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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거리의 소멸, 경계의 소멸

디지털혁명과 유전자혁명이 초래할 21세기의 변화

 

이필렬 李必烈

방송통신대 교양과정부 교수.

 

 

20세기 과학기술은 입자가속기, 우주개발, 핵개발 등으로 대표된다고 할 수 있다. 이들 과학기술은 거대하고 중앙집중적이며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달리 21세기의 과학기술은 규모가 크지 않고 분산적이며 자본과 친밀한 모습을 지니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생활세계 속에 더욱 깊숙이 침투하여 인간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21세기에는 20세기말에 세상을 뒤흔들며 나타난 정보기술과 생명조작기술이 과학기술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이들로 인해 촉발된 ‘디지털혁명’과 ‘유전자혁명’이 급속도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이 두 혁명이 초래할 사회적·문화적 변화에 대한 가장 적절한 표현은 거리의 소멸(축소)과 경계의 소멸(약화)일 것이다. 혁명이 전개됨에 따라 지금까지 극복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 공간적·시간적 거리가 점차 사라져갈 것이고, 지역이나 국가 간의 경계는 물론 식물과 식물, 동물과 동물, 식물과 동물, 남성과 여성, 청년과 노년, 부모와 자식,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경계 그리고 더 나아가서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경계,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마저 소멸되어갈 것이다.

 

 

1

 

공간적·시간적 거리의 소멸, 지역과 국가간 경계의 소멸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나타난 것이다. 인터넷은 도시의 발명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공간과 비교될 만한 일종의 “인공적인 생활공간”으로 전세계 모든 곳을 하나로 연결하고,1 연결된 사람에게는 전세계를 그들 주변의 공간과 같은 것으로 만든다. 이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의사소통과 이동을 경험한다. 물론 여기서 이동이란 피와 근육의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인 활동을 위한 이동을 말하는데, 육신의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은 인간의 모든 활동은 실체적인 거리가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 속의 싸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실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로 들어오면서 인간활동 중에서 육신을 움직여야만 하는 활동은 점점 줄어들어왔다. 원시수렵사회나 농경사회에서 육신의 움직임은 거의 모든 활동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정보사회를 넘어 지식사회로 자리잡게 될 21세기에 육신을 움직여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활동의 비율은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디지털혁명이 극도로 진행되면 실체적인 것의 움직임이란 오직 재화의 이동을 위한 것뿐이고, 지식과 관련된 움직임은 거의 사라지게 되리라는 전망을 할 수 있다. 20세기에는 지식을 얻기 위해 학교나 도서관을 찾아다녔고 물건을 사기 위해 시장과 백화점으로 이동했으며 병이 나면 병원의 의사를 찾아갔지만, 21세기에는 시간을 소비하며 공간을 이동할 필요 없이 가상공간 속의 다양한 학교와 도서관을 찾아다니게 될 것이고, 싸이버쇼핑몰에서 다종다양한 물건을 뒤지면서 고르게 될 것이며, 가상공간 속에 자리잡은 가상의사나 통신망으로 연결된 의사로부터 진단과 처방전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적인 활동과 관련된 노동을 하는 경우도 직장에 갈 필요 없이 어느 장소에서나 일을 완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실제의 육체적·정신적 접촉이 그리워질 때면 만남을 위한 이동이 일어나겠지만, 가상현실 기술이 발달하여 현실공간에서 육체의 접촉이나 감각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싸이버공간에서 재현하는 단계가 되면 이같은 감정을 느끼기 위한 이동도 불필요해질지 모른다.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의 소멸은 바로 가상현실 기술로 인해 일어나게 되는 현상이다. 가상현실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볼 수 있지만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고, 현재에도 항공기나 전투기 조종연습에서는 실제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가상현실이 재현된다. 가상현실 속에서 조종사들은 곡예비행을 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부딪쳤을 때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맥박수가 늘어나거나 속이 울렁거리거나 식은땀을 흘리는 등의 경험을 한다. 가상현실 기술이 과학기술의 실험, 의학의 해부나 수술 등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면, 이러한 가상현실 속에서 실험하고 수술하는 연구자나 의사는 가상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조종사들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실제 상황에서 벌어지는 것과 조금도 다름없는 ‘현실’로 체험하게 될 것이다. 가상현실에서는 실체가 있는 것을 조작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현실 속에서 불가능한 상황까지도 만들어내어 가상체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상과학영화를 가상현실 속에 재현해놓으면, 이 현실 속에서는 우주선을 타고 빛의 속도로 우주를 날아다니고 「스타트렉」에서와 같이 순간적으로 공간이동을 하며 ET와 같은 우주생물체와 교류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모두 환상이지만, 이때 가상현실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의 가상체험은 현실세계에서의 체험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그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황, 즉 환상을 마치 현실인 양 느끼게 된다. 그는 적어도 가상현실 속에 머무르는 동안은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가 만일 가상현실과 실제현실 사이를 오가면서 환상과 현실에서 동일한 체험을 겪는 일을 자주 반복하게 되면, 그는 가상과 실재를 구별할 수 있는 이성적 능력을 상실해갈 것이고, 그에게 환상과 현실의 경계는 점점 불분명해질 것이다.

