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심사경위

 

 

 

만해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올해 예심위원으로 박승민 박준 오연경(이상 시 부문) 양경언 정용준 정주아(이상 소설 부문) 『창작과비평』 상임편집위(기타 부문)를 위촉했다. 예심위원들은 만해문학상 운영규정에 따라 등단 10년 이상 또는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이의 최근 2년간(2023년 5월 31일까지) 출간된 한국어로 된 문학적 업적을 대상으로 예심을 진행하였다. 각 부문별로 진행한 예심회의에서 논의 끝에 아래와 같이 시집 5종, 소설 5종, 기타 2종을 본심 진출작으로 선정했다.

김광규 『그저께 보낸 메일』, 손택수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신동호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 이하석 『기억의 미래』, 정끝별 『모래는 뭐래』(이상 시), 권여선 『각각의 계절』, 백수린 『눈부신 안부』, 손보미 『사랑의 꿈』, 이장욱 『트로츠키와 야생란』,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이상 소설), 고명섭 『하이데거 극장』, 유형근 『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이상 기타).

마찬가지로 만해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위촉한 4인의 본심위원들은 8월 8일 1차 본심을 열고 총 12종의 본심 진출작을 대상으로 한 심사에서 앞의 발표문에 나온 대로 시집 2종, 소설 2종, 기타 1종을 ‘최종심 대상작’으로 결정했다. 만해문학상은 최종심인 2차 본심에서 수상작(상금 3천만원)을 선정한다. 아울러 본상과 다른 장르의 작품에 특별상(1천만원)을 수여할 수 있다. 9월의 2차 본심(최종심)을 거쳐 수상작이 결정되며 본심위원 명단 및 자세한 심사평은 『창작과비평』 2023년 겨울호에 발표된다.

최종심 대상작 5편에 대한 예심평은 다음과 같다.

 

 

 

최종심 대상작 예심평

 

 

시 부문

손택수의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에는 뼈아픈 자기반성이 가득하다. 시인은 나의 안부를 외면한 채 세상의 안부를 물었던 건 아닌지, 모호하고 어긋나기도 하는 세상사를 너무 정색하고 바라보았던 건 아닌지 돌아본다. 장시 「동백에 들다」는 자신에 대한 돌아봄을 자연과 세상을 향한 호흡으로 피워낸 화해와 포용의 세계다. 그렇게 도달한 “순간의 발행인”(「순간의 발행인」)이라는 정체성은 여태껏 없었던 순간을 발행해내는 시인의 사명을 응축한다.

정끝별의 『모래는 뭐래』는 필연과 우연을 넘나드는 서사와 여성성을 근간으로 하는 세밀한 시선으로 시인만의 특유한 미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반복과 변주를 거듭하며 리듬감 있는 문장들을 쌓아나가면서도 일순간 묵직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 또한 인상적이다. 사유의 자유와 언어의 자유가 서로 교차되며 축적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세계가 광활하고 두텁다.

 

소설 부문

작가는 이야기를 발명하는 자인가, 발견하는 자인가. 어떤 발견은 그 어떤 발명보다 더 생경하고 새롭다는 것을 권여선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확인하게 된다. 누가 현실을 제대로 아는가. 그 무엇이 사실과 진실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왜 우리는 이 많은 정보와 이미지 속에서 이토록 고립되고 속고 있는가. 『각각의 계절』에서 권여선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제 현미경적인 정확함을 넘어 뼈와 신경과 세포까지 볼 수 있는 너머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일상에서도 혁명정신을 놓지 않았던 인물을 그렸다. 아버지를 냉소해온 딸은 사실 아버지를 경외하지 않았던 순간이란 한번도 없었음을 인정하고야 만다. 이 인정은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그를 이해하며 받아들인 것이기에 중요하다. 비루한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버거울, 인간에 대한 믿음을 끌고 나가는 인간다움의 증명이 곧 혁명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서 아버지의 혁명은 진행 중이라 해도 좋겠다.

 

기타 부문

고명섭의 『하이데거 극장』은 우리의 사유가 어떡해야 ‘비밀’과 ‘심연’을 도리어 실마리로 삼아 존재와 진리에 다가갈 수 있을지를 담백하고도 시적인 언어로 펼쳐 보인다. 하이데거 ‘연구’라기보다 ‘체험’이기에 이 책은 하이데거를 우리의 사상적 전통과 현대적 언어의 맥락으로 ‘토착화’할 중요 근거지를 마련해주며 우리가 맞닥뜨린 위기에 대응할 주된 사상적 자원으로 전유한다. 하이데거 생애와 사상에 대한 충실한 안내서로 손색없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박승민 박준 양경언 오연경 정용준 정주아 및 『창작과비평』 상임편집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