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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속 가능한 환경, 책임수산물 생산과 어촌사회

 

 

김경원 金敬源

남도자연생태연구소 소장, 환경생태학 박사.

kyungwon.sea@gmail.com

박선영 朴宣影

남도자연생태연구소 대표, 국제정치학 박사수료.

sunyoungpark2050@gmail.com

 

 

1. 육지의 끝 바다의 시작, 지금 어촌 이야기

 

‘인구절벽’ ‘지역소멸’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린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남쪽 바닷가에는 어촌으로 돌아왔거나 어촌을 떠나지 않고 살면서 세명 이상의 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부부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앞으로 20~30년 이상 이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젊은 부부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했으며 환경 문제에 대한 의식도 높은 편이다. 이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고 고향에 계속 머물며 바다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제 막 어촌에 정착한 이들은 자녀 세대와 더불어 앞으로 바다를 기반으로 살아갈 새로운 세대의 시작으로 보인다. 최근 10여년간 어촌으로 돌아온 40~50대 또한 적지 않다. 더 나은 경제적 기회를 찾아서, 또는 좀더 여유로운 삶을 바라고 도시를 떠나온 사람들일 것이다. 여전히 부모 세대가 바다에서 일하고 있다면 어민의 직계자손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그러나 대부분 아들에게만 허락된다—‘어촌계 면허’라는 공유자원 이용 권리를 양도받아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상황이 좋은 경우 부모가 일궈놓은 규모화된 양식업을 물려받아 제법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도 한다. 이들은 어촌이라는 주변부 삶으로 밀려났다기보다 오히려 어촌으로 돌아와 성공한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해양환경의 빠른 변화는 어업에 기대어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긴장과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제는 어촌에서도 ‘기후변화’ ‘지속 가능성’ 등의 단어가 흔하게 거론된다. 그러나 현재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사용하는 이와 같은 문구들이 어촌 현실에서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제시되는지는 다른 문제다. 이러한 해양환경 변화와는 별개로, 지난 2년은 우리 어촌사회의 또다른 고질적 문제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노동력 부족이다. 이제까지 어촌의 부족한 일손을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의 손을 빌려 해결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확산으로 이들이 입국하지 못하면서 구멍이 뚫려버린 것이다. 그나마 일을 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한국인 숙련노동자와 동일한 금액을 요구하거나, 웃돈을 얹어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에서 빚어지는 부딪침은 물론 노동조건과 임금을 둘러싼 한국 어민과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의 새로운 갈등은 어촌사회의 불안한 현재를 대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어촌의 지속 가능한 삶의 정도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이 글은 최근 국제사회가 도전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환경과 책임수산물 생산을 위한 국제인증’ 활동을 중심으로 이를 파악해보고자 한다. 환경적·사회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국제인증의 원칙과 기준들은 어촌사회의 현황을 광범하게 진단해볼 수 있는 틀이며, 더 풍요로운 어촌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우리 어촌에서 실제 실천해나갈 만한 시도이다.

 

 

2. 지구의 82% 해양환경의 보전

 

