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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정현종 鄭玄宗
1939년 서울 출생.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사물의 꿈』 『나는 별아저씨』 『세상의 나무들』 『한 꽃송이』 『갈증이며 샘물인』 『견딜 수 없네』 등이 있음.
하루
하루는 만년이고
순간은 이게 겁이다.
하루의 끝이 어디인가.
하루는 끝이 없다.
어디서는 해가 뜨고
어디서는 해가 진다.
(사랑이 뜨고 지듯이)
열(熱)은 끝이 없다
재〔灰〕가 그렇듯이.
바람의 가슴도 끝이 없고
강물의 한숨도 끝이 없다.
하늘의 구석구석
마음의 구석구석
웃음도 끝이 없고
눈물도 끝이 없다.
만물의 체온을 감당할 길 없으니
통로 무한은 피어나 넘친다.
하늘의 구석구석
마음의 구석구석
하루는 끝이 없다.
공기로 지은 집
양평 어떤 골짜기에
김화영이 집을 지었대서
가 보았더니
집은 보이지 않고
맑은 공기만 가득하다.
공기로 집을 지은 모양이다.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드나들거나
공기–바닥이요 공기–문
이며 공기–벽이다.
집 짓느라고 고생을 많이 했을수록
싸움질을 많이 했을수록
집은 더욱더
공기이다.
곡신(谷神)이 너부러져 있고
골짜기의 허파로 숨을 쉰다.