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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신영배 申榮培
1972년 충남 태안 출생. 2001년 『포에지』로 등단. 시집 『기억이동장치』 『오후 여섯 시에 나는 가장 길어진다』 『물속의 피아노』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 등이 있음. namoo1029@hanmail.net
물버스 정류장
불룩한 그림자를 끌고 여자가 왔다
기다리며
나는 무심코 여자의 그림자를 밟고 있었다
버스가 왔다
여자가 불룩한 그림자를 떼어놓고 버스에 탔다
버스가 떠났다
기다리며
나는 불룩한 그림자를 들여다보았다
가득 찬 쓰레기봉투였다
말이 없었다
버스가 지나갔다
불룩한 그림자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닭뼈와 플라스틱
다시 들여다보았다
닭뼈와 플라스틱을 머리에 얹고
소녀가 놓여 있었다 쓰레기봉투에 담겨서
기다리며
나는 불룩한 그림자를 내 몸에 붙였다
잘 붙지 않았다
말을 붙여보았다
소녀는 물송이
나는 내 몸에서 물송이와 닮은 것들을 찾아보았다
가슴, 젖꼭지, 엉덩이, 입술, 물혹이 난 난소
나는 계속 불룩한 그림자를 내 몸에 붙였다
물빛으로 버스가 나타났다
거기 가나요?
물버스가 출렁였다
나는 물버스에 탔다
불룩한 그림자를 데리고
거기 가나요?
소녀가 물었다
나는 출렁였다
거기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거기가 어딘지 묻지 않았다
어느 사물도 묻지 않았다
물사진
예쁜 것을 가두고 싶어
몸을 찍을 때
요구하는 남자
방문을 잠그고
소녀로 만들어줄게
토끼로 만들어줄게
사탕을 물리는 예술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모텔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우리는 그녀들과 마주치지
셔터를 사이에 두고
우리의 포즈, 말
방문을 열고
소녀를 풀고
토끼를 놓치는
사탕을 물리지 않는
말,
물의 포즈
나르기
옮기기
환호성 치기
사진 옮기기
예쁜 것들을 풀어놓기
사진전에서 사진 떼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