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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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 金杏淑

1970년 서울 출생.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춘기』가 있음. fromtomu@hanmail.net

 

 

 

오늘밤은 106호에서 시작되었다

 

 

못된 아이들은 이렇게 항상 머리 위에서 논다. 106호 고독한 남자는 갑자기 참을 수 없었다. 천장이 아니라 천둥 같잖아. 오늘밤은 조용해야 해.

 

오늘밤은 쉬어야 해. 106호 고독한 남자는 206호 고독한 여자가 된다. 우리집엔 애들이 없어요. 그리고 난 쭉 천장을 노려보고 있었어요. 306호는 살인사건 이후 칼 한자루까지 사라졌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집이 됐잖아요.

 

그러니 우리는 좀더 올라가봐야 해요. 못된 아이들은 빠르게 기어올라요.

 

어디쯤에서 배꼽은 쑥 빠질까요? 옥상까지 올라온 우리들은 43명이다. 우리들은 일제히 하늘을 노려본다. 1206호 별빛같이 고독한 남자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신비한 귀고리

 

 

귀에 특별한 뭔가를 걸 수 있다는 건 근사한 일이래. 룰룰루 추장이 된 건 싸움을 잘해서가 아니었대.

 

룰룰루 추장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 세상이 흔들리지. 귀고리는 그를 장식하지 않지. 그는 보이지도 않게 되는걸. 귀고리가 공기를 움직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활처럼 부드럽게 몸이 휘고

 

튕겨져나가 아무 데나 꽂히곤 하지. 관절은 그렇게 잠깐씩 멈췄지. 오늘밤에 나는 신도시 13층에 걸려 호수를 내려다봐. 우리는 귀고리 한짝이 되어 달랑거리곤 하지.

 

우리를 떨어뜨리거나 잃어버려도 좋아. 내일은 귀에 풍차를 달겠어. 내겐 가루로 만들고 싶은 것들이 있지. 내일은 꼭 풍차가 돌 거야. 룰룰루 룰룰루

 

추장이 그렇게 춤을 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