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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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창비시선 200’ 기념 특집

 

이승훈 李昇薰

1942년 강원도 춘천 출생. 196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사물 A』 『당신의 방』 『나는 사랑한다』 등이 있음.

 

 

 

봄날

 

 

만일 네가 생각한다면

만일 네가 생각한다면

봄날이여

사랑의 계절

사랑의 계절

사랑의 계절이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계속되리라 생각한다면

너는 잘못이야

봄날이여

너는 잘못이야

가는 봄이여 너의 서러운 안색이

너의 잘려진 팔이

너의 병든 근육이

너의 헤매는 맨발이

너의 부르튼 입술이

그리고 너의 펄럭이는 가슴이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오래 계속되리라 믿는다면 오오

나는 미칠 거야

봄날이여

바람만 부는 봄날이여

너는 잘못이야

좋은 시절은 갔어

좋은 겨울

태양과 사랑은 그대로 있지만

그러나 나의 봄이여

너는 네가 모르는 곳을 향해

곧장 가고 있지

아주 느리게 다가오는

재빠른 절망

무거운 어깨

삼중의 턱

축 처진 근육

자 모으자 모으자 모으자

상처를 상처를 상처를

버릴 수 없는 상처를

그리고 상처의 잎들이

모든 행복의

조용한 바다가 되기를

자 모으자 모으자 모으자

만일 네가 그걸 하지 않는다면

봄날이여

너는 잘못이야

 

✽이 시는 끄노의 「무제 2」(김현 역)을 패러디한 것임.

 

 

 

너라는 언어

 

 

너라는 언어 너라는 언어 속에 네가 나타난다 지금 여기 웃고 있는 너! 네 속에서 내가 말한다 오늘도 사는 건 고단했지 그러나 괜찮아 네가 있으므로 너라는 언어여 난 지금 너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라 네 속에서 말하는 거야 너는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그러나 지금 여기 있는 무수한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