지구는 ‘지구(地球)’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전체의 82%가 바닷‘물’, 즉 해양이 차지한다. 해양의 지속 가능성 문제는 최근 급속히 부각되고 있다. 바닷속 해양자원은 고갈되고, 생물들은 쓰레기와 플라스틱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바다를 이용하며 살아가는 어민들에게 해양 쓰레기나 생물종 위기는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를 입지 않는 한 그다지 중요한 문제로 와닿지 않는다. 그러나 바닷물의 산소 농도가 줄어드는 ‘빈산소수괴’의 잦은 발생, 먹이 부족 등으로 인한 양식수산물 폐사1와 수확량 감소 등 해양환경 악화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미 전세계 해양의 30%가 연안 서식지 훼손, 불법 어업 및 남획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해양환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의 하나로 유엔은 2015년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의 14번째 항목으로 ‘대양, 해양 및 해양자원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채택했다. 이러한 ‘SDG 14’는 해양환경 및 자원 보전을 위해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성취해야 할 공동 목표이며, 각국의 지속가능발전전략 중 해양 정책의 중요한 근간이 된다.2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4년 세계공원총회에서 전세계가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시급히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3 해양환경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생태계와 생물자원에 대한 보호조치 및 해양환경 훼손을 규제할 수 있는 보호구역의 지정과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어촌 현장에서는 이에 대해 어민들이 불편함을 넘어 공공연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특히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고 개발 요구가 높아지면서 보호구역 규제가 자신들의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는다고 여겨 더욱 큰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양식장 대부분은 정부로부터 면허 허가를 받아 거의 ‘무상’으로 또 ‘반영구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바다 자체는 정부의 이용 허가만이 필요한 ‘공유수면’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어민은 양식장 면허를 영구적으로 사용하기를 바라면서도 해양보호구역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해양보호구역을 통해 해양자원을 보호하는 것이 해역 전체의 생물다양성을 증가시키고 수산물 또한 건강하고 풍요롭게 함으로써 어민들의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많은 연구와 정책 제안이 있지만, 재산권 제약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지속 가능한 환경과 책임수산물 생산을 위한 국제인증’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3. 지속 가능한 어업의 필요성: 어업도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우럭, 광어, 굴·홍합, 해조류 등 한정된 어종만을 주로 양식하는 우리 바다는 한때 다양한 어종이 한꺼번에 많이 잡히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 바다에서 수산물은 전처럼 풍부하고 다양하게 나지 않는다. 밥상에 흔하게 올랐던 명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국민 생선’으로 불리던 고등어 역시 대부분이 수입산이다. 1970년대 이후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전세계적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1인당 소비량은 65.9kg으로(2017년 기준) 같은 해 세계 평균(20.3kg)의 세배 이상이다.4

전세계적으로 수산물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세계 곳곳의 바다에서 남획이 진행되면서 수산자원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법의 감시 및 규제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불법·비보고·비규제(IUU, Illegal, Unreported and Unregulated) 어업과 서식지 환경 악화, 오염, 폐어구 등으로 인한 폐사로 수산자원은 갈수록 감소 추세다. 해양자원평가그룹(MRAG)에 따르면 IUU어업은 전세계 어류 총생산의 10~30%를 차지하며,5 지속 가능한 수산자원 관리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30여년 전부터 이같은 불법어업 관행에 대해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1992년 역사적으로 풍요로움을 자랑했던 캐나다 동부 뉴펀들랜드 해안의 대구 어장이 붕괴되고 캐나다 정부가 대구 어업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은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를 계기로 1997년 국제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과 당시 세계 최대 수산물 구매 기업이었던 유니레버(Unilever)가 공동으로 비영리 민간 국제기구 해양관리협의회(MSC)를 창립하게 된다. MSC는 잡는 어업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한 것으로, 이후 전체 수산물 중 양식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면서 WWF는 2009년 양식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수산양식관리협의회(ASC)를 창립한다. 식량생산 분야에서 국제규범을 만들고 확산하고 있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또한 1995년 처음으로 ‘책임있는 수산업 규범’을 제시한 데 이어 MSC·ASC 등 수산물의 지속 가능성 인증 프로그램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2009년 ‘잡는 어업 수산물 인증제 가이드라인’, 2011년 ‘양식 인증의 기술적 가이드라인’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FAO는 이를 통해 어업과 양식업의 해양환경 보전 문제뿐 아니라 산업의 윤리 및 노동 문제, 동물 복지, 식품 안전 등 사회경제적 요소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수산양식업계는 지속 가능한 수산양식인증 표준을 개발하고 적용하면서 산업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 인증제도의 경우 유기농, 무농약 등 제품의 품질 인증 목적이 강했으나 지속 가능성 인증의 경우 수산양식업의 경제적·환경적·사회적 책임성 등을 동시에 성취해야 할 목표로 보고 있다.6

MSC·ASC 인증은 ‘수산자원을 고갈시키지 않고 남획과 혼획 없이 불법어업을 근절하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산물’에 부여된다. 이러한 인증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과 선박 또는 어민의 사회적·환경적 책무를 요구하고, 매우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치며, 무엇보다 미래 바다를 위한 지속 가능성을 중시한다는 점이다.7 또한 수산물의 지속 가능성을 객관적·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국가와 지역에 상관없이 적용 가능하며, 평가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 기회가 보장되는 독립적 인증프로그램이다. 소비자는 이같은 인증 수산물 구매를 통해 지속 가능한 어업 및 양식업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생산자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통해 그에 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 메커니즘은 기존 수산양식 관행을 지속 가능한 양식으로 변환시키는 원동력이다. 다만 MSC·ASC 인증은 인증 기준이 매우 높고 취득에 소요되는 기간도 다른 인증에 비해 길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MSC·ASC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어장과 양식장에 대한 개선 프로그램8의 선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4. 연안 양식장 환경 개선 프로그램

