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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기 촛불정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제7공화국’을 향한 조국혁신당의 제언

 

 

김보협 金補協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

bhkim@rebuildingk.kr

 

 

독하게 싸우는 정당, 조국혁신당

 

대통령 윤석열은 마지막 기회마저 걷어차버렸다. 지난 4·10 총선에서 심판당한 윤대통령이 총선 이후에라도 국정 기조를 대폭 수정했더라면 현재와 같이 막다른 길에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퇴화했다. 더욱 오만해졌다. 한때 탄핵의 ‘ㅌ’ 자도 꺼내기 꺼리던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유로 탄핵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3년은 너무 길다’는 조국혁신당의 대표 슬로건에 지지를 보냈던 국민은 ‘3년은 너무 길다면서?’라고 되묻기 시작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총선에서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과 ‘사회권 선진국 토대 마련’을 공약했다. 3월 3일 창당해 4월 10일까지 37일 만에 24.25% 득표율로 687만 4,278표를 얻어 국회의원 12석을 확보한 원내 3당이 되었다. 한국 정당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공이다. 당의 성공을 이끈 조국 대표는 제22대 국회가 개원한 5월 30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전원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기쁨보다 무거움에 압도된다”며 “국회의원 배지는 저희들이 따낸 것이 아니라 국민께서 달아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다짐했다. “국회에서 싸움 좀 그만하라고들 하십니다. 저희는 싸우겠습니다. 아주 독하게 싸우겠습니다. 단, 오로지 국민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특권층과 기득권층, 가진 자와 힘있는 자가 아니라, 국민 다수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그렇다. 조국혁신당은 싸우는 정당이다. 그것도 독하게 싸우는 정당이다. 싸움 이후의 준비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조기종식 이후, 성한 곳이 없는 나라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인가를 모색한다. 공부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뿐 아니라 다음 세대가 행복한 나라, 다시 태어나고 싶은 대한민국을 꿈꾸며 ‘사회권 선진국의 토대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궁리한다. 2017년 대통령 박근혜 탄핵 이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당시 ‘이게 나라냐’는 질문 끝에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했다. 하지만 ‘나라다운 나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버린 탓이다.

검찰독재 조기종식이 사회권 선진국 토대 마련에 앞선 당면과제임은 분명하다. 민주(民主) 없이 민생(民生)이 있을 수 없다. 민을 주인으로 섬기지 않는 정치권력이 민의 삶에 관심이 있을 턱이 없다. 피폐해진 민생경제 복원을 위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다수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윤석열정권이 5년의 임기를 채우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조국혁신당이 최근 ‘3년은너무길다 특별위원회’, 별칭 ‘탄핵추진위원회’(이하 탄추위)를 설치한 까닭이다. ‘3년은 너무 길다면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준비 중이다. 독하게 싸울 채비를 하고 있다.

이 글은 지난 4·10 총선 평가로 시작해 윤석열정권을 탄핵하거나 퇴진시켜야 하는 이유, 조국혁신당의 윤석열정권 탄핵·퇴진 추진방안, 윤석열정권 이후 조국혁신당이 준비 중인 제7공화국 등을 다룬다. 조국혁신당의 수석대변인 자격으로 쓴 글인 만큼 조만간 발간될 조국혁신당의 「2024년 4·10 총선 백서」와 조국 대표의 여러 연설 외에도 조국혁신당의 공식 문서들을 인용하고 참조했다.

 

 

4·10 총선의 시대정신은 ‘윤석열정권 심판’

 

2024년 4·10 총선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윤석열정권 심판’이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윤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는 2023년 연말부터 2024년 연초까지 60% 안팎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2022년 집권 이후 줄곧 무도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윤석열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총선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국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지율 면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윤석열정권이 예산과 정책으로 ‘장난’을 치면 뒤집힐 수도 있는 불안한 우세였다. 실제 윤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총선에 개입했다.

