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경위
만해문학상 운영위원회는 2022년 5월 31일에 회의를 열고 양경언 오연경 최지인(이상 시 부문) 박서련 전기화 한영인(이상 소설 부문) 및 『창작과비평』 상임편집위(기타 부문)를 예심위원으로, 김해자 송종원 하성란 한기욱을 본심위원으로 위촉해 심사진을 구성했다.
예심위원들은 7월 12일까지 각 부문에서 그 성취가 인정되는 대상작을 선정하여 심사를 진행했다. 만해문학상 규정에 따라 등단 10년 이상 또는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이의 최근 2년간의 한국어로 된 문학적 업적을 대상으로 한 예심에서 시집 5종, 소설 5종, 기타 2종(총 12종)을 본심 진출작으로 선정했다.
이어서 4인의 본심위원들은 8월 8일 1차 본심을 열고 다음 7종을 최종심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김명기 시집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나희덕 시집 『가능주의자』, 송경동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이상 시), 정찬 장편소설 『발 없는 새』, 조해진 소설집 『환한 숨』(이상 소설), 비마이너 기획·정창조 외 지음 『유언을 만난 세계: 장애해방열사, 죽어서도 여기 머무는 자』, 조효제 지음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이상 기타).
9월 19일 열린 2차 본심(최종심)에서는 더 본격적인 논의가 재개되었다. 우선 심사자들은 토론 끝에 『유언을 만난 세계』(오월의봄 2021)를 특별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 장애인운동사이자 성장주의 이데올로기에 짓눌려왔던 장애인들이 당당한 삶의 주체로 일어서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가혹한 차별과 혐오를 받아온 장애인들의 삶과 투쟁을 생생하게 기록한 뜻깊은 역작이라는 데에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이어서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본상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심도있는 논의 끝에 심사진은 김명기 시집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걷는사람 2022)를 본상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다양한 노동과 돌봄의 노고, 그리고 그것들 속에서 창작하는 사람의 마음이 곳곳에 투명하게 빛나는 이 시집이 버려진 존재들의 슬픔을 개별적으로 감지하는 놀라운 감수성으로 뛰어난 경지를 보여주었다는 데 심사위원 전원이 뜻을 모았다.
심사평
김해자(金海慈) 시인
나희덕의 『가능주의자』는 세계 밖으로 밀려나 도구화되거나 유령이 되어가는 자들의 불안과 좌절과 결여 등 지금 이 시대의 위기를 보여주는 여러 징후를 서정화함과 동시에 색다른 발상으로 언어화했다. 문자로 그물을 깁는 행위자이자 목격자로서 시인은 불가능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발화하는 시적 사건을 통해 어쩌면 가장 쉬운 절망의 포즈 대신 ‘불가능한 가능성’을 선택함으로써, 피투성이가 된 존재들 옆에 기꺼이 서고자 하는 의지적 현실을 창조했다.
송경동의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는 이 시대 민중의 뼈아픈 삶과 죽음을 애도하는 심장과 발의 서사이자, ‘공동의 몸’으로서의 발언이며 전선에서 울려 퍼지는 육성이다. 공동체가 사라진 각자도생 한복판에서 민중의 생명력에 대한 경외와 함께 온전한 삶을 살아보려 몸부림치는 절실함과 풍자, 민중의 장기인 해학과 넉살 또한 가득하다. 서정시를 쓰기 힘든, 비시적(非詩的) 삶을 강요하는 시대에 어떻게든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묻혀버릴지도 모를 아픈 생애들을 위한 기억투쟁이자, “본문”(「내 삶의 서재는」) 취급을 받지 못하는 민초들과 그들에게 헌신한 자들을 존엄하게 받들어 올렸다는 점에서도 만해 선생의 정신과 깊이 닿아 있다.
김명기의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를 읽으며 개와 고양이와 친구와 어머니가 별 차이 없이 여겨지는 듯한 기이한 감성에 놀랐다. 버려지고 내팽개쳐지는 대상에 젖어들면서 스며드는 시, 밥을 버는 일과 시가 일치하며 노동이 곧 생명을 품어 안는 사랑이자 험로이자 실존이 된 시다. 감정의 과장이나 언어의 화장을 지우고 존재의 밑바닥을 응시하며, 아프고 슬플수록 투명해지고 군더더기는 사라지며 슬픔과 절망과 원망조차 지나간 흔적만 살며시 남는 천의무봉의 경지다. 서슬 푸른 주의 주장이나 거창한 희망사항을 말할 새도 없이 아프게 살아 있는 것들, 그 자체에 대한 깊은 연민과 슬픔의 손을 맞잡는 손을 본다.