 

1970년대 이후 조금씩 증가해오던 양식업은 전세계적으로 잡는 어업의 어획량이 한계에 도달한 1990년대부터는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한다.9 2018년 기준 전세계 양식수산물 생산량은 전체 수산물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육상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곳에 집중해서 사료를 먹이는 방식으로 수산물을 키워내는 양식업은 양식장 바닥뿐 아니라 주변 환경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부터 한 지역에서 거의 50년 이상을 운영해온 노후화된 양식장이 많다. 최근 들어 전복·홍합·굴 등 점점 높아지는 주요 양식종의 폐사율은 이와 같은 양식장 해양환경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일례이다. 어민들은 태풍이 몰아치거나 높은 파도에 해류가 유통되면 양식장 아래 바닥이 뒤집히면서 상황이 좀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연적인 자연현상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긴 어렵다. 태풍으로 인해 다른 종류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누가 어떻게 복구할지도 문제거니와, 양식시설이 점점 견고해지고 대규모화됨에 따라 바닥에 수십년간 켜켜이 쌓여 있는 퇴적물을 예전처럼 태풍이 해결하기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양식 어민들이 3년마다 어장 청소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양식장 아래 쌓여 있는 오염물과 해양 쓰레기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청소를 아예 포기하거나 요식행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지속 가능한 양식업을 평가하는 국제인증 기준은 양식장 아래의 퇴적물 오염 정도가 해양의 빈산소 원인이 되는 수준에 이르렀는지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퇴적물 오염을 해결하지 못해 인증 자체를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해양생물과 그 서식지의 보전도 지속 가능한 어업과 양식업 국제인증의 중요한 부분이다. 지속 가능한 양식 인증은 양식업이 양식장이 위치한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의 삶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며 멸종위기종이 있다면 어민들이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 연안에서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멸종위기 생물종은 ‘웃는 돌고래’로 알려져 있는 상괭이다. 상괭이는 아시아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해양 포유류이며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수가 살고 있다. 현재 상괭이는 혼획으로 개체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세계자연기금은 어구 모양을 바꾸거나 그물코 크기를 다르게 해서 혼획을 줄일 수 있으나, “보호 대상 해양생물로 지정된 이후 유통이 금지되면서 오히려 보고 건수가 줄고 있어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 어려워졌다”고 염려를 표한다.10 상괭이는 연안 양식장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나 어민들은 상괭이의 출현에 무관심하다. 상괭이의 생태적 중요성에 대해 알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많은 어민들은 바쁜 바닷일에 주변에 어떤 생물종이 살고 있는지 눈여겨볼 여유도 없을뿐더러 그럴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MSC·ASC 등의 인증 기준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해양 포유류 보호규범에 발맞추기 위해서도 어업 행위가 양식장 주변이나 멸종위기종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주요국의 해양 포유류 관련 법제는 국내 수산물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발전 중이다.11

국내 연안 양식장이 직면하고 있는 또다른 과제는 해양 쓰레기다. 어민들이 살고 있는 어촌 주변 바닷가에는 파도에 밀려온 플라스틱이나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어구인 흰색 부표가 많다. 어쩌다 치운다고 하더라도 조류에 밀려온 다양한 해양 쓰레기가 금세 해안에 수북이 쌓인다. 도시에서 살다가 귀어한 어민들의 경우 처음에는 작업 중 나오는 쓰레기를 되가져오려고 노력하곤 한다. 그러나 바닷일의 고됨이 누적되고 시간에 쫓기게 되면 결국 바다에 그냥 버리는 쪽을 택하게 된다. 다른 어민들은 자연스럽게 버리는데 자신만 쓰레기를 되가져오는 게 혼자 잘난 척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쓰레기를 버리거나 방치하는 문제는 귀어 초기 어민들이 이전 세대와 갈등을 겪는 주제이기도 하다. 혈연과 지연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어촌마을의 특수성은 서로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하게도 하지만 잘못된 관행을 깨뜨리는 것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바다에서 쓰레기를 되가져온다 하더라도 또다른 어려움도 있다. 거의 매일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도시와 달리 어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쉽게 수거되지 않는다. 바닷물을 잔뜩 머금고 있는 해양 쓰레기는 수거해갈 수 있을 정도로 물기가 마르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마르기 시작한 해양 쓰레기가 바람 많은 바닷가에서 수거 차량이 오기도 전에 이미 여기저기 뒹굴기 일쑤다. 결국 어민들은 손쉽게 한곳에 모아 태우는 방법을 선택한다. 지속 가능한 어업 인증 기준은 어민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어구에 개인 표시를 하고, 본인이 사용하던 부표가 유실될 경우 책임감을 가지고 수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십년간 쌓였고 지금도 늘어나고 있는 해양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뾰족한 수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제4차 어장관리 기본계획」에서 미세플라스틱 등 오염물질을 저감하기 위해 2024년까지 현재 양식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인증 부표로 모두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민들이 몇십년 동안 이용했던 가볍고 값싼 스티로폼 부표를 포기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전체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다양한 양식 방법에 바로 적용하기에 스티로폼만큼 효과적이고 적절한 부표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보급하고 있는 친환경인증 부표는 너무 무겁거나 쉽게 깨지거나 혹은 보관 및 관리가 익숙하지 않아 어민들이 선뜻 선택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어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산업 기반이 되는 시설 및 어구 전환을 위해 더 현실적이고 과감한 연구와 투자가 시급히 필요하다.

