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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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림 尹堤林

1960년 충북 제천 출생. 1987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삼천리호 자전거』 『사랑을 놓치다』 『그는 걸어서 온다』 『새의 얼굴』 등이 있음.

dolezip@hanmail.net

 

 

 

먼 데서 온 저녁상

 

 

식당 종업원들이 늦은 저녁을 먹고 있다

푸성귀 일색, 온통 초록의 밥상이지만

하도 맛있게들 먹어서, 시킨 것 물리고

나도 그 상에

끼어 앉고 싶다

 

상추쌈 한입 아주 커다랗게 욱여넣던 여자가

내 상을 차린다

국과 밥과 찬 사이에

먼 데 말씨도 내려놓는다

 

이 사람이 떠나온 곳을 짚어본다

이 사람이 두고 온 고향

밥상과

지난 세기, 거기서 고생하던 사람들의

개다리소반 같은 것을

생각한다

 

저녁이 참 먼 데서 왔다

 

누가 보냈을까

내 저녁상을 차려주러

흑룡강에서

사람이

왔다

 

 

 

신무기와 재래식 무기

 

 

1

 

미안하다 모기여,

 

너는

여전히 당당하게 소리치며, 일대일로 붙어보자며

칼 하나 입에 물고 날아오는데

 

나는 이제

더이상 손바닥에 피를 묻힐 생각이 없다

지금 내 엄지손가락은

최신무기 버튼 위에

얹혀 있다

 

발사 준비

완료!

 

 

2

 

어린 파리들이여 들어라

겁먹을 필요 없다

파리채라고 모두 날래고

용맹스러운 것은 아니다

보아라, 번번이 허공을 가르는

저 오래된 무기의

권태

 

그러나 잊지 말아라 사랑도 부끄러움도 모르는

인간의 신무기가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음을

 

으아악!

이거……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