정찬의 『발 없는 새』는 심사위원 이전에 독자로서 깊이 공감한 작품이었다. 함께 앓으며 깨어나게 하는 것은 소설적 원숙함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여성을 무참하게 강간하고 학살한 역사는 인류가 무력한 자와 타 생명체를 거침없이 짓밟는 이 시대의 폭력과 다르지 않으며, 그런 면에서 자연으로서의 어머니를 잃어버린 우리 시대에 보내는 전인류적 메시지로도 읽혔다. 역사를 밝히는 일은 우리 스스로가 희생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자각과 성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인물의 깊은 고백이 오래 남는다.
작품 간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것이 ‘하나의 숨’으로 연결되는 듯한 조해진의 『환한 숨』은 소설집 전체가 ‘연루된 사건’으로 읽혔다. 주체로서의 고유성이 보존된 채 공동의 장에서 서로 스며든 존재들의 마주침 혹은 접합이 리얼하면서도 초현실적으로 교직되는 서사의 구현 방식 또한 특별했다. 기술적으로 초연결되면서 실질적으로는 보살핌과 배려와 진정한 관계를 잃어버린 불안하고 약하고 부서진 존재들끼리, 마주침의 숙명을 끌어안으면서 존재를 형성해나가는 인다라망적인 관계론이 뒷받침되어 타자에 대한 윤리가 무엇인가 생각하게 했다.
생태문제와 불평등문제가 결합된 오늘날의 기후-생태 복합 위기와 그 해결책을 집대성한 조효제의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를 읽는 내내 충격에 휩싸였다. 이 책은 사회·인권·정의 담론과 생태·환경·녹색 담론에 다리를 놓는 역작일 뿐 아니라 죽임의 문화에 대한 대안 제시라는 점에서도 가히 전환적이다. 읽는 동안 전쟁과 불평등으로 인한 인권위기에 비례해 우울증과 공황도 늘어나는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의 필독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장애해방열사의 삶과 투쟁과 죽음을 조명한 『유언을 만난 세계』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아픔과 박탈과 고군분투와 그 끝인 죽음조차 삶의 열정과 의지로 가득 차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혜적 관점을 반성하게 하며,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윤리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장애운동에 족적을 남긴 열사는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과 동료들의 삶과 노동과 일상을 디테일하게 그려냄으로써 이룬 문학성 또한 높다고 여겨진다. 패배와 구원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 성찰하게 하는 이 책이 장애인 인권운동의 발전과 일반 대중의 인식 변화에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감히 심사한다고 하기에 부끄러울 만큼 존경스럽고 탁월한 역작이 많았다. 독서삼매에 빠지거나 아껴 읽은 작품들도 있었다.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데 비례하여 어려운 여정이기도 했다. 김명기 시인, 그리고 기억투쟁에 심혈을 기울인 비마이너 및 일곱명의 기록활동가 동지들께 수상을 축하드린다.
송종원(宋鐘元) 문학평론가
심사위원들의 숙고와 논의 끝에 만해문학상 본상 수상후보로 세권의 시집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내심 이 세권 중에서 어떤 시집이 뽑혀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심사의 마지막에 한권의 시집으로 심사위원들의 시선이 모여드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나희덕의 언어는 단정한 어투로 우리를 반성할 수 있는 장소로 데려간다. 거기에는 우리가 해치고 있는 생명과 지구가 있고, 우리가 무심했던 타인의 삶이 있으며, 우리가 알아보지 못했던 역사의 기미 같은 것이 어른거린다. 『가능주의자』는 그러므로 인간과 비인간 생명의 공존이 이루어지는 지구에 대해 말하는 시집이고, 사회적 관계 속에 있는 나의 자리를 되비추는 시집이며, 현실의 변화를 예민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우리를 긴장시키는 시집이다.
송경동의 언어는 늘 그렇듯이 힘차게 투쟁하는 현장에 닿아 있다. 이 언어는 우리가 바로 보아야 하는 곳을 직시하며 이야기한다. 광화문의 촛불이 누구의 얼굴이며 그 얼굴이 어떤 역사적 상처를 기억하고 싸우는 몸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라면 송경동의 시집처럼 좋은 교과서는 없을 것이다.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는 한국현대사의 드센 물결 위를 땀에 젖은 몸으로 운행하는 작은 구명보트이다.
