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2026 가을] 통권 213호
현장

 

찾아가는 현장 ② 신안

섬의 발전이란 무엇인가

‘대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

  

백영경 白英瓊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 대담집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및 공저서 『페미니즘, 안녕들 하십니까』 『돌봄이 돌보는 세계』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배틀그라운드』 등이 있음.

paix@jejunu.ac.kr

 

주현우

제주대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 지역소멸 위기론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으로 박사논문을 썼으며, 그밖에 주요 논문으로 「사회적 고통의 의료화와 한국 사회의 트라우마 담론」 등이 있음.

hide2314@gmail.com

 

 

 

섬들의 바다를 건너

 

서울에서 비금도(飛禽島)로 가는 길은 멀었다. 서해안을 따라 다섯시간쯤 달려 도착한 신안군 암태면 남강선착장은 임박한 출항시간에 맞춰 몰려든 차량과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육지에서 볼일을 보고 돌아가는 섬 주민부터 가족 단위나 등산복 차림의 관광객들, 각종 장비며 자재를 실은 인부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뒤늦게 도착해 번호표를 받지 못한 이들이 창구 너머로 혹시나 빈자리가 있을까 애타게 기다리는 사이, 매표소 안을 둘러보니 벽면에 하루 열여섯번 비금도·도초도를 오가는 배편 시간표와 ‘섬 주민 1000원 여객선’1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창구 직원이 신안군 주민인지 아닌지를 거듭 물은 것도 그 때문인 모양이었다. 배에 싣는 차량까지 도서지역 차량인지 하나하나 확인을 해야 하니 줄은 그만큼 더디게 줄었다.

필자들은 오래전부터 남해안 일대에서 연안지역의 삶이 변해온 과정을 지켜보았다. 한 사람은 10년 전 비금도와 도초도에 일로 머문 적이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요즘 관광지로 인기라는 ‘퍼플섬’ 반월도와 박지도, 그리고 세월호참사 현장에서 가까운 조도를 여러차례 오갔다. 그러니 이 바다가 아주 낯설지는 않지만, 동시에 그만큼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체감하기도 했다. 신안군은 총 14개의 읍·면 행정구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간척사업으로 사실상 뭍이 된 지도읍처럼 육지와 바로 이어진 곳을 빼면 대부분이 섬 지역이다. 10년 전만 해도 비금도에 가려면 목포에서 배를 타고 도초도에서 내린 뒤 다리를 건너가야 했다. 2019년에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2가 개통되어 암태도에서 배를 탈 수 있게 된 덕분에 비금도로 들어가는 이동 거리와 시간이 크게 줄었다. 그렇다고 뱃길이 늘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바다 날씨가 안 좋으면 배가 뜨지 않아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으며, 위급한 상황에서의 환자 이송 문제 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신안은 얼마 전부터 여러모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도서지역의 지역소멸을 극복하고 있는 사례로, 또 섬 주민을 위한 복지와 생태관광, 재생에너지 확대 같은 흥미로운 실험이 벌어지는 곳으로 거론된다. 지역주민이 태양광발전사업에 협동조합 형태로 참여하고 발전수익을 정기적으로 나누어받는 이익공유형 복지제도로 화제를 모은 ‘햇빛연금’이 대표적이다. 생태와 개발과 복지가 하나로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솔깃하면서도 과연 정말 그런지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신안군수 시절 그 정책들을 입안하고 주도해 명성을 얻은 이가 5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는 소식이 들려와, 그 뒤에 더 복잡한 사정이 있지 않을까도 싶었다.

이번에 방문한 비금도는 목포 서쪽 30~40킬로미터에 있는 약 51제곱킬로미터 면적의 섬이다. 암태도 선착장에서 비금도 가산항까지는 배로 40여분이면 닿는다. 맑은 날에는 뱃길 좌우로 추포도, 사치도, 수치도와 무인도인 노대도를 맨눈으로 볼 수 있다. 동해처럼 트인 망망대해가 아니라 크고 작은 섬들이 늘어선 서남해의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비금도는 섬 남서쪽에 선왕산과 그림산이 있고, 중앙에는 평지가 동서로 넓게 펼쳐진 지형이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마치 섬 전체가 큰 새(禽)가 날아가는(飛) 것처럼 보인다. 본래 여러 섬이 인접해 있다가 오랜 세월 퇴적으로 하나의 큰 섬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동남쪽에 넓은 간석지(밀물 때는 물에 잠기고 썰물 때는 드러나는 평탄한 땅)가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사방이 트인 그곳에 많은 염전과 태양광 패널이 자리한다. 해방 이후 신안에서 처음 시작된 천일염전인 구림1호 염전이 대표적이다.