총선 참패를 예감한 여권은 변화를 모색했다. 용산 대통령실의 의중대로 2023년 3월 만들어낸 김기현 대표를 9개월 남짓 만에 사퇴시키고, 연말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정권의 황태자’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었다. 말 잘하고 옷 잘 입는 ‘패션 보수’를 총선 사령탑으로 내리꽂은 것이다. 이와 함께 윤대통령은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여당을 지원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돌며 선심성 공약을 쏟아부었다. 2030 국제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부산을 찾아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제정을 공약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당이 어려운 지역을 찾아다니며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및 재건축 규제 완화 △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 연장 및 신설 △상속세 완화 등을 발표했다. 윤대통령이 약속한 공약에 들어가는 예산을 다 합치면 1천조원이 넘었다. 국민은 더이상 속지 않았다. 부자 감세로 국고가 비어 한국은행에서 빌려서 쓰고 갚는 규모가 역대 최대이다. 관련 법 제정이나 개정이 필요한 국정 과제가 많았음에도 야당과는 전혀 협의하지 않았다. 윤대통령이 살포한 선심성 공약 앞에는 ‘여당에 과반 의석만 안겨준다면’이 생략되어 있었다.

반면 야권은 유리한 지형에서 압도적 승리를 견인할 전략을 내놓지 못하면서 일시적으로 수세에 몰리는 국면도 출연했다. 이는 여론조사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 조사결과 지난해 12월 중순 윤석열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는 31%, 부정평가는 62%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6%였다. 두달 뒤 2024년 2월 말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 39%, 부정평가 53%로 오히려 호전됐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40% 로 올랐다. 민주당 정당 지지도는 횡보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34%, 올 2월 말 33%다. 윤석열정권의 무도함과 무능, 무책임을 심판하고자 하는 유권자들의 열기가 투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퍼졌다.

여론의 변곡점은 조국혁신당에 의해 만들어졌다. 2월 13일 창당 선언, 3월 3일 중앙당을 창당하면서 빠르게 총선 채비를 갖췄다. 혁신당이 ‘3년은 너무 길다’는 간명하고 선명한 구호로 상징되는 ‘윤석열정권 심판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한 이후 여론 지형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창당 직후인 한국갤럽 3월 첫주 첫 조사에서 6%를 기록했다. 이후 7%→8%→12%로 올라갔다. 같은 기간 윤석열대통령 직무 긍정평가는 39%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36%→34%→34%로 떨어졌다. 그와 연동되는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 역시 2월 말 40% 최고점을 기록한 뒤 3월 한달간 37%→37%→34%→37%로 박스권에 갇힌 모양새였다. 민주당은 31%→32%→33%→29%로 움직였다. 조국혁신당 등장 이후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하향 추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조국 대표는 「2024년 4·10 총선 백서」에서 조국혁신당의 등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윤석열정권에 몽둥이를 들고 싶은 국민에게 ‘겁먹지 말자’ ‘할 수 있겠다’라고 마음먹게 하는 촉매제로 기능했다. 더 나아가 유세장으로, 투표장으로 정권심판 여론을 연결하는 가교가 되었다. 나와 조국혁신당은 이러한 변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민비조’ 투표전략과 윤석열정권의 거듭된 패착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시대정신을 총선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윤석열 대 반윤석열의 1 대 1 대결 구도를 만들어야 했다. 조국혁신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가 확정된 이후 지역구 후보는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내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윤석열정권 심판을 간절하게 원하는 유권자들이 ‘지민비조’라는 네 글자 구호를 발 빠르게 만들어냈다.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에 투표하자는 뜻이었다. ‘지민비조’가 조국혁신당의 투표전략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조국혁신당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표방한 적은 없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국민이 한다. 뛰어난 정치가가 시대의 흐름을 읽고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체로 정치인은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국민은 더이상 ‘수용자’에 그치지 않으며, 무도한 정치권력이 미디어를 장악한다고 해서 가짜뉴스에 휘둘리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스마트한 시민’이다. 그 시민의 지혜가 모여 집단지성을 발휘한다.

