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2026 가을] 통권 213호
심사평

 

 

 

문학장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결과일까. 책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 비평의 재미와 유의미성이 번져나간 기류 같은 것이 있었을까. 올해 평론상 부문에는 총 55편이 접수되었는데 비평적 글쓰기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체감하게 되어 고맙고 반가웠다. 응모된 글들에는 최근 사회현실과 연동된 문학적 감각의 변화와 기술시대 문학, 문화의 존재 조건에 대한 고민들이 두루 반영되어 있었다. 문학의 새로운 변화를 포착하고 해석하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작품들을 읽는 동안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작품을 적극적으로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을 정련하며 문장으로 자신의 논리를 펼치려는 노력은 가치있는 글을 만드는 데 있어 필수덕목일 텐데, 기존의 논의와 변별되지 않는 평이한 자료 나열 방식으로 서술된 글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눈에 드는 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세편의 글을 중심에 두고 의견이 오갔다. 우선 「규범을 덜어낸 토르소의 시학: 심지아론」은 상당히 섬세했다. 음소와 같은 작은 요소를 가지고 심지아 시시계 전반의 운용체계를 감지하는 능력에 눈이 갔다. 시의 소릿결들의 조합으로부터 시가 활성화하는 세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포착하는 대목이 특히 좋았다. 하지만 이 글이 강조하는 ‘리듬’이라든가 ‘몽상’이라든가 하는 주제소들로 이야기가 번져나가면서 방향이 다소 모호해졌다. 좁은 주제소에 휘둘리지 않고 심지아의 시세계를 설명할 언어를 갖추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불화와 화해를 체현하는 여성의 글쓰기: 강화길론」은 강화길의 소설이 어떤 방향성을 띠며 자신의 세계를 강건하게 구축하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밝힌 글이다. 강화길의 소설이 젠더 간 불화를 극대화하는 방식에 초점을 두고 반복적으로 그것을 의미화하는 경로에서 벗어나 화해의 서사로 진화해나가는 방향을 유의미하게 짚었다. 근간의 페미니즘 비평의 방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감지하게 해주는 글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줄거리와 같은 표면의 서사를 과도하게 따라가는 서술방식이 아쉬움을 남겼다. 소설은 줄거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방대하며, 해석을 요하는 많은 리얼리티가 바로 그런 곳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의심 이후의 생활들: 김혜진 소설의 리터러시」는 가장 오랜 시간 논의했던 글이다. 우선 이 글은 김혜진 소설에 대한 강력한 입장이 도드라진다. 그만큼 작가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열의가 상당했고, 김혜진의 소설세계에 ‘회복’이라는 관점을 세워 그의 소설이 지닌 가치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도 참신했다. 이 참신함은 기존 비평과 연구들을 꼼꼼하게 재독하고 고민한 덕분임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장점을 가리는 단점도 뚜렷했던바 특히나 ‘리터러시’라는 용어가 다른 사유를 방해할 정도로 과도하게 작동하는 가운데 무엇보다 평자가 주장하려는 바의 근거를 작품에서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아쉬웠다. 글의 주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작품의 장면장면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해석한 내용들이 있었을 텐데, 이 글은 그 내용을 보여주는 일을 생략하고 있어 작품을 너무 높은 곳에 세워두고 선망하듯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만들기도 했다.

장시간 고민과 토론 끝에 심사위원들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아쉬운 소식을 전하게 되었지만, 문학작품을 자신의 삶의 언어로 읽고 그를 통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현실의 실감과 의미까지 밝혀줄 비평적 언어가 가까이 와 있음을 믿는다. 응모자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백지연 송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