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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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선

 

 

조해주 趙海舟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가벼운 선물』 등이 있음.

johaeju93@naver.com

 

 

보이지 않는 물

 

 

어떤 악의는 귀신 같아서

보는 사람만 볼 수 있다

 

한낮의 분수대

넘쳐흐르는 빛

 

뛰어드는 몸이

웃는 얼굴 쪽으로 뒤늦게 따라붙는다

 

더움보다 더러움이 나아

즐거우면 된 거야 그치

 

사라지고 생겨나는 물안개처럼

 

나의 적은 그가 볼 수 없고

그의 적은 내가 볼 수 없네

 

더러운 물이 우리를 즐겁게 하네

어떻게 증발시킬 수 있을까

 

왜 공격하는 걸까

그 안에서는 아무도 하지 않는 생각이지만

 

다시 선명해진 우리가

물을 가르며 걸어나오겠지 생각을 털어내며

 

비둘기는 날개를 펼칠 때

자신이 도착할 나뭇가지에 눈빛으로 먼저 갈고리를 던진다

 

날아가는 동안

 

나뭇가지 아래 풀려나온 줄 끝이 보여

보인다고 잡아당기라는 뜻은 아니야

 

아무리 힘이 세더라도

사람이

나무를 낚아 올릴 수는 없다

 

줄을 따라

 

저기까지만 걷자

옷에서 더러운

물이 떨어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가 가리킨 나뭇가지 위에

비둘기가 약속처럼 앉아 있다

 

우리가 한그루의 나무를 바라볼 때

 

이미

 

우리와 나무 사이에 그림자처럼 누운

 

 

 

모임

 

 

광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지

앞서 걸어가는 등을 앞지를까 말까

 

문을

열까 말까 고민하면서

 

내가 저이의 죽음이라면

 

저이는

죽음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등 뒤로 가까워지는 그림자를 느끼면서도

 

광장 쪽으로 걸어가는 거겠지

 

내가 저이의 사랑이나 평화

웃음이어도

저이는 광장 쪽으로 걸어가려나

 

공원으로

공항으로

공유지로 각각 갈라지는 미래의 저이들 중 하나가

 

광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지

 

나의 후회

망설임인 누군가가

나를 빠르게 앞질러 뛰어가고

 

가로등에 불 들어오듯이

비동시적으로

 

멀리서 보면 반짝이는 사람들

 

빛이 정지된 세계는 어둠과 다름없겠지

 

먼저 도착한 사람들도

자주 뒤를 돌아본다

새로운 사람들이 등 뒤에 앉을 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