 

 

섬은 어떻게 먹고사는가

 

구림1호 염전은 신안 천일염3의 시조로 여겨져 ‘시조염전’으로도 불린다. 수림마을 출신으로 평양 일대에서 천일염전 기술을 익힌 손봉훈과 그의 조카 박삼만이 고향 비금도로 돌아와 마을청년들을 모아 만든 것이 1946년의 일이라고 전해진다.4 그리고 1948년 마을주민 30여명이 더해져 천일제염조합을 결성하고 염전을 넓혀가다가 ‘대동염전조합’을 만들었다. 일제강점기 천일염전의 대부분이 경기 이북에 몰려 있던 탓에 분단 이후 소금이 부족해지자, 광복 이전부터 천일염을 생산하던 인천 주안염전과 더불어 비금도의 염전이 민간 주도 천일염전 개발의 성공사례로 주목받게 되었다. 이로부터 도초도·자은도·지도·증도 등 주변 섬에 염전이 들어서기 시작했다.5

실제로 비금도 가산항 선착장에 내려 차로 이동하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염전을 볼 수 있고,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대동염전을 알리는 안내석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안내석 너머로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염전이 아니라 태양광 패널이었다. 이후 주민들과의 대화에서도 해외에서 온 천일염 바이어들이 염전보다 태양광 패널에 놀란다는 말을 들었다. 비금도 가산마을 출신으로 가산항 선착장 근처에 염전을 둔 양봉주씨는 자신의 염전 일부를 태양광 발전으로 임대한 사업자이기도 했다. 해 뜨기 전부터 염전에 나가 함수(鹹水, 바닷물에서 소금 농도를 높인 진한 소금물)를 엷게 펴고 물길을 정비하고 왔다는 그는 바다 건너오느라고 고생했다며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비금도에서 만난 염전의 모습. (사진: 필자 제공)

 

그와 만난 곳은 과거 지자체가 적잖은 예산을 들여 만든 ‘염전 체험장’이었는데,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 지금은 마을 까페이자 쉼터로 쓰이는 곳이었다. 건물 곳곳에는 염전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보여주는 전시가 있었는데, 양봉주씨는 그것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예전에는 염전 일을 하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아버지 때만 해도 지게로 소금을 퍼나르고 발로 수차를 밟아 물을 길어야 했지만, 이제는 기계가 많은 부분을 거들어 다행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날씨에 따라 시시때때로 함수의 증발을 조절하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장구질(밀대로 소금을 흩는 것)을 하려면 염전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6 문제는 그걸 이어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지역에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늘 있어왔지만, 염전 일은 특히 사람 쓰기가 어렵다. 새벽에 나가고 밤에도 다시 나가야 할 때가 있으며, 날씨가 좋으면 며칠을 내리 붙어서 일해야 하지만 날이 궂을 땐 손을 놓게 된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만큼 일하고 받는 방식이 아니니, 노동자를 정식 고용하기보다 가족의 손에 기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신안 하면 염전노예 사건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만큼 염전의 노동조건이 나쁜 것도 이러한 여건과 무관하지 않다.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염전이 섬이나 먼 해안에 있어 바깥의 눈이 닿기 어려웠다는 점, 염전주가 지역 유지로 자리잡은 경우가 많아 행정의 감시가 미치지 않으며 문제제기도 쉽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는데, 근대적 형태와는 맞지 않는 노동 자체의 시간적·공간적 특성도 부인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염전 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이 보도될 때마다 외국인 계절노동자를 들여 일손을 메우자는 방안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어떤 고용 형태로 일을 맡길 수 있을지는 쉽게 답하기 어려워 보인다. 양봉주씨도 일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염전 한판을 3정이라고 해요. 1정이 3천평이니까 3정이면 거의 만평이죠. 그러니 한판을 한 사람이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여럿이 나눠서 하는데, 그중 1정만 한다고 쳐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필요하겠습니까.”

소금밭이 있던 자리에 태양광 패널이 늘어나는 것도 염전 일을 할 젊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노동과 수고를 들여 염전을 유지하기에 소금값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다. 한때 20킬로그램 한포대에 2만원이 넘던 천일염값은 올해 초 7천원대로 절반 넘게 떨어졌다.7 신안 여러곳에서 만난 관계자와 주민들은 후꾸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당시에 대거 풀린 소금이 시중에 남아 있는데다 중국산을 비롯한 수입산 소금이 유입되며 국산 천일염 소비가 줄어든 까닭이라고 했다. 양봉주씨가 염전을 태양광 발전용으로 임대하게 된 것도 낮은 수익을 이유로 차마 염전을 영영 팔아치울 수는 없어서였다. 당시 매각가보다 20년 임대료가 더 커서 내린 결정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소금에서 수익이 날 때와 비교하면 형편없는 헐값이었다며 임대를 후회한다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전쟁 후 섬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자 생존의 밑바탕이었던 소금이 더이상 안정된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위기감이 퍼져가고 그 자리를 태양광 패널이 채워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신안, 그리고 비금도의 현실이다.

