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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시인선
남 현 지 南弦志
2021년 창비신인시인상으로 등단. 시집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등이 있음.
namnamsss@naver.com
햇
햇생강이 나오면
집에서 말린 생강이 가득
도착한다
가진 생강이 줄어들지 않는다
뜨거운 차를 질릴 때까지 마셔도
생강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너희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멸망이 가까워지는 거다
당신이 잠시 지연시킨 멸망의 얼굴로 앉아
서로 망친 것을 이야기하며
식탁에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을 늘어놓는다
먼지처럼 일어나는 가루들
검은 봉지에 넣고 잊어버린 것들
꿀은 영원할 줄 알았는데
기한이 몇년 지났다고 적혀 있고
여전히 달다
먹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아흔살에도 백살에도 자신을 미워한다면
슬플 것 같지만
드라마를 보고 밥을 입에 넣으면서
깜빡했다는 듯이
미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랍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작년 재작년의
말린 생강을
다시 집어넣는다
부풀어오르던 것
패딩을 언제 넣을지 고민하다가
갑자기 더워진다
짐짝처럼
베란다에 걸려 있는
사람만 한 검은 패딩들이
옷장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도
공기를 빼면 납작해진다
비닐에 넣고
부풀어올랐던 것을 빼내면
영화관에 있던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거울을 보고
지하철역으로 사라지듯이
넣을 수 있다
붉은 잉어가 물속에서
얼어 있던 장면이 있었지
꼬리가 휜 채로
술을 마시다 뛰쳐나가
담배 피운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다음 날 점심시간에
흡연자들이 모여 있는 골목을
손사래 치며 지나간다
지난밤에 머금고 있던 것
입을 벌리면
끝까지 보고 있던
어두운 골목이 빠져나간다
날이 좋다
남은 몸이 흔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