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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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선

 

 

김기택 金基澤

1957년 안양 출생.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소』 『껌』 『갈라진다 갈라진다』 『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낫이라는 칼』 등이 있음.

samoowon@hanmail.net

 

 

안드리와 알리나1

 

 

두 팔 두 눈 한 다리 한 귀를 전장에 두고

키이우의 한 병원에 누워 있는 안드리를

곁에 누운 아내 알리나가 눈 감은 채 안고 있다

머리 부서지고 사지 찢어지는 폭발음을

눈 찌르고 팔다리 자르는 폭발음을

울다 온 가슴으로 다독이며 안고 있다

안아도 반응하지 못하는 팔을

보아도 눈 마주치지 못하는 눈을 안고 있다

아직도 불에 그을리고 있는 얼굴을 안고 있다

 

가슴으로 들어오는 눈빛과 코로 스며드는 살로

안드리가 알리나를 본다

뛰는 심장과 숨 쉬는 허파만으로

알리나를 껴안는다

눈 없는 눈물 나오자마자 타버리는 눈물로

알리나의 손을 잡는다

알리나의 목소리와 손만 달린 밥 앞에서

간신히 입을 벌린다

 

없는 팔이 더듬는 낭떠러지를

없는 눈이 보는 바닥없는 무한 깜깜을

알리나가 안고 있다

막막한 공간에 홀로 떠 있는 심장을

하파 하나로 그 무한대 앞에 선 들숨 날숨을

알리나가 안고 있다

깜깜 우주에서 전속력으로 추락하다가

알리나의 숨소리와 체취가 들어올 때마다

안드리는 깨어난다 소스라친다

여전히 침상 위에 몸이 있다

죽지 않은 그 공포와 전율을 알리나가 꼭 안고 있다

 

 

 

모래 송곳

 

 

구두 안을 돌아다니는 모래 한알이

구두 닮은 발바닥을 돌아다닌다

혈관과 신경회로를 타고 온몸을 돌아다닌다

팽이 도는 속도로 두개골 안을 회오리친다

잠시도 모래알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어디 가려고 했는지도 잊고

먹을 때도 쌀 때도 걸을 때도 들고 보던 휴대폰도 잊고

우울 습관 귀찮아 습관도 잊고

처음 가보는 모래알 속의 길을 걷는다

걸음마다 모래알이 되어

모래 피부 모래 신경섬유 모래 뉴런이 되어

몸무게만큼만 발바닥을 찌르는 모래 걸음을 걷는다

당장 구두를 벗어

모래와 먼지를 털어버려야 한다는 생각도 잊고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모래알에 묶인 채

미간 꿈틀거리며 걷는다

모래 송곳날이 찌르는 죽음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죽음

팔다리 움직이는 죽음

눈알 굴리는 죽음

나만 안 죽으면 아무도 죽지 않는 죽음

여러번 뒤통수를 후려쳐도 깨어날 줄 모르는 죽음을

모래알만큼씩 깨우며 걷는다

 

 

  1. 안똔 헤라시첸꼬(Anton Gerashchenko) 우끄라이나 전 내무부 차관은 전장에서 두 팔과 두 눈, 한 다리와 청력 일부를 잃은 군인 안드리 삔스까가 키이우의 한 병원 침상에서 아내 알리나에게 안겨 있는 사진과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