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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성규 金聖珪
1977년 충북 옥천 출생.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mjua2630@lycos.co.kr
누가 달에 이불을 널어놓는가
어린아이 서넛이 달에서 동아줄을 끌어올린다!
책가방을 메고 나간 소녀가 오줌을 지린다
노란색 반바지가 젖는다
아파트 베란다에 목을 늘어뜨린
사내의 몸이 젖은 빨래처럼 흔들린다
노파에게 자주 빵을 사주던 사내의 손가락이
밀가루로 빚은 듯 노랗게 보인다
아침마다 오줌에 전 옷을 감추는 노파
날마다 이러면 어떻게 살아요, 어머니!
가족들은 노파의 방문을 잠그고
바퀴벌레는 밤낮 없이
노파의 방에서 먹이를 찾아다닌다
노인들은 왜 아이처럼 오줌을 싸는지
사내는 왜 부스럼 같은 울음을 토해냈는지
천체망원경을 보던 아이가
우주비행사처럼 손을 흔드는
사내를 보고 놀란다
한 사내가 동아줄에 매달려 올라간 후
그늘에 구워진 웃음소리가 밤마다 달에서 떨어진다
兼床
할머니랑 손을 잡고
천장에서 춤을 춘다
밥그릇에서 솟는 김을 타고
할머니가 둥실
누워 있는 내 몸도 둥실
장판 위에 널려 있는 장갑도
튿어진 바지도 신이 나서
모두모두 춤을 추면
내 다친 무릎을 쓰다듬는 할머니
괜찮아요 괜찮아!
천장을 떠다니며
밤새도록 박수치는 늙은이와
밤새도록 노래하는 어린아이
방 안을 엿보려고
유리창에 거지떼처럼 매달린 어둠도
썩은 이를 드러내며 웃는 날
생일상의 미역국이 펄펄 끓는다
죽은 할머니가 머리맡에
한상 가득 허기를 차려놓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