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독자의 목소리

 

 

전쟁의 종식을 염원하며

▶ 나에게 우끄라이나전쟁은 유독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전쟁이 계속 존재해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와닿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인터넷으로 전쟁의 생중계를 보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여름호 대화 중 제성훈의 발언처럼 ‘백인들’ 간 전쟁이라는 점도 또다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는 황수영의 발언에 공감하면서 읽었는데, 이 전쟁으로 인해 군사주의의 득세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순진한 시각으로 이 전쟁을 보지는 않지만, 분명 침략이 있었고 희생되는 민간인들이 존재하기에 빠른 종전을 모두가 염원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전쟁의 당사자들은 각각 원하는 바가 있어 전쟁을 일찍 끝낼 생각이 없으리라는 진단도 충격이었다. 대화 마지막에 인용된 헬무트 슈미트 전 서독 총리의 발언처럼 대화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면 좋겠다.

성현아의 문학평론 「자본주의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도 인상 깊었다. 이제는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안에서, 두 시인의 작품을 통해 대를 걸쳐 계속되는 노동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짚어내어 매우 흥미로웠다. 지금의 자본주의 앞에서 문학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조금이나마 읽은 것 같았다. 평생 일했으나 “정당한 보수를 받아본 적” 없었던 아버지(최지인 「마카벨리전(傳)」)와 “실컷 굶어 쓰린 배를 움켜쥐고” “일을 마친 후 귀가하는 새벽녘마다 안전주의 표지판을 걷어차”는 아들(최백규 「천국을 잃다」)을 그리는 시인들의 방식은 아버지와 아들을 거쳐 이데올로기에 의해 소모된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이것이 결국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시 한줄이 ‘우리’의 이야기로 바뀌는 순간, 젊은 시인들의 차가운 분노는 합당하게 와닿으며 마음속에 남았다.

김해인 haein135@naver.com

 

자연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를 탐구하는 시도

▶ 최근 바다와 산호초, 생물다양성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를 본 이후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에 대해 찾아보았다. 마침 『창작과비평』 여름호의 표지는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파란색이었고, 나에게 바다와 자연을 위해 세계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글들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로 다가왔다.

먼저, 송종원의 특집글 「돌봄은 어떻게 문학이 되는가」를 읽으며 우리가 돌봄을 감당하는 이들의 모습을 가리고 싶어했던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사회가 어느정도 여성의 자리를 만들고 돌봄으로 인해 겪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제도를 마련했음에도 여전히 돌봄 제공자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없음을 생각한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나이 들며 아프고 병든 그들의 모습을 마주하고 싶지 않고, 당면한 세대 갈등을 해소하기도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보니 돌봄에 대한 이야기들을 방치해온 듯하다. 이는 자연에도 적용된다. 인간의 삶의 터전을 마련한다며 자연을 울타리 밖으로 내쫓아온 격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가 왔다. 필자의 지적대로 토착지식을 활용해 지역 네트워크를 만들고 공동체와 함께 돌봄의 영역을 확장하며,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생태문해력’을 향상해야 한다.

유희석은 특집글 「‘기후위기’가 문학에 던지는 물음」을 통해 “지금과는 다른 세계를 지향하는 상상력과 지력이 최고도로 발현되는 문학”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기후위기는 문화의 위기이며, 따라서 상상력의 위기”라고 한 아미타브 고시의 말을 인용하며 대부분의 예술과 문학 형식이 우리가 처한 문제에 제대로 직면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경제 논리에 매몰되어 작은 바람을 막느라 뒤에 오는 후폭풍을 보지 못한 현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를 막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인간이 자연과 함께 가는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으로 문학이 기후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다뤄주길 기대한다. 한국문학장에 자연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를 탐구하는 시도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김수현 panacea112@naver.com

 

지금 여기, 의미있는 흐름들

▶ 지난 대선과 관련한 글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을 했다. 이봉수의 논단글을 통해서는 언론이 민주주의의 작동을 방해할 수 있음을 절감했고, 언론개혁의 중요성에 절실히 공감했다. 보수언론의 비호를 받는 정권이 집권 중이라 당장 개혁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면서 우리 민주주의가 퇴행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겼다. 김은지의 현장글을 읽으면서는 지금 20대에게 ‘젠더’가 가장 큰 정치적인 이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어느 세대든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들의 필요와 요구를 표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지금의 흐름 역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일반적인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아 김수경의 현장글 「지하철을 멈춰 세우겠습니다」의 주제인 ‘장애인 이동권 투쟁’ 현장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는 못했다. 주변에선 불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들리는데, 무엇보다 시위가 계속 길어지는 게 안타깝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알아주지도 않고, 이렇게 해도 더디게 바뀌는 사회와 시민의식이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유럽에 갔을 때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쉽게 버스를 이용하는 것을 인상 깊게 보았는데, 우리도 부족하나마 저상버스 구색은 갖추었지만 당장 나만 해도 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한번도 본 적이 없음을 글을 읽으며 깨달았다.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인식의 공유가 사회 전체에 절실히 필요한 때다.

‘내가 사는 곳’ 산문 연재의 두번째 글 천현우 「고향을 떠나기 전」도 공감하며 읽었다. 나 역시 오랜만에 고향인 전남 영암과 광주에 가면 익숙하던 풍경들이 조금씩 바뀌어 있는 것을 본다. 과거의 추억이 어려 있는 공간을 돌아보며 감회에 사로잡힌 필자의 마음이 어땠을지 알 것 같다. 물론 10년 넘게 살다보니 이제는 서울이 또 하나의 고향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필자에게도 그런 익숙함이 찾아올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김성경 queen05123@naver.com

 

나, 너, 우리의 이야기

▶ 책을 받고 김혜진 「축복을 비는 마음」을 먼저 읽었다. 소설은 우리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에 의문을 던진다. 소설 속 불안정한 고용 상태는 최근의 SPC 노조 문제를 떠올리게 했다. 양사장과 과거의 인선은 불합리한 상황에 하나하나 트집을 잡는 것이 현실을 모르는 유별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옥은 다르다. 경옥처럼 행동하는 것이 강자의 논리에 타격을 주고 우리 사회가 반발자국이나마 바른 쪽으로 전진하게 한다는 것을 앎에도 그렇게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소설에서 변화하는 인선을 통해 연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여름호 ‘책머리에’에서도 말하듯 연대가 있다면 작은 힘이 모여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박선우 소설 「햇빛 기다리기」를 읽으면서는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들을 생각했다. 나의 힘만으로 되지 않는 일들은 파도처럼 울컥울컥 몰려와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 타인과 나의 다름이나 자신의 초라함을 끝내 받아들일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작가는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투성이 속에서 슬픔을 삭이게 해주는 것은 사랑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잔잔한 전개 속에 큰 울림이 있었다.

강수환의 특집글 「다시 너와 연결될 수 있다면」의 제목은 아이돌 æspa의 곡 「Black Mamba」의 가사라 흥미가 생겼다. 글에 언급되는 세 소설은 자신을 찾는 주인공의 여정을 각기 다른 배경을 통해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진정한 자신을 찾아 부유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상세계의 등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여러개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동시에 운영하고, 그 안에서 내보이는 모습은 각각 다르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을 업로드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더이상 가상공간 속의 ‘나’들을 ‘나’로만 볼 수 없고 또 하나의 ‘너’라고 이야기해야 하는 현실에서, 분열된 ‘나(너)’와의 연결이란 자신에 대한 무수한 탐구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난다면 진정 ‘나’의 자유를 지킬 수 있을까. ‘나’가 ‘너’가 되어 버린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 걸까.

박소은 psepoo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