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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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하 李圓河

1989년 서울 출생.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wannapi@daum.net

 

 

 

달을 찌는 소리가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니

 

 

술집에 유일한 사자성어인

해물파전을 먹으며

빛이 드는 창문은 창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나는 말했어요

 

하수구가 입맛 다시는 소리를 들은 지 오래지만

능력을 무기로 삼은 지 오래지만

퍼렇게 살아 있지만

자주 손을 뻗지만,

 

어디 시든 이파리 따온 거 마음에 살라 해봐요

옆집에 누가 사니까 마음 편히 먹으라 해봐요

노래를 크게 부르고 싶을 땐 참으라 해봐요,

세상이 과연 그렇게 돌아가나

 

그래서 아까 그렇게 말한 거예요

 

해물파전을 다 먹었을 땐 이렇게 말했어요

앞으로 나는 누굴 만날 수 있을까요?

 

찐 굴 같은 대답을 들었지만

역시 그럴싸하게 잘 모르겠어요

바닥으로 턱을 괴도 모를 거예요

 

모르는 사실이지만

세상은 나를 포함하여

느린 것들을 탓할 수 없을 거예요

 

당기라고 써진 문을 당겨도

당분간은 여러가지가 동시다발일 거예요

 

 

 

털어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요

 

 

오늘은

바다가 바다로만 보이지 않네요

살면서 없던 일이에요

 

견뎌야 하는 것들을 한편에 몰아두고

우연만 기다려요

살면서 없던 성격이에요

 

사흘 전부터

운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참새가 나무줄기에 앉을 때

제비가 낮게 날다가 꽃을 스칠 때

백로가 작은 돌에 안착할 때

이 흔한 사건들이 매번 운이라면,

 

왜 살면서 운을 못 믿었을까요

알처럼 생겨서 그랬을까요

 

알에 금이 가듯

운에도 금이 간다면

 

땀을 닦던 손이 차가워질 테고 이것은

운을 넘어선 행운이니 이 틈을 타

손에 앉은 서리를 녹이기 위해

어딘가를 툭 건드릴 텐데

 

건드리면

들킨 마음에 맛과 냄새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