아직은 정보기술이나 생명공학처럼 급속하게 발달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이들 분야와 마찬가지의 폭발력을 지닌 신경공학—마음·두뇌의 작용에 대해서 공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분야—이 발달하면 가상현실과 현실, 나의 경험과 타인의 경험, 나의 감정이나 타인의 감정도 서로 구분하는 일이 어려워질 것이다. 가령 신경공학·정보기술·생명공학이 하나로 융합되어 두뇌의 신경회로에 극소형 컴퓨터칩을 연결할 수 있게 되면 두뇌의 능력이 증진되는 것 이상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미 눈의 망막신경을 컴퓨터칩과 연결하여 시력을 회복시켜주는 일이 성공했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할 뿐 앞으로 두뇌 속에 컴퓨터가 삽입되어 인간의 정신작용과 컴퓨터의 능력이 결합될 날도 올 것이다. 영국의 컴퓨터공학자 워윅(K. Warwick)은 자신의 몸을 컴퓨터와 연결하기 위해 왼쪽 팔 속에 칩을 넣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마쳤고, 다음 단계로 칩을 팔 속의 신경세포와 직접 연결시키는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 실험을 스스로 “컴퓨터와 하나가 되려는”, 그럼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이 싸이보그공동체로 진화”하는 데 ‘기여’하려는 계획이라고 말한다.2 이 과학자의 실험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어느 한 사람의 경험이나 지식은 두뇌나 인체 신경망과 연결된 컴퓨터의 무선전송을 통해 여러 사람과 공유될 수 있을 것이고, 그 결과 여러 사람이 한가지 기억을 공유하는 일이나 텔레파시와 같은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모든 인간이 싸이보그가 되고 이들 싸이보그가 컴퓨터 네트로 연결된 공동체를 상상해보라. 이들 사이에서는 한 싸이보그의 지식과 경험이 컴퓨터를 통해 다른 싸이보그에게 공유될 수 있으므로, 인간의 경우에는 개개인에게만 고유하게 간직되었던 지식과 경험 들의 경계가 사라지고 그럼으로써 싸이보그공동체의 일체적 감정이나 유대는 더욱 강화되는 일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워윅은 일차 실험이 끝나고 컴퓨터칩을 팔에서 꺼냈을 때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방금 친구 하나가 죽은 느낌이었다.”

국가나 지역의 경계가 소멸되는 일은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것처럼 보이는데, 이 또한 인터넷이 전지구를 연결하여 하나의 축약된 세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언어의 장벽만 극복된다면,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모든 곳의 사람들과 지식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 상황은 국가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물론 아직도 사람이나 재화의 출입에 대해서는 국가의 경계가 제한조건으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를 제외한 다른 대부분의 경우에는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권력은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개개인의 전자적 의사전달과 정보교환을 강제로 막으려 할 수도 있고, 실제로 몇몇 나라에서는 인터넷 검열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조망이 어렵다는 네트워크의 특성을 고려하면 완벽한 검열이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경계의 사라짐은 국가라는 인식틀에도 영향을 미쳐 국가 자체를 점차 작아지게 만들고 있으며, 급기야는 국가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게 한다. 국가간 경계의 소멸은 지금까지 경계를 둘러싸고 숱하게 벌어졌던 충돌의 원인을 없앰으로써 “평화를 위한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3 외부로부터의 정치적·문화적·경제적 영향에 대항하여 내부의 정체성을 방어하거나 유입되는 것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던 장치가 사라져버린다는 점에서 국가 내적으로는 상당한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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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간의 경계, 동물들간의 경계, 동물과 식물 간의 경계 소멸은 생명공학의 발달로 초래되는 것이다. 생명공학기술 중에서 얼마 전부터 과학기술의 최첨단으로 자리잡은 것은 유전자 이식기술과 생식공학기술이다. 유전자 이식기술의 핵심은 어떤 생물체의 염색체에 들어 있는 특정한 유전자 조각을 따로 떼어내고, 이 유전자를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에 주입하여 새로운 유전자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 새로운 유전자를 주입받은 생물체는 이 유전자가 발현하는 특정한 성질을 보유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발하는 반딧불 같은 곤충으로부터 발광유전자를 떼어내어 식물에 이식하면 이 식물은 밤에 빛을 내는 성질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초보적인 유전자 이식에 지나지 않고 이러한 유전자가 이식되었다고 해서 식물로서의 성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식물이 동물의 유전자를 지니게 되었다는 것은 동물과 식물의 경계가 소멸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유전자 조작과 이식이 더 활발하게 진전되면 동·식물 사이의 경계는 더욱 불분명해질 것이다. 동물종들 사이의 경계는 동물과 식물 사이의 경계보다 더 빠르게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동물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이식 연구는 상당히 많이 진행되었고, 높은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를 이식받은 생쥐, 생장이 빠르고 다른 생쥐보다 어깨가 훨씬 넓은 생쥐 등이 유전자 이식을 통해 만들어졌다.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심장을 대량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인간에게 적합한, 이식했을 때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심장을 갖도록 유전자 조작된 돼지도 태어났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각종 단백질을 몸속에서 만들어낼 수 있도록 조작된 양이나 소도 이미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아직 돼지의 인간화된 심장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지만 앞으로는 많은 심장병 환자들이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 인간화된 동물의 간이나 콩팥, 허파나 방광을 이식받는 사람들도 나타날 것이다.

