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서약

허둥지둥 사는 꽃 핀 날 미친 눈길 성에 찰 리 없는 잔에 비워지는 살맛 꽃잎은 여섯시 너머 곱게 가라앉는데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날은 저물고 항의라도 하듯 곁을 지키던 것들이 긴 침묵을 지피네 이렇게라도 수포로 돌아간 날들을 구해야 하는 것을 어둠 속에서 앙다물 때 떠나는 것들아 나도 오늘 저녁을 혼자 먹었다, 언제나 타지인 거리에서 세탁물처럼 던져질 때 더 큰 감옥이 자신이라는 것을 누가 모를 것인가?

구름을 가리키니 행복하게 자라는 아이들이 보이고 대로에는 치장한 여인들이 서 있다 이것들만으로도 아름다울 것이니 시린 발로 기다리던 저녁도 이제는 끝이다 사과꽃이 지고 사과 여무는 날이다

그때 다 익은 밥은 애틋이 사는 가르침을 빨리 오는 여름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의 영원은 죽었다 그리고 나는 그 죽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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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르 바예호

날개를 떨고 있는 상자

바람이 그린 저녁의 초상화에는 바람의 피가 섞여 있고 우리는 미라처럼 늙어 한밤에 태어난 이번 생은 이래저래 파란만장했다

머리카락에서는 두려움을 겪은 피가 기억을 내리고 공포는 거대하고 푸르다

그늘 아래 외로운 사람들이 앉아 빛나고 걸어온 길마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을 때 애욕들은 굳어간다 지금이라면 나는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다 감촉이 남아 있는 태어난 양들을 상상할 때 영구차는 기척 없이 지나간다

기척 없이 말들도 동작을 멈추고 붉은 머리를 먹어치우는 노을은 눈과 눈으로 입술과 입술로 들이닥치는 요절을 되풀이하다 마지못해 노역 너머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