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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2000년을 여는 젊은 시인 20인
최창균 崔昌均
1960년 경기도 일산 출생. 198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소
눈 오는 날
눈이 내리고
소가 우두커니 서 있다
계속해서 눈이 내리고
소가 똑같은 자세로 거기 서 있다
눈발이 사납게
이리저리 쏠리는데
소마저 덮을 듯 휘몰아치는데
소는 제자리에 서서
하염없이 눈을 다 맞고 있다
눈이 그치고
아무도 오고 간 흔적 없는데
소가 서 있던 자리
누군가 아주 감쪽같이
눈을 저리 깨끗하게 쓸어놓았다
오동나무
더 큰 나무를 만들기 위하여
나무를 자르면 허공이 움찔했다
나무가 떠받치고 있던 허공이 사납게 찢어졌다
잘 지냈던 허공과 떨어지지 않으려
몇번이고 나뒹굴다 결국은 아주 누워버렸다
밑동에서부터 둥글게 허공이 도려지는 순간이었다
허공이 떠난 빈 자리에 새순이 불끈 솟아올랐다
돌아온 허공이 봉긋 부풀어오르고
나무는 허공으로 들어올려졌다 이제
저 땅에서 걸어나오는 시간만큼
나무는 자랄 것이지만, 방금
한 여자애가 태어나면서 쏟는 울음 소리로
한껏 푸르러질 것이지만, 그럴 것을 믿는
그 집, 오동나무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