동물의 심장이나 간을 이식받을 경우 인간이라는 외형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콩팥이나 심장을 이식받았을 때 그의 외형상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듯이 돼지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특징적인 것이 변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간혹 다른 사람에게 심장을 받은 사람이 그 심장의 원 소유자로부터 정신적인 영향을 받는 일이 있다는 보고에서 볼 수 있듯이, 돼지의 심장을 지닌 사람이 정신적·심리적으로 아무런 변화를 겪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 경우 인간의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어떤 사람이 심장뿐만 아니라 심장·허파 등 상당수의 장기를 돼지 등의 동물한테 받았을 경우 그 사람의 정신은 인간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그는 외형상으로는 인간이지만 신체 내부에서는 동물의 장기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혼란을 겪는다는 것 자체가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 약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청년과 노년 사이의 경계는 인간의 수명이 유전자 조작이나 노화억제 유전자 약물을 통해 크게 연장됨에 따라 사라져갈 것이다. 수명 연장은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첫째는 염색체 속에서 노화를 지배하는 유전자를 찾아내어 이들 유전자의 작동을 멈추거나 이들이 느리게 작동하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현재 노화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수는 약 7천개 정도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들 중 일부는 이미 밝혀졌고,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완수되어 염색체 속의 DNA 염기서열이 거의 대부분 해독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노화를 지배하는 유전자는 더 많이 밝혀질 것이다. 이들 유전자의 일부를 제거하거나 작동 속도를 조절하면 노화를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이 기술이 인간에게 적용되면 인간의 수명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미 과학자들은 쥐를 가지고 유전자를 조작한 결과 보통 쥐보다 1.5배나 더 오래 살 수 있는 쥐를 만들었다. 이들은 세포의 자살프로그램을 조절하는 효소를 생산하는 데 관여하는 ‘p66’ 유전자를 제거함으로써 이러한 결과를 얻어냈다. 이러한 유전자는 인간의 염색체 속에도 들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제거할 경우 인간의 수명도 늘어날 수 있으리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연구가 초보단계를 지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숙해지면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도 나올 것이다. 텔로미어(telomere)라는 염색체 말단의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수명을 연장하는 것도 연구중인데, 텔로미어는 세포가 영구히 분열하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하는 유전자다. 인간의 세포는 처음 수정란에서 시작하여 계속 세포분열을 하지만 어느 시점에 가면 더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텔로미어는 바로 이들 세포에 죽음을 가져오는 유전자인 것이다. 텔로미어는 각각의 염색체 끝에 붙어 있고 세포분열이 될 때마다 조금씩 떨어져나가 길이가 점차 줄어든다. 그리고 그 길이가 어느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세포분열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고 그 결과 세포는 늙어죽고 만다. 그런데 보통세포와 달리 암세포는 아무리 분열해도 텔로미어의 길이가 줄어들지 않는데, 그 이유는 암세포에서는 분열 과정에서 텔로미어가 일부 떨어져나가도 텔로머라제(telomerase)라는 효소가 텔로미어를 계속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이 효소를 보통세포에서 작동하도록 유전자적인 조작을 가하면 보통세포도 죽지 않을 것이므로, 이를 이용하면 인간 수명이 크게 연장될 수 있는 것이다.

수명 연장을 위한 두번째 방향은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밝혀내고 이것을 ‘수선’하는 것이다. 인간이 앓고 있는 많은 병들이 유전자의 이상에서 온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밝혀졌고, 현재 어떤 병에 어떤 유전자가 관여하는가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 연구결과를 이용해서 병에 걸린 사람에게 이상이 없는 유전자를 이식하면 지금까지는 불치의 병으로 알려져온 알츠하이머, 파킨슨, 당뇨, 각종 암 등이 치료될 것이고, 이는 당연히 수명의 연장을 가져올 것이다. 수정란의 유전자를 검사하여 이상이 있는 것을 정상의 것으로 ‘수선’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 연구가 성공하면 아기가 잉태될 때부터 병이 없고 오래 살 수 있도록 프로그램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몇가지 방식을 통해 세포의 노화가 억제되면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또 한편으로는 늙지 않는 세포를 가진 노인들이 노년의 특징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청년과 같은 외형을 하고 활동하게 되리라는 예측도 할 수 있다. 청년과 노년의 경계가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 부모와 자식,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경계는 인공수정기술과 복제기술이 퍼짐에 따라 점차 소멸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의 근본적인 성차를 아이를 낳을 수 있고 없음에서 찾는다면, 복제기술과 인공자궁기술은 남성이나 여성 모두 독립적으로 아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아기를 낳는다는 점에서의 남녀 경계는 사라지는 것이다. 어느 가정에서 아버지의 세포를 복제해서 아기를 얻었다고 할 때 이 아기는 아버지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아버지가 어머니 역할도 동시에 했다고 말할 수 있다. 복제아기의 경우에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경계가 사라져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느 가정에서 탄생한 복제아기가 아버지 세포로부터 유래했든 어머니 세포로부터 유래했든, 이 아기는 생물학적으로 그들의 자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이들의 유전자를 절반씩 받아 한 세대 후를 살아가는 자식이 아니라 연령은 어리지만 아버지나 어머니와 같은 세대에 속하는 복제인간인 것이다. 복제양 돌리의 경우 탄생 후부터의 나이와 실제 생물학적인 나이에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는데, 이는 돌리가 이미 나이를 많이 먹은 암양 세포의 분화를 통해 나온 것이기 때문에 수정란 때부터 상당한 생물학적 나이를 먹은 상태였다는 데 기인하는 것이다. 수정란이 분화되어 아기로 될 때 많은 세포분열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은 아기 유전자 속의 텔로미어의 길이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는데, 이는 아기의 생물학적 나이가 부모의 나이보다 더 많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복제아기의 경우에도 사회적인 나이는 어리겠지만 생물학적 나이는 아버지나 어머니와 같거나 그보다 더 많기 때문에, 이들과 똑같이 늙어가지 후손으로 남지는 못하는 것이다.4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경계 약화는 몇가지 방향—인간에게 인공물을 주입하는 것, 인간이 자연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유전자를 만들어 인간 수정란 속에 주입하여 자라게 하는 것, 무기물을 가지고 자기복제 능력을 가진 생물적 존재를 만드는 것, 유기물로부터 인공적으로 합성한 유전자를 조합해서 인공생물체를 제조하는 것—에서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조작들은 모두 엄청나게 충격적인 것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 그중에서 우리의 관심을 가장 크게 끌 만한 것은 동물, 특히 인간 속에 무생물적인 인공물을 삽입하는 것이다. 여기서 인공물이란 의족이나 의수를 더욱 정교화한 수준에 불과한 인공장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인공장기는 인간의 기관과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연결이란 우리가 도구를 잡고 사용할 때 인간이 도구와 연결되어 있는 상태와 그다지 크게 다른 상태는 아니다. 예컨대 현재 사용되는 인공심장보다 훨씬 정교한 인공심장이 만들어져 이식된다 해도 이 심장은 동맥 및 정맥과 외과적 수술(즉 생물 조직의 거친 분리나 접합)과 비슷한 조작에 의해서 연결되지, 세포 수준이나 분자 수준에서의 정교한 결합을 통해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러한 인공장기는 인간의 몸속에 완전히 융합되지 않고 따라서 임시방편적인 것으로서 죽어가는 사람의 생명을 조금 또는 상당히 연장한다는 의미밖에 없다.