염전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금도에는 염전보다 많은 논밭이 있으며 농가인구가 섬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는다. 양봉주씨도 염전과 시금치농사를 함께 한다. 비금도 시금치는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얼고 녹기를 반복해 달큰하면서도 씹는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비금농협이 1996년 비금도 시금치를 ‘섬초’로 브랜드화한 이래 인기가 높아져 거의 전량이 수도권에서 소비되는 비금도 대표 작물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가을비가 잦아 씨 뿌리기가 어려워지고 겨울 이상고온으로 농사를 망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거기에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겹치면서 신안 전체적으로 섬초 재배면적이 줄었다.8 그 빈자리에 태양광 패널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개발은 어디로 찾아드는가

 

한때 염전과 논밭이 있었던 자리에 태양광 패널이 들어선다는 말은 어차피 ‘빈 곳’이어서 활용하게 되었다는 차원으로 들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대로 그 자리들은 처음부터 비어 있던 곳이 아니다. 사람이 살고 소금을 만들고 농사를 짓던 곳이 비어가게 되었다면 그 까닭은 무엇인지, 새로 들어찬 태양광 패널이 그 자리를 메우고 더 많은 사람을 불러들일 것인지 아니면 지금 있는 무언가를 몰아내고 있는 것인지 물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런 질문은 좀처럼 들리지 않고 다른 말들만 웅성거린다. ‘소멸 위험지역’이라는 말도 그 가운데 하나다. 사람이 줄어드는 곳을 곧 사라질 곳으로 정의하면, 지금도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은 셈에서 빠지고 무엇이든 일단 들어오는 편이 낫다는 결론만 남는다. 섬 지역의 삶이 육지와 다른 조건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르다는 것이 곧 살 만한 곳이 아니라는 뜻으로 왜곡되지 않으려면 육지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섬의 삶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흔히 섬이란 주위가 물로 둘러싸인 땅을 의미하는데, 이런 정의대로라면 호주 같은 대륙이나 수면 위의 작은 암초 역시 섬이 아닐 이유가 없다.9 더욱이 측량기술의 변화나 조수간만의 차, 인간의 거주 여부 등에 따라 섬에 대한 분류가 달라지기도 한다. 행정안전부·해양수산부·한국섬진흥원의 합동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섬은 유인섬 480개, 무인도서 2,910개이지만, 지속적인 인구감소로 향후 20년 안에 유인섬 중 일부가 무인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10 이런 구분도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섬에 대한 정의와 기준은 사회정책적 필요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정해지기도 한다. 일례로 유럽통계청(Eurostat)의 경우 1제곱킬로미터 이상의 최소 면적과 상주 인구수, 터널·다리 같은 육지와의 고정된 연결시설 부재 등 여러 기준을 근거로 ‘섬 지역’(island region)을 정의하고 있다.11 반면 한국의 경우 1986년에 제정된 「섬 발전 촉진법(구 도서개발촉진법)」에 따라 “만조(滿潮) 시에 바다로 둘러싸인 지역”이 섬으로 정의되는데, 특이하게도 제주특별자치도 본도 및 방파제·교량 등으로 육지와 연결된 지역은 제외된다.12 따라서 이 정의에 따르면 연륙교로 연결된 완도·거제도·진도 등은 사실상 섬이 아니게 된다. 이를 두고 해당 법의 취지가 낙후된 도서지역의 지원인 만큼 제주특별자치도법의 지원을 받는 제주나 육지와 연결된 곳의 제외는 타당하다는 견해와, 그런 이유만으로 섬에 대한 지원책에서 배제하는 건 옳지 않다는 반론이 오랫동안 반복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섬에 대한 정의와 인식이 하나의 개념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체적이고 복잡한 사회경제적 그리고 역사적 맥락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역사상 섬은 작고 고립된, 특수한 공간으로 ‘강제’되곤 했으며 그 결과 소위 본토 또는 육지의 식민지배와 수탈, 착취의 대상이 되어왔다. 단적으로 대서양 시대 이래 수많은 섬이 제국주의 본토의 식민지로 전락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육지의 식민지들이 독립한 후에도 푸에르토리코처럼 ‘자치령’으로 남아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에펠리 하우오파(Epeli Hau’ofa)는 바다에 고립된 섬들이라는 시각을 바꿔 바다 자체가 이어진 섬들의 공간이라는 시각, 즉 ‘섬들의 바다’라는 관점을 제안했다.13 암태도에서 비금도로 건너오는 뱃길 좌우로 늘어서 있던 섬들의 모습이 그런 것이리라. 