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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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2000년을 여는 젊은 시인 20인

 

송종찬 宋鍾贊

1966년 전남 고흥 출생. 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막차』가 있음.

 

 

 

겨울 진달래

 

 

장작불 타는 찻집에서 일렁이는 물살을 본다

 

저 서늘한 갈대를 품어보겠다는 듯

강과 바다는

하루 두 번 밀고 밀리는 전투를 반복하고

 

탐진강 너머 주작산에 걸리던

겨울 무지개는

빛과 어둠의 목숨을 건 싸움인데

 

돌아보면 이 세상 싸움 아닌 것 없다

일요일 오후

진눈깨비를 맞고 있는 진달래

 

먼저 떠나가 소식 없는 친구처럼

쟁쟁한 겨울하늘에 온몸으로 맞서고 있다

 

 

 

흑산도

 

 

중심에 갇혀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어젯밤 이름마저 막막한 흑산도에 갇혀

내 마음 흔들던 어린 술집 아가씨의

은빛 멸치떼 같은 눈물방울 보았으니

도망칠 수 없던 겨울바다

새벽이 올 때까지

어두운 골목을 돌고 돌아도

내가 찾는 바깥은 보이지 않았고

 

중심에 서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길 끊어지고 마음마저 유배당한

벼랑 끝 허공에 등을 기대고 밤새

취한 머리를 미역줄기처럼 흔들던

떠날 수 없는 자들의 목소리 들었으니

섬은 먼 우주의 중심이라도 되듯

폭풍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어둠을 파먹고 피어나던 붉은 동  백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