현재 인공 장기나 조직에 관한 연구는 대단히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아주 정교한 대체물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 연구자들이 손대는 것은 외과적 수술에서 사용하는 간단한 못, 인공뼈 등으로부터 인공피부·인공혈관·인공식도·인공기도·인공귀를 거쳐 인공간과 인공호르몬샘 등 거의 모든 부분에 걸쳐 있다. 이들은 “불가능한 것은 없다. 재료만 가지고 보면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5 이러한 기관들은 인공재료를 가지고 합성하고 조합해서 만든 것이지만, 연구자들은 앞으로 수십년 안에 인간의 조직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쥐의 등에서 인간의 귀가 자라나는 사진이 공개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이 연구는 쥐 등에 귀 얼개를 만들고 여기에 인간의 세포를 붙여서 성장하게 함으로써 성공했다. 여기서 쥐는 성장을 위한 영양분, 즉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는데, 연구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심장·간·신장 등 대부분의 조직을 제조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조직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것은 인간 세포의 성장물을 이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과 다른 동물 사이의 경계 넘기로 보기는 어렵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쥐의 등에서 자란 귀의 경우 쥐로부터 혈액, 즉 영양물질을 공급받아 자랐기 때문에 경계넘기가 이루어진 면도 있다.

인간과 인공물의 결합이 세포 수준 또는 분자 수준에서 이루어질 때는 인공장기 삽입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인간은 보조적인 인공물을 얻어 생명연장이나 불편함을 조금 더는 정도가 아니라, 언젠가는 죽어 없어지는 불완전한 세포 자체에 종속되어 있음으로 해서 오는 연약함에서 벗어나 완전함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신경공학과 인공생명 연구자들이 한창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두뇌연구가 결실을 맺어 두뇌의 작용이 상당히 밝혀지면 이 두뇌 속에 극소 컴퓨터를 삽입하여 두뇌의 신경세포와 연결할 수 있게 될 것인데, 그러면 인간의 두뇌는 기억능력의 한계에서 벗어나 좀더 완전한 두뇌 쪽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세포 수준에서의 연결이란 세포와 인공물 사이의 정보소통이 세포들 사이의 소통과 똑같이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이 상태에서는 세포로 구성된 조직과 인공물은 기능상의 차이가 없는 ‘동등한’ 것이 된다. 인공물의 연결은 두뇌뿐만 아니라 인간 신체의 모든 조직에서 가능할 것인데, 이렇게 되면 생물적인 인간 조직이 상당부분 대치된 싸이보그적인 인간이 출현할 것이다. 컴퓨터로 조종되는 인공장기들이나 케빈 워윅의 컴퓨터와의 결합 실험은 이러한 길로 나아가는 초보단계일 뿐이다.

수정란 상태에서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정상의 유전자로 대치하는 연구는 이미 실용단계에 와 있고, 법적·윤리적 논쟁을 거쳐 그 필요성 또는 정당함이 인정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초보적인 시술이 행해질 것이다. 이미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박테리아에서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고, 이러한 연구의 결실이 바로 인간 유전자를 이식받은 소나 양의 젖으로부터 인간 호르몬을 추출하거나 인간화된 돼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 수정란 속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실험은 결함유전자를 정상유전자로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자연에서 발견되지 않는 합성유전자—유전자가 화학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간단한 유전자 합성은 이미 이루어졌고 앞으로 더 복잡한 유전자들도 합성될 것이다—를 수정란에 주입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데, 만일 이러한 수정란으로부터 인간이 태어난다면, 이 인간은 그 ‘본질적인’ 일부가 인공물로 이루어진 셈이다.