 

 

5. 누가 어촌에서 살 것인가

 

사람들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지형상 바다에 의존하는 어업 인구 비율이 비교적 높을 거라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어업 인구는 놀라우리만치 적다. 2021년 한국의 어가 인구는 약 9만 4천여명으로 총 인구의 0.2%이며 농가 인구(220만여명)의 4.2%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어가 인구의 40.5%가 은퇴 연령기인 65세 이상이다.12 어업 종사자 수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던 1967년(46만 7천여명) 대비 약 80% 감소한 상황이다.13 이러한 인구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어업과 어촌의 미래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어촌은 어업으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갈 어민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오랜 시간 어촌마을을 중심으로 공동으로 일구었던 전통적인 협업 시스템은 인구가 줄어들고 양식업이 규모화·기계화되면서 거의 사라져버렸다. 양식어업은 이제 마을 전체의 일이라기보다 한 가족이나 개인의 사업으로 축소되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인력 부족이 기계의 도움으로 어느정도 해결 가능한 것처럼 보였고, 낮은 임금으로 구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있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부터도 심각했던 노동력 부족 문제가 지난 2년간 더욱 악화되었다. 어느정도 숙련된 노동자나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사람을 확보하기란 더군다나 거의 불가능하다. 단지 1~2년 정도라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을 무척 잘한다고 한다. 젊은데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욕심이 있어서인지 말이 통하지 않아도 금방 일을 배우고 일머리 또한 좋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자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랫동안 믿음직하게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어민들이 많다. 부모의 양식업을 잇겠다고 나선 자식들조차 바다에서 일하기보다 부모가 키운 양식 수산물을 판매하는 유통이나 수산물 마케팅 및 브랜드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누가 양식장에서 일할 것인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6. 풍요로운 어촌 공동체, 의식있는 연안 주민을 위하여

 

