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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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선

 

 

오산하 吳山霞

1998년 경기 성남 출생. 202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첨벙 다음은 파도』 등이 있음.

sanha903@hanmail.net

 

 

당신은 무엇도 느끼지 못할 겁니다1

 

 

통증을 느낍니다

 

날카롭고

깊고

오래된

 

영상이 시작되고 당신은 의자에 앉아 넓게 일렁이는 모래바람을 느낀다. 곧이어 기침.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목을 축인다. 저쪽에서는 귀신의 말을 쓰리디 모델링으로 구현하고 있다. 저쪽에서는 마구 흘러내리는 엑토플라즘을 포착한 사진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당신은 모래바람을 들이마시며 바람이 닿는 통증을 찾느라 눈을 굴린다. 손끝으로 몸 이곳저곳을 꾹 눌러본다.

 

의자에는 누군가 놓고 간 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모르는 손을 들어 배를 누른다. 손이 떼어질 때 찾아오는 찌릿한 통증. 당신은 어쩐지 반가움을 느끼며 아픈 곳들을 찾기 시작한다.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그런 것이 너무 많지 않나요? 어느새 모래바람은 더이상 불지 않는다. 영상은 이미 22분이 지나 다시 첫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당신은 모르는 손을 들어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한다.

 

안녕이라는 말 모두가 알고 있는데……

당신은 벌떡 일어나 작품의 제목을 외친다.

 

당신은 무엇도 느끼지 못할 겁니다!

 

통증이 번진다. 이제 통증은 당신의 것이 된다. 영상에는 처음 보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다.

 

 

 

탈지기

 

 

들어오시오

들어오지 마시오

 

탈지기는 탈을 지키는데. 지키는 사람을 그렇게 부른다는데. 마당에서 버려진 탈을 주운 뒤로 내내 그것을 지켰다는데. 주운 것을 내 것처럼 아꼈다는데.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들을 주절거리기 시작했다는데. 하나의 세계를 만들 만큼 말을 이어갔다는데. 어느날 탈지기는 얼싸안고 다니던 탈을 써보았다는데. 얼굴 위로 덮이는 딱딱하고 차가운 갈라진 나무의 결. 얼굴을 누르는 말의 돌기들. 마치 호랑이의 혀 같은 것. 죽은 새싹의 가느다란 뿌리 같은 것. 안락하게 누워버리고 싶은 저승의 입구 같은 것. 아무리 밀어도 밀리지 않는 거대한 철제문이 눈이 휘어지도록 웃고 있었다는데. 어째선지 입은 뻥 뚫려 아 에 이 오 우 여전히 움직였다는데.

들어오시오. 아니 들어오지 마시오. 아니 제발 들어오시오.

입이 마구 말을 했다는데. 휘어지게 웃고 있는 탈 너머로 자신에게 씐 것들이 보였다는데. 비가 온다. 마당에 물이 고이고 흙은 진흙이 된다. 다리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질퍽한 것들과 함께 걷는다는데. 첩첩산중이었다는데. 지나가던 행인이 말을 걸기 시작한다. 여기서 탈놀음하지 마시오, 왜 이매탈을 쓰고 있어? 탈지기의 눈은 계속 웃고 입은 쩌렁쩌렁 고함을 지르기 시작한다.

마당이 마당으로 있게 해주시오!

탈이 흠씬 날아오는 주먹으로부터 탈지기를 지켰다는데. 탈은 탈지기를 작은 방에 눕혀주었는데. 정신을 차린 탈지기는 탈을 벗고 탈의 뻥 뚫린 입에 물을 조금 부어준다.

시원한, 시원한 웃음. 그런 소리가 방 밖으로 비집고 나가고 탈지기는 그것까지 지키리라 마음먹는다.

 

 

  1. 히와 케이(Hiwa K)의 단채널 비디오 작품 「당신은 무엇도 느끼지 못할 겁니다」,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