그는 식민지 당국이 섬을 너무 ‘작고 가난하며 고립된 곳’으로 묘사해 영토 확장의 정당성을 확보했으며, 바다에 국경을 그어 섬들의 연결을 끊어놓았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텅 빈 바다에 띄엄띄엄 섬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섬들 사이의 연결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생명의 원천으로 보자는 시각의 전환에는 비판적 의미가 있다. 척박하고 궁벽하며 그렇기에 발전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역설적으로 특정한 발전만을 가능케 함으로써, 기존 삶의 방식을 훼손하고 섬을 육지에 종속적인 상태로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발전은 구체적으로 어디로 찾아드는가. 비어 있거나 버려진 땅을 개발한다고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람이 살지 않거나 배가 자주 닿지 않고, 길이 나 있지 않으며 전기를 실어나를 선이 없는 섬에는 발전설비를 세우지 않는다. 생산된 전기를 내보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발은 아무도 살지 않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이 이미 항구와 길과 전선을 만들어둔 자리로 간다. 그 가운데서도 값이 싸고 인구가 줄어 본래의 모습을 지켜낼 힘이 약해진 쪽으로 먼저 향한다. ‘풍부한 재생에너지’라는 말이 정확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풍부함은 자연에서 저절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온 자리에서 때론 그 사람들을 몰아내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염전은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자리다. 사방이 탁 트여 그림자가 지지 않고 해안에서 부는 바람이 모듈을 식히는 등 염전이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로 주목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조건은 그대로 소금밭의 조건이기도 하다. 그늘이 없고 바람이 잘 통해야 물이 마르고 소금이 ‘앉는다’. 사양되어가는 산업이 물러난 자리를 재생에너지가 이어받는 것이라기보다는 같은 땅뙈기를 두고 소금과 전기가 다투다가 소금이 밀려나는 형국이다. 바다에 세우는 해상풍력 역시 비슷하다. 물 위에서 만든 전기를 실어나를 변전소와 송전설비는 결국 사람이 사는 섬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논밭 자리에 태양광 패널이 쉽게 들어설 수 있는 것은 2019년 개정된 농지법의 결과이기도 한데, 과거 토지 전용(轉用)이 금지됐던 ‘절대농지’라도 소금기가 남아 있는 땅으로 분류되면 태양광사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문제없이 경작 중인 간척지조차 땅에 남은 소금기 때문에 ‘염해농지’로 분류되어 태양광 설비가 들어설 수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14 기후위기 시대에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은 부인할 수 없지만, 법을 고치고 인허가 절차를 줄이고 주민참여형 사업이라면서 의견수렴 절차도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자들에게 빠른 길을 내어주고 있다.15 이것이 과연 주민을 위한 것인가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태양광 설비가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는가에 대한 규정도 바뀌고 있다. 이격(離隔)거리에 대한 규제는 일반적으로 도로나 주거지의 일정 반경 안에 발전설비를 두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129개 기초지자체가 조례를 통한 이격거리 규정을 두고 있는데(2024년 11월 기준), 태양광의 경우 주로 주거지에서 300~500미터 밖, 도로에서 100~300미터 밖 정도로 규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미 주민참여형 사업에는 해당 조례 적용이 제외되었거니와 올해 초 재생에너지법이 개정된 데 이어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지난 6월 시행령 개정안을 냈다. 지자체가 조례를 두더라도 태양광 이격거리를 주거지 기준 200미터, 도로 기준 100미터로 완화한 것이다. 개정안이 그대로 굳어지면 상당수 지자체가 기존보다 기준을 낮추게 되는 상황이었다. 논란이 거듭되었지만, 7월 21일 최종적으로 재입법예고된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규제는 당초 초안에 비해 태양광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정리되었다. 도로에는 이격거리를 두지 않아 도로와 상관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관광지와 자연취락지구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16