무기물을 가지고 자기복제 능력을 지닌 생물체적 존재를 만드는 일은 인공지능·인공생명 연구자들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컴퓨터바이러스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고 싸이버세계 속에서만 존재하므로 이러한 존재로 보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무한정 자기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점에서는 인공생물과 유사한 성질을 지닌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현실세계에서 컴퓨터바이러스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려는 연구는 수십년 전부터 시작되었는데, 아직까지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리지는 않았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러한 존재를 만드는 것을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대하는데, 인공지능·인공생명 연구자들은 여전히 그것이 가능하다고 역설하며, 특히 최근에 나노기술이 급부상함에 따라 아주 미세하면서도 자기복제 능력을 지닌 존재의 제조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나노기술은 지금까지 기계를 만든 방식과는 반대의 경로를 통해 기계를 제작한다. 극소기술(microtechnology)까지 포함된 전래의 방식은 커다란 원료를 작게, 더 작게 축소·가공하는 톱다운(top-down) 과정을 통해 기계를 만드는 것이지만, 나노기술은 작은 원자와 원자를 서로 쌓고 분자와 분자를 조립하여 소형기계를 만드는 바텀업(bottom-up)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나노기술의 열렬한 전도사는 분자공장 연구소를 운영하는 에릭 드렉슬러(Eric Drexler)로 그는 『창조의 엔진』(Engines of Creation) 『나노씨스템』(Nanosystems) 등의 책에서 나노기술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성취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나노기술이란 10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⁹m) 이하의 크기를 지닌 분자와 원자를 움직여서 원하는 물건을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 이론적으로 이 기술로는 모든 원자를 마음대로 움직여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물체가 나노기술로 만들어질 수 있다. 심지어 감자나 고구마까지도 나노기술을 이용해서 그것을 구성하는 원자들을 구조에 맞게 배열하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드렉슬러는 인간이 나노기술을 이용해서 먼저 먼지 알갱이만큼이나 작은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고, 다음에는 이 기계들이 다시 극소형의 유용한 기구, 예를 들면 혈관 속을 유영하면서 암세포를 파괴하는 잠수함, 단백질만큼이나 작은 컴퓨터, 소형 우주선 등을 제작해내는 지금보다 훨씬 ‘멋진’ 세상을 그려보인다. 드렉슬러 같은 나노기술자들에 대해서는 사기꾼이라는 평가도 많지만, 최근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연구결과들을 보면 이들의 꿈이 허황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IBM연구소에서 그 연구소의 비니히(Gerd Binnig) 등이 개발한 전자현미경을 이용해서 크세논 원자를 움직여 IBM이라는 글자 형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만을 보아도 원자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독일의 물리학자가 끝이 단 한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칼’을 사용해서 염색체를 마음대로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 나노기술을 통해서 자기복제를 할 수 있고, 원자를 움직여서 아무 물체나 만들어내는 나노로보트가 만들어지면,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가 사라져버리는 세상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유기물로부터 유전자를 합성하고 조합하여 인공생물을 만들려는 생각은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가담했던 일부 유전공학자들이 품었음직한 것인데, 이들 중 인간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해독하고 그것을 공개하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한 셀레라 지노믹스사의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는 실제로 게놈계획 완료 후 유전자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인공생물을 만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생물체 ‘합성’을 위해서 “어떤 유전자가 적어도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고자 최소한의 유전자만을 가지고 아주 작은 생물체를 만들려 할 것인데,6 이것이 성공하면 좀더 큰 생물체를 만들려 할 것이다. 이들 생물체는 물론 ‘유용성’이 없으면 유전자 연구용 정도로만 사용되고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겠지만, 디자인된 인공생물이 자본의 자기증식에 유용한 것으로 판명되면 다량·다종의 인공생물을 만들려는 연구가 진행될 것이고, 그 결과 지구상에 새로운 인공생물들이 출현하여 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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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앞으로 4,50년 안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전망해보았다. 하루가 다르게 정치·사회·경제적 상황이 변해가는 현싯점에서 4,50년이란 시간은 아주 긴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보과학·유전공학·나노기술·신경공학의 발달이 가져올 사회적·문화적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앞에서 전망한 것들 중 상당수는 많은 과학자들이 확실하게 현실화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과학기술이 가져올 사회적·문화적 변화를 조금 넓은 시각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빈부문제(빈자와 부자 사이의, 빈국과 부국 사이의)와 환경문제에 국한해서 고찰하겠다. 우선 지금까지의 결과로 볼 때 과학기술의 혜택은 한 사회 또는 전지구에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가난한 자와 가난한 나라보다는 부유한 자와 부유한 나라가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누렸으며, 이러한 불평등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그 결과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파괴적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상기하기로 하자. 그리고 여기에서 내가 예측하는 사회적·문화적 변화는 상황이 가장 비관적으로 전개될 경우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는 점도 고려하자. 물론 내 예측이 들어맞지 않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지금보다 더 풍요롭고 평등하고 환경친화적인 세계가 도래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의 비관적인 예측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상당히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고찰해보는 것도 의미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를 가르는 기준은 물질적 재화를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있는가였다. 생물학적 특징이라는 면만을 볼 때는 부자나 빈자나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차이는 돈을 얼마나 풍성하게 쓸 수 있는가 하는 면에서의 차이였지, 키, 외모, 신체적 기능, 암에 걸릴 확률, 지능 등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부자와 빈자는 물질소유라는 면에서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특성이라는 면에서도 점점 더 차이가 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리 씰버(Lee Silver)라는 분자생물학자가 언급했듯이 언젠가는 부자와 빈자 사이의 유전적 격차가 크게 벌어져서 서로 생식조차 되지 않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침팬지와 사람의 유전정보 중 99%가 동일한데도 둘 사이에서는 생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전망이 허황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사회는 양극화되어 한쪽에는 유전적인 개조를 통해 신체적·정신적인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얻게 된 사람들(당연히 부유한)이 존재하고 다른 한쪽에는 유전자를 개조하지 못해서 이들보다 훨씬 열등한 사람들(가난한)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엔스베르거(H.M. Enzensberger)는 정보화로 인해 기존의 계급의식은 효력을 상실하고, 최고의 역동적인 일중독자로서 변신에 능한 “카멜레온들”이 “디지털사회의 최고 권좌”를 차지한다고 말하지만,7 여기에 생명공학까지 가세하면 유전자를 적시에 바꾸어가는 ‘유전자 카멜레온’과 ‘디지털 카멜레온’의 잡종이 사회의 정상에 오를 것이다.

