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심사경위

 

 

 

만해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올해 예심위원으로 안미옥 안희연 유병록(이상 시 부문) 김나영 이주혜 전기화(이상 소설 부문) 『창작과비평』 상임편집위(기타 부문)를 위촉했다. 예심위원들은 만해문학상 운영규정에 따라 등단 10년 이상 또는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이의 최근 2년간(2024년 5월 31일까지) 출간된 한국어로 된 문학적 업적을 대상으로 예심을 진행하였다. 각 부문별로 진행한 예심회의에서 논의 끝에 아래와 같이 시집 4종, 소설 4종을 본심 진출작으로 선정했다. 기타 부문에서는 올해 본심 진출작을 선정하지 못했다.

도종환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이명윤 『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 이영광 『살 것만 같던 마음』, 조용미 『초록의 어두운 부분』(이상 시), 권여선 『각각의 계절』, 김혜진 『축복을 비는 마음』, 이주란 『해피 엔드』, 최은미 『마주』(이상 소설).

마찬가지로 만해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위촉한 4인의 본심위원들은 8월 12일 1차 본심을 열고 총 8편의 본심 진출작을 대상으로 한 심사에서 앞의 발표문에 나온 대로 시집 2종, 소설 2종을 ‘최종심 대상작’으로 결정했다. 만해문학상은 최종심인 2차 본심에서 수상작(상금 3천만원)을 선정한다. 9월의 2차 본심(최종심)을 거쳐 수상작이 결정되며 본심위원 명단 및 자세한 심사평은 『창작과비평』 2024년 겨울호에 발표된다.

최종심 대상작 4편에 대한 예심평은 다음과 같다.

 

 

 

최종심 대상작 예심평

 

 

시 부문

이명윤의 『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는 현실에 있지만 너무나 익숙하여 오히려 스쳐 지나가게 되는 존재들을 선명히 실감하게 한다. 시인의 태도와 시선이 현실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가닿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현실 사이에서 시를 쓰며 소외되고 외면받는 존재들을 환하게 호명한다. “한쪽 손으로 울음을 틀어막고/저녁을 먹는”(「고라니가 우는 저녁」) 존재들의 울음을 기꺼이 듣는다. 우는 사람 곁에서 등을 기댄다. 그리고 함께 나아가고자 한다. 절망과 슬픔과 죽음에 함몰되지 않고 함께 더 잘 살아보고자 하는 의지로 가득한 시집이다.

이영광의 『살 것만 같던 마음』에서는 일상적인 말들이 일상적인 어법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것이 시적인 세계를 만들어낸다. 그 세계는 서늘하고 아름답다. 자신을 향해 칼을 겨누면서 통렬한 자기반성을 감행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세상의 불의를 향해 불끈 쥔 주먹을 들이민다는 점에서 그 서늘함이 느껴진다. 아픈 이들을 향해 기꺼이 손길을 내민다는 점에서, 그리고 어머니 앞에서 순하고 여린 아들이 된다는 점에서 그 아름다움이 빛을 발한다. 그러니 “얼음 위에 피운 모닥불”(「미워하는 마음을」)처럼 차고 뜨거운 시집이라고 부르면 되겠다.

 

소설 부문

권여선의 『각각의 계절』은 팬데믹 시기를 맞아 예외 없이 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이들이 어떻게 멀어지고 가까워지는지 저마다의 연유를 첨예하게 파고드는 서사의 모음이다. 또한 ‘기억’이라는 문학의 중요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탐문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어난 일에 대한 이해와 일어날지도 모를 일에 대한 예감이 혼재하는 가운데 기억은 언제나 현재형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라는 점을 일러준다. 이로써 권여선의 소설은 기억을 통해 개별과 보편을 아우르는 인간의 삶을 공동의 자리로 인식하고 감각할 수 있다는 낙관의 기록이 된다.

2020년대 한국문학이 무엇을 하고 있었나 돌이켜본다면 김혜진의 『축복을 비는 마음』이 거론될 것이다. 지극히 구체적인 실체이면서도 사회구조적 문제 그 자체인 ‘집/부동산’을 제각각의 방식으로 붙드는 이 소설집은 한국사회의 첨예한 정치적 문제에 관해 제출된 문학적 탐구의 산물이라 할 만하다. 집이라는 공간에 실린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마음을 들여다보고, 집을 매개로 얽힌 서로 다른 입장과 그 사이로 달라붙는 이상하고 끈끈한 감정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들면서 한국사회를, 우리의 얼굴을 마주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김나영 안미옥 안희연 유병록 이주혜 전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