규제를 푸는 쪽의 논거는 분명하다. 지자체마다 제각각인데다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규제 탓에 재생에너지 보급에 지역별 편차가 크게 벌어졌고, 사업자와 주민과 지자체 사이의 분쟁과 행정비용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이격거리가 본래 폐기물 처리시설이나 가축 사육시설 등에 쓰이던 규제여서 태양광에 그대로 적용할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을 여러차례 해왔다.17 반면 농민단체들은 지난 수년간 이격거리가 주민의 건강과 생활환경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으며, 그것을 획일화하는 것은 주민의 삶보다 사업 추진속도를 앞세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을 두고서는 근본적으로 규제의 하한선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상한선을 정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편의 도모에만 관심을 보인다고 비판한다.18 예를 들어 지난해 말 전남 강진에서는 주거지로부터 500미터인 이격거리를 줄이려던 조례 개정이 농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는데,19 시행령이 바뀌면 그런 개정까지 자연스럽게 뒤따르고 말 것이다.

여기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열리는 자리가 어디인지를 물을 필요가 있다. 빈 곳이 아니라 이미 사람이 살면서 길과 전선을 놓아둔 곳이고, 그중에서도 지켜낼 힘이 약해진 쪽이 열린다. 그리고 그 자리는 도로와 집에서 설비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통해 지켜져온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니 문제는 태양광 발전 자체라기보다 발전을 둘러싼 시공간에 있다. 그렇게 생산된 전기가 비금도에서 쓰이는 것을 넘어 송전선을 타고 해남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지산지소(地産地消, 지역 생산-지역 소비)라는 재생에너지의 원칙을 돌아보게 한다. 실제로 비금도 주민들은 송전선로를 땅에 파묻으면서 엉망진창이 된 도로를 보며 어느 관광객이 이런 울퉁불퉁한 길에 다시 찾아오겠냐고 하소연했다. 그런 와중에 이미 지어진 80만평에 이어 30만평의 태양광 설비가 신안 곳곳에 설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들어설 자리를 열어주는 쪽으로는 이렇듯 법과 절차가 빠르게 움직인다. 그에 비해 그 자리에 살던 사람들 스스로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를 정하는 일은 훨씬 더디고 복잡하다.

 

 

도무지 셈이 맞지 않는

 

그렇다면 개발의 몫은 어떻게 나뉘고 있을까. 섬 관광 활성화, 무료 공영버스와 여객선 운임 지원사업을 비롯한 이동권 개선 등 신안군이 성공사례로 꼽히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무엇보다 크게 주목받은 정책은 단연 ‘햇빛연금’이다. 발전수익을 주민에게 정기적으로 나눈다는 이 제도는 개발의 이익이 섬 밖으로만 나가지 않게 하겠다는 뜻으로 읽혔고, 그래서 신안은 재생에너지를 지역이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거론되었다. 특히 2023년 이후 인구 반등에 성공하면서 지역소멸 극복의 사례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신안군은 1969년 무안군에서 갈라져나온 곳으로, 그 무렵 인구는 16만 3천여명이었다. 1980년에 13만명, 1990년에 10만명 선이었다가 1995년에는 6만명대로 내려앉았고, 2020년에는 3만 9천명이 채 되지 않았다.20 지속가능한 삶의 조건을 다시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뱃삯을 낮추는 일도, 발전수익을 나누는 일도 이런 고민에서 나온 정책이다. 물론 처음부터 반등의 폭이 크지는 않았다. 군에 따르면 들고나는 인구를 종합한 순증가수치는 2023년에 179명, 2024년에 136명이었다. 속도가 붙은 것은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뽑힌 뒤다. 2025년 9월 말(3만 9,883명)과 비교해 올해 7월 말(4만 2,837명) 인구가 3천명가량 늘었다.21 섬이 비어가는 것이 정해진 듯 당연한 수순은 아니라는 것을, 신안은 숫자로 보여준 셈이다.

사실 햇빛연금이라고 통칭되지만 이를 하나의 제도로 보기는 어렵다. 신안군은 2018년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발전사업 허가를 받으려면 주민 참여비율과 이익 공유방안을 제시하도록 했다. 주민 참여의 길은 협동조합 혹은 투자라는 두가지 방안으로 열렸고, 지역상품권으로 지급되는 배당은 발전소에서 얼마나 떨어져 사는지에 따라 달라지게끔 설계되었다.

그런데 밖에서 알려진 그림과 어긋나는 지점이 여기다. 태양광 수익으로 신안군민 ‘모두’가 ‘연금’과도 같은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 널리 퍼진 이야기다. 그러나 햇빛연금이라는 이름으로 발전이익에 따라 배당금을 받은 사람은 지금껏 태양광 설비가 들어선 섬의 주민이었다. 2021년 안좌도에서 지급을 시작해 2023년에는 전체 군민의 28퍼센트, 지난해 기준으로는 49퍼센트가 배당을 받았다. 전체 군민이 해마다 1인당 600만원을 받는다는 숫자는 재생에너지 10기가와트라는 목표치를 채웠을 때의 수치일 뿐이며, 재생에너지를 바람으로도 확대해 2030년 해상풍력이 들어선 뒤 월 5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이 그 일환이다.22 더욱이 같은 섬 안에서도 햇빛연금 참여방식이 달랐는데, 1만원 회비로 협동조합에 가입해 설비와의 거리에 따라 배당을 받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목돈의 지분을 넣는 투자 형태로 참여한 이들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만난 이들 중 큰 지분을 넣은 쪽은 아직까지 수중에 들어온 것이 없다고 했다. 서로 다른 방식이 모두 햇빛연금으로 불리다보니, 자신이 투자를 한 것인지 조합에 든 것인지조차 당사자마다 다르게 알고 있었다.