유전적으로 개조된 사람들은 낡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보다 키가 크고, 몸집이 크고, 튼튼하고, 잘생기고, 오래 살고, 지능이 높고, 따라서 이를 이용해서 쉽게 부를 쌓을 수 있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작고, 못생기고, 수명이 짧고, 쉽게 병에 걸리고, 지능이 낮고, 따라서 별 능력이 없으므로 빈민 상태를 면하기가 어렵다. 이들 계층간의 차이는 어느정도는 유전적인 개조를 거칠 수 있을 만한 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상당수의 부자들은 그처럼 개조하는 데 어려움이 없겠지만, 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자식들을 유전적으로 개조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쪽에는 부유하거나 가난한 것에 상관없이 유전자 개조 자체를 반인간적이고 반생태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낡은 인간으로 남으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조 과정이 시작되어 그로 인한 사회적 분화 양상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면 사회 내에는 가난한 계층의 불만이 점차 쌓이다가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다. 즉 과학기술의 발달로 부자와 빈자 사이의 갈등이 아주 커질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사회가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전적인 개조를 반인간적·반생태적인 것으로 보고 자발적·의도적으로 개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개조에 저항할 것이고, 개조의 진행 정도에 맞추어 저항도 점점 더 격렬해질 것이다. 미국에서 낙태반대론자들이 낙태 시술 의사들에게 목숨까지 빼앗을 정도의 테러를 가하는 것과 비슷한, 또는 그 이상의. 아마 현재의 생태주의자들은 대부분 이에 저항할 것이고, 이들 중 상당수는 1999년 씨애틀에서 일어난 투쟁보다 훨씬 강도높은 극한투쟁에 가담할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해보면, 인간이 무엇인가에 관한 정의 또는 개개인이 지닌 인간에 대한 감정이 크게 달라져서 유전적 개조를 거친 계층이 그렇지 않은 계층을 현재 우리가 침팬지 같은 동물을 보듯이 볼 수 있고, 같은 인간으로 취급해도 그들을 제거되어야 할 유전자를 지닌 인간, 유전적으로 개조되든지 제거되든지 해야 할 대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피터 씽어(Peter Singer) 등의 윤리학자를 중심으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영장류 권리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들 낡은 인간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권리운동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권리운동이 벌어지든, 낡은 인간이 개조나 제거의 대상으로 전락하든 두 인간 집단 사이의 갈등과 저항이 엄청나게 고조될 것은 분명하다. 민주주의도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질주를 우려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를 합의회의를 통해 어느정도 저지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기도 하겠지만, 이때는 어떤 사안에 관한 논의나 합의, 다수결을 통한 결정 등 민주주의적 과정은 모두 쓸모없는 것이 될 것이다. 이것은 나만의 예측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을 열광적으로 신봉하는 프리먼 다이슨(Freeman Dyson) 같은 물리학자도 비슷한 전망을 한다. 그는 “다음 세기에 인간사회가 직면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세 가지 새로운 기술(정보공학·생명공학·신경공학)의 발전이 가난한 사람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이럴 경우 “가난한 사람들은 기술의 억압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고 비합리적인 폭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8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현재 국가간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국가나 지역의 의미가 약화되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빈국과 부국은 계속 존재할 것이며, 디지털혁명과 유전자혁명이 전개됨에 따라 이들간에 엄청난 차이와 갈등이 발생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부국은 ‘디지털 카멜레온’이든 ‘유전자 카멜레온’이든 개조된 인간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빈국은 낡은 인간이 다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화가 가난한 나라의 국민에게 교육의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하여 이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리라는 예측도 간혹 나온다. 이론적으로는 방글라데시의 모든 아이들이 인터넷을 이용해서 스탠포드나 케임브리지 같은 유명 대학의 원격교육을 받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디지털경제의 찬양자 중에는 언젠가 아프리카의 원격지노동자(tele-arbeiter)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받은 데이터를 처리해서 다시 보내는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이는 아프리카인들의 복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미 인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전달된 미국 병원의 의사와 환자 간의 대화를 타이핑해서 인터넷으로 전해주는 일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일이 인도인들의 복지를 증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점은 지구상의 대다수 사람이 인터넷 자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60억의 세계인구 중 인터넷 써핑자는 약 3억이 채 못되는 반면, 세계인구의 16%인 10억은 읽기와 쓰기를 아예 하지 못하기 때문에 컴퓨터라는 단어를 쓸 줄도 모른다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아프리카인들은 현재 이미 생물학적인 면에서는 아니지만 지구화·정보화 세계에서 아주 낡고 뒤떨어진 인간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인구는 유럽인구보다 많은 8억에 달하지만 그곳의 전화기는 모두 합해봐야 미국 맨해튼의 전화기 숫자보다 더 적고, 자동차 수도 독일의 주 하나가 보유한 것보다 더 적다. 그러므로 이들 중에서 인터넷 써핑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정보화의 영향으로 선진국과의 격차는 전보다 더 빠르게 벌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이 그들 자신의 고유한 길을 추구한 결과로 서구 국가들과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면, 이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아프리카는 서구 국가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엘리뜨들로부터도 거의 버려진 상태이다. 이에 더해서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에서는 국가간·종족간 분쟁, 환경재앙, 질병재앙(아프리카 몇몇 나라에서는 에이즈로 한 세대가 완전히 소멸될 위기에 처해 있다)이 자주 일어나며, 그 결과 많은 난민이 유럽 등지로 몰려들고 있다. 지금까지 서부유럽으로 유입된 난민은 상당수가 동유럽과 발칸반도에서 유래했지만, 발칸지역이 안정된 후 유럽에서는 아프리카 등지로부터의 난민 유입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코소보분쟁 전 유럽에는 1200만의 난민이 몰려들어왔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 지구적인 발전의 불균형이 심화될수록 유럽으로 밀려드는 난민의 물결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물론 부국들은 난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이나 재화 등의 원조를 통해 아프리카의 회생을 도모할지 모른다.

