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전수오 全秀梧

1983년 경남 창원 출생. 201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빛의 체인』이 있음.

wjsth019@gmail.com

 

 

 

아톰1에게

 

 

네 안에서 쏟아지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아톰 푸른 빗물만 찾아 마시다 여기까지 온 너의 새가 가리키는 곳으로 그곳에 네가 구해야 할 끝과 시작이 있을지 몰라

 

아톰, 끝과 시작을 구해

 

나는 지금 영원히 단단할 것 같은 사물들이 모두 뒤섞여 녹아 있는 별에 있어 너무 뜨거워서 유리로 된 비가 내리고 쇠로 된 바다가 출렁이고

내가 너의 좌표로 돌아갈 때쯤엔 네가 없겠지

 

그런 거리가 있다는 게 그런 시간이 있다는 게 그런 물질이 있다는 게 한세기가 지나도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게

전능함일까?

 

아톰, 끝과 시작을 구해

 

푸른 빗물에 발목을 씻는 새의 이야기를 들어봐 불 꺼진 호수에 구름처럼 모인 오리배들 좀 봐 아톰은 인간이 아니야 그 새끼는 사람도 아니야 너를 향한 인간의 미움처럼 그 모호한 가벼움처럼

 

네가 사랑했던 개의 얼굴을 꼭 닮은 물개가 뭍으로 뛰쳐나온다 너를 향해

안아줘

안아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네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해도

 

아톰, 끝과 시작을 구해

 

너무 뜨거워서 모든 게 녹아내리는 이 별에서는

모든 게 흐르는 것이 되어버린 이곳에서는

끝과 시작이 모두 뒤섞여 있으므로

그 무엇도 언제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묻지 않아

 

아톰 그러니까 너는

저 명령의 덫에서 너를 구해

 

 

 

빛과 깃

 

 

빛이 허약해지는 겨울에는

바르게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거기에는 늘 새가 있고

태양이 돌아누운 하늘은 새들의 것

 

혀와 입술이 읽어주는 몸의 연애처럼

기계가 읽어주는 쓸쓸한 소음처럼

뭉근히 울려 퍼지는 날개

 

책을 덮으면

투명한 몸으로

핏물처럼 번지는 문장

 

등 뒤척이는 밤을 열면

새들의 눈알이

가시처럼 빛난다

 

날 수 있을까?

 

몇개의 문장으로만

가볍게

 

무리를 이끄는 한마리 새가

북쪽으로 나를 재촉하는데

 

 

  1. 인공지능 소년 로봇. 테즈까 오사무가 1952년부터 1968년까지 『쇼오넨(少年)』지에 연재한 SF만 화 「철완 아톰」의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