물론 군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없지는 않다. 재생에너지 이익을 재원으로 삼아 18세 미만 아동에게 주는 ‘햇빛아동수당’이 그렇고, 정부 지원금과 지방비에 재생에너지 이익배당금을 결합한 ‘지역재원 창출형 농어촌기본소득’이 그렇다.23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시행은 올해부터 시작되었는데, 신안이 해당 사업의 대상지로 선정된 주요한 이유는 햇빛·바람연금을 결합하는 지역재원 창출형 모델 덕분이었다. 국비 지원 15만원에 군이 5만원을 얹어 매월 1인당 기본소득 20만원을 지급하는데, 군 지원금 총액 240억원 가운데 135억원 정도를 햇빛연금에서 댄다. 신안군의 설명으로는 그동안 태양광 설비에 대한 피해보상 성격으로 운영되던 이익공유금을 군 세입에 넣었다가 다시 나누는 방식이며, 이익공유금이 연 60만원에 못 미치는 지역은 군비로 보전하고 그보다 많은 지역은 기존 수익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그 설명대로라면 손해를 보는 쪽은 없어 보인다.24

 

비금도의 염전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태양광 패널. (사진: 필자 제공)

 

그런데 그동안 배당을 받아오던 섬에서 반발이 나왔다.25 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쪽에서는 그동안 배당 혜택이 태양광 설비가 있는 섬에만 돌아갔다며 그들만 군민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왔고, 해당 섬들에서는 이제까지 받은 햇빛·바람연금 배당은 단순한 현금성 복지가 아니라 해당 주민들이 개발과정에서 감내한 희생과 불편에 대한 최소한의 상생장치였다고 주장했다. 불과 1천여표 차로 갈린 군수 선거에서 이 쟁점이 얼마나 결정적이었는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비금도에서 만난 주민들은 5선에 도전했던 후보가 패배한 것은 직접적인 경관 피해는 물론 전자파·빛반사 등으로 인한 잠정적인 건강 위해 등 여러 부담을 감수해온 섬 주민들을 무시한 댓가라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통해 소득이 늘어난다 해도 그게 섬의 미래를 위해 좋은 일만은 아니며, ‘보상’이 있어야 하는 일이라는 주민들의 인식이 드러나는 이야기였다.

‘태양광을 설치한 섬 주민만 군민이냐’는 말과 ‘피해를 감수한 댓가를 받는 일’이라는 말 어느 쪽도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몫을 나누는 방식을 둘러싼 혼란에서 온다. 섬마다 얼마나 개발을 받아들였는지, 아니 처음부터 개발의 기회가 주어졌는지 아니었는지에 따라 몫이 갈리는 순간, 같은 바다를 두고 살아온 섬들은 서로 다투게 된다. 실제로 섬의 연결성을 무시한 행정단위적 대응은 섬 공동체가 지닌 여러 관계의 망을 활용하지 못한 채 오히려 공동체를 고립시키는 경향이 있다.

어긋나는 일들은 이뿐 아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극복의 대응책이라며 지자체에서는 수백억원을 들여 유명 해외 예술가의 조형물을 설치하고 관광객 유치에 나서겠다고 하지만,26 마을에서는 제대로 된 목욕탕 하나 만들어달라는 것이 오랜 민원이다. 개발을 들여오는 쪽도, 그것을 나누자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저마다 근거는 있다. 그런데도 서로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들은 개발이든 발전이든 대안이든, 답을 늘 밖에서 그리고 새로운 것에서 찾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필요한 목욕탕이나 강당을 짓기보다는 관광을 위한 시설을 먼저 들이고, 엄청난 예산을 조형물 설치에 투여하면서도 해변 백사장으로 몰려드는 해양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지역 의용소방대에 맡긴다. 지역문제 해결을 약속하면서 새로운 것이 들어올 때마다 그 땅에 살던 사람들은 다시 새롭게 적응해야 했다. 누군가에겐 재생에너지의 보고(寶庫)로 불리지만 정작 그곳에 살아가는 이들에겐 녹록지 않은 생존의 현장을 섬의 시각에서 살펴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버팀이 희망이 되기 위하여

 

비금도에서 태양광 용지를 임대해준 소유자들로부터 공통되게 들은 말은 “나중에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는 이야기였다. 태양광 발전은 시설 자리를 20년간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임대기간이 끝나면 원상복구를 원칙으로 계약된다. 그러나 패널은 소모품이라 중간중간 교체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비용이 더 들거나 회사가 파산하면 원상복구를 염전 주인이 떠안게 될 수도 있다. 20년 뒤에 패널을 걷어갈 당사자가 남아 있기는 하겠느냐는 이야기도 돌았다. 이제 자식들은 섬에서 살려고 하지 않는다. 당장 인근 섬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개발이 필요한 것 같지만 이후에 그 공간에서 계속 살아간다는 것이 가능할지, 지금까지 삶을 유지하게 해준 생활방식의 변화가 정말 지속가능한 것인지 무엇도 확실하지 않다는 이야기나 이 섬 하나가 못 살 곳이 된다 한들 누가 신경이나 쓰겠냐는 자조적 말들이 섬의 불안을 말해준다.