현재 가난한 나라에 대한 원조는 국제정치적 안정을 위해서, 자국의 경제적 이해를 확장하기 위해서, 순수한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등등 복합적인 이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겉으로 내세워지는 이유는 대체로 원조를 통해 가난으로 고통받는 나라의 국민들을 잘살도록 해준다는 인도주의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들 국민이 부국의 개조된 인간과의 생식이 불가능한 낡은 인간이라면 인도주의적인 이유도 설득력을 잃고 말지 모른다. 자기와 같은 인간종이 아닌 인간종에 대해 인도주의 운운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침팬지나 오랑우탄에 대해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도와주고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고고학과 인류학 연구에 따르면 선사시대에 현생인류는 네안데르탈인과 상당한 기간 동안 공존하며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다고 한다. 두 인간종 모두 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음은 물론인데, 서로 생식이 불가능한 관계였기 때문에 종으로서의 경쟁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창조적 능력이 부족했던 네안데르탈인이 패배하여 멸종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국과 빈국의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악화될 것이고, 부국의 국민들 대부분은 현재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침팬지나 오랑우탄을 죽이고 그들의 서식지를 없애는 인간의 횡포에 대해 적극적인 저항운동을 벌이지 않듯이 앞으로 빈국에서 자행될 착취·살해 등의 폭력도 그다지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빈국은 18,9세기 식민지보다 훨씬 못한 수준의 식민지로 전락하여 이들 부국의 온갖 횡포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물론 생명공학·나노기술·신경공학이 크게 발달하여 분자나 원자 수준에서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것을 만들 수 있게 되면 구시대적 개념의 식민지, 즉 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식민지가 필요없어질지 모른다. 나노기술을 이용하면 아주 적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물건을 만들고, 물건이 낡아져도 모두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나 자원공급국으로서의 식민지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낡은 인간들이 집단을 이루고 그들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지역이나 국가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심정적인 불편함을 느낄 것이며, 따라서 낡은 인간 집단을 완전히 노예적인 존재로 만들거나 제거해야만 편안함을 얻게 될 것이므로, 이들 국가간에 완전히 위계적 질서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부국 내에서도 사회계층간의 갈등이 심각하게 표출될 수 있다. 가령 유전적인 조작이나 값비싼 의료적 처리를 통해 수명을 연장한 부자들과 그럴 능력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연금을 둘러싼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서구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모든 국민이 연금에 가입하여 일정 연령을 넘으면 죽을 때까지 연금을 수령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65세까지 일한 후 연금을 받게 된 사람이 100세를 넘어서까지 생존하면 그는 40년 가까이 연금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받는 연금은 현재 노동을 하면서 연금을 붓는 젊은이들로부터 나오는 것인데, 이들 젊은이 중 수명을 연장할 수 없는 가난한 부류는 기껏해야 80세까지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들이 내는 연금이 수명연장된 100세 노인들에게 지불되는 데 강한 불만을 지니게 될 것이다. 결국 가난한 청년층과 돈많은 노인층 사이의 갈등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환경문제에서도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엄청나게 다른 변화가 있을 것이다. 생명공학기술로 만들어진 많은 유전자 개조 잡종들이 자연에 퍼질 경우 나타날 생태계의 변화는 우리의 예측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다. 한가지 가능한 변화는 개조유전자를 지닌 생물종이 다른 비슷한 생물종보다 우성의 형질을 지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을 몰아내고 짧은 시간 안에 생태계에서 지배적인 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개조된 종이 생태계의 촘촘한 그물 속에서 하나의 고립된 점으로 존재한다면 생태계 내에 아무런 교란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한국에 들어온 황소개구리 같은 외래종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생태계에 갑자기 나타난 종은 다른 생물종들과 공생의 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하기만 한다. 황소개구리 하나가 한국의 하천생태계 질서를 크게 교란했고 지금도 교란하고 있는데, 유전적으로 개조된 여러 생물종들이 생태계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게 되면 황소개구리의 경우보다 훨씬 더 심각한 교란이 일어날 것이다. 식용작물이나 가축의 경우에는 개조된 우성형질의 품종이 다른 품종을 몰아내고 지배종이 된 후 슈퍼병충해에 걸릴 경우 이들 품종이 전멸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유전적으로 개조된 생물체들이 자연에 퍼질 때 일어날 수 있는 환경문제는 대단히 복잡해서 어떤 예측을 하기도 아주 어렵지만, 개조된 인간과 환경문제를 연관짓는 것은 조금 쉬운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 유전자 치료, 수정란 상태에서의 열성유전자 제거, 줄기세포로부터 새로운 장기를 만들어내어 노화를 억제하는 방법 등을 통해 수명을 수십년 이상 늘리게 되면 인구증가로 인한 환경문제가 대두할 수 있다. 출생률도 함께 낮아질 것이기 때문에 인구문제는 그다지 심각해지지 않으리라는 예측을 할 수도 있지만, 이미 선진국에서는 출생률이 아주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적어도 이들 나라에서는 수명의 증가가 인구를 크게 늘릴 것이 분명하다. 현재 선진국의 출생률은 1.4 정도인데, 이는 성인 여성 1인당 아기를 낳는 수가 1.4명이라는 것을 말한다(한국은 1.6 정도이다). 그러면 출생률을 더 낮추어서 1이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남녀가 각각 50명씩 살고 있고 이들의 평균수명은 70세인 고립사회를 상정해보자. 아주 단순화해서 이 사회에서는 여자가 40세가 넘어서 아기를 낳는다고 하면(선진국에서는 현재 여자의 출산 연령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40세가 넘어서 아기를 낳는 여성의 수도 크게 늘고 있다), 100명이 모두 70세가 되었을 때 인구는 150명으로 늘어나 있을 것인다. 그후 몇년이 지나면 처음 100명은 모두 죽고 인구는 100명으로부터 출생한 50명으로 줄어들 것이다. 이들이 다시 아기를 낳으면 인구는 75명으로 늘어나지만 70년이 지나면 인구는 다시 25명으로 줄 것이다. 평균수명이 70세일 경우 140년 후에는 이렇게 인구가 100명에서 25명으로 줄어들지만, 평균수명이 140세로 두 배 늘어날 경우 인구는 처음 100명, 그 다음 50명, 그 다음 25명이 모두 살아 있게 되어 인구는 175명, 즉 수명이 70세일 경우의 5배로 된다. 그러므로 수명이 연장될 경우 인구가 환경에 미칠 압력은 대단히 커질 것이다. 특히 선진국에서 현재와 같이 계속해서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하면 우리가 맞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에너지고갈, 자원고갈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나노기술의 발달로 이들 문제가 해소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쯤이면 인간종까지 해소되어 없어질지 모른다.