지민비조 투표전략도 집단지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야권의 분열로 국민의힘에 어부지리를 안기지 않을까 우려했던 야권 지지자들은 지민비조 전략에 힘입어 걱정 없이 투표장으로 향했다. 민주당에 실망해 투표 참여를 고민하던 유권자들 가운데 조국혁신당을 찍기 위해 투표장에 갔다가 ‘지민’을 택한 이들도 상당수였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도움 없이 민주당 성곽 바깥에 정당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범야권 의석을 늘려 야권의 총선 승리에 기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심판당하고도 반성할 줄 몰랐다. 총선 이후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자랐다”고 했다. 자신은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그것을 체감하지 못한 국민이 문제라는 식이었다. 당연히 국정기조 변화도 뒤따르지 않았다. 여론에 등 떠밀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취임 2주년 기자회견도 했지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은 몽둥이를 들었는데 회초리 몇대 맞은 것처럼 아파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 표현대로 총선에서 윤석열정권의 “명줄만 붙여놓은 셈”인데, 엄정한 총선 평가와 반성, 그에 따른 변화 모색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4·10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자가 100일 남짓 만에 다시 7·23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힘 대표로 돌아왔다. 국민의힘의 새 지도체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김건희씨 문자 ‘읽씹’ 논란, 댓글팀 운영 논란, 공소 취하 논란에 대한 후보간 공방이 이어지면서 ‘자폭전대’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연히 ‘보수정당의 혁신’이라는 중대한 의제는 실종됐다.

윤대통령은 22대 국회 들어서도 ‘여소야대’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압도적 다수 의석과의 대결을 선택했다. ‘순직 해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15번째였다.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를 정상화하고, 정치권력의 입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을 위한 ‘방송 4법’을 포함해 조국혁신당이 추진 중인 ‘한동훈 특검법’ ‘윤석열 수사외압 특검법’ 등에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조만간 20번을 넘길 것이다. 재임기간을 고려하면 이미 ‘거부왕’에 등극했다.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법률안에는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여야 합의라는 조건은 소수여당인 국민의힘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말이다. 12년 동안 45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던 이승만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광장에는 ‘거부왕을 거부한다’는 새로운 구호가 등장했다.

 

 

국회 홈페이지에 켜진 143만개의 ‘윤석열 탄핵 촛불’

 

2017년 3월 10일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2016년 광화문광장에 켜진 촛불시민들의 행동에서 출발했다. 그해 가을부터 주말마다 이어진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 집회에, 야당은 12월께에 뒤늦게 합류했다.

이번에도 국민이 먼저 움직였다. 국회 인터넷 홈페이지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에 6월20일부터 한달 동안 143만 4,784명의 국민이 동의했다. 청원인 권씨는 “이미 윤석열의 탄핵 사유는 차고 넘”친다며 “총선에서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윤석열은 국정기조를 전환할 의지가 없”고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가고 반성할 줄 모르는 윤석열을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청원 이유를 밝혔다.

이 청원에 국회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동의 신청이 몰려들었다. 사흘 만에 국회 심사 요건인 5만명 동의를 넘기더니 2주 만에 100만명을 넘겼다. 동시접속자가 몰려 국회 서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다. 시민들은 본인 인증 절차와 동의 버튼을 누르기 위해 몇시간씩 대기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했다. 동시접속이 원활했다면 200만은 훌쩍 넘겼을 수도 있다. 143만 4,784명이 동의한 ‘윤석열 탄핵 청원’은 2017년 광화문광장을 달궜던 ‘100만 촛불’에 비견될 만했다. 이 청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윤석열 탄핵 청문회’ 로 이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인사들은 국회로 옮겨붙은 143만 촛불민심을 폄훼하기 바빴다. 인기투표 성격이라거나,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 동의한 숫자는 146만 9천명으로 더 많았다는 식으로 말이다. 둘 다 사실과 다르다. ‘윤석열 탄핵 청원’은 법사위 심사를 거쳐 타당성이 인정되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인기투표가 아닌 정식 법적 절차다.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은 본인인증 절차 없이 소셜서비스 아이디만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본인인증 절차가 까다로운 국회 청원과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윤석열 탄핵 청원’에 맞불 성격으로 제안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반대에 관한 청원’ 동의자가 12만 1,269명인 점과 비교해봐도 국민의 ‘탄핵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심리적 탄핵’ 수준을 넘어 ‘정치적·법적 탄핵’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국혁신당 ‘탄핵추진위원회’ 발족

