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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평
이소연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 돌고래 2026
평범한 결혼식이 어려운 이유
최시현 崔時賢
연세대 국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sihyunc@gmail.com
‘생애 단 한번’이라는 말에는 무엇도 막지 못할 이상한 힘이 있다. 결혼식은 이 힘이 가장 크게 작동하는 장면이자 의례다.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포함해 이제부터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지를 많은 사람 앞에서 선언하고 승인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생로병사의 과정 사이에 있는 여러 의례 중 혼인만큼 우리가 삶의 최고가치라 믿는 행복과 직결된 의례는 없다. 그런 점에서 결혼식은 일종의 행복장치로서 담론과 제도, 도덕과 규제, 욕망 등 이질적 요소들이 서로를 떠받치며 주체를 구성하는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이소연의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은 이러한 장치로서의 결혼식에 서는 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웨딩산업의 비합리적인 민낯을 드러내는 동시에 소비주의적 웨딩산업에 맞설 때 경험하는 실천의 딜레마까지 서슴없이 다룬 정직한 르뽀르따주이다.
이 책이 탁월하게 짚어내는 역설은 ‘보통의 결혼식’이 실은 모두에게 까다로운 소비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프러포즈와 브라이덜 샤워에서 신혼여행, 신혼집, 산후조리원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에서 ‘정상성’을 획득해가는 과정은 ‘탁월한’ 소비자가 되는 과정과 정확히 포개어진다. 이 책은 결혼식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웨딩산업의 판매자와 소비자 간에 존재하는 심각한 정보 격차에서 발생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평생 한번 하는 구매이므로 소비자는 적정 예산을 초과해서라도 완벽한 효과를 기대하며, 판매자 입장에서도 이 소비는 다음번의 재구매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벤트성 산업구조의 중심에서 웨딩 중개업체는 다수의 제휴업체와 대량 계약을 맺어 단가를 낮춘 뒤 이윤을 극대화하며, 그 이면에는 리베이트, 제휴 마진, 광고비, 인센티브와 같은 복잡한 이윤 배분구조가 도사리고 있다. 이 책은 소비자를 유혹하는 추가금의 작동방식이나 회전율 경쟁 등을 드러내어 ‘똑똑한’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가 결국 추가지출의 합리화(82면)로 전환되는 메커니즘을 가시화한다.
이러한 산업구조 분석에 무게를 더하는 것은 책의 방법론적 미덕이다. 혼인 당사자만이 아니라 웨딩플래너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부의 욕망을 자극·창출해야만 수익이 만들어지는 산업의 작동원리를 조명하고, 저자 본인이 ‘나만의’ 결혼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모순과 탄식을 드러내는 자기기술의 팽팽한 균형감은 책의 백미이다.
신부의 관점에서 그려지기에 이 책은 다분히 여성의 시선을 따른다. 특히 결혼 준비과정에서 모든 것을 ‘완벽히’ 해내기 위해 동원하는 돈과 시간, 그리고 모든 일정 관리와 소비에서 필수적인 물샐틈없는 인지노동을 아우르는 여성들의 수행력을 묘사하는 대목들은 놀라울 만큼 생생하다. 저자는 이 여성들의 과도할 정도로 내면화된 ‘완벽주의’가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나아가 이 구조에 공모하게 한다는 점을 정확히 지적하며, 그 원인을 가부장제가 부여한 성역할 규범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로 모든 이의 일상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에게 웨딩은 매우 희소한 사회적 인정의 기회로 작용한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웨딩을 결함없이 치러내는 일은 외모와 수행성, 가시성을 통한 인정을 추구하도록 훈련된 여성들의 능동적 주체성을 매개로 작동한다. 따라서 ‘다양한’ 신부, ‘다른’ 결혼식을 상상하는 일은 때로 자신의 문화자본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 정치적으로 더 세련되고 차별화된 주체로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일이 되기도 할 것이다. 문화적 영역에서 비판적 안목까지도 구별짓기의 자원으로 흡수하는 이러한 소비주의의 상징경제 효과까지 책에서 좀더 이야기되었더라면 싶다.
한편 저자 스스로 인정하듯 이 책은 “이성애 규범성”(18면)을 전제로 출발한다. 결혼식에 대한 비판은 이 전제에 대한 비판까지 밀고 나갈 수 있다. 결혼식이라는 의례는 두 사람의 결합을 공표하는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결합이 ‘자연스러운’ 결혼인지 구획하고 그 관계가 동원할 수 있는 온갖 자원을 전시하는 무대이며, 이 전시를 통해 결혼은 사적인 약속에서 서열을 동반한 사회적 지위로 번역된다. 따라서 결혼식은 혼인관계를 위계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구조 위에서 웨딩산업이 실제로 파는 것은 드레스나 식장 같은 서비스 꾸러미라기보다 그 이미지에 부합하는 ‘정상적인’ 삶이 뒤따르리라는 기대나 예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도래하지 않은 행복, 살 수 없는 행복이 결혼식에 진열되기 때문에 결혼을 앞둔 이들은 이 환상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자신의 고투를 고백한 대목이 값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해진 동선을 따라 주어진 항목을 소비하면 의례는 순조롭게 진행되지만, 그 동선에서 조금만 벗어나려 해도 예상치 못한 비용이 청구된다. 이는 단지 “스몰웨딩 빅머니”(291면)와 같은 화폐 형태만이 아니라, “자주적 결혼식을 위한 진정성 숭배의 함정”(290면)으로도 나타난다. 비규범적인 결혼을 하겠다는 결심은 비장한 정치적 선언 이전에 고단한 실무와 감정소모도 동반한다.
이 책에서 곱씹게 되는 대목은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해온 저자가 이 의례에 속한 사물들을 응시하는 장면이다. 한번 쓰이고 버려지는 청첩장, 무더기 잔반, 몇시간의 장식 이후 폐기되는 생화, 하객 수만큼의 일회용품, 시즌이 지나면 도태되는 드레스에 이르기까지, 결혼식 한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은 평균적으로 181킬로그램에 달한다(54면). ‘완벽한 결혼식’은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아름다움으로 가장하는 작업이며, 이는 당사자 개인의 윤리적 결단만으로 멈추기 어려운 문화적 관성이다. 두 사람의 미래를 위한 단 한번의 의례로 인해 생산되었던 수많은 축복의 상징들은 결국 기후위기 시대, 지구 어딘가에 버려져 우리 모두의 미래를 잠식할지 모른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종이 청첩장 대신 모바일 청첩장을 받더라도 무례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는지. 불필요하게 포장된 답례품을 기대하지 않을 수 있는지. 소박하게 차려낸 한그릇 음식으로도 하객에 대한 감사 표현이 충분하다 느낄 수 있는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예비부부나 결혼식을 치른 이들만의 이야기를 넘어서는 사회적 대화를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