소멸위기라고 하지만 막상 와서 본 비금도는 극복의 희망이 넘치는 곳도, 대단한 위기의 현장도 아니었다. 오히려 섬 곳곳에는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지었다는 예쁜 주택들이 보이고, 근사한 한옥 펜션들이 산재하고, 섬초 재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는 해도 도시민들의 수요가 이미 넘쳐서 어떻게 그 농사를 다 감당해야 할지가 걱정인 곳이었다. 소금값이 좋지는 않지만 목돈을 만지려면 그래도 농사보다 소금이 나은데 일할 사람이 없어 문제고, 태양광 설비공사가 끝나면 어떨지 몰라도 당장은 설비 기술자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 섬에 몇 없는 괜찮은 백반집은 아침에도 저녁에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비금도에서 목격한 어려움은 흔히 육지의 시선이 짐작하듯 이 공간이 ‘낙후되거나 못살아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주어진 조건 변화에 너무나 열심히 적응하고, 어떻게든 삶을 버텨내려 부단히 애써온 결과에 가까웠다. 호주의 원주민 공동체가 정착식민주의의 현실을 어떻게 살아내는가를 연구하는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포비넬리(Elizabeth A. Povinelli)는 폭력적인 재난이 없는 자리에서 소외된 삶이 유지되는 방식을 분석하며 ‘버티는 일’(endurance)이 역설적으로 신체와 터전의 ‘소진’(exhaustion)으로 이어지는 구도를 지적한 바 있다.27 삶을 무너뜨릴 만한 대형 사건이 없는 자리에서 사람들은 변해가는 조건에 끊임없이 자신을 맞추며 버틴다. 그런데 그렇게 잘 버텨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삶을 서서히 마모시키는 조건들을 그대로 두어도 되는 명분이 되어버린다. 비금도의 일상 역시 마찬가지다. 그 일상은 삶을 이어나가는 능동적인 버팀이지만, 동시에 바깥에서 밀려오는 개발의 물결에 선택권 없이 적응하느라 스스로를 조금씩 소진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니 버팀이 소진을 넘어 희망이 되려면 무언가는 바뀌어야 한다. 주민들에게 지금보다 더 열심히 적응하고 더 끈질기게 살아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얼마의 지원금이나 기본소득으로 버티는 삶의 시간을 조금씩 연장해주는 것 역시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지급되는 돈의 이면에서, 정작 이들이 평생 일구어온 생업과 터전의 조건은 사양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서서히 지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구체적 삶과 리듬을 헤아리지 못한 채 멀찍이서 거창한 ‘대안’과 ‘전환’의 명분만 부르짖는 지식인 담론 역시 이러한 구조적 방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재생에너지 자원이 얼마나 풍부한가를 앞세우는 거창한 수식어 대신 우리는 그 풍부함이 과연 누구의 어떤 희생 위에 서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섬에 정말 필요한 것은 외지인을 향한 거창한 개발의 부름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서 삶을 버텨내고 있는 이들이 생업과 일상을 흔들림 없이 지탱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삶의 탄탄한 토대다. 완벽한 발전이란 존재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이들이 해온 노동과 삶의 리듬이 무너지지 않도록 곁을 깁고 덧대는 수선(repair)28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섬에서 지속가능성을 묻는다는 것은, 거창한 대안의 이름을 들여오는 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일상을 지켜내는 사람들의 삶에 사려 깊게 응답하는 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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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안군에서는 섬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2021년부터 ‘1000원 여객선 운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섬 주민 삶, 획기적 변화시켰다…전남도 ‘1000원 여객선’의 힘」, 시사저널 2025.4.28.
  2. 신안군은 2012년 조례를 통해 1004개의 섬이 있는 천사의 섬이라는 뜻을 담아 ‘천사(1004)섬’을 로컬 브랜드로 내세운 이후 꾸준히 관련 호칭을 활용하고 있다.