김명기의 언어를 말하기 전에 김명기 시인을 먼저 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몇계절 전에 한 선생님의 추천으로 시인의 이름을 처음 접하고 반성했다. 문단생활 십여년 동안 한국의 시인과 소설가들을 웬만큼 안다고 자신했던 생각이 부끄러웠다. 그의 첫번째 시집을 찾았으나 절판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두번째 시집은 바로 찾아 읽었다.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는 세번째 시집이다. 이 시인의 시는 세상과 온몸이 맞닿아 있다. 그가 세상에 나와 치른 다양한 노동과 돌봄의 노고, 그리고 창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시집 곳곳에 투명하게 빛났다. 생명을 바라보는 곡진한 시선과 자연스럽게 스며든 언어가 건강했고, 애수가 흐를 만한 자리에는 감정에 굴복하지 않는 결단과 위엄이 강건했다. 거의 모든 시편들에 생생한 경험이 살아 있었고, 그 경험이 시의 힘으로 생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만난 사람, 그가 만난 생명, 그가 떠돌던 자리가 시를 부르는 사람, 시가 지키는 생명, 시를 만드는 삶의 자리가 되었다. 김명기 시인의 수상을 축하드린다.
만해문학상 특별상 후보는 두권의 책으로 쉽게 의견이 좁혀졌다. 조효제의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는 지식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책이다. 기후-생태 위기는 우리에게 막막한 불안과 공포를 자아내는 중이다. 생태가 위기이고 그것을 잘 돌보아야 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왜 보호해야 하고, 그와 관련해서 어떤 돌봄의 작업이 있었으며, 앞으로 어떤 전망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가꾸어나가야 할지를 지식으로 전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그 작업을 마땅한 사회적 책무처럼 꼼꼼하게 수행한다.
『유언을 만난 세계』는 놀람과 감동을 동반하는 책이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를 무난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여러번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황폐한지를 실감 나게 그려내 읽는 사람의 몸을 떨게 한다. 또한 장애해방열사들과 그들의 동지들이 억압적이고 차별적인 사회적 질서로부터 어떻게 스스로의 삶을 해방시키려 고투했는지 마치 그들의 육성을 부활시켜 기록한 듯한 대목들은 독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든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우리가 함께 껴안고 살아야 할 사람들의 얼굴을 목격할 것이고 그들과 함께 바꿀 세상을 떠올려도 볼 것이다. 『유언을 만난 세계』에 참여한 기록활동가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수상의 축하를 동시에 전한다.
하성란(河成蘭) 소설가
특별상 후보작인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와 『유언을 만난 세계』를 두고 마지막까지 선택이 쉽지 않았다. 각각의 책에는 임계치에 다다른 시간과 제일 느리고 답답하게 흘러가는 서로 다른 시간이 있다. 그러나 결국 두 책은 폭력과 이기, 불평등과 차별로 얼룩진 인간에 대한 기록으로, 서로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책에 기울인 노력과 그 성과는 물론이고 두 책 모두 지금 더 많이 더 널리 읽혀야 한다는 조급함이 앞섰다.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는 팬데믹과 기후위기가 보여주듯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지만 “바야흐로 끝이 시작되었다”(이문재 「끝이 시작되었다」)는 종말의 경고에 그치지 않는다. 여러 저서를 통해 인권에 대한 지평을 넓혀온 저자는 10여년 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 분야에 천착, 에코사이드가 결코 제노사이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환경파괴와 인권파괴가 함께 일어난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에코사이드를 범죄로 규정하는 것은 물론 ‘인류세’를 건너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한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기대감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다양성과 공존이 함께하는 ‘호모 심비우스’의 세상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유언을 만난 세계』는 보통의 삶을 꿈꾸고 투쟁하였으나 스러지고 만, 죽음 이후에도 변방에 머물고 만 여덟 열사들의 목소리를 지금 여기로 되살려냄은 물론, 어떻게 되살려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열사들은 전형적인 숭고한 열사의 모습이 아니라 “결단의 와중에도 빈약한 의지와 패배감”이 “날것”(16면)으로 드러나는 ‘열사답지 않은 열사의 얼굴’을 보여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편이 나은 존재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노동권도 가지지 못한 채 살기 위해 노점으로 밀려나야 하는 존재로, 결국은 장애물과 같은 존재가 되고만 그들이 마지막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죽음이었다.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살고 싶다는 평범한 바람을 결국은 유서 속에 남겨야 했던 그들의 이름과 이야기. 그 바람이 바로 나의 바람이, 그 이야기가 바로 내 이웃의 이야기가 될 때, 열사들은 비로소 내 옆에 ‘머무는 자’가 된다.
