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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안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199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목마른 우물의 날들』이 있음. aninun@hanmail.net
치워라, 꽃!
식전 산책 마치고 돌아오다가
칡잎과 찔레가지에 친 거미줄을 보았는데요
그게 참 예술입디다
들고 있던 칡꽃 하나
아나 받아라, 香이 죽인다
던져주었더니만
칡잎 뒤에 숨어 있던 쥔양반
조르륵 내려와 보곤 다짜고짜
이런 시벌헐, 시벌헐
둘레를 단박에 오려내어
톡!
떨어뜨리고는 제 왔던 자리로 식식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식전 댓바람에 꽃놀음이 다 무어야?
일생일대 가장 큰 모욕을 당한 자의 표정이
저의 얼굴을 동그랗게 오려내어
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퉤에!
끈적한 침을 뱉어놓는 것이었습니다
三行
허기진 가을걷이 끝난 저녁 들판 논둑 아래
날짐승 두 놈이 물며 뜯기며
잔뜩 뒤엉키어 투덕거리매
보자 보자
언눔이 이기나 두어 보자
지는 놈은 뺏어가고
이긴 놈도 지치겠거니
데려가자
가까이 차를 대고 섰다
소리 죽여 내려서매
매가 청둥오리를 올라탔다 뒤집히고
청둥오리가 매를 물었다가 뜯기다가
핏방울을 똥기다가
휘딱 내 쪽을 알아채고
두 놈이 산으로 내로 솟구쳐 기운다
나도 돌아와 앉아
실없이 웃다 숙연해하다
두 눈에 불 켜고
집으로 비춘다
텅 빈 들판 우로 뾰죽허니 갈큇달이 뜨매
핏빛 노을이 바짝 엉기다 스러져가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