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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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선

 

 

마윤지 馬潤智

1993년 서울 출생. 2022년 계간 『파란』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개구리극장』 등이 있음.

cucurumajee@naver.com

 

 

3학년 2학기

 

 

겨울방학이 오기 전

매트리스를 만드는 회사에 견학을 갔다

 

베개가 켜켜이 쌓인 곳

이게 다 천연 양모라고

남자의 기침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팽팽하게 튀어오르는

스프링을 눌러보다가

반 친구들과

양철컵에 요구르트를 푸고

따뜻한 수프를 번갈아 핥았다

넓은 식당 창으로

먼 산맥이 보였다

 

돌아오는 버스 안

회사 로고가 세밀한 자수로 새겨진

담요 주머니를 품에 안고 잤다

담요 속에 넣어둔 시린 손

놓고 내린 것처럼

낮과 밤이 가고

 

졸업식을 얼마 남기지 않은

이른 오후

텔레비전 화면 속

거대한 불이 일어선다

 

프레스 기계에서

폭발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날 식사 때 유리 밖

노을은 산처럼

걸려 있었다

 

 

 

도요물떼새

 

 

비어 있는 수평

 

 

비어 있는 저녁

 

낮게

 

사람들이

고갤 들고 서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이보다 더

오래는 아닐 것처럼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