늘은 어제 채집해둔 이름들을 반죽해 호박칼국수를 끓일까?
아, 그런데…… 24시간으로부터 너무 멀리 온 것 아냐? 그래도…… 이리로 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