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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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시인선

 

 

임 유 영 林裕永

1986년경남진주출생.2020년문학동네신인상으로등단.시집『오믈렛』등이있음.

daymoyr@gmail.com

 

 

고해성사

 

 

그녀는 가끔 장롱 안에 들어갔을 뿐 아니라 이불 사이에 머리를 욱여넣고 소리를 질렀다.1 두툼한 목화솜 이불. 색색의 인견이 어둠 속에서 촉촉하고 서늘하게 얼굴을 짓누르는 감촉. 나프탈렌 냄새. 이불장 안에서 지른 비명은 이불만이 간직할 것이었다. 몇년 뒤 처음 가본 성당은 커다란 나무장롱 속처럼 아늑했는데 그 내부에는 진짜 장롱처럼 생긴 방이 또 하나 있었다. 그 방에 들어가서 잘못을 말하면 하느님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스메네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고 했다. 이미 경험이 많았다고 했다. 세상에 잘못 같은 잘못이나 용서 같은 용서는 없다고 했다. 그럼 세상에 있는 것은 무엇이냐고 내가 물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고해소를 만들어놓은 걸 이미 보지 않았느냐고 내게 되물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고해소의 문을 부수는 행패는 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문제는 머릿속의 다른 목소리다.

 

 

 

여름밤

 

 

세찬 비가 내린다. 두 사람이 작은 우산을 함께 쓰고 걸어간다. 얼마 못 간다. 한 사람을 세워놓고 한 사람이 택시를 잡는다. 빈차가 없다. 두 사람이 빌딩 아래서 비를 피한다. 여기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 서로를 부르는 말투가 예쁘다. 라이터가 젖어 불이 잘 붙지 않는다.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그만둔다. 둘은 작은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속삭이고 웃기도 한다. 이 근처의 좋은 술집을 알려주고 싶다. 그러다 술 생각이 나서 혼자 그 술집에 간다. 젖은 담배가 파지직파지직 소리 내며 탄다. 밤거리에 세찬 비가 내린다. 두 사람이 한 사람을 뒤따라간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을 달고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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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이랑 지음, 이야기장수 2026)를 읽고 오래전의 기억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