이상기후, 생물다양성 상실에 전쟁까지 겹치면서 올해 우리는 유례없는 밥상물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농·어민이 총 인구의 4.5%에 불과하고 식량(곡물) 자급률이 20%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데도 이제까지 별 어려움 없이 풍요로운 밥상을 누렸다는 것이 오히려 기이하게 느껴진다. 1960년대 이후 우리 어촌은 급속한 근대화·산업화·도시화 흐름 속에서 사람과 자원을 도시에 빼앗겨왔고, 결국 기계와 화석에너지의 힘을 빌려 바다로부터 다시 자원을 빼앗아 연명해왔다. 이제 흐름의 방향을 바꿀 때다. 도시에서 어촌으로 사람과 자원을 보내야 하고, 어촌으로 다시 돌아온 사람들은 이제까지 빼앗기만 했던 바다에 끊임없이 생명력을 부어주어야만 한다. 핵심적인 해양생물 서식처를 보호하고 휴식년제를 부여하며 어업과 개발 방식을 규제하는 실효적인 해양보호구역의 확산, 기존 어업과 양식업의 회복적14 방향 전환, 이미 파괴되고 상실된 서식지와 자연이 다시 생태적 기능과 생물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재생이 아닌) 자연재생 사업 등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더해 어촌에서만 누릴 수 있는 여유롭고 느긋한 ‘서로 돌봄’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실력과 자부심을 가진 어민이 되도록 돕는 수준 높은 직업교육과 평생교육 시설, 어촌만의 작고 소박한 생태문화 장소들을 곳곳에 만들 수 있다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어촌의 정주(定住) 인구가 되고 기꺼이 ‘어민’이라는 멋진 직업을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결국 지속 가능한 어업은 어촌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같은 복합적 시도가 마을 단위로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어업 국제인증 기준에는 ‘의식있는 연안 주민’에 대한 심사 항목이 있다. 이는 물론 양식 과정에서 나타나는 환경적·사회적 문제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연안 바다의 생태계와 더불어 살아갈 사람들의 ‘의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바다의 건강과 풍요로움이 어촌과 어민 삶의 기반이 됨을 깨달아 건강한 바다로부터 풍요로운 어촌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하는 의식있는 연안 주민들이 이와 같은 사회경제적 전환의 불씨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두 필자가 함께 쓰고 다듬은 글이다. 필자들은 모두 남도의 바닷가에서 나고 자랐지만 학교와 직장 때문에 25년 정도 서울살이를 했다. 지속 가능한 어업과 지역사회에 대한 고민을 계기로 지난 2017년 지역으로 다시 돌아와 일하고 있다. 자연과 지역에 뿌리내린 연구소를 운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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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년 여름 경남 진해만 일대의 빈산소 발생으로 지역의 굴·홍합 양식장에서 집단 폐사가 일어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2. 박수진·최석문·김대경 『기후변화와 지속가능발전 법제연구: 해양』, 한국법제연구원 2018, 34면.
  3. 2010년 생물다양성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에서 각국 정부는 2020년까지 전체 육상의 17%, 해양의 1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자는 ‘생물다양성 목표’를 채택했다. 그러나 2022년 7월 현재 전세계 해양 중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8.23%에 그치고 있다. www.protectedplanet.net 참조.
  4. 통계청 e-나라지표 「수산물 소비량(연간 1인당)과 자급률」 참조. 세계 평균 수산물 소비량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2020 수산업 현황 보고서」 참조. 약칭 SOFIA(The State of World Fisheries and Aquaculture Report)로 널리 알려진 이 보고서는 전세계 수산업 현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건으로, 이하 이 글에서 인용하는 세계 수산업 관련 수치들은 이 보고서에 근거한다.
  5. 「해양환경보호활동에 대한 국내외 현황과 정책 방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2021, 105면.
  6. 이상철·마창모·김세인·윤미경 「해조류 국제양식규범확산에 따른 국내 김산업 수용태세 분석: ASC 인증제를 중심으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2018 참조.
  7. 「지속 가능한 수산물 인증 소개」, WWF-Korea 2019 참조.
  8. 어업개선프로젝트 FIP(Fishery Improvement Project), 양식개선프로젝트 AIP(Aquaculture Improvement Project) 등이 대표적이다.
  9. 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14년까지 전세계 양식업은 연평균 8.6%씩 성장했다.
  10. 「지속 가능한 수산물을 위한 WWF의 제안」, WWF-Korea 2019.
  11. 2016년 미국은 ‘해양포유류보호법’(Marine Mammal Protection Act)을 개정하고 수산물 수입 규정에 관한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이 규칙은 2017년 1월 1일 발효되었다.
  12. 통계청 e-나라지표 「어가 및 어가인구」 참조.
  13. 홍재범·김병호 「연안어업 외국인근로자 고용 실태에 관한 연구」, 『수산해양교육연구』 30권 3호, 2018 참조.
  14. 국제환경단체인 자연보호협회(TNC)는 2021년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자연과 지역사회를 위한 회복적 양식어업’을 소개했다. ‘회복적 양식어업’(restorative aquaculture)은 상업적 또는 자급자족적 양식어업이 환경에 직접적인 생태적 이익을 제공하고 긍정적인 환경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TNC의 자료에서 한국의 ‘회복적 양식어업’ 지역은 남해안의 다시마·미역·김 같은 해조류 양식장이 주를 이룬다. 동물성 사료를 인위적으로 공급하거나 에너지 사용이 높은 대규모 양식장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해양생태계 시스템에 의존하는 소규모 가족 중심의 양식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TNC 보고서 「Global Principles of Restorative Aquaculture」 및 웹사이트(sites.google.com/view/globalaquatest/home)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