“얼마 전에 무슨 시민 단체에서 일한다는 분이 병원에 찾아와서 그러데요, 이 사회가 하나를 그렇게 만든 거라고요. 그런가요, 선생님?”(97면) 조해진의 소설 「하나의 숨」에서 하나의 어머니는 ‘기간제 교사’인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하나가 그렇게 된 건 다 엄마인 내 탓이라고, 내가 못나서 그렇게 된 거라고. 『환한 숨』에서 조해진 작가는 그동안 보여주었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인간을 향한 연민,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극까지 끌어올린 듯하다. 아홉편의 단편 모두 놓칠 수 없지만 특히 「하나의 숨」은 강렬하다. 결국 교사가 아닌 다른 일을 택하고 만 ‘나’가 지하철 안에서, 호흡기 장치에 의지한 채 깨어나지 못하는 ‘하나’의 숨을 같이 쉬는 장면은 공포에 가까운 실체감을 확보한다. 오랫동안 고통을 응시한 자의 시선과 공감이 낳은 놀라운 성과다.
정찬의 『발 없는 새』는 영화배우 장궈룽의 죽음으로 시작해 「패왕별희」의 감독인 첸카이거와 난징학살, 문화대혁명에서 일본군‘위안부’와 히로시마 원폭 등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면서 난징학살을 다룬 논픽션의 작가인 아이리스 장의 죽음까지 아우른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적 폭력에 사라져갔을 수많은 인물들 중 한 사람을 호명해낸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어코 한 사람을 살려내 다시금 이 모든 것을 겪어내게 하면서 모질고 야만적인 역사를 지금 여기로 불러온다. 가공의 인물 워이커씽은 실재했던 역사와 인물들 간의 빈틈을 그림자극처럼 꿈처럼 채워가면서 한 개인의 비극을 차디찬 현실로 되살려낸다. 책을 덮은 뒤에도 얼후의 투명한 소리가 오래 남았다. 오랜만에 묵직한 질문을 품게 하는 소설이었다.
“각기 다른 언어로/각기 다른 목소리로/각기 다른 리듬으로”(나희덕 「입술들은 말한다」) 시를 써가는 세 시인의 시집을 읽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라는 표제에서 보이듯 송경동은 정제되고 순화된 언어를 쓰지 않는다. 그의 삶의 중심은 현장에 있고 그 언어는 현장의 언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운동 한 삼십년 쫓아다니다보니/이젠 조금 알겠다”(「토대」)고 말하는 그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수배자가 되”(「구두에 대한 조사」)기도 하고 “용산 철거민 학살 진상규명 투쟁”과 “박근혜 퇴진 광화문 캠핑촌 농성”은 물론 “파인텍 고공농성 해결을 위한 24일간의 단식”(「목욕탕 순례기」)에도 참여하는 투사의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시인에게 시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했다. 투쟁과 같은 삶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를 써주고 싶”(「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은 마음이 아닐까. “다시는 추모시를 읽으며 무너지고 싶지 않아/다시는 짓밟히고 끌려가는 이들을 보고 싶지 않아”(「대답해드리죠, 스님」) 오늘도 시를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시인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나희덕의 『가능주의자』는 사유의 깊이가 남다른 작품이다. “주어진 실로 태피스트리를 짜”(「다락방으로부터」)듯 시어를 직조해나가며 촘촘한 언어를 구사하던 나희덕이 사회적인 폭력과 약자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큰 빛이 아니어도 좋습니다/반딧불이처럼 깜박이며/우리가 닿지 못한 빛과 어둠에 대해/그 어긋남에 대해/말라가는 잉크로나마 써나가려”(「가능주의자」) 한다. 기존의 시가 직조의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바늘구멍만한 진실”을 찾아 “불안한 마음까지 꿰매”는 역할을 자처한다. “꿰매다 실이 모자라면/실패를 집어올려 새로 꿰면 된다”(「꿰매다」)는 결기에 마음이 움직였다.
