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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시인선
강지이 姜智伊
1993년 대전 출생.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가 있음.
catontheuniverse@gmail.com
요샌 커넬 샌더스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여긴 금성입니다.
나는 지금 금성에서 이걸 보내고 있습니다.
커넬 샌더스씨는 아직 지구에 잘 계신가요? 나는 한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지구-금성 펜팔 프로그램의 활성화로, 커넬 샌더스씨는 내게 많은 말을 걸어주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푸른빛 바다와 상아빛 바다를 함께 보고 비교해보자고 하였습니다.
그는 금성에,
금성에 오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지구입니다.
내리실 때 방독면을 반드시 착용해주십시오. 투어 중 무단이탈은 절대 불가합니다.
바다로 가는 코스도 있나요?
바다라는 건 이제 존재하지 않아서, 역사박물관에서 이전의 바다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자유시간은 전혀 없나요?
신청하면 한시간 정도 가능합니다만, 전문 인솔자와 반드시 동행해야 합니다. 추가 Charge가 생깁니다.
펜팔 친구를 찾는 건 쉽지 않을 거예요. 지구 거주자들은 매일 죽습니다. 커넬 샌더스라고요? 잠시만요…… 여기 처분 470-F 구역에 동상이 있습니다. 가져가신다고요? 폐기물에 가깝고 희소성이 없어 소유하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에서 보내는 물품은 특히 통관이 쉽지 않은 거 아시죠?
다시 금성입니다.
상아빛 바다에 같은 색 양복을 입은 그는 서 있습니다.
여기에서
다음 시집이 왜 나오지 않느냐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죄송해요, 회사를 너무 열심히 다니고 생활비를 냈어요.
이 세상은 소풍이라더니 또 그 말에 동의도 하는데 소풍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쌉니다. 내가 장소를 선택할 수 없는 소풍이고요.
어떻게 생각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꿈을 꾼 적도 있는 것 같은데 요새의 꿈은 지하철 앞에 앉은 사람이 빨리 일어나는 것입니다.
지금 주식을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것 같아서 주식이라도 시작할까, 했더니 와르르 떨어졌구요. 마치 내가 잠들어야만 이기는 중요한, 그 모든 경기처럼요. 하지만 이런 말은 영향력도 없는 나라는 개인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구요. 나이를 먹어도 아직도 이러고 있는 중입니다.
귀와 뇌를 때리는 비트를 좋아합니다.
많이 들으면 뇌와 귀가 녹았으면 좋겠어요. 더이상 생각할 수도 없도록.
아름답고 적합한 완결성에 대한 집착을 깨고 싶습니다.
단 한번도 성공한 적 없는데도. 그래도 내가 천재라는 사실을 의심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세련된 비트가 삶에 계속되는 배음(背音)이면 좋겠어요. 지금 틀었나요?
언제 촌스러워질까요?
근데 촌스러움이란, 세련됨이란 무엇일까요?
이제야 앞자리가 비었고 회사는 한 정거장 남았습니다.
이건 앉을 수 없네요.
걸어나갑시다.
다음달 지하철값으로 청구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