지금까지 빈부문제·환경문제를 중심으로 21세기의 전지구적 문제에 대해 전망해보았는데, 그 내용이 너무 비관적이어서 인류의 미래를 공포 분위기의 공상과학영화 각본에나 나옴직한 것으로 채색했다는 느낌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했기 때문에 그러한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겠고 이들은 나의 전망을 믿고 싶어하지 않겠지만, 이러한 전망이 전적으로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만은 지적해두고 싶다. 마지막으로 정보기술과 생명공학의 중심에 서서 변화의 주역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이들 주역들조차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가져올 결과를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여기서 인용하는 정보기술 분야의 주역은 썬 마이크로씨스템즈의 공동 설립자인 빌 조이(Bill Joy)이다. 지금까지 그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찬란한 세상에 대해 떠들어왔지만, 얼마 전에는 미래에 대해 대단히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9 그의 메씨지는, 기술진보가 현재와 같은 추세로 지속되면 미래는 그다지 멀지 않은 장래에 인간이 없이 전개될 것인데, 이때는 지능을 가진 로봇이 그들의 주인을 몰아낼 것이고, 유전공학 실험실에서 빠져나온 생물체가 제멋대로 날뛸 것이며, 어쩌면 혼은 없으면서 자기증식 능력은 지닌 나노기계가 생물권 전체를 회색 점액으로 분쇄해버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이는 기술발달의 결과로 우리 자신의 멸종이 초래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연구개발을 조심스럽게 수행하고 더 나아가서 제한을 가해야 마땅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생명공학의 주역은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총지휘했던 분자생물학자 프랜씨스 콜린즈(Francis S. Collins)이다. 그는 조이처럼 분명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는 “앞으로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으로 보이는 프로젝트의 지휘를 맡고 있음을 대단한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열광하면서도, 자신의 유전적 질병 진단의 선구적 연구가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낙태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은 것에 대해 심히 불편해하고, 영화 「가타카」(Gattaca)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유전자 개조에 대해서는 그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가서는 안되는 길”이라고 분명한 우려를 나타낸다.10 마지막으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협회 의장으로 활동하는 생물학자 후버트 마르클(Hubert Markl)의 말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사람은 거기서 내려올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이 “이미 크게 손상된 이 지구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든 인식능력과 모든 발명능력을 총동원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11 결국 우리는 과학기술을 이용해서 호랑이 등에 올라타기는 했지만 내려올 능력은 없기 때문에, 호랑이 등에 올라탈 때 사용했던 과학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만 그 위험 위에서 그럭저럭 생존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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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lorian Rötzer, Megamachine Wissen, Frankfurt/Main: Campus 1999, 8면.
  2. Kevin Warwick, “Cyborg 1.0,” Wired 2000년 2월호.
  3. 프랜씨스 케언크로스 『거리의 소멸ⓝ디지털혁명』, 세종서적 1999, 358면.
  4. 최근에 미국에서 정상적으로 태어난 송아지의 텔로미어의 길이보다 더 긴 텔로미어를 지닌 복제 송아지를 만들어냈다는 연구발표가 있었는데, 이런 연구가 인간에게도 적용되면 생물학적 나이가 어리거나 마이너스인 복제아기가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5. bild der wissenschaft 1997년 11월호, 16면.
  6. bild der wissenschaft 2000년 2월호, 57면.
  7. Hans Magnus Enzensberger, “Das digitale Evangelium,” Der Spiegel 2000년 1월 10일자.
  8. F. 다이슨 『상상의 세계』, 사이언스북스 2000, 174면.
  9. Bill Joy, “Why the future doesn’t need us,” Wired 2000년 4월호.
  10. Scientific American 1998년 2월호, 18~20면.
  11. Klaus Frank/Jürgen Scriba, "ordnung im Chaos," Der Spiegel" 2000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