김명기의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에는 오래 떠돌다 귀환한 이의 시선이 있다. “흰 슬픔 검은 슬픔 누런 슬픔/큰 슬픔 작은 슬픔”을 몸에 새긴 시인은 “슬픔을 더 슬프게 하는 건/시만 한 게 없”(「유기동물 보호소」)으며 “시는 어둡고 우울”(「몸살 앓는 밤」)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슬픈 가사를/참 경쾌하게”(「안면도」) 부르는 가수처럼 슬픔은 깨달음이 되면서 힘을 얻는다. 시집을 되풀이해 읽는 동안 “상처 위로 딱딱한 덧살이 자라”(「연애시」)나듯 쓸쓸하면서도 우울한 그의 세상 위에 “밝고 맑고 화사한 곳을”(「몸살 앓는 밤」)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안락사 순번을 고민하던 날 거짓말처럼 입양자가 나타”(「리기다소나무 아래에서」)나는 기적과 같은 순간이 벌어진다. 슬퍼하며 웃게 되는 부조화와 생각의 간극 속에서 여전히 흔들리는 시인의 모습에 같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오랜 논의 끝에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를 만해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 『유언을 만난 세계』를 특별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수상자들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한기욱(韓基煜) 문학평론가
올해 최종심에 오른 일곱권의 작품들은 각종 차별과 혐오의 회로에 내몰린 우리의 현재 삶의 모습과 아울러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도 없는 기차”(백무산 「기차에 대해서」)처럼 불길한 체제적 상황, 어찌해볼 수 없는 불가능성의 정동을 저변에 깔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런 난경 앞에서 오늘을 사는 주체들이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작품마다 다르다.
먼저 특별상 부문 최종심에 오른 조효제의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와 비마이너 기획의 『유언을 만난 세계』는 자본주의체제가 낳은 생태위기와 장애인권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다. 그간 인권운동의 실천과 담론에 앞장섰던 조효제의 이번 저서는 인권의 범위를 생태환경에까지 확장하고 제노사이드와 에코사이드의 본질적 상호연관성에 주목함으로써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인권 개념을 제시한다.
‘장애해방열사, 죽어서도 여기 머무는 자’라는 부제가 붙은 『유언을 만난 세계』는 장애해방열사 여덟명의 전기를 통해 구성된 한국 장애인운동사이자 성장주의 이데올로기에 짓눌려왔던 장애인들이 당당한 삶의 주체로 일어서는 감동적인 이야기 모음이다. 심사위원들은 두 저서가 모두 뜻깊은 역작이라는 데 동의하되, 한국사회에서 가장 가혹한 차별과 혐오를 받아온 장애인들의 삶과 투쟁을 생생하게 기록한 『유언을 만난 세계』를 만해문학상 특별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합의했다.
본상 심사는 두권의 소설과 세권의 시집이 모두 만만찮은 후보라서 심사위원들이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 조해진의 소설집 『환한 숨』은 우리 시대의 차별과 혐오가 계급과 젠더의 미묘한 선을 타고 작동하는 양상을 구체적인 삶 속에서 드러내며, 수작인 「하나의 숨」에서 선명하게 나타나듯 체제의 경계에 놓인 존재가 타자에게 느끼는 공감과 죄책감, 사회적 억압기제에 대한 각성을 조명한다.
정찬의 장편소설 『발 없는 새』는 사실과 허구, 역사와 문학을 교직하여 동아시아 역사의 근저에 놓인 문제들—난징 대학살과 일본군‘위안부’, 문화대혁명의 실상—을 깊이 탐구한다. 작가의 원숙한 서사기법과 역사적 인식, 언어 구사력이 동아시아를 관통하는 어두운 역사를 매혹적인 이야기로 빚어낸 듯하다. 두 소설 모두 주목할 만한 성취임이 분명하나, 지금 여기의 삶에 와닿는 느낌은 시집들이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세 시집은 각각 고유의 미덕을 지녔으되 이 시대의 가장 아픈 자리에 있는 민중을 향한 마음에서는 다르지 않다. 나희덕의 『가능주의자』는 우리 시대의 짐승 같은 폭력성과 어둠의 불가능성을 직시하되 “불가능성의 가능성”(「가능주의자」)을 믿는 ‘가능주의자’가 되어 달리는 기관차를 멈춰 세우려는 시적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시는 페미니즘적·생태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찾아 발화하며 “통증과 배고픔과 추위를 느끼는 영혼들 곁”(‘시인의 말’)에 있고자 하는 시심이 배어 있다.
