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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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규 愼哲圭

1980년 경남 거창 출생.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심장보다 높이』 등이 있음.

12340158@hanmail.net

 

 

 

다가오는 것들

 

 

나는 나에게서 멀어진다

일정한 속도로

생일 케이크에 꽂힌 초의 개수가 늘어나는 만큼

 

멀다는 건 희미해진다는 것

먼 것은 붙잡을 수 없고 희미한 것은 만질 수 없다

 

수챗구멍에 꽉 박힌 코르크마개처럼

 

촛불에 그을린 눈동자

눈을 감으면 밤이 옵니다

 

촛불을 끄면 다들 박수를 칩니다

 

과속방지턱처럼 밀려오는 파도들

수평선은 고요한데 파도는 쉬지 않고 몰아친다

 

다가오는 것들과 물러나는 것들

마음에 든다는 것은 마음에 들인다는 것

내가 죽어 들어갈 관은 나보다는 조금 더 클 것이다

 

너무 빨리 지나가면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어떤 사랑은 머리 위에 폭포처럼 쏟아져서 몸이 꺾입니다

부러진 칼날의 고독

 

표정 좀 풀고 마음을 열어

 

마음을 잠그고 표정을 굳게 할 때

 

오지 않은 일들까지 걱정하지는 말자

이미 걱정은 먹구름처럼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니

 

당신은 내 손바닥을 베고 잔다

손바닥에 볼이 붙어 있다

손바닥이 볼에 눌리고 있다

 

네 사랑은 너무 미지근해, 아니 미진해

 

막 개화하려는 꽃봉오리 위에 누워 있는 듯

막 부화하려는 새알 곁에 누워 있는 듯

 

우물 속을 맴도는 목소리

오늘도 난 너에게 똑같은 동화를 들려주지

 

태어날 때 한 손에는 기쁨이, 다른 손에는 슬픔이 담겨 있대 두 손으로 눈을 비빌 때 눈물을 흘리는 것은 기쁨과 슬픔의 총량이 같아지기 때문이래 갓난아기가 두 손을 꼭 쥐고 있는 것은 그 무게를 공평하게 나눠 가지기 위함이지

 

손바닥에 피가 돌지 않는다

나는 당신의 볼이 찬 바닥에 닿을까봐 손을 빼지 못한다

 

거울 속에 내 얼굴이 허옇게 떠 있다

한 손바닥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면 나머지 얼굴은 슬픔으로 일그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