  3. 소금은 크게 다섯가지 방식으로 생산되는데, 바닷물을 정수한 후 나트륨과 염소 성분만을 걸러내는 정제염, 햇볕과 바람으로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천일염, 천일염을 물에 녹여 다시 끓여서 추출하는 재제염, 바닷물을 끓여 증발시키는 자염, 광물화된 소금을 추출하는 암염이 있다.
  4. 박삼만은 최초의 천일염 생산자로 기록된다. 가산항에서 볼 수 있는 수차를 돌리는 염부(鹽夫) 조형물의 모델이 그로 알려져 있다. 김환·박찬일·이하나·주은 『소금은 살아있다』, 진인진 2026.
  5. 그중 하나가 단일 염전으로 최대 규모인 증도의 태평염전이다. 비금도의 대동염전과 증도의 태평염전은 2007년에 각각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그러나 2014년과 2021년 ‘신안 염전노예 사건’이 발생한 이후 2025년 태평염전 측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유산 등록 말소를 신청하는 등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6. 일반적으로 바닷물의 염도가 3도라면 증발을 거듭한 함수는 최대 25도까지 농도가 진해지는데, 비가 오면 염전 곳곳에 설치된 함수창고로 물을 넣어 보관하고 해가 뜨면 다시 풀어놓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농도를 조절한다.
  7. 「신안 천일염 가격 폭락…생산자 줄폐업 위기」, KBS 2026.1.28.
  8. 「신안 겨울을 버텨온 섬초, 지금은 ‘위기’」, 목포MBC 2026.1.16.
  9. 전세계적으로 면적이 1제곱킬로미터 이상인 섬이 2만여개라면, 1,000제곱킬로미터 이상인 섬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390여개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섬 연구자로 육지 중심의 관점을 전환할 것을 주장했던 발다끼노는 작고 특수하다고 상상하기 쉬운 ‘섬’보다 ‘육지’ 또는 ‘본토’라 호명되는 곳이 오히려 특이하고 변칙적인 공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Godfrey Baldacchino, “Studying Islands,” Island Studies Journal Vol. 3 (1), 2008.
  10. 「한섬원, 생존과 가능성의 ‘섬’ 찾아…근본적 대책 마련 절실」, 한국일보 2024.1.3.
  11. 김재호 「섬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섬의 기준 설정에 관한 연구」, 한국섬진흥원 2025.5 참조.
  12. 하혜영 「섬 지역 관리 현황과 향후 과제」 국회입법조사처 2023.5.22 참조.
  13. 백영경 「‘섬’의 시각에서 본 인류세」, 『인간·환경·미래』 28호, 2022; Noralis Rodriguez-Coss, “An Intersectional Analysis of Island Feminist Praxis in Puerto Rico,” Gender and Island Communities, Routledge 2020.
  14. 「[재생에너지의 명암]① 태양광에 사라진 염전과 논…갈 곳 없는 임차농들」, KBS 2022.10.29.
  15. 「지방공사 재생에너지 투자 빗장 푼다… 출자·채권 규제 대폭 완화」, 솔라투데이 2026.5.18.
  16.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규제 완화…태양광 도로 이격거리 제외」, 에너지경제신문 2026.7.23.
  17. 「태양광·풍력 ‘이격거리 규제’ 원칙적 폐지…재생E법 국회 통과」, 에너지신문 2026.2.12.
  18. 전국농민회총연맹 성명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윤일권, 재생에너지의 편익은 업자에게, 전환의 비용은 농산촌주민에게」, 2026.8.3.
  19. 「강진군의회, 태양광 발전 이격거리 축소 추진…주민 반발」, 한겨레 2025.10.1.
  20.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21. 신안군 공식 누리집(www.shinan.go.kr) 참조.
  22. 「[햇빛소득마을④] 골칫덩이에서 소중한 자산으로… 태양광이 바꾼 신안군 ‘안좌도’의 일상」, 솔라투데이 2026.2.6.
  23. 「신안군, 올 하반기 ‘햇빛아동수당’ 19억 지급」, 연합뉴스 2025.10.27; 「신안군, 재생에너지 수익으로 기본소득 실현…농촌 에너지소득 모델 주목」, 라이브뉴스 2026.7.6.
  24. 「[농어촌 기본소득 실험, 현장을 가다] 햇빛·바람연금 결합…‘월 20만원’ 안정적 재원 설계 주목」, 한국농어민신문 2026.4.21.
  25. 「(단독)신안 ‘농어촌 기본소득’…피해보상금을 ‘주민동의 없이’ 재원으로?」, 뉴스토마토 2026.3.3.
  26. 「신안군, 비금도에 세계적 조각가 안토니 곰리 작품 설치」, 연합뉴스 2024.1.6.
  27. Elizabeth A. Povinelli, Economies of Abandonment: Social Belonging and Endurance in Late Liberalism, Duke University Press 2011.
  28. 삶의 돌봄과 수선에 대한 논의는 ‘찾아가는 현장’ 연속기획 1편인 백영경·주현우 「경북산불 1년, 복구와 회복의 의미를 묻다」, 『창작과비평』 2026년 여름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