송경동의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는 자본주의체제라는 폭주 기관차에 온몸으로 맞서 싸워온 시인의 ‘해방일지’이자 동지들과 동시대 민중에 대한 헌사이다. 온갖 투쟁 현장의 열기로 가득한 그의 시는 꼼꼼한 기록과 아울러 체제의 이데올로기가 전도시켜놓은 세계상을 온전하게 되돌리는 ‘시각교정’의 효과를 발휘하고 즉석의 민중판 패러디와 아이러니로 흥을 돋운다.
김명기의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는 힘없는 생명들이 죽임을 당하거나 버려지는 이 시대의 슬픔을 군더더기 없는 언어로 표현한다. 그의 시가 놀라운 것은 버려진 존재들의 슬픔을 개별적으로 감지하는 감수성, 가령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개 한 마리 데려왔을 뿐인데/칠십 마리의 개가 일제히 짖”을 때, 우리에게 와닿는 제각각 다른 슬픔들의 직접성이다. 시인은 “흰 슬픔 검은 슬픔 누런 슬픔/큰 슬픔 작은 슬픔”을 일일이 헤아리고 “슬픔이 슬픔을 알아”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인지한다. 이렇듯 슬픔이 압도적이지만 그 슬픔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넘어 모든 버려진 생명을 돌보고자 하는 마음과 연결되며 폐기처분되는 존재들에 대한 순정한 연민으로 빛난다. 그의 시는 세련된 시론도 없고 체제에 대한 투쟁심도 약하지만, 노동자를 일회용으로 착취하고 폐기처분하는 ‘정착식민주의’라 불리는 우리 시대에 더없이 절절히 와닿는다. 심사위원들은 장시간의 열띤 논의 끝에 김명기의 시집을 만해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그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수상소감
어떤 위대한 예술도 삶을 우선할 수 없습니다
김명기
어느새 가을입니다. 상을 받을 때면 겨울이 시작되었겠지요. 누구나 그러하듯, 자신의 문학적 행위가 문학상을 향해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곳이 어디든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삶을 통해 육신을 거쳐간 일들을 기록하는 일. 그것이 제가 견지하는 문학입니다. 그 속에 문학상은 배제되어 있습니다. 수상자로 호명되기 전 최종심에 올랐을 때 이미 많은 독자와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았습니다.
단지 최종심에 오른 것만으로 축하를 받았다는 것은 ‘만해문학상’의 공정함과 권위를 의심치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에게는 최종심에 오른 것도 생경했지만 수상자로 호명되면서 기쁨과 함께 깊은 고민에 빠졌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세번째 시집이니 저의 문학적 성과를 논할 입장도 아니고, 앞서 수상하신 선생님들과 동료들의 문학적 성과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저의 작품을 흔쾌히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들의 안목과 지성을 믿습니다. 그러나 수상자인 저로서는 기쁨만큼이나 ‘만해문학상’이 가진 위압감도 크게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끔 노동에서 벗어나 쉬는 시간이 생길 때면 바닷길을 따라 걷습니다. 저는 이것을 ‘생존운동’이라고 말합니다. 노동력을 보존하기 위해 몸을 만드는 일이지요. 걷는 일은 매우 단순하지만 걸어가는 길에는 수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버려진 생명을 무시로 만나고 어느 날은 백수광부가 다른 세상으로 가버린 제정신을 부르는 모습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들이 어느새 마음 가득 차올라 시로 풀어내지 못하면 결국 울화가 되어버립니다. 문학인들이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대체로 비문학인들입니다. 그들로부터 시를 얻는 셈이지요. 그러니 나의 시가 그들보다 결코 앞설 수 없음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어떤 위대한 예술도 삶을 우선하지 않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런 삶이 제 몸을 통과하면 저는 혼신을 다해 그것을 시로 써냈음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스스로 대단한 문장가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시의 미학적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바라보고 써내려간 시는 저와 그것들 사이의 오롯한 침음(沈吟)이었을 것입니다. 제 시에 손 내밀어주신 심사위원들은 이 지점을 높이 사주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을 받는다고 저의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몸으로 노동을 하며 그곳의 사람과 사건 그리고 현상과 비루한 목숨에 대하여 시를 쓸 것입니다. 스스로 저의 시를 노동문학이나 민중문학이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노동의 저편에는 수없는 또다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 시집을 사서 읽고 위로를 받았다는 독자들이 도리어 제게 위로가 되었다는 사실도 이 글을 통해 밝힙니다. 그리고 제 혼신의 노력에 높은 점수를 주신 심사위원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수상자 약력
金明氣 1969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2005년 계간 『시평』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북평 장날 만난 체 게바라』 『종점식당』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맛 칼럼집 『울진의 맛 세상과 만나다』 등이 있다. 고산문학대상, 작가정신 문학상 등을 받았다.