 

조국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는 국민의 마음에 주파수를 맞추기로 했다. 7월 20일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다시 대표로 선출된 조국 대표는 “많은 국민이 탄핵과 퇴진을 거론하고 있다. 헌정중단의 비용보다 조기종식의 이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조국혁신당은 탄핵과 퇴진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준비하겠다. (…) 국회 상임위, 국정조사, 특검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윤대통령이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1% 가진 자만 사랑하는 부자 편애왕, 지역 파괴왕, 민생·경제 파괴왕, 헌법 파괴왕, 대한민국호를 침몰시킬 수도 있는 ‘술 취한 선장’이라면서 “술 취한 선장을 끌어내려야 한다. (…) 두려움 없이 ‘윤석열과 김건희의 강’을 건너자”고 제안했다.

조국혁신당은 야당 가운데 가장 먼저 윤석열정권 탄핵·퇴진 추진을 공식화했다.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당이 ‘장외 집회’ 등 어떤 행동에 나설 땐 ‘출구전략’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윤석열정권 탄핵·퇴진에는 ‘출구’가 있을 수 없다. 될 때까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당 내부에서도 ‘때가 무르익었는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근혜 탄핵 때는 국정지지도 부정평가가 80%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60% 선이다. ‘탄핵’ 깃발을 들기에 너무 이르다는 평가가 있을 수 있다. ‘탄핵 중독’이라거나 ‘이재명·조국 방탄용’이라는 여당의 공격도 터무니없기는 하나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은 국민의 뜻을 준엄히 받들기로 했다. “두려움 없이 ‘윤석열과 김건희의 강’을 건너자”는 조대표의 제안은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7월 25일 탄추위를 설치했다. 조국 대표는 탄추위에 대해 “윤대통령의 정치적·법적 탄핵, 퇴진을 추진하는 대정부 투쟁의 중심부가 될 것”이라며 “쇄빙을 위한 저희의 행보에 민주당 등 다른 야당들도 함께 해주시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조국 대표가 위원장을, 황운하 원내대표가 부위원장을 맡았다.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각각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았다는 것은 조국혁신당이 가진 모든 역량과 자원, 즉 총력을 탄추위에 쏟아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따라서 탄추위는 당내 기구라기보다는 조국혁신당 전체가 탄추위체제로 재편됐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탄추위 산하에는 ‘검찰개혁위원회’와 ‘국정농단진상규명위원회’, 그리고 ‘시민의 물결’을 두었다. 박은정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을 공소유지와 인권보호에 충실한 공소청으로 재건축하는 데 주력한다. 국정농단진상규명위원회는 순직 해병 수사개입 의혹, 김건희씨의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 대통령 부부를 향하는 수많은 위법과 국정농단 의혹을 파헤칠 예정이다. 신장식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김재원·신장식 두 의원이 책임지는 시민의 물결은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목적으로 한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서 노동계는 물론 시민단체, 학계 등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모색할 예정이다.

 

 

소소한 저항과 결정적 제보가 탄핵의 문 열 것

 

탄추위는 8월 1일 ‘윤석열정권 국정농단 제보센터’를 개설했다. 이메일(jebo8007070@gmail.com)과 전화(050-7878-7070)를 통해 제보할 수 있다. 이메일과 전화번호에 들어간 숫자는, 윤석열 대통령 혹은 그 배우자 김건희씨가 ‘채해병 순직사건’의 진실을 덮기 위해 사용한 용산 대통령실 번호 02-800-7070과 같다. 제보센터가 문을 연 첫날부터 전국 각지에서 200여통의 전화와 메일이 쇄도했다. 다수는 조국혁신당의 탄추위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내용이었다. 일부 제보는 검찰개혁위원회와 국정농단진상규명위원회로 넘겨 검증하고 있다.

