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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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이

1971년 전남 해남 출생. 2002년 『시평』으로 등단.

시집 『반성하다 그만둔 날』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등이 있음.

 

 

 

측면

 

 

순번 짜서 단식하고

주말마다 촛불시위에 동참했던

 

운이 좋아서

그 골목에 가지 않았지

그 배를 타지 않았지

 

그날따라 운이 좋아서

지하철을 타지 않았어

수련원에 가지 않았어

백화점에 가지 않았어

 

술만 안 먹으면 순하디순하고

도박만 안 하면 착하디착한

 

오늘따라 재수가 없어서

한잔에 음주운전으로 걸렸네

한번 훔쳐보다 스토킹으로 걸렸네

 

운이 없어서

한번 클릭으로 전재산 털렸네

한번 짹소리 했다가 잘렸네

 

누구에게는 내일이

누구에게는 지옥인

 

살아 있는 사사건건

너에게 나는, 나에게 너는

 

고의적 사고일까

우발적 사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