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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시인선
여 세 실 呂世實
1997년경기안양출생.2021년『현대문학』으로등단.시집『휴일에하는용서』『화살 기도』등이있음.
tptlf0205@naver.com
너의 여자 아빠
새는 귀가 어디 있는지 알아?
전혀 궁금하지 않았는데
네가 질문을 하고 나서부터 날아가는 새들을 유심히 보았다
바람이 불 때
하늘을 보는 새와
바닥을 쪼는 새가 있고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바닥 타일을 쪼아대는 새
잘게 빛나는 바닥 타일을 보았다
눈부신 바닥
그런 미래를 갖고 싶었다
화살촉 모양 나뭇잎을 발치로 찢으며 담배를 피운다
봄볕에 마른 나뭇잎은 너무 달고 짠 소리를 내며 찢어져서
밤을 봉지째 뒤집어쓰고 온몸을 긁고 있는
너의 여자 아빠가 되는 상상을 한다
네 밤에 뜬 달을 갈아 끼워주고 싶었다
그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너에게
아침에 비타민을 챙겨 먹었느냐는 잔소리를 듣고 싶었다
밤사이 속이 얹혀
공원을 뛰는 너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지그재그 갈지자를 그으며
느리게 너를 좇는다
짙은 깃 속에 귀를 숨기고 있는 새나
발바닥 한가운데 눈을 붙이고 있는 외계 이모
손톱 끝에 콧구멍을 하나씩 달고 있는 유령 언니
속눈썹 대신 손가락이 자라는 귀신 동생
그들을 모두 다 불러모아 이끌고
봄동 한묶음 사들고 너희 집에 놀러간다
다 울고 나면
왜 울었는지 잊게 될 거야
아주 커다란 숟가락을 준비해둬
봄에 나는 잎들을 씹어보면 알게 되니까
한입씩 씹을 때마다 입속에서 소리가 날 테니까
한발짝씩 멀어지는 소리 가까워오는 소리
들키지 않으려고
천천히 씹고 있는 너에게
정들어
몰래 작게 당기기
아무 약속도 없는 내일
봄눈이 내리면 나를 재우러 오세요
봄이 오면 새들이 둥지를 틀고 제 깃털을 모두 뽑는다 오래된 깃털을 뽑고 날기를 그만둔다 자취를 숨기고 새 깃털이 자라나기를 기다린다
달이 밤을 거부하고 새가 창공을 마다하는 봄에
내 베개가 빚어내고 있는 꿈을 보러 오세요
힌트 좀 주세요 당신이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해서 나도 재미를 좀 찾아보려고 낯선 음악이 흘러나오는 거리를 배회하는 날이 잦았는데
딱따구리 앵무 뱁새 비둘기 까치 집오리
집오리는 날지도 못하는데 왜 날개를 가지고 태어났는지 젖이 나오지 않는 가슴에도 왜 젖꼭지가 달려 있는지 궁금한 적 있는데
이름을 지우고 오세요 내 아침을 씻기러 오세요 밤새워 빗소리를 다 들어주고 새싹이 돋은 가로수의 경청법을 배우세요 땅콩빵을 사서 오세요 꿀호떡을 사서 오세요 녹아가는 눈이 행인들의 발목을 잡아채 미끄러뜨리는 밤에
새싹이 일러주는 것
파란 것 속에 붉은 것이 들어 있고
붉은 것이 마르면 온밤을 두르고도 남는 침묵이 가지에 매달린다
운동화를 하나 새로 사 신는 봄에
손등이고 눈두덩이고 빨갛게 일어나 트는 내 몸을 당신이 달래러 온다
내가 유일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기꺼이 취약해지기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패를 모조리 버리고 모두와 불화하기를 선택한 사람이라 걸 아주 늦게 알게 된 후에도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나는 배가 고프고 당신은 내일 아무 약속도 없는 날이니까
내가 울면 너무 많은 엄마들이 잠을 못 자는데
그 사실을 잊고
이른 봄이 꽃을 사양하는 사이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이 밤과의 헤맴만이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