‘윤석열정권 국정농단 제보센터’는 민감한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공무원, 군과 검경 등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윤석열정권이 계속될 경우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진 용기있는 분들의 ‘소소한 저항’이 강고해 보이는 윤석열정권의 성벽에 균열을 낼 것으로 본다. 개인의 소소한 저항이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 사실 조국혁신당이 국정농단 제보센터를 열기 전부터 윤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씨의 국정농단 사례에 관한 제보는 이어지고 있었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자의 배우자일 뿐인 김건희씨가 노골적으로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김씨가 특정 장관의 후임자를 찾는 과정에 참여해 후보자에게 직접 전화해 의향을 물었다거나, 용산 대통령실의 특정 수석비서관을 불러 해당 수석이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는 내용 등이다.

2017년 대통령 박근혜의 파면을 결정한 헌법재판소는 소추 사유를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 △대통령의 권한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와 직책 성실수행 의무 위반 등 네가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헌재는 국정농단을 제외한 나머지 사유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판시했으나, 이 네가지 유형을 소추 사유로 인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의 국정농단, 권한남용, 언론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와 직책 성실수행 의무 위반의 정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미 뛰어넘었다고 판단한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한 박근혜와 박영수 특검에 의해 구속된 이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수감 중인 최순실의 혐의가 가벼워 보일 정도다. 윤대통령 파면 사유는 차고 넘치는데, 다만 부인할 수 없는 뚜렷한 증거 제시를 통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이르지 않았을 뿐이다. 조국혁신당 탄추위는 소추 사유를 밝혀내고 유형별로 분류하여 증빙자료를 갖추어나갈 것이다. 국민의힘 쪽에선 국정지지율이 낮다고 대통령을 탄핵하느냐, 중대한 법 위배행위는 없지 않으냐고 주장한다. 사실과 다르다. 중대한 법 위배행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대통령 탄핵은 결국 국민이 한다

 

대통령 탄핵은 결국 국민이 한다. 대통령 박근혜도 그랬고, 대통령 윤석열도 그럴 것이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거쳐 결정을 내리지만 그것은 정치적·법적 마무리 혹은 매듭일 뿐이다. 탄핵은 국민의 마음으로 시작해 국민의 손으로 끝낸다. 조국혁신당이 끊임없이 국민과 주파수를 맞추고 민심을 모으기 위해 행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22대 국회가 언제, 어느 시점에 본격적으로 윤대통령 탄핵소추에 나설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국회의원 12명을 보유한 조국혁신당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 2017년 박근혜 탄핵 때처럼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합류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조국혁신당을 탄추위체제로 재편한다는 것은 앞으로 모든 의정활동을 ‘국정농단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다. 12명의 의원이 각자의 상임위원회에서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의 국정농단 사례를 질의하고 파헤칠 것이다. 9월에 시작하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도 마찬가지다. 윤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를 밝혀내고 증빙자료를 차곡차곡 쌓아갈 것이다.

조국혁신당 탄추위는 윤석열정권의 부정부패와 국정농단 사례, 무능과 국정운영 실패 사례를 나눠 조사하고 정리하고 있다. 전자는 법적인 탄핵소추 사례가 될 것이며 후자는 국민으로부터 무능한 정치세력으로 낙인찍힌 윤석열정권의 퇴진 사유가 될 것이다.

법적인 탄핵 사유로는 △순직 해병 수사방해 및 외압사건 △경찰의 관세청 마약수사 외압사건 △천공을 비롯한 사이비 무속인들의 국정개입 의혹 △명품백 수수사건 △김건희·한동훈 댓글팀 운영 의혹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언론장악 등의 의제를 의원들이 나눠 맡아서 들여다보고 있다. 무능한 국정운영에 해당하는 정치적 탄핵 사유는 △경제정책 실패 △대일 굴종외교 △한미일 군사협정 △정보사 블랙요원 유출사건 △동해 유전 및 원전·무기 수출 △새만금 잼버리 파행 운영 △의대정원 확대 논란에 따른 의료체계 붕괴 등이다.