수상소감
잊힌 시간의 무게, 그리고 싸움의 기록
강혜민
이 책은 장애해방열사 여덟명의 삶과 죽음을 담고 있습니다. ‘열사’라고 하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숭고한 영웅은 아닙니다. 이들 삶은 비루하고 구질구질했습니다. 죽어서도 신문에 이름 한줄 실리지 않았고, 신문에 실리더라도 ‘안타까운 장애인의 죽음’쯤으로 취급됐습니다. 이 삶과 죽음은 기록되지 않음으로써 존재하지 않는 역사가 되었습니다.
장애인운동의 오늘은 분명 과거의 어떤 시간에 빚진 것일 텐데 그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추모제 때 나눠주는 열사 약력 몇줄, 추모제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몇개의 에피소드가 전부였습니다. 매해 열사 추모제에 참석해 지난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갱신되지 않는 이야기를 반복해 들을 때마다 열사를 추모한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답답했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오늘날 진보적 장애인운동은 지난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 비루한 삶과 죽음이 한권의 책으로 나온 것, 오늘의 수상도 그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성과는 매일 아침 삭발을 하고, 출근길 지하철 타기를 하는 ‘그들’이 만들어낸 것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그들이란 과거 집과 시설에 갇힌 사람들이고, 이동하지 못하고 학교에 가지 못하며 노동하지 못한 채 수십년을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바로 자신의 삶이 장애인을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수용(收容)해온 이 사회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꿰뚫어 보고 민중의 조직된 힘으로 이 사회에 싸움을 걸어왔습니다.
이 책은 과거에도 그러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먼 훗날, 지금 우리의 투쟁도 잊힐 것입니다. 과거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미래의 어느날 더, 장애인이 살아가기 괜찮은 세상이 온다면 그것은 정부가 시혜와 동정으로 던져준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 그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해낸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힘임을 기억하며, 그것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시간 속에 파묻힌 기록을 찾아내고, 각자의 흐릿한 기억 속에 파편화된 기억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연재를 기획하고 단행본 제안을 기쁜 마음으로 수락하면서도 사실 제 안에 어떠한 체념이 있었음을 고백해야겠습니다. 임세현 편집자께는 죄송하지만 사실 ‘이 책을 누가 읽을까’ 저는 끊임없이 회의했습니다. 그런데 출판 이후, 책은 책만의 새 생명을 얻어 사람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습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잊히지 않기 위해 투쟁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지금 이 투쟁뿐만이 아니라 죽어간 동지들을 향한 것이기도 합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으로부터 21년, 김순석 열사의 죽음으로부터 38년이 흘렀습니다.
이 책은 그 시간의 무게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 누워 있는 활자들이 잠들지 않도록,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현장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열사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오늘의 투쟁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그랬을 때야 진정 의미있게 읽힐 것입니다.
올해의 투쟁은 무척 고되었지만 욕설조차도 반가운 시간이었습니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혐오 속에 가끔 어떤 시민분들은 다가와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며 ‘이제야 알아서 미안하다’고 인사했습니다. 이 상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의 무게를 알아차리고 현장 투쟁의 치열함에 대해 동료 시민으로서 연대의 마음으로 주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뜻깊고 감사합니다. 좀더 힘을 내보겠습니다.
비마이너는 죽은 자(열사)에 대한 기록에 이어, 지난해와 올해 살아 있는 자(장애해방운동가, 비장애인 활동가)에 대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도 곧 단행본으로 출판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을 함께해준 김윤영, 박희정, 정창조, 최예륜, 홍세미, 홍은전 님께 다시 한번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비마이너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자들을 대신해 비마이너 편집장 강혜민 씀
수상자 약력
비마이너 진보적 장애인언론으로 2010년 1월 15일 창간했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 자신의 몫을 빼앗긴 사람들이 싸우고 저항하는 현장을 주로 찾아간다. 투쟁 현장을 기록하고 이에 대한 담론을 생산하는 언론활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