앞서 언급했듯, 결국 탄핵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재의 결정은 정치적·법적 마무리일 뿐이다. 그래서 탄추위의 기조도 ‘국민과 함께’ ‘국민이 직접 말하게 하자’이다. 탄추위가 나서서 말하고 국민이 듣는 방식이 아니라, 탄추위는 판을 깔고 국민이 말하는 형태를 모색 중이다. 이를테면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을 위한 국민법정’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탄추위가 전국을 돌면서 일정한 장소를 마련해 ‘탄핵 국민법정’을 열면, 국민이 증인으로,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민주주의 선진국의 국민으로서 충분한 교양과 품격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17년에도 단 한차례의 물리적 충돌 없이 헌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박근혜정권을 탄핵하고 민주주의를 복원한 경험이 있다.

조국혁신당 탄추위와 시민을 잇는 ‘시민의 물결’은 파란(波瀾)을 일으키고 싶다. 파란에는 ‘잔물결과 큰 물결’이라는 의미도 있고, ‘순탄하지 아니하고 어수선하게 계속되는 여러가지 어려움이나 시련’이라는 뜻도 있다. 시민의 물결이 일으킨 파란이 윤석열정권에 파란을 겪게 만들기를 기대한다. 그 파란의 끝은,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독재자들의 말로와 같을 것이다.

 

 

윤석열정권 너머 ‘제7공화국’으로

 

필자는 앞서 윤석열정권 너머를 준비하지 않으면 2017년의 잘못을 반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 정책위의장 겸 혁신정책연구원장을 맡은 서왕진 의원은 7월 28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당시 촛불을 복기해보면 제일 아쉬운 부분이 촛불로 탄핵까지 갔는데 탄핵 뒤 대선으로 모든 것이 다 쏠려버렸고, 거기에 함몰됐다”고 회고했다. 더 들어보자.

“당시 촛불을 든 게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최종 목적은 아니었다. 훨씬 더 근본적으로 ‘이게 나라냐’는 질문에 대한 답,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더 본질적이었다. 그런데 그 어젠다와 비전, 또는 그걸 실현하기 위한 행동과 조치는 완전히 사라지고 대선 국면으로 완전히 넘어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면 다 해결될 거로 생각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검찰독재 조기종식이라는 선결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태어나고 싶은 나라’ 사회권 선진국과 개헌을 통한 제7공화국 토대 마련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창당한 지 이제 5개월 된 작은 정당이 선거를 통해 정권을 얻는 수권정당을 목표로 한다니 가당찮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일제강점기 해외를 떠돌며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울 때 균등과 자유를 통합적으로 추구하는 민주공화국을 꿈꿨다. 조국혁신당도 마찬가지다.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선조들처럼, 대통령 윤석열의 퇴진과 탄핵을 위해 조국혁신당의 총력을 쏟아부을 것이다. 동시에 그 너머를 준비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조국혁신당에는 다른 거대정당들이 갖지 못한 소중한 자산이 하나 있다. ‘비전선언문’이다. 조국혁신당의 ‘혼’이다. 우리는 왜 모였고, 무엇을 지향하는 정당이며, 어떤 나라를 만들려 하는지가 빼곡히 담겨 있다. 조국혁신당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으니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다.

조국혁신당 비전선언문은 “우리는 나라를 사랑하는 민주시민들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고,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조국혁신당을 창당하였다”로 시작한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고, 일자리·주거·육아 ·교육 ·건강과 안전 등이 국민의 권리로서 보장되는 ‘사회권 선진국’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추구하며 생명과 생태계를 존중하고 기후정의가 실현되는 ‘환경 선진국’ △‘자치분권 공화국’ ‘균형발전 선진국’ △남북한의 평화공존질서를 확립하고 상생과 연대의 새로운 통일을 준비하는 ‘평화선진국’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7공화국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조국혁신당이 그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국민은 그동안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충분히 헌신했다. 이제는 국민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나는 국가에 무엇을 권리로써 요구할 수 있는가’를 물을 때가 되었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권력은 끌어내려야 한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명령해야 한다. 민주주의 선진국의 시민으로서, 품격과 교양을 갖춘 우리 국민은 이제 그런 나라를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 그런 새로운 대한민국이, 조국혁